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요동은 이런 과도기적인 상황 아래 놓여있었다.
동북공정을 통해 멋대로 남의 나라의 역사를 바꿔버리는 중국 공산당!
장산군도쯤이야 얼마든지 마음대로 원래 자기 땅이었다고 우겨대는 천인공노할 짓을 마음껏 저지를 수 있었다.
[마루: 해모수! 어쨌든 미안하다. 이건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야.] [그렌: 역사는 강대국과 승자에 의해 써진다고 했어. 마루도 세세한 역사까지 전부 다 잘 알 수는 없는 거야. 앞으로 작전을 짤 때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해서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마루: 예.]그렌이 나서서 급히 수습했다.
해모수도 마루가 깨끗이 자신의 실수라고 인정을 하자 대범하게 넘겨버렸다.
[해모수: 뭐 살다 보면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는 거니까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갑시다. 그나저나 이거 작전에 차질이 생겼는데 어떡하죠?] [그렌: 그러게 말이야. 장산군도에서 해적들을 토벌하면서 레벨도 올리고 부수입도 챙기려고 했는데…….] [마루: 방향을 바꿔서 묘도열도로 가는 게 어떨까요? 거기에도 해적이 있다고 했잖아요.]마루의 말을 듣자 해모수와 그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요동반도와 산동반도는 직선으로 100킬로미터 정도다.
성산포구에서 묘도열도까지 210킬로미터, 장산군도까지는 230킬로미터나 된다.
개조선, 아니 스쿠너의 평균속도는 5노트(9.26km/h)이고 최대 속도는 10노트(18.52km/h) 정도 된다.
그래서 성산일호가 성산포구에서 장산군도까지 오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제 와서 장산군도에서 묘도열도로 간다면… 약 240킬로미터의 거리를 또다시 하루 이상 항해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왜구다!”
그때였다.
갑자기 견시수가 뒤를 돌아보며 크게 소리쳤다.
해모수는 즉시 고물로 달려가서 눈에 포스를 머금었다.
순간 먼 거리의 바다가 마치 앞으로 확 당겨지는 것처럼 가깝게 보였다.
대왕가도 우측으로 왜구의 관선 수십 척이 떼를 지어 오고 있었다.
“정말 왜구들이 쳐들어왔어.”
해모수의 옆으로 여진 삼총사가 다가왔다.
그들은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말을 내뱉었다.
“왜구의 관선이 한두 척이 아니다.”
“수십 척은 되어 보인다.”
“도망쳐야 한다.”
“이미 우리는 도망치고 있어.”
“우리가 언제? 배를 돌리고 있을 때 저놈들이 들이닥친 거지.”
“그게 그거지.”
해모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갑자기 골치가 지근거리기 시작했다.
“조용! 어떻게 할지 생각 좀 해보자.”
“생각하긴 뭘 생각합니까? 잽싸게 튀어야지.”
“튀긴 왜 튀어? 우리가 싸울 것도 아니고……. 싸운다면 저기 고려 수군과 싸우겠지.”
차하루의 말에 해모수는 정신이 번쩍 났다.
머릿속에서 임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을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해모수: 왜구가 고려 수군과 싸울 때 뒤통수를 치면 어떨까요?] [그렌: 위험하지 않을까?] [마루: 위험할 게 뭐가 있어요? 눈치껏 뒤에 처진 놈이나 때려잡으면 되죠.] [그렌: 그래도 좀 위험할 것 같은데…….]해모수의 의견에 마루는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렌은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역시 결론은 몸의 주인인 해모수가 내려야 했다.
“왜구의 뒤통수를 치자.”
“예에?”
해모수가 결정을 내리자 예상대로 다들 크게 놀랐다.
“난 찬성!”
“나도 좋아.”
“좋은 생각이네요.”
여진 삼총사는 싸운다니까 무조건 찬성했다.
그러나 홍유와 강조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너무 위험합니다.”
“맞습니다. 잘못해서 왜구들에게 포위되면 우리 모두는 죽은 목숨입니다.”
해모수는 홍유와 강조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내가 언제 포위된 채 싸우자고 그랬어? 왜구의 뒤통수를 치자니까.”
“어떻게요?”
홍유가 묻자 강조는 뭔가 눈치를 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왜구들이 고려 수군과 싸울 때 틈을 보자는 말이군요.”
“딩동댕!”
“딩동댕? 그게 뭡니까?”
“정답이라고.”
“아! 그게 그런 뜻이었군요. 왜구의 뒤통수를 치는 게 딩동댕입니다.”
강조는 환하게 웃으며 의욕을 불태웠다.
홍유도 뒤늦게 무슨 말인지 알아먹은 것 같았다.
“총원 전투 배치!”
“총원 전투 배치!”
해모수는 더 이상 기다릴 것 없이 즉시 싸울 준비를 했다.
“좌현 전타!”
“좌현 전타!”
그동안 주변 바다를 열심히 빨빨거리며 돌아다닌 게 큰 도움이 됐다.
이제는 명령을 내리면 다들 재깍재깍 움직였다.
돛을 사용하는 게 익숙해져서 항해술도 빠르게 올라갔다.
해적들과 전투도 몇 차례 치러서 실전 경험도 있었다.
“지금 왜구들이 요동반도에 있는 마을을 약탈하러 왔다. 우리는 고려 수군과 싸우는 왜구들을 지켜보다 따로 떨어져 나오는 놈들만 공격한다.”
“예! 해 총기.”
해모수의 말에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부터 성산일호는 대왕가도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딱 사랑과 우정 사이 같은 절묘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펑, 펑, 펑, 펑…….
천둥이 치듯 고려 수군의 누전선에서 화포를 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려 수군의 세 척의 누전선은 왜구의 관선이 나타나자 급히 도망가듯 석성도와 대왕가도 사이로 숨어들었다.
그러곤 다가오는 왜구의 관선을 향해 집중적으로 화포를 발사했다.
이미 대왕가도를 돌아 요동반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왜구의 관선들!
다시 배를 돌려 석성도와 대왕가도 사이에 숨어있는 고려 수군의 전선을 포위할 여력이 없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덤벼들지 않는 적을 향해 굳이 화포를 맞으면서 다가가 포위 공격을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고려 수군도 절대적으로 숫자가 불리한 상황에서 크게 무리를 하려 들지 않았다.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몇 척의 관선만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건 마치 배고픈 사자들이 영양 떼를 앞에 두고 하이에나 떼를 신경 쓰지 않는 모습 같았다.
“저놈이다.”
해모수가 왜구의 관선 한 척을 가리켰다.
화포로 무장한 고려 수군을 향해 겁도 없이 달려들었다가 혼쭐이 난 놈이었다.
배는 크게 파손되지 않았지만 사상자가 꽤 많아 보였다.
제일 먼저 달려들었다가 제일 먼저 도망치는 왜구의 관선!
놈들이 향하는 곳이 마침 남쪽이었다.
그곳에는 호시탐탐 왜구의 관선을 노리는 한 마리의 늑대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어라! 저놈이 이쪽으로 오네.”
“하늘이 우리를 도우시네요.”
“범의 아가리로 알아서 들어온다.”
여진 삼총사는 좋다고 벌써부터 칼을 뽑았다.
“저놈들 미친 거 아니야?”
“우리를 만만하게 보나 봅니다.”
해모수의 말에 홍유가 눈에 힘을 주고 대답했다.
“잘됐다. 우리가 굳이 싸움을 피할 이유는 없지.”
“맞습니다. 이제 우리도 왜구의 관선 한 척쯤은 바로 찜 쪄 먹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강조가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장담했다.
물론 해모수와 왕지현의 뛰어난 실력을 믿고 하는 말이다.
그는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고 듣기를 바랐다.
하지만 뭐 어떤가?
사기는 높을수록 좋은 것이다.
성산일호는 벌써 전투준비를 끝냈다.
돛대의 돛은 이미 전부 내려가 있었다.
뱃전은 단단한 방패로 막고 대원들은 칼과 활로 무장을 했다.
일부는 산탄포와 유탄을 쏠 준비에 신이 났다.
왜구의 관선을 나포할 생각이라 굳이 작열탄과 화전은 밖으로 꺼내놓지도 않았다.
“와아아아아!”
가까이 다가오는 왜구의 중형 관선에서 크게 함성이 일었다.
싸우기 전에 사기를 올리려는 개수작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여진 삼총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쿵!
기세 좋게 왜구의 관선이 성산일호의 옆구리에 딱 붙었다.
“놈들이 올라온다. 대원들은 방패를 들고 반월진을 유지하라!”
해모수가 홍유와 강조에게 미리 얘기를 해놓았다.
성산일호로 도선하는 놈들을 막지 말라고 말이다.
대신 대원들에게 반원형으로 진형을 만들고, 그 뒤에서 안전하게 화살을 집중시켜 쏘라고 했다.
하지만 산탄포를 쏘지 말라는 명령은 하지 않았다.
펑! 펑!
이물과 고물에서 각각 한 발씩 산탄포가 발사됐다.
으악, 크악, 아악…….
왜구의 관선으로 산탄이 떨어지자 사상자가 대거 쏟아졌다.
하지만 왜구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마치 성산일호에만 오르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듯, 사다리를 대놓고 미친놈처럼 달려들었다.
“1조 발사!”
쏴아아아!
반월형의 방패막 뒤에서 일제히 화살이 쏟아졌다.
으헉, 컥, 케엑…….
변변찮은 방어구조차 없는 왜구들의 몸이다.
일인당 서너 발씩 사이좋게 화살이 꽂혔다.
왜구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흘리며 갑판 위로 쓰러졌다.
“2조 발사!”
쏴아아아!
크악, 아악, 으악…….
왜구의 비명이 속출했다.
고슴도치로 변한 놈들이 꼬꾸라지며 참혹한 비명을 질러댔다.
1조의 사격이 끝나자 곧바로 2조의 사격이 이어졌다.
2조의 사격이 끝나면 다시 1조가 사격했다.
나름 톱니바퀴처럼 빠르게 돌아가며 소나기처럼 화살을 쏘아댔다.
그러자 뱃전으로 올라오는 왜구들이 남아나지를 않았다.
정찰선의 대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승리를 예감했다.
해모수와 왕지현은 각각 이물과 고물에 딱 버티고 섰다.
뱃전에 사다리를 놓고 넘어오는 놈들 중, 우회하려는 놈들만 골라서 배에다 칼빵을 먹여줬다.
뭉쳐서 돌격을 하려는 놈들은 우선적으로 활을 쏘고 쇠뇌를 발사했다.
크고 단단한 방패로 반월형으로 포위한 진형은 한두 놈의 왜구가 달려와 쉽게 뚫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왜구들이 도망을 치려고 합니다.”
견시탑에서 몸을 숨기고 싸움을 지켜보던 견시수가 용감하게 고개를 내밀고 외쳤다.
해모수와 왕지현은 급히 뱃전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왜구의 관선에 왜구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고려 수군의 화포에 일차적으로 피해를 입고 성산일호에서 와서 산탄포를 처맞은 상태였다.
거기에다 근접전을 위해 도선을 한 수십 명의 왜구는 대원들의 끊이지 않은 화살 공격에 축차 소모되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다.
그런데 왜구들은 소나기가 내리는데 맨몸을 들이미는 격이었다.
‘보통 관선에 80명에서 100명 정도 탄다고 했지!’
해모수는 그제야 왜구의 관선에 더 이상 싸울 놈들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관선에 남아있는 놈들은 눈치껏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왕 사부! 갑시다.”
“예, 해 총기.”
해모수는 왕지현과 함께 과감하게 왜구의 관선으로 뛰어들었다.
초등학생의 체구를 가진 왜구들이 둘의 모습을 발견하자 일제히 괴성을 질렀다.
“칙쇼!”
“죽어랏!”
“공격해라!”
자신의 키만 한 도를 쥐고 달려드는 왜구들!
그 모습이 뭔가 굉장히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아무리 우스워도 저 칼에 맞는다면 죽는 것은 똑같았다.
차앙!
해모수는 환도를 뽑아 빠르게 휘둘렀다.
차창, 서걱, 서걱! 철썩!
접근하는 왜도의 옆면을 칼로 일일이 쳐서 흘려버리고 곧이어 왜구의 목을 사정없이 쳐버렸다.
와당탕, 쿵, 탕!
통통통, 데굴데굴!
머리를 잃은 왜구들의 목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잘린 머리통은 공처럼 통통 튀며 뱃전으로 굴러갔다.
눈으로 빠르게 주변을 훑자 더 이상 서있는 왜구가 보이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왕지현이 남은 왜구를 처리하고 다가오고 있었다.
“왕 사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숨어있는 놈들을 정리하세요!”
“예, 해 총기.”
왕지현은 두말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해모수가 손짓으로 대원들을 불러들였다.
다른 왜구의 관선들이 눈치채기 전에 재빠르게 나포하려는 것이다.
아래층에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왜구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뻘건 피로 물든 환도를 꼬나 쥔 왕지현이 올라왔다.
“왕 사부, 수고하셨소.”
“천만에요.”
왕지현은 해모수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한쪽으로 물러섰다.
“왜구의 관선을 나포해서 즉시 광록도로 이동한다.”
“예, 해 총기.”
해모수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원들이 우르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한쪽에선 돛을 펴고 다른 편에선 왜구들의 시체를 바다에 버렸다.
홍유는 선창으로 내려가서 바깥을 살펴봤다.
강조는 대원들을 이끌고 왜구의 무기들을 챙겼다.
성산일호에는 배를 움직일 최소한의 대원만 남겨둔 상태!
덕분에 왜구의 관선을 빠르게 수습해서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다행히 다른 왜구의 관선이나 고려 수군은 성산일호가 뭘 하든 관심이 없었다.
모르긴 해도 이미 왜구의 관선에 점령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