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나는 야엘과 같이 있는 게 좋아.”
“저도 마스터랑 같이 있는 게 너무 행복해요.”
그녀의 얼굴에는 정말 행복한 미소가 꽃처럼 환하게 피어나 있었다.
“그래도 선물은 줄 거야.”
“주면 감사히 잘 받을게요.”
“샤워를 하고 나오면 내가 다른 선물을 줄게.”
“그럼 우리 같이 샤워해요.”
“좋아!”
그렌은 대범한 야엘의 말에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까 봐 얼른 대답했다.
두 사람은 침대에서 일어나 손을 잡고 나란히 욕실로 들어갔다.
안으로 걸어가던 그는 뭔가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그렌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야엘은 그에게 뭔가 보답이나 서비스를 하려고 작정했는지… 욕실 안에 서있는 그렌의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어어! 흐읍!”
그는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갑자기 첨단에서 밀려오는 짜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가 후두부를 강타하며 뇌리 안에서 펑펑 터져나갔다.
자꾸 고개를 뒤로 젖히고 싶은 기분을 꾹 참았다.
대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미치도록 자극적인 광경이 동공을 가득 채웠다.
너무나 치명적인 시각 테러!
살짝 눈을 치켜뜨고 자신을 올려다보며 눈웃음치는 야엘의 눈동자!
이건 시각, 청각, 촉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트리플 입체 공격이었다.
결국 그렌은 정신없이 밀려드는 쾌락의 쓰나미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처절하게 무너졌다.
절정에 오르자 모든 것을 시원하게 쏟아냈다.
곧 절벽에서 떨어지듯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자극에 아예 먹혀버렸는지, 현자 타임이 오는데도 두 다리는 뭐가 무섭다고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어땠어요?”
“최고였어.”
뭔가 꿀꺽 삼키면서 손가락으로 입술을 닦는 야엘의 질문!
그렌은 입을 딱 벌리며 엄지 척을 쌍으로 날려줬다.
그의 제스처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꽤나 만족한 표정이었다.
꼬르륵!
그때 야엘의 배 속에서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식사 시간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맞추는 배꼽시계다.
그녀는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렌은 야엘의 엉덩이를 찰지게 한 대 후려쳤다.
“꺄악!”
야엘이 귀여운 비명 소리가 음악처럼 그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빨리 씻고 밥 먹으로 가자!”
“네.”
그녀는 그렌을 살짝 흘겨봤다.
별로 아프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히프를 손으로 문질러 댔다.
그러다 금방 미소를 띠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렌이 물을 떠서 그녀의 몸에 부어주었다.
그러자 야엘도 그의 몸에 비누칠을 해줬다.
두 사람은 알콩달콩 핑크빛 모드를 유지하며 샤워를 즐겼다.
물기를 닦고 욕실을 나온 그렌은 침대 위에다 그녀에게 준다고 약속한 선물을 꺼내 펼쳐놓았다.
“아까 준 것은 잘 때 입고, 나갈 때는 이걸 입도록 해!”
“어머! 또 선물을 주시는 거예요?”
“아까 준다고 약속했잖아.”
“마스터! 고마워요.”
야엘은 신이 난 표정으로 침대 위에 놓인 것들을 하나씩 입어보기 시작했다.
고기능성 스포츠 브라, 패션 언더웨어, V넥 티셔츠, 레깅스!
아까 선물 받았던 브래지어와 팬티는 살짝 힘만 줘도 찢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 선물은 입고 움직이는 게 아주 편했다.
“저 어때요?”
야엘은 두 손을 허리에 대고 모델처럼 포즈를 잡았다.
그렌은 환하게 웃으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예뻐!”
“헤헤! 고마워요.”
야엘은 그렌에게 폴짝 뛰어와 품에 쏙 안겨 들었다.
그는 그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을 꼭 안아주었다.
포옹을 풀자, 그렌도 마루에게 선물 받은 패션 언더웨어를 입었다.
확실히 이 세계의 속옷과는 차원이 다른 편함과 부드러움이 있었다.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입고 그 위에 문라이트 룬 메일을 장비했다.
손에 마력 증폭 장갑을 끼고 겉에는 마법 로브를 걸쳤다.
야엘도 그렌이 옷을 입고 있는 사이,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활동하기 편한 고급 군복을 꺼내 입었다.
영지의 심벌이나 부대의 마크가 달려있지 않아 마음 놓고 입고 다닐 수 있었다.
“오늘은 어디로 가실 거예요?”
“일단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자.”
“그다음은요?”
“왕실 마법부와 용병 길드에 들렀다가 프릴 마탑으로 갈 거야.”
“그럼 서둘러야겠네요.”
“우리 바빠도 하나도 안 바쁘게 돌아다니자.”
“히히, 알겠어요.”
그녀는 개구쟁이 소녀처럼 재미있다는 얼굴을 했다.
표정이 다양해진 만큼 야엘이 그렌을 믿고 의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특실을 나섰다.
그녀는 오늘도 예외 없이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렸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야엘의 빛나는 미모를 완전히 가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렌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힘이 없다면 모를까, 이제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은 이번에 정식으로 자작이 된 귀족이다.
감히 함부로 시비를 걸 만한 존재도 아니었다.
별빛이 머무는 언덕을 나와 상가로 향했다.
오늘은 어쩐지 밖에서 외식을 하고 싶었다.
“저기로 가자.”
“네.”
얼마 지나지 않아 에티오에서 소문이 자자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10년간 카시오페라 왕실의 주방장으로 있던 자가 이번에 새롭게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진짜 맛이 좋은지 확인하고 싶었다.
에티오라!
레스토랑의 이름이었다.
아침이라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넓은 레스토랑 안은 깨끗했고 격조 높은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편안한 소파에 앉자 웨이트리스들이 다가와 친절하게 메뉴를 소개했다.
가격을 보자 만만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돈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렌은 일부러 다양한 메뉴를 선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식 맛은 아주 훌륭했다.
야엘도 변함없이 3인분을 먹어치우며 더 없냐고 입맛을 다실 정도였다.
그는 그녀의 추가 주문을 종용하는 눈빛을 애써 무시했다.
대신 웨이트리스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손을 들자 웨이트리스가 칼같이 다가와 섰다.
“메뉴를 보니까 카시오페라 왕실 요리 100선이 있던데…….”
“네, 맞습니다. 저희 레스토랑의 주방장께서 10년간 왕실에서 요리했던 수많은 요리들 가운데 100가지를 엄선해 놓은 것입니다.”
“그거 네 세트만 부탁해!”
“예에?”
순간적으로 웨이트리스는 그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혹시 왕실 요리 100선에 있는 모든 요리를 원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아. 그거 네 세트를 만들어 달라고.”
“아, 알겠습니다.”
“언제까지 준비할 수 있지?”
“지금 가서 주방장님께 여쭤보고 오겠습니다.”
웨이트리스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종종걸음으로 주방에 들어갔다.
잠시 후, 나이가 지긋하고 풍채가 좋은 주방장이 나타났다.
“에티오라의 주방장 테오입니다.”
“반갑네. 나는 그렌 자작일세.”
“자작님을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만든 요리는 잘 먹었네. 음식 솜씨가 아주 훌륭하더군.”
“칭찬 감사드립니다.”
확실히 왕실에서 오래 있어서 그런지 말과 행동에 품위가 넘쳐흘렀다.
하지만 그런 것에 쫄릴 그렌이 아니었다.
“내가 오늘 좀 바빠서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말씀하십시오.”
“언제까지 요리를 준비해 줄 수 있겠나?”
“저녁에 오시면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습니다.”
“파티에 내놓을 게 아니라서 접시는 굳이 좋은 걸로 준비할 필요가 없네. 그냥 한번 쓰고 버릴 생각이야.”
“일회용으로 쓸 수 있는 접시에 담아놓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하네.”
그는 자신이 할 말만 하고 바로 일어났다.
주방장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했다.
입구에서 계산서를 받아 들자 야엘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하지만 그렌은 아무렇지도 않게 금화를 꺼내 계산을 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쓸 때는 과감히 써줘야 한다.
야엘은 굳이 그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뭔가 다 생각이 있으려니…….’ 하고 믿었다.
에티오라 레스토랑을 나온 그들은 프릴 마탑 에티오 지점을 향해 걸어갔다.
중간에 육포를 파는 가게를 보자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그렌은 대뜸 안으로 쏙 들어갔다.
곧이어 가게에 있는 최고급 육포를 싹 쓸어 담았다.
가게 주인은 아침부터 재신이 왕림했다고 무척 좋아했다.
자주 오라면서 원하지도 않은 햄과 소시지를 한 아름 안겨줬다.
물론 쇼핑한 것을 전부 손으로 들고 가지는 않았다.
그렌의 아공간 반지가 있는데 귀찮게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가게 주인은 눈앞에서 물건들이 사라지는 모습에 그제야 그렌의 정체를 눈치채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렌과 야엘은 신경도 쓰지 않고 가게를 나와 걸어갔다.
한참을 걷자 프릴 마탑 에티오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그렌 님!”
어떻게 알았는지 프릴 마탑 지점에 도착하자 피라미 지점장이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좋은 아침이오.”
그렌은 가볍게 한 손을 들어 인사를 받았다.
“안 그래도 제가 찾아갈까 생각 중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소?”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그는 피라미의 정중한 안내를 받으며 거침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은 매장은 반짝반짝 윤이 났다.
그렌은 피라미와 같이 2층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먼저 내 용건부터 말하겠소.”
“말씀하십시오.”
피라미 지점장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정자세로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렌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가감 없이 바로 얘기했다.
그의 말을 다 들은 피라미는 즉시 매장 직원들을 불렀다.
그러곤 이것저것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직원이 가장 먼저 가져온 것은 카탈로그였다.
“이건 우리 프릴 마탑에서 제작한 아티팩트의 종류가 담겨있는 카탈로그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여기서 고르시면 됩니다.”
그렌은 두툼한 책자를 빠르게 한번 훑었다.
그런데 점점 그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가격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비싸군요. 이럴 거면 차라리 내가 만들고 말겠소.”
은은한 분노가 느껴지는 그렌의 목소리!
얼굴엔 노골적인 짜증이 가득 섞여있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자 피라미는 그 모습에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5서클의 고위 마법사가 자신의 서클 아래의 아티팩트를 구입하는 것은 시간이 없거나 만들기 귀찮기 때문이지요. 시간을 넉넉하게 들인다면 당연히 직접 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뭔가 생각해 놓은 것이 있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프릴 마탑에서는 그렌 님 같은 분을 위해 아티팩트 제작 세트와 도구 세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렌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도 아티팩트에 들어가는 액세서리를 일일이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
마법사가 세공사는 아니기 때문에 무척 귀찮고 지루한 작업이다.
그런데 이런 마법사를 위해 아티팩트 제작 시간을 대폭 줄여주고 귀찮은 공정을 생략할 수 있는 제작 세트와 도구 세트를 판다니!
이건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한번 구경을 해볼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그리고 아까 팔고 싶다는 아이템은 여기 이동식 선반 위에 올려놓으시면 됩니다.”
그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공간 반지를 열었다.
안에서 더 이상 필요 없거나 처분하려고 가져온 것들을 모두 꺼내 이동식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5서클의 고위 마법사 레옹에게 전리품으로 획득했던 실드 반지, 힐 반지, 파이어볼 팔찌, 프릴 마탑에서 구입했던 4서클 기본 마법서 사본, 1서클에서 3서클까지의 하급 마법서, 각종 마법 서적, 우르카이의 주술 지팡이, 심지어는 보급품으로 얻은 최고급 사인용 천막과 물통까지…….
그사이 매장 직원이 다가와 그렌이 요청한 아티팩트 제작 세트 및 도구 세트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가져가서 가격을 뽑아와!”
“네, 지점장님.”
피라미는 매장 직원에게 지시해 이동식 선반을 눈앞에서 치웠다.
그렌은 아티팩트 제작 세트와 도구 세트를 살펴보느라 그런 일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거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 잘 만들었는데…….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겠어. 귀찮은 일도 넘어가고. 문제는 가격이구먼.’
그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몸을 뒤로 물렸다.
“어떻습니까?”
“훌륭하군. 그런데 가격은 어떻게 되오?”
“프릴 마탑 출신이시니 원가만 받겠습니다.”
“원가라…….”
“50퍼센트 할인율을 적용해 드린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