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안전성이 높고 모든 기운이 융화가 잘되는 퓨즈 오러 연공법!
야엘이 가져온 모리스 왕국의 최상급 오러 연공법인 람!
그 두 가지가 멋지게 결합된 퓨즈·람 오러 연공법!
비록 해모수가 살고 있는 세상이 레무리아보다 마나는 적지만… 대자연의 기운은 결코 적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왕지현과의 천지교태로 얻은 음양기까지 가지고 있었다.
해모수가 제대로 싸울 준비를 하자, 당장 그의 전신에 오러가 폭풍처럼 일어났다.
“합! 요시!”
사무라이는 흠칫 놀랐다.
작지만 단단한 체구를 가진 사무라이는 전의를 잃지 않았다.
약탈과 살육의 반복적인 삶 속에 싹튼 불평불만!
이 순간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순수한 투기를 드러내며 사무라이는 왜도를 힘차게 쥐었다.
‘람소드!’
해모수는 전신에 힘이 용솟음치자 환도를 세우고 진각을 밟았다.
쿵!
진각을 밟은 땅에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쫙쫙 갈라진 원형의 크레이터를 뒤로하고, 그의 신형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해모수의 환도에 금빛이 어리며 잔상이 생겨났다.
번쩍!
순간 금광이 폭발하며 사납게 적을 덮쳤다.
사무라이는 이를 악물고 왜도를 세차게 휘둘렀다.
캉!
사무라이의 왜도는 단번에 잘려나갔다.
서걱!
놀랄 틈도 없이 이번에는 사무라이의 한쪽 팔이 날아갔다.
“으악!”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찰나!
다시 금광이 번쩍였다.
철썩!
쿵! 데굴데굴!
사무라이의 목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불신으로 가득한 눈은 땅에 떨어져 굴러갈 때까지도 닫히지 않았다.
뒤늦게 머리를 잃은 목에서 피가 위로 쭉 솟구쳤다.
“무신(武神)이다.”
“금강역사(金剛力士)다.”
“금강신(金剛神)이다.”
이 모습을 본 왜구들의 반응은 정찰선의 대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놀라움과 경이가 뒤섞인 눈빛에는 서서히 공포가 스며들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자비와 용서를 구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화가 난 호접의 사나운 날갯짓이 폭풍처럼 그들을 덮치고 있었다.
차차창, 창창창, 차차창, 차차창…….
손에서 왜도가 날아가며 호구가 찢어져 피가 났다.
그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목구멍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피가 솟구쳤다.
두 손으로 막아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이미 사신이 바로 눈앞에 도착해 있었다.
크헉, 켁, 커억, 끄액…….
고통에 찬 비명이 뚫린 목구멍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하지만 어디에도 살 구멍은 없었다.
그들에게 애원을 하고 자비를 구하며 죽어가던 수많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폭풍이 지나가자 금빛 태풍이 불어왔다.
겁을 먹고 도망치기 시작한 왜구들을 향해 금빛 태풍은 광란의 피 보라를 몰고 다녔다.
핑, 피핑, 핑핑핑!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팅, 티팅, 팅팅팅!
하지만 해모수의 단단한 아이언 스킨은 뚫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고통까지 못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화살이 부딪친 자리에는 충격과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헤이스트!”
열이 받은 해모수는 끝내 헤이스트 마법까지 쓰고 말았다.
그의 움직임이 두 배로 빨라졌다.
거기에다 다엘 스텝까지 본격적으로 운용했다.
안 그래도 스피드 하면 해모수다.
그런데 은밀함과 신속함을 장기로 하는 다엘 스텝에다 헤이스트까지 추가하자, 이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금빛 번개와 같았다.
“칙쇼!”
“멈춰라!”
“용서하지 않겠다.”
어디 일본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저렴한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졌다.
해모수는 왜구들 중 갑옷을 갖춰 입은 놈들부터 우선적으로 족치기 시작했다.
칼만 하나 달랑 쥔 놈들보다는 이런 놈들이 몇 배로 경험치를 많이 줬기 때문이다.
번쩍!
하늘에서 번개가 치듯, 금빛으로 물든 환도가 사방으로 번개처럼 잔상을 뿌렸다.
으악, 크악, 아악…….
왜구의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들은 관선 네 척을 모아 함께 약탈을 나왔다.
배에 남겨둔 자를 제외하고도 350여 명에 달하는 병력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단 두 명으로 인해 지금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활을 쏘면 화살이 튕겨나간다.
포위하면 귀신같이 빠져나간다.
협공하려고 하면 신묘한 보법으로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막다른 골목에 갇히면 폭풍과 태풍이 불어닥치며 대량 살상을 한다.
이건 도저히 막으려야 막을 수 없는 재난이었다.
그러면서도 신기한 것은 옷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퇴각하라!”
“도망가자!”
도저히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왜구들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빨라도 해모수와 왕지현의 신형보다 빠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해안가로 우르르 몰려가자 두 사람의 무차별 보복을 선물받았다.
“살려줘!”
“제발 목숨만…….”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나중에는 공포에 질려버린 왜구들이 땅에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허나 해모수와 왕지현의 환도는 용서를 몰랐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기어코 목을 베거나 구멍을 뚫어 죽여버렸다.
“끝났네요.”
“휴우우! 이것도 일이네. 그것도 중노동이야.”
해모수는 허공에 환도를 휘둘러 왜구의 피와 살점을 털어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이 베었는지 칼날이 무뎌지고 기름기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는 죽은 왜구의 옷에 대충 칼날을 닦았다.
“계속할 거예요?”
“당연하지.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어!”
왕지현의 말에 해모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성산백호소에서는 이런 싸움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기회도 잘 없을뿐더러 잘못하면 가족과 형제들이 다칠 수 있었다.
그런데 요동반도로 넘어오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특히 원수 같은 왜구들을 마음껏 벨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마루 형과 그렌 형이 너무 살기가 강해진다고 걱정을 하긴 했지만… 그건 왕지현과 같이 천지교태로 풀어버리면 그만이다.
‘내가 지옥으로 가지 않으면 누가 가리오.’라고 했던 지장보살처럼 살신성인의 마음까지는 아니었다.
허나 최소한 왜구들을 한 놈이라도 더 죽이면 죽일수록, 선량한 백성들의 목숨을 구하고 삶을 지킬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사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 사심은 레벨 업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었다.
일대에서 약탈을 하고 있는 왜구를 찾아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요동반도의 해변 마을을 싸돌아다녔다.
덕분에 해모수는 기어코 51렙을 찍고 말았다.
왜구의 관선도 세 척이나 더 나포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관선 한 척을 왜구들이 약탈해 온 재물로 가득 채웠다.
초토화된 마을에서 납치된 고려의 주민들도 구출했다.
전리품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뿌듯했다.
‘상태 창!’
파도가 넘실거리는 발해 해협에서 해모수는 ‘트리니티 바이오 인터페이스’를 열었다.
“헉!”
레벨 51을 찍고 나서 뭔가 몸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상태 창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마루: 엑스트라 스탯이 왜 이래?] [그렌: 두 배, 아니 세 배로 뛰었어.] [해모수: 이게 무슨 일이죠?]해모수를 비롯해 마루와 그렌까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루: 싱크로율 때문인가요?] [그렌: 아무래도 변한 싱크로율에 엑스트라 스탯이 적용된 것 같아.] [해모수: 어쨌든 그 덕분에 스탯이 엄청 올랐네요.] [그렌: 공짜로 레벨을 수십 개나 올린 기분이군.] [마루: 일단 보너스 스탯을 사용해 봐! 확인 좀 해보게.] [해모수: 알겠어요.]마루의 요청에 해모수는 기분 좋게 근력에 10, 민첩에 29 그리고 체력에 7을 투자했다.
트리니티(Trinity) 바이오 인터페이스 · 싱크로 20.8퍼센트
이름: 이마루(Off) · 그렌(Off) · 해모수(▲On)
종족: 인간
랭크: 하급(E)
레벨: 51 / 98퍼센트
스탯: 근력 30(+21), 민첩 50(+12), 체력 27(+15), 지력 12(+27), 오러 130, 음양 100
[마루: 확실하네요. 싱크로율이 20퍼센트를 넘긴 뒤로 스탯이 10 단위로 3할의 엑스트라 스탯이 적용되고 있어요.] [그렌: 그것도 양쪽에서 받고 있어. 이러다간 나중에 본 스탯보다 엑스트라 스탯이 훨씬 많아지겠는걸.]마루와 그렌은 해모수의 변해버린 상태 창에 깜짝 놀랐다.
오러 스탯이 대폭 늘어난 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해모수: 어쨌든 우리에게는 좋은 거 아니에요?] [그렌: 맞아. 아주 좋은 거지.] [마루: 그런데 저건 뭐죠?] [해모수: 뭐요?] [그렌: 아! 상태 창 한쪽이 아까부터 계속 반짝이고 있잖아.] [마루: 해모수! 뭐 하고 있어? 어서 빨리 눌러봐!]해모수는 상태 창 한쪽에서 열심히 깜빡이는 단추같이 생긴 것을 꾹 눌렀다.
마루와 그렌이 놀라서 하는 말에 해모수는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당황했다.
[해모수: 뭘 가지고 그러는 건데요? 나도 좀 같이 압시다.] [마루: 넌 어째 눈으로 보고도 모르냐? 인벤토리가 커졌잖아. 거기에다 공유 인벤토리까지 생기고.] [그렌: 그것뿐이 아니야. 미니 맵도 생겼어.] [해모수: 공유 인벤토리? 미니 맵?]해모수가 쉽게 이해를 못 하자 마루가 차분히 설명을 해줬다.
[마루: 전에 인벤토리의 용량은 1세제곱미터였어. 그런데 지금은 8세제곱미터가 됐어. 거기에다 새롭게 1세제곱미터의 용량을 가진 공유 인벤토리가 생겨났다는 말이야.] [해모수: 우와! 그럼 인벤토리가 크게 늘어난 거네요.]해모수의 말에 그렌은 친절하게 보충 설명을 해줬다.
[그렌: 쉽게 말해서 전에는 가로, 세로, 높이가 1미터인 정육각형의 큐빅이 한 개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그 정육각형의 큐빅이 여덟 개로 늘어난 거야. 거기에다 공유 인벤토리라고 우리 셋이 공유할 수 있는 큐빅도 하나 생겨난 거지.] [해모수: 네에? 그럼 두 배가 아니라 여덟 배라는 말이잖아요?] [마루: 맞아.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공유 인벤토리야.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니?] [해모수: 혹시?] [그렌: 맞아. 이제는 시공간을 초월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야.] [해모수: 대애애애애애박!]그제야 해모수는 공유 인벤토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렌: 당장 아티팩트부터 사야겠어. 아니 내가 직접 제작하는 게 더 빠르겠다.] [마루: 난 소총과 탄약을 올릴게요. 의약품과 향신료도 구하고요.] [해모수: 그럼 난 뭘 올리지? 올릴 게 없네. 금은보화라도 올려야 하나?]셋은 순간 서로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좋을지 생각하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마루가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마루: 그러지 말고 우리 서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주는 게 어떨까요?] [그렌: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야.] [해모수: 난 여자 속옷요.] [그렌: 어! 그게 있었구나. 나도 여자 속옷 그리고 화장품과 여성용품.]마루는 여자 속옷이 필요하다는 해모수와 그렌의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왕지현과 야엘이 천으로 가슴을 가리는 게 어지간히 맘에 걸렸었나 보다.
당장 필요한 것이 많을 텐데 속옷부터 찾으니 말이다.
[마루: 크크크, 어느새 두 사람 모두 공처가가 됐네.] [해모수: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공처가예요.] [그렌: 해모수 말이 맞아. 우린 공처가가 아니야. 애처가라고.] [마루: 예에! 알겠습니다. 당장 형수님과 제수씨를 위해 속옷부터 대령하겠습니다.]마루의 장난기 진한 말에 해모수와 그렌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그렌: 크흠, 미니 맵도 아주 유용하겠어.] [해모수: 이건 어떻게 써야 해요?]그렌과 해모수는 급히 화제를 미니 맵으로 돌렸다.
[마루: 마치 레이더와 지도를 합쳐놓은 것 같네요.] [그렌: 레이더라면?] [해모수: 지도는 알겠는데 레이더가 뭐죠?]마루는 두 사람을 위해 레이더의 기능을 설명해 줬다.
[마루: 해모수! 오른쪽의 십자 버튼을 눌러서 미니 맵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크게 만들어 볼래?] [해모수: 이렇게요?]마루의 요청에 따라 해모수가 미니 맵 오른쪽의 버튼을 누르자 깜빡이는 점의 모양이 조금씩 커졌다.
[마루: 잘했어. 이제 일자 버튼을 눌러봐!] [해모수: 오오! 배가 작아졌어요. 그런데 아까부터 깜빡이고 있는 점들은 뭐죠?] [그렌: 중앙의 흰색은 해모수고 노란색은 왕지현이다.] [마루: 맞아요. 나머지 녹색은 정찰선의 대원들이고 붉은색은 왜구들이네요.]해모수는 미니 맵을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