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끼이익, 철컹!
남동쪽 끝의 차단 문이 열렸다.
마루를 비롯한 열두 명의 정찰대는 즉시 매봉산으로 올라갔다.
맨 앞과 중간 그리고 맨 끝에 선 사람만 플래시를 켜게 했다.
하지만 마루는 플래시가 전혀 필요 없었다.
눈에 포스를 머금으면 대낮처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미니 맵까지 있으니 주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미니 맵을 켜자 주변에 좀비 몇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게 보였다.
평소라면 가차 없이 없애버렸을 테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서 살짝 옆으로 피해갔다.
계단을 타고 산 위로 올라갔다.
등산로를 타서 매봉산 정상을 찍고 남쪽으로 향했다.
중청계를 지나자 청계로가 보였다.
미니 맵의 위력은 확실했다.
좀비가 있는지 없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민정아! 정면에 좀비 한 마리 있어. 가서 머리를 쏴!”
“알겠어요.”
마루는 청계로를 어슬렁거리는 좀비를 민정에게 맡겼다.
근접전은 피하고 원거리에서 활을 쏴서 없애라는 말이었다.
민정은 창을 내려놓고 지게에 매달아 놓은 화살을 꺼냈다.
시위에 화살을 걸고 조용히 앞으로 걸어갔다.
어느 순간 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활을 쐈다.
핑!
풀썩!
화살이 날아가고 뭔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이스 샷!”
마루가 칭찬을 하자 한소신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형, 그게 보여요?”
“응, 보여.”
사실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
적을 표시하는 붉은 점이 사라지는 것만 봐도 그녀가 제대로 처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청계로를 따라 쭉 내려갔다.
옆에 수로가 나타났다.
수로를 따라서 계속 남하했다.
학의 분기점이 나오자 그들은 수로를 따라 고속도로 아래로 걸었다.
위쪽은 모르지만 아래쪽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거의 좀비가 없었다.
물론 좀비 한두 마리가 가끔 튀어나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들 좀비 한 마리 정도는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창으로 머리가 뚫린 좀비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백운호수다!”
백운호수가 보이자 마루는 의일로를 타고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망 쉼터를 지나자 식당 몇 개가 나왔다.
좀비들이 그들을 반갑게 맞아줬다.
“모두 뒤로 물러서서 원진을 구성하세요.”
마루의 말에 그들은 즉시 뒤로 물러섰다.
원형으로 둥그렇게 진형을 만들고 바깥을 보고 섰다.
그사이 마루는 좀비들을 향해 다가갔다.
푹, 빡, 푹, 퍽!
그의 창은 두 번 일을 하지 않았다.
좀비들의 뇌를 곤죽으로 만드는 것은 단 한 번의 창질로도 충분했다.
“이동!”
단박에 좀비 네 마리를 처리한 마루는 다시 움직였다.
게장 백반집 옆을 지나자 학현 마을 회관이 나왔다.
바로 옆에는 슈퍼도 하나 붙어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안을 살폈다.
다행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은 활짝 열려있었지만 미니 맵에서는 사람이나 좀비를 찾을 수 없었다.
이 층에는 철거 회사가 있었다.
만에 하나를 생각해서 이 층까지 꼼꼼히 살펴봤다.
소음이 컸는지 좀비 몇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그들도 어둠을 꿰뚫어 보는 재주는 없는지 정확한 방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놈들의 접근을 미리 알고 있는 마루는 빠르게 다가가 한 놈씩 가볍게 처리했다.
“안으로 들어갑시다.”
마루가 신호를 보내자 정찰대는 모두 마을 회관으로 들어갔다.
“여긴 의왕시 학의동 같은데…….”
동부 1팀장 김상옥이 와본 것처럼 얘기했다.
“맞습니다. 여긴 의왕시예요.”
“이들을 모두 이곳에다 두려는 겁니까?”
“예, 옆에 슈퍼도 있으니 당분간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될 겁니다.”
그들은 모두 등에 지고 있던 사람들을 내려놓았다.
“모두 나가있으세요.”
마루의 말에 다들 군소리 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는 문이 닫히자 인벤토리에서 당장 이들이 먹을 식량과 식수를 꺼내 한쪽에 쌓아뒀다.
좀비 퇴치 키트 열두 개도 옆에 꺼내놓았다.
마루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을 선택해 줄을 풀어주었다.
두 사람은 급히 눈을 가리고 있는 천을 벗고 입을 막은 테이프를 떼어냈다.
“우웨엑!”
“우억!”
그들은 헛구역질을 하며 괴로워했다.
마루는 차분한 눈길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여기는 의왕시 학의동입니다. 저기 먹을 것과 마실 물이 있습니다. 좀비 퇴치 키트도 사람 숫자대로 있으니 창으로 조립해서 쓰세요.”
“사, 살려주세요.”
“우리를 여기에다 버리고 갈 겁니까?”
그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루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이들의 말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바로 옆에 슈퍼가 있습니다. 아직 약탈당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당분간 지낼 만할 겁니다. 한 가지 당부를 드리겠습니다.”
“…….”
“절대로 문원동으로 돌아오지 마세요.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죽게 될 겁니다. 이건 마지막 경고입니다. 다음번에는 경고 따위는 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에게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
꿀꺽!
마루는 두 사람을 차갑게 노려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그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의 밧줄을 풀어줬다.
“이게 잘 안 풀리네!”
“좀비 퇴치 키트에서 창촉을 꺼내 쓰자.”
두 사람은 즉시 좀비 퇴치 키트를 열어 날카로운 창촉을 꺼냈다.
그것으로 밧줄을 자르자 금세 풀렸다.
중년 여인 한 명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밖을 내다봤지만 사람의 그림자는 찾을 수 없었다.
이미 그들은 떠나간 것이다.
크와아아!
캬하아아!
멀리서 좀비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들이 뭔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먹을 것이 있고 안전이 보장된 집을 걷어차고 사지로… 약육강식과 강자독식의 야생으로 들어온 것이다.
눈물을 흘리던 한 소녀의 머릿속에서 노래 제목 하나가 떠올랐다.
‘Welcome to the Jungle.’
* * *
돌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올 때보다 배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등에 진 지게가 가벼워서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두고두고 골치를 썩일 말썽쟁이들을 한 번에 떨궈버린 것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사사삭, 사사삭!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올 때는 간간이 보이던 좀비들!
그런데 지금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매봉산 정상을 찍고 등산로를 탔다.
계단을 타고 빠르게 내려오자 멀리 문원동이 보였다.
파칭!
그때 갑자기 묘한 파장이 전신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이 일어나서 소름이 쫙 끼쳤다.
마루는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한소신과 우성존이 하늘을 쳐다보며 외쳤다.
“저것 봐!”
“하늘이다.”
민정도 고개를 치켜들며 커다랗게 눈을 떴다.
하늘에 거대한 보라색 링이 떠있었다.
그것은 마치 금속처럼 빛을 반짝여 대고 있었다.
“뭐야 저거?”
“파이럿 혜성의 파편이 모인 거잖아!”
마루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왜 링 모양이지?”
“전에는 저런 모양이 아니었잖아.”
“저걸 보고 있는데 왜 이렇게 역겹게 속이 느끼해지지?”
“난 소름이 다 돋았어.”
정찰대는 모두 자신의 팔에 난 소름을 문질러 댔다.
“어? 뭔가 나온다!”
진아의 말에 다들 눈을 커다랗게 떴다.
거대한 보라색 링의 중앙!
아무것도 없이 그저 검기만 했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칠흑처럼 검고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불길한 구체가 빠져나오려 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악마의 포효일까?
우레 같은 엄청난 굉음이 하늘에서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우릉, 우르릉, 우르르릉!
대지는 지진이 난 듯 흔들렸고… 무저갱에서 올라오는 호곡처럼 울어댔다.
아웅, 아웅, 아웅, 아웅, 아웅…….
보라색 링은 참람한 진동음을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크기도 점점 커졌다.
지금도 이미 충분히 큰 상태다.
그런데도 만족을 못 했는지 몸집을 더 가열하게 불려가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저 끔찍한 느낌의 검은 구체가 얼마나 큰지, 아직도 전부 빠져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얼마나 커지려는 거야?”
“뭔가 무시무시한 게 나올 것 같아.”
그들은 이 기상천외한 현상을 넋을 잃고 쳐다봤다.
가끔씩 터져 나오는 대지를 울리는 진동에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기도 했다.
[그렌: 이럴 수가! 헬 게이트가 열리다니…….] [해모수: 헬 게이트라니요?] [마루: 설마 저게 지옥의 문이라도 된다는 말이에요?]그렌의 말에 마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렌: 저건 일종의 거대한 게이트야. 마계인지 지옥인지, 아니 뭐가 나올지 모르지만… 저 부정한 행성이 통째로 게이트를 뚫고 차원을 건너오려는 거야.] [마루: 그게 말이 되는 소리예요?] [해모수: 어떻게 하나의 행성이 게이트를 타고 차원을 넘어올 수 있어요?]마루와 해모수는 도저히 그렌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렌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렌: 저건 게이트가 확실해! 마법사라면 누구라도 저것이 게이트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하늘은 점점 보라색의 링과 그 안에서 나오려는 거대한 검은 행성으로 뒤덮여 가고 있었다.
어찌 보면 악의가 가득 찬 악마의 눈동자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사악한 마귀들이 사는 지옥처럼 보였다.
[마루: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돼요?]마루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렌에게 물었다.
[그렌: 저게 밖으로 다 빠져나오면 끝이야. 저 행성에 뭐가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다이렉트로 지구로 건너오려 한다면 아마 막을 방법이 없을 거야.]그렌의 말은 절망적이었다.
마루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해모수: 마루 형, 일단 집으로 가세요. 죽을 땐 죽더라도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렌: 맞다. 마루야! 네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차라리 집으로 달려가!] [마루: 알겠어요.]마루는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모두 집으로 달려갑시다. 여기서 이러고 있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좋습니다.”
그들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그의 말에 찬동했다.
다다다다다!
도도도도도!
그때부터 정찰대는 무서운 속도로 매봉산을 내려갔다.
간간이 좀비들이 튀어나왔지만 마루의 무서운 발길질에 그대도 머리가 터져나갔다.
크아아아아!
또다시 천지를 진동시키는 엄청난 포효가 터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제 검은 행성은 눈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커져있었다.
“멈추지 말고 달려요!”
“달려라!”
“빨리 집으로 가자.”
마루의 말에 다들 호응하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세상은 점차 보라색 빛으로 물들어 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무후무한 악의를 담은 검은 행성으로부터 시커먼 기운이 뭉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악하고 부정하며 참람하고 역겨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거부감에 구토를 부르는 그런 기류가 지구를 덮쳐오고 있었다.
“문 열어!”
남부 3팀장이 앞을 향해 크게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남동쪽 끝 방벽에 대기 중이던 팀원들이 서둘러 차단 문을 열었다.
정찰대는 열린 차단 문을 통해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마루가 정찰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은 모두 가족과 같이 계세요. 나중에 일이 생기면 그때 모이죠.”
“알겠습니다.”
그들은 마루의 말에 즉시 사방으로 헤어졌다.
각자 자신의 가족들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오직 마루와 지원 팀만 헤어지지 않고 한 몸처럼 움직였다.
그들은 골목을 빠르게 달려 대망 슈퍼 앞에 도착했다.
[그렌: 마루야! 큰일 났다.] [마루: 왜요?] [해모수: 이번엔 또 뭐예요?] [그렌: 저 검은 기류는 마기야!] [마루: 마기?] [해모수: 마귀의 기운이라는 말이에요?]마루와 해모수가 바로 알아듣지 못하자 그렌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그렌: 마기라고……. 마기 몰라? 마족들이 살고 있다는 행성의 기운 말이야.] [해모수: 그럼 저 기류가 마족들에게 좋은 거예요?] [마루: 혹시 마기가 마족들에게는 일종의 마나 같은 건가요?]그렌은 두 손을 마주치며 외쳤다.
[그렌: 그래 바로 그거야. 마계 행성에 사는 모든 생명체, 즉 마족, 마수, 마인 등이 모두 마기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거지.] [해모수: 그런데 저 마기가 지구를 덮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렌: 부정한 것들은 변태를 할 것이고 사악한 것들은 힘을 얻겠지.] [마루: 아!]마루는 가슴이 답답해져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