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오! 주여!”
“신이시여!”
“하나님!”
“부처님!”
“하느님!”
병사들은 성스럽게 펼쳐지는 빛의 파노라마에 다들 감탄을 하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엇인가?
정녕 신의 강림인가!
세상이 망하려고 하는 이때에 드디어 구원은 시작된 건가?
의문과 의문 속에 기대감이 살며시 피어올랐다.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성스러운 광채와 원기둥으로 솟구치는 광휘의 폭격!
좀비들에게는 불행이지만 병사들에게는 희망이자 구원의 빛이었다.
파칭!
그때였다.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짜릿한 파동!
전과는 달리 이번 파동은 시원하면서도 따뜻했다.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것만 같은 포근함과 익숙함!
파칭! 파칭!
또다시 파동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연속으로 두 번이나 터졌다.
정신이 맑아지고 어느 때보다 힘이 넘쳐났다.
파칭, 파칭, 파칭!
곧이어 세 번째 파동이 터졌다.
동시에 대지가 몸을 떨듯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저 깊은 땅속 어딘가에서 시작된 거대한 울림!
그것에 점차 서로 공명하며 이내 강한 파동을 이뤄냈다.
크아아아아아!
이에 맞서려는 듯, 소름 끼치는 악의가 포효를 했다.
듣기만 해도 역하고 거북한 이놈의 소리, 아니 소음!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마루는 힐끗 하늘을 쳐다봤다.
검은 행성은 이제 보라색 링을 거의 반쯤 빠져나왔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바앙!
일순 전례 없이 강한 강력한 파동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단순히 몸을 훑고 지나가는 정도의 파동이 아니었다.
지구가 깨어나듯 대지가 은은한 녹색의 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사라랑!
타오르는 대지의 빛이 서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러다가 돌연 검은 행성을 향해 일제히 솟구쳤다.
가가가가가!
허공에 찬란한 불꽃의 향연이 피어올랐다.
마치 지구와 검은 행성이 도중에 힘겨루기라도 하는 것만 같았다.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주여!”
“하나님! 제발!”
“부처님! 도와주세요.”
“하느님 지구를 살려주세요.”
그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신에게 기도드렸다.
아니 간절히 염원하고 소망했다.
제발 지구를 지켜달라고 말이다.
“이건 대체!”
순간 마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도하는 병사들의 몸에서 새하얀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얀 불꽃은 몸을 태워버릴 것처럼 전신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러더니 온몸이 마치 촛불처럼 타오르게 됐다.
그리고 그 빛의 일부가 새하얀 구슬이 되어 하늘로 쏘아지듯 올라갔다.
[마루: 혹시 이거 보여요?] [해모수: 네, 보여요. 그런데 마루 형의 몸에서도 빛이 나고 있어요.] [그렌: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마루가 눈에 포스를 머금고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거야.] [마루: 내 몸에도 그런 빛이 난다고?] [해모수: 형도 어서 기도해 보세요. 어떻게 되나 보게.] [그렌: 그래 지구가 위기에 빠졌으니 작은 힘이라도 보태줘!]도무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평소라면 해모수나 그렌 누구도 절대로 하지 않을 말이었다.
하지만 마루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는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지구야! 제발 힘을 내자! 저 검은 행성을 밀어버려!”
순간 마루의 가슴은 뭔가 알 수 없는 벅찬 감동으로 끓어올랐다.
그는 단 한 번도 이렇게 뭔가를 간절히 바라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마루는 온전히 정신을 집중해서 기도할 수 있었다.
전심으로 바라고 소망했다.
‘제발 신이 있다면 지구를 도와주세요! 저 마계 행성을 물리쳐 달란 말이야!’
그는 눈물을 흘리며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신에게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마계 행성이 게이트를 완전히 빠져나온다면… 아마 그때부터 지옥이 열릴 것이다.
지금도 좀비 때문에 수억의 인구가 죽어가고 있었다.
거기에 마계의 마족, 마수, 마인들까지 합세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를 장담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아무리 자신에게 남모르는 비밀이 있고 강하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 손이 여러 손을 당할 수 없다는 건 진리다.
강화 좀비와 구울보다 훨씬 더 강한 놈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상황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가족이야 어찌어찌 지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지구 전체가 지옥으로 변해버리면 무슨 삶의 의미가 있겠는가!
살아도 산 게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게 아닐 것이다.
아마 식구들은 이 끔찍한 지옥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오히려 자살을 택할지도 모른다.
마루의 뇌리 속에 가족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민정과 진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와 선후배들 그리고 동네 주민들의 얼굴까지 떠올랐다 거품처럼 스러져 갔다.
“으아아아아아아!”
마루는 참을 수 없는 답답함과 괴로움에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화악!
일순 그의 정수리에서 강렬한 푸른 불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머리 위에 뚜껑이 열리고 그 속에서 강한 빛의 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동시에 그의 전신을 하얗게 태우는 불꽃이 새하얀 빛의 구슬을 토해냈다.
일대를 압도하는 강렬한 빛의 구슬!
그것은 하늘로 솟구친 푸른 빛의 기둥을 따라 빠르게 위로 치솟았다.
비슷한 시간에 지구 곳곳에서도 크고 작은 하얀 빛의 구슬이 하늘로 떠올랐다.
빛의 구슬 하나하나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 빛의 구슬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아니 그 숫자가 수십, 수백이 되기 시작하자 점차 분위기가 달라졌다.
빛의 구슬은 계속해서 하늘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수만, 수십만에서 수천만, 수억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세상은 이제 새하얀 빛의 향연으로 가득해졌다.
수없이 많은 빛의 구슬이 허공의 한 점을 향해 빠르게 모여들었다.
빛의 구슬들이 모여 하얀 빛의 구체를 이루었다.
그러더니 점점 빛의 구슬을 빠르게 빨아들여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내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불려갔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광대했다.
하얀 빛의 구체는 빛의 구슬이 모이면 모일수록 더욱 거대하게 변해갔다.
어느새 온 세상을 대낮처럼 환하게 만들 정도로 커진 하얀 빛의 구체!
서서히 그 모양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사라랑!
양쪽으로 하얀 빛의 날개가 펼쳐졌다.
빛의 모양이 점점 사람의 모양으로 변해갔다.
이제는 달만큼 커진 하얀 빛의 덩어리!
완연히 날개 달린 사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천사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천사의 모습이었다.
바앙!
일순 천지를 진동시키는 강력한 진동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거대한 천사의 모습을 한 새하얀 빛은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가 검은 행성을 강타했다.
크아아아아!
악마의 포효!
아니 이번에는 악마의 비명처럼 들렸다.
검은 행성은 지진이 난 것처럼 무섭게 흔들렸다.
그보다 더 심하게 타격을 받은 것은 거대한 보라색 링이었다.
가만히 보면 사방으로 마구 금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루는 눈에서 하얀 광채를 쏟아내며 이 모든 상황을 생생히 목격했다.
다른 병사들의 반응을 봐서는 파동과 진동을 느끼고 천사의 모습만 잠깐 목격한 것 같았다.
“아!”
마루는 감탄했다.
정말 모두가 소원하면 누군가 도와주는구나!
그것은 아마 신일 것이다.
지구를 수호하는 대천사일 수도 있다.
혹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마루가 이 현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자신의 한계를 계속 돌파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계를 깨면 깰수록 그에 비례해 마루의 격도 더욱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깨달음을 짧은 시간에 몰아서 수도 없이 얻고 있다고나 할까!
파칭!
결국 보라색 링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
게이트는 산산조각으로 박살 나서 사방으로 파편을 쏟아냈다.
그때를 기점으로 검은 행성은 뒤로 물러났다.
엄청난 검은 마기가 쏟아져 검은 행성을 온통 감싸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어미가 알을 보호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검은 행성의 뒤로 별빛 하나 없는 새까만 우주가 살짝 엿보였다.
그러나 그 우주의 모습마저도 지금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마계의 행성은 그 현상에 겁이라도 먹었는지 서둘러 돌아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지구를 당장이라도 먹어치울 것만 같았던 마계 행성!
지금은 더 이상 늦으면 뭔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치고 있었다.
파칭!
스팟!
일순 지구 전체에 강렬한 파장이 일어났다.
동시에 하늘을 가득 채웠던 검은 행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보라색 링의 파편이 서서히 지구 전역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마루는 그 모습을 홀린 듯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멸망의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난 기쁨!
그것은 그 무엇보다 짜릿하고 즐거웠다.
‘지구야! 장하다. 잘해! 그리고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고맙습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 위기를 넘기게 해준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와아아아아!
천지를 진동시키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병사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옆의 동료를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지구가 위기를 넘겼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렌: 이얏! 됐다. 성공했어!]그렌이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해모수가 대뜸 머리를 디밀었다.
[해모수: 뭘 성공한 거예요?] [그렌: 마계 행성이 게이트를 빠져나오지 못하게 막았다고.] [해모수: 누가요?] [마루: 그건 아무도 모르지. 그게 지구 자체의 힘이었는지,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의 강렬한 염원이었는지, 아니면 신의 권능이었는지…….]마루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크게 기쁘고 기분도 아주 좋았다.
당장 지구가 망할 뻔했다가 기사회생했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했다.
[그렌: 그런데 이거 좀 불길한데…….] [해모수: 아이 참! 이번에는 또 왜 그래요?]그렌의 말에 해모수가 목청을 높였다.
[그렌: 왜 나한테 화를 내고 그래?] [해모수: 그게 아니라 그렌 형이 입만 열면 불길한 일이 일어나서 그렇잖아요.] [그렌: 그건 내 탓이 아니지. 저 보라색 링 좀 봐! 게이트의 파편 색깔이 아까와 다를 바 없이 그대로야.] [마루: 그게 무슨 뜻이에요?]마루는 속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그렌: 확실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저 보라색 게이트의 파편이 문제가 될 것 같아.] [해모수: 무슨 문제요?] [그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다만 난 마법사로서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는 걸 말하는 거야.] [마루: 알았어요. 한번 알아볼게요. 파이럿 혜성의 파편에서도 좀비가 나왔어요. 그러니 보라색 링, 아니 게이트의 파편에서도 뭔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죠.]마루는 그렌의 말을 그냥 웃고 넘기지 않았다.
마법사는 마법사의 직감이라는 게 있다.
평범한 사람도 가끔 뭔가 예감을 하는데… 사물의 법칙을 뚫어보며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해모수: 마루 형, 그런데 아까부터 형의 몸에서 계속 빛이 나요.] [그렌: 어! 그러고 보니 정말 빛이 나고 있네.] [마루: 나만 빛나고 있는 게 아닌 모양인데…….] [해모수: 정말 병사들의 몸에서도 빛이 난다.] [그렌: 전부는 아니고 일부 병사들의 몸에서 빛이 나고 있어. 이게 뭘까? 혹시 무슨 지구의 축복 같은 걸까?] [마루: 글쎄요.]마루를 비롯해 병사들의 절반 정도가 몸에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보며 신기해했다.
하지만 은은한 빛은 곧 소리 없이 사라졌다.
대신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의 머릿속에 동일한 메시지가 전달됐다.
“와아아아!”
병사들이 놀라서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워어어!”
마루도 놀랐지만 병사들과는 좀 다른 종류의 놀라움이었다.
그는 허공에 띄워놓은 자신의 상태 창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트리니티(Trinity) 바이오 인터페이스 · 싱크로 40.4퍼센트
이름: 이마루(▲On) · 그렌(Off) · 해모수(Off)
종족: 인간
랭크: 중급(D)
레벨: 101 / 07퍼센트
보너스 스탯: 30
스탯: 근력 53(+15), 민첩 40(+21), 체력 30(+12), 지력 16(+27), 포스 100
[서브 · 가이아 시스템][가이아 레벨: 1 / 00퍼센트] [권능: 구현][능력: 염력] [마루: 이게 대체 뭐죠?] [해모수: 가이아 시스템이 트리니티(Trinity) 바이오 인터페이스의 서브가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