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이걸 미르 용병단에 전해주시오.”
“혹시 미르 용병단에서 이걸 빌리셨습니까?”
“그렇소. 또한 미르 용병단을 탈퇴할 생각이니 절차를 밟아주시오.”
“알겠습니다.”
나바호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두말하지 않고 부하 직원을 불렀다.
마법사라서 그런지 간단히 두 장의 서류에 서명을 하는 것으로 용병단에서 탈퇴하는 절차가 끝나버렸다.
그렌은 미리 준비해 놓은 편지를 꺼내 나바호에게 건넸다.
“이건 미르 용병단의 단장에게 전해야 하오.”
“지급입니까?”
“그렇지 않소. 아무 때나 전해주면 될 것이오.”
“그럼 통상적인 절차로 진행하겠습니다.”
“비용이 얼마나 되겠소?”
“이건 저희 토러스 대륙 용병 길드 에티오 지점에 처음 오신 기념으로 서비스해 드리겠습니다.”
나바호는 얼마 되지 않는 푼돈을 벌 생각이 없었다.
마법사가 자작이라면 5서클의 고위 마법사다.
이건 마탑에 좋은 연줄을 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거기다가 새파랗게 젊지 않은가!
나바호는 눈앞의 청년을 반드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맙소. 그럼 잘 부탁하오.”
“천만에요.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저를 찾아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소. 나바호 지점장!”
그렌이 그의 이름을 정확히 말하자 나바호 지점장은 만족한 듯 환한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마법사에게 자신의 이름만 각인시켜도 일단 성공이다.
인맥을 쌓는 첫 번째 단추가 아주 잘 끼워졌다.
나바호 지점장은 1층 현관까지 나와 그렌을 전송했다.
그의 정중한 태도에 용병들은 그렌을 경이의 눈동자로 쳐다봤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즐기는 것은 그렌만이 아니었다.
야엘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지켜야 할 주군인 마스터의 위상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기분 좋은 시선을 뒤로하고 그녀는 그에게 다음 행선지를 물었다.
“다음 코스는 어디죠?”
“여관으로 돌아가자.”
“예, 알겠습니다.”
그렌은 볼일을 다 보자 미련 없이 여관의 특실로 돌아왔다.
야엘이 특실의 문을 열자 그는 곧바로 소파로 걸어갔다.
테이블 위를 치우고 앉은 다음 아공간 반지를 열었다.
안에서 아티팩트 제작 세트와 도구 세트를 몽땅 꺼냈다.
그때부터 그렌은 마루와 해모수, 야엘에게 줄 아티팩트와 자신이 쓸 아티팩트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아티팩트 제작 세트와 도구 세트를 사길 잘했군.’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아티팩트 제작에 몰두했다.
아티팩트 하나 제작하는 데 짧게는 한 시간, 많게는 며칠도 걸린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극단적으로 단축시켜 주는 제작 세트와 도구 세트가 눈앞에 있었다.
그렌은 아티팩트 제작 세트의 순서를 철저히 따라 했다.
마치 미리 초벌구이라도 해둔 것처럼 기본적으로 필요한 인챈트 마법진이 잘 새겨져 있었다.
그가 한 일은 그 위에 마나를 불어 넣고 활성화를 시키는 것뿐이다.
이어 아티팩트의 동력으로 사용할 하급 마나석 대신 중급 마나석으로 대체했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마법진을 디자인 마법과 프린트 마법으로 하나씩 새겨 넣었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한 개의 마법 반지가 완성됐다.
“실드! 힐!”
마법의 시동어를 말하자 즉시 실드 마법과 힐 마법이 발동됐다.
“좋군.”
그렌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아티팩트 제작에 집중했다.
마법 반지 하나를 완성하자 그다음은 더욱 속도가 빨라졌다.
두 번째 것은 20분 만에 만들었다.
세 번째는 15분도 넘기지 않았다.
갈수록 시간이 빨라지고 아티팩트 제작에 속도가 붙었다.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던 것은 의외로 야엘을 위한 전신 갑옷의 인챈트였다.
무려 최상급의 아머 제작 세트를 써서 만들었다.
하지만 자꾸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튀어나왔다.
‘갑옷 자체를 위한 강화 마법진과 충격 흡수진을 조금 손보는 게 좋겠어. 그래야 대마법 방어진과 대물리 방어진이 온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야. 여기에다 동력을 중급 마나석 대신 상급 마나석으로 바꾸고 발현과 유지 방식에 변화를 주면 더욱 효율이 좋아지겠지.’
그렌은 야엘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머리를 쥐어짜며 온갖 좋은 아이디어를 다 털어 넣었다.
실드 마법을 시작으로 스트렝스와 헤이스트 마법을 인챈트했다.
더울까 봐 온도 조절 마법진도 그려 넣었다.
나중에는 청소하기 귀찮을지 몰라 클린 마법과 정화 마법을, 끝으로 오래 입으라고 복구 마법진까지 잊지 않고 새겨 넣었다.
그 외에도 자잘한 몇 개의 마법진을 인챈트한 그렌은 마지막으로 아티팩트를 활성화시켰다.
최상급의 전신 갑옷이 하얀 빛에 휩싸였다.
“아!”
야엘은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야엘! 가져가라! 이제부터 이건 네 거야.”
“네? 정말로요?”
“그럼 내가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겠어. 네가 입을 마법의 전신 갑옷 프릴 아머다.”
그렌의 별것 아닌 듯한 말투에도 그녀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감동에 감격이 더해져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야엘은 발소리도 내지 않고 스르륵 다가왔다.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마법의 전신 갑옷을 받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프릴 아머! 잘 받았습니다. 제 목숨을 바쳐 마스터를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렌은 야엘이 말하는 기사의 맹세 같은 말에 가볍게 대꾸했다.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그저 기사 놀이에 불과했다.
세상에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을 좋아할 남자는 없다.
그렌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줬다.
아직은 아티팩트 제작을 위해 집중력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는 끈질기게 집중력을 발휘해 계속 아티팩트를 만들었다.
프릴 아머 한 개. 프릴 반지 네 개, 프릴 목걸이 세 개, 프릴 팔찌 두 개!
결국 계획했던 아티팩트를 전부 완성시켰다.
“다 됐다.”
그렌이 벌떡 자리를 털고 일어나 두 팔을 하늘 높이 치켜올렸다.
기지개를 켜자 전신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끝나셨어요?”
“아티팩트 제작은 다 끝났어. 오래 기다렸지?”
“아니에요.”
“점심은 여기서 먹고 저녁은 에티오라 레스토랑에 가서 먹자.”
“예.”
에티오라 레스토랑의 음식이 맛있었는지 야엘의 안색에 기쁨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어차피 저녁에는 전 왕실 주방장이 운영하는 최고급 레스토랑 에티오라에서 주문해 놓은 카시오페라 왕실 요리 100선 네 세트를 챙겨와야 한다.
그러니 가서 겸사겸사 저녁 식사도 하고 요리도 가져올 예정이다.
여관의 직원을 불러 푸짐한 점심 식사를 가져오게 했다.
특실 안에서 거하게 점심을 먹은 그렌은 곧바로 렌 화약 제조에 들어갔다.
야엘은 한쪽 구석에 앉아 오러 연공을 하거나 명상을 했다.
그것도 지겨워 침대에 누워 오수를 즐기기도 했다.
그렌은 간간이 야엘을 쳐다보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곤 다시 작업을 이어갔다.
렌 화약 제조가 끝나자 이번에는 폭탄 제조로 들어갔다.
고폭탄, 수류탄, 클레이모어, 부비 트랩, 소이탄, 백린탄, 황린탄…….
그의 열정적인 모습에 해모수가 적지 않게 감동했다.
[해모수: 그렌 형! 이거 너무 고생을 많이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렌: 고생은 무슨!]울 것 같은 해모수의 말에 그렌은 별거 아닌 듯 대꾸했다.
[마루: 그렌 형, 진짜 수고가 많네요.] [해모수: 그런데 난 정말 보내줄 게 없어요.] [마루: 없긴 왜 없어? 바닷가에 사니까 활어를 잡아도 되고 싱싱한 해산물과 청과물 그리고 채소도 보내주면 되잖아.]해모수는 마루를 보며 따지듯 물었다.
하지만 사실 그의 마음은 줄 게 없어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더 컸다.
[해모수: 그런 게 이거와 비교가 돼요?] [마루: 그럼 해적한테 전리품으로 얻은 금은보화나 유황 같은 거를 보내도 되겠네.] [해모수: 에고, 난 포기다. 그냥 필요할 때마다 얘기하세요. 보내드릴 수 있는 것은 전부 구해서 보내드릴게요.]해모수의 기가 팍 죽었다.
상대적으로 마루와 그렌에 비해 뭔가 보내줄 게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다 했다.”
이번에는 정말 다 끝났다.
야엘은 깊이 잠이 들었는지 그가 소리를 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렌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인벤토리와 아공간 반지 그리고 마법 주머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유 인벤토리를 통해 마루와 해모수에게 보내줄 물품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렌: 이게 내가 너희들에게 보내줄 물품 리스트야.]마루에게 보낼 물품 리스트: 이클립스 팔찌(축복, 정화), 최상급 마나석 1개, 상급 마나석 1개, 마법 로브(상급), 프릴 반지(실드, 힐), 프릴 목걸이(인비저블, 라이트닝, 헤이스트), 각종 포션, 카시오페라 왕실 요리 100선, 최고급 육포
해모수에게 보낼 물품 리스트: 최상급 마나석 1개, 상급 마나석 1개, 마법 갑옷(오우거), 프릴 반지(실드, 힐), 프릴 목걸이(인비저블, 윈드 커터, 쇼크 웨이브), 각종 포션, 카시오페라 왕실 요리 100선, 최고급 육포, 렌 화약, 고폭탄, 수류탄, 클레이모어, 부비 트랩, 소이탄, 백린탄, 황린탄…….
[해모수: 우와! 최상급 마나석과 오우거 마법 갑옷이다.] [마루: 형, 너무 막 퍼주는 거 아니에요? 게다가 이클립스 팔찌라니…….]이번에는 해모수보다 마루가 더 깜짝 놀랐다.
그렌이 마루에게 보내줄 목록 중에 이클립스 팔찌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렌: 사실 아공간 반지를 주고 싶었는데 이게 주인 인식이 들어가 있는 거라서 줄 수가 없어. 그리고 이클립스 팔찌가 가지고 있는 효능은 마루의 세계에서 꼭 필요한 축복과 정화야. 이건 당장 내게 필요한 게 아니야. 그리고 만약 내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때 네가 내게 다시 돌려주면 되잖아.] [마루: 그렇긴 하지만.] [해모수: 히야! 그렌 형 배포 쩐다.]마루와 해모수는 그렌의 진실한 마음이 느껴지자 가슴이 찡해졌다.
자신의 육체가 아니라서 당장 울컥하는 마음만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는 이미 펑펑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렌: 솔직히 말해서 마루 네가 당장 내게 준 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마루: 그래도 어디 감히 마법 아이템, 아니 아티팩트에 비교하겠어요. 거기에다 이클립스 팔찌는 무려 크로노스 대마법사의 유산이잖아요.] [해모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그렌의 말에 마루와 해모수가 더욱 송구스러워졌다.
그렌은 더 이상 얘기해 봤자 같은 소리만 계속 들을 것 같아서 즉시 화제를 돌렸다.
[그렌: 기왕 공유 인벤토리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좀 더 활용 방안에 대해 의논해 보자.] [마루: 좋아요.] [해모수: 나도 좋아요.]그렌은 마루를 향해 먼저 질문을 던졌다.
[그렌: 마루야! 좀비 사태가 잘 해결된다면 모를까 앞으로 식량 대란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니?] [마루: 맞아요. 지금은 교회 창고를 빌려서 식량과 각종 물자를 잔뜩 비축해 놨지만 앞으로 사신회가 커지면 소모될 물자도 같이 늘어날 게 분명해요.] [해모수: 그런 문제라면 나도 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렌: 그렇지. 이건 해모수와 내가 도와줄 수 있어. 그러니까 하루에 한 번씩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보내다가 정 넣을 게 없으면 식량을 꾸준히 보내주도록 하자.] [마루: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해모수: 저도 그렇게 할게요.]그렌의 제안에 마루는 크게 기뻐했다.
그의 생각엔 좀비 사태가 당장 해결된다고 해도 식량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마루: 참! 영지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해모수: 아직 좋은 게 나오지 않았으니까 연락이 없겠죠.] [그렌: 맞아. 아무래도 덩치가 큰 거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그나저나 마루는 무기와 방어구 같은 거 더 필요하지 않아?] [마루: 생각해 보니 정말 많이 필요하겠어요.]당장은 화기를 쓰는 것보다 냉병기가 좋았다.
좋은 방어구가 있으면 착용하는 게 생존율을 많이 높일 수 있었다.
[해모수: 현대 무기를 사용하면 좀비를 금방 잡을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되나 봐요.] [그렌: 아무래도 인구가 많아서 쉽지 않을 거야. 그리고 조용히 좀비를 잡아 없애려면 화약 무기보다는 냉병기가 낫지.] [마루: 소총에 소음기를 달아도 어느 정도 소리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마루의 말에 그렌이 고개를 저었다.
[그렌: 그건 마법을 쓰면 되잖아. 사일런스 마법을 활용하면 소음 자체를 크게 줄이거나 아예 일정 지역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 수 있어.] [마루: 아하! 그걸 생각하지 못했네요.] [해모수: 대박! 정말 마법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