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이 새끼들 완전히 쓰레기네.”
“뭐 쓰레기? 감히 어디서 이런 개뼈다귀 같은 놈이 나타나서…….”
창!
파르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허리에 찬 숏 소드를 뽑아 들었다.
“안 돼!”
“안 됩니다.”
아라바 집사를 비롯한 용병들이 일제히 손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그렌은 그 모습에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희들도 봤지? 분명히 이놈이 먼저 내게 검을 뽑고 날 위협했어.”
“죄, 죄송합니다. 이건 실수입니다.”
“실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라바가 급히 무마하려고 나섰지만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화르륵!
허공에 거대한 불덩어리가 하나 떠올랐다.
3서클의 마법인 파이어볼이었다.
이거 한 방이면 이곳에 서있는 놈들을 모두 숯덩이로 만들 수 있다.
“헉! 마법사!”
“그걸 이제 알았어?”
그렌은 차가운 눈동자로 파르크를 쳐다봤다.
아라바 집사가 얼른 그의 앞을 막고는 소리쳤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돈은 원하시는 만큼 지불하겠습니다.”
“아니 이것들이 내가 무슨 거지새끼인 줄 아나!”
그렌이 호통을 치자 이제는 용병들이 나섰다.
아니 모두 무릎을 꿇더니 열심히 빌기 시작했다.
“마법사님,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생각해 보니 용병들의 말이 맞았다.
자신에게 시비를 건 놈은 파르크지 용병들이 아니었다.
“흐음, 좋아! 너희들은 모두 이쪽으로 모여서 무릎 꿇고 앉아있어.”
“예, 마법사님!”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용병들은 우르르 한쪽으로 몰려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살다 보니 무릎 꿇고 앉으라고 하는데 저렇게 좋아하는 놈들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저희 파르크 도련님은 발다 상단의 소단주이십니다. 마님은 발다 영지를 다스리고 계시는 영주님의 친여동생이 되십니다.”
“어쭈! 이제는 나를 배경으로 협박하는 거야? 너 내가 누구인 줄 알고 그런 저급한 짓을 하냐?”
“네에? 협박이라니요? 절대 아닙니다.”
파르크는 타오르는 파이어볼의 위력에 이미 바지를 지린 상태였다.
아라바 집사만 간신히 정신 줄을 놓지 않고 어떻게든 그렌의 분노를 피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수도에 몬스터를 들인 것도 모자라서 감히 귀족을 살해하려고 들어? 거기에다 이제는 귀족을 협박하고 모욕을 해!”
“귀, 귀족이십니까?”
“그래. 나 귀족이다. 내가 바로 그렌 자작이다.”
“자, 자작!”
파르크와 아라바는 너무 놀라서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거 건드려도 너무 거물을 건드렸다.
파이어볼을 쓰는 마법사가 자작이란다.
그럼 최소한 5서클의 고위 마법사다.
안 그래도 마탑의 눈치를 보는 판국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마법사와 척을 지게 되다니…….
아라바는 파르크를 빨리 말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아니 애초에 고블린을 애완 몬스터로 키우는 걸 허락한 상단주가 원망스러웠다.
“너희들 일단 좀 맞자!”
“예에?”
그렌은 파이어볼을 캔슬했다.
죽여버리면 간단하다.
하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뒤탈이 날까 봐 작전을 좀 바꿨다.
“야엘! 이놈들 일단 반 죽여놔!”
“예스! 마스터.”
야엘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검집을 풀어 두 놈을 신나게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퍽, 퍼버벅, 퍽퍽, 퍽퍽퍽…….
으악, 켁, 끄악, 아악…….
블랙 타워 앞에 때아닌 매타작이 시작됐다.
야엘은 안 그래도 파르크의 무례한 행동에 열이 받았다.
아라바 집사라는 놈의 개수작을 옆에서 지켜보니 참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마스터가 이렇게 미리 마음속을 읽은 것처럼 명령까지 내려줬다.
더 이상 이들을 패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야엘은 정말 그가 명령한 대로 두 놈을 아예 반쯤 죽여놓았다.
“힐! 힐!”
그렌은 다 죽어가는 놈들을 보자 즉시 힐 마법을 연속으로 펼쳤다.
“어? 안 아프다.”
“헉! 안 돼!”
파르크와 아라바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파르크는 고통이 사라지자 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아라바는 그렌이 뭘 하려는지 깨닫고는 절규했다.
퍽, 퍼벅, 퍽, 퍼벅, 퍽퍽퍽퍽…….
커억, 으악, 켁, 끄악, 아악…….
또다시 매타작이 벌어졌다.
두 놈 모두 적당히 살이 붙은 체형이었다.
검집이 손에 쫙쫙 달라붙는 게 확실히 패는 맛이 있었다.
야엘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그려졌다.
그걸 또 용케 발견한 아라바는 진짜 기절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쉽게 기절조차 할 수 없었다.
어찌나 교묘하게 잘 패는지 중상은 입지 않고 점점 고통만 더 배가되고 있었다.
촤라락, 촤라락, 촤라라락!
매타작과 힐 마법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을 때!
수풀 사이로 난 길을 통해 고급 마차 한 대와 수십 대의 쇠창살을 단 마차들이 다가왔다.
“그렌 자작님!”
“인트로 마법사! 어서 오게.”
마차 문이 열리고 인트로가 총알처럼 튀어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게 말이지…….”
인트로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렌은 자초지종을 친절하게 잘 설명해 줬다.
“네에? 아니 이자들이 미친 거 아닙니까? 수도 한복판에 몬스터를 들여오다니요. 그것도 번식률이 가장 높은 몬스터 중 하나인 고블린을 말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거기에다 우리 대 프릴 마탑의 자랑이시자 고위 마법사이신 그렌 자작님을 살해하려고 검을 뽑았다고요? 귀족을 모독하는 것만도 중죄인데 귀족을 살해하려 들다니!”
인트로가 상당히 오버를 하며 크게 소리쳤다.
그렌은 속으로 ‘잘한다!’를 연발했다.
아라바 집사는 밀려오는 고통 속에서도 이 소리를 듣자 죽을 맛이었다.
몬스터 수도 밀반입, 귀족 살인미수, 귀족 모독 등등.
이제 정말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
하필이면 건드려도 카시오페라 왕국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감자! 아니, 마탑인 프릴 마탑이라니…….
그것도 상대가 정식으로 자작의 작위를 받은 5서클의 고위 마법사였다.
아라바는 정말 파르크를 당장 때려죽이고만 싶었다.
“그렌 자작님,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즉시 피라미 지점장님에게 가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인트로는 마치 자신이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흥분해서 난리를 쳤다.
그 모습을 보며 그렌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럴 거 없네.”
“네? 그럴 게 없다니요?”
그렌의 말에 인트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인트로가 잠깐 떠올렸던… 너그럽게 용서하는 미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렌은 마법 수정구를 꺼내 인트로에게 내밀었다.
“이걸 쓰는 게 빠를 것이네.”
“아! 감사합니다.”
인트로는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고 마법 수정구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이미 그렌이 듬뿍 마나를 먹여놔서 당장 쓰는 데 조금도 지장이 없었다.
마법 수정구로 통신을 걸자 곧바로 피라미 지점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렌 님, 부르셨습니까?
“지점장님, 저 인트로 견습 마법사입니다.”
―응? 아니 무슨 일인가? 혹시 그렌 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그게 무슨 일이 있었냐면 말입니다. 감히…….”
그때부터 인트로는 마법 수정구에 침을 튀기며 미주알고주알 전부 일러바쳤다.
그러자 피라미 지점장이 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당장 그 파르크인지 파리 새낀지 좀 비춰봐!
“네.”
인트로가 마법 수정구를 가져가 파르크와 아라바 집사의 얼굴을 비췄다.
―아니 이자는 발다 상단의 개망나니 장남 파르크 아냐? 옆에는 아라바 집사까지…….
“아이고, 피라미 지점장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파르크는 아직도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했다.
마법 수정구 안의 피라미를 보자 눈이 번쩍 뜨여 인트로에게 달려들었다.
야엘이 접근을 막으려고 나섰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인트로가 한쪽 발을 앞으로 쭉 뻗었다.
퍽!
인트로의 발바닥에 얼굴을 맞은 파르크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야엘은 인트로를 향해 살짝 엄지를 치켜들었다.
―인트로, 그렌 님에게 이번 일을 우리에게 맡겨달라고 부탁드려 봐!
“예.”
인트로가 다가오자 그렌은 마법 수정구를 잡고는 직접 피라미와 소통했다.
“내가 그렇게 해준다면 어찌하겠소?”
―당연히 저희가 확실하게 피해 보상을 받아내겠습니다.
“하도 어이없는 일을 당해서 내가 지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신적인 피해 보상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무엇을 생각하시든 그 이상으로 뽑아드리겠습니다.
피라미는 전에 없던 자신감을 내보였다.
아주 이 기회를 노려 발다 상단을 탈탈 털어버리려는 모양이었다.
그렌은 피라미의 말에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기대하겠소.”
―아무 걱정 하지 마십시오. 실망시켜 드릴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귀찮은 일을 대신 해주겠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법 수정구를 인트로에게 넘겼다.
둘은 뭐라고 한참 속닥였다.
그러곤 파르크와 아라바의 신병을 구속했다.
밧줄로 꽁꽁 묶어서 마차에 싣고 프릴 마탑 지점으로 가려는 모양이었다.
인트로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렌 님, 일단 노예상인부터 데려왔습니다.”
“수고했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뒤쪽ㅊ 쇠창살 마차 안에 갇혀있는 노예들이 수십 명이나 보였다.
“그럼 저는 잠깐 프릴 마탑 지점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러시게.”
인트로는 그렌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마차를 몰고 사라졌다.
고개를 돌리자 앞에 두 손을 싹싹 비비고 있는 노예상인의 얼굴이 보였다.
“야엘!”
“예, 마스터.”
그렌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대신 야엘을 내세웠다.
그녀는 당당한 자세로 노예상인과 거래를 시작했다.
한쪽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던 용병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연신 침을 코에 발라대고 있었다.
* * *
캉캉캉, 캉캉캉캉!
뚝딱, 뚝딱, 뚝딱!
쿵쿵쿵, 쿵쿵쿵쿵!
블랙 타워는 요란한 소음으로 뒤덮였다.
일류 석공과 목수들이 수십 명의 인부들을 부리며 한창 공사 중이었다.
그들을 보조하는 노예들도 백여 명은 넘을 것 같았다.
엄청난 인적 물량이 투입된 블랙 타워는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성벽이 보수되고 철문의 녹이 벗겨지며 새롭게 칠이 칠해졌다.
네모난 성벽을 따라 주거 시설과 편의 시설이 지어져 속속 위로 올라갔다.
연무장이 만들어지고 한쪽 구석에 마구간이 세워졌다.
활짝 열린 성문을 통해 짐마차들이 계속 들어왔다.
마차에 달린 깃발을 보니 발다 상단의 짐마차들이었다.
야엘은 이번에 새로 구한 모리스 출신 노예들을 시켜 마차의 짐을 내렸다.
벌써 한쪽에 쌓아놓은 짐이 산더미 같았다.
하지만 그렌이 나타나자 금세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공간 반지를 열어 전부 쓸어 담은 것이다.
“일단 가구부터 들여놓을게.”
“예, 마스터.”
그렌의 말에 야엘이 활짝 웃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는 그녀가 웃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메인 타워로 들어간 그는 꼭대기로 올라갔다.
아공간 반지를 열어 발다 상단이 보내준 돌을 깎아 만든 원탁과 의자를 꺼내놓았다.
신경을 많이 썼는지 보기만 해도 눈이 호강을 하는 예술품이었다.
여기다 예쁜 방석과 쿠션만 달면 아마도 훌륭한 테라스 역할을 해낼 것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넓은 공간을 쳐다봤다.
원형의 공간은 그렌과 야엘의 침실이자 생활공간이다.
아공간 반지를 열어 역시 발다 상단이 보내준 최고급 침대를 꺼냈다.
이어 원목으로 만들어진 고급 장롱과 서랍, 책상과 의자, 식탁과 주방용 가구들도 꺼내서 잘 배치했다.
“좋았어!”
나중에 야엘이 원하는 대로 다시 가구를 배치하겠지만… 그렌이 보기에는 아주 근사했다.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1층은 창고로 쓰기로 결정했다.
필요한 가구와 집기를 전부 꺼내놓았다.
각종 곡물과 식량, 향신료와 조미료, 원단과 재료 등을 잘 나눠서 보관했다.
지하 2층은 그의 연구실과 마법 공방이다.
이곳은 야엘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못을 박아놓았다.
그렌은 무쇠로 만든 커다란 테이블을 시작으로 여러 가구와 집기, 각종 설비와 도구를 꺼내 배치했다.
연구소와 마법 공방을 위한 장비들이 차례로 들어섰다.
그는 프릴 마탑에서 보내준 각종 아티팩트 제작 세트와 도구 세트를 꺼냈다.
한쪽으로 초소형 화로를 비롯한 주물과 금형 및 세공 설비도 완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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