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각성자가 떠난다.”
“우리를 도와주러 왔었나 봐!”
“각성은 나도 했어.”
“그럼 너도 저렇게 싸울 수 있어?”
화르륵!
“으헥! 불이다.”
“봤지? 내가 불을 다룰 수 있게 됐어.”
“대박!”
“정말 부럽다.”
병사들은 마루가 떠나자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각성한 병사들이 권능과 능력을 드러내자 병사들의 관심이 일제히 그들에게로 쏠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모습을 감춘 마루는 바로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양재 IC 사방에는 전차와 장갑차도 많았지만 곳곳에 바리케이드와 기관총 진지가 잘 구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탄약통이 충분하게 쌓여있었다.
그는 주위를 살피며 눈치껏 탄약통을 열심히 챙겼다.
가끔은 남아도는 중기관총도 몇 정 챙겼다.
그러다 재미있게 생긴 녀석 하나를 발견했다.
‘K4 고속 유탄 기관총’이었다.
유탄을 연발로 쏠 수 있는 무기로 유효사거리는 400미터에서 1,500미터!
최대사거리가 2,212미터나 되는 놈이었다.
‘K6 중기관총과 함께 K4 고속 유탄 기관총을 정찰선에 달면 끝내주겠다.’
마루는 해모수를 생각해서 K4 고속 유탄 기관총을 슬쩍했다.
당연히 48발들이 탄약통도 부지런히 챙겼다.
적당히 전리품(?)을 챙긴 그는 이내 현장을 벗어났다.
누구도 그가 한 짓을 알 수 없었다.
재고가 맞지 않으면 그저 전투 중 망실했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기갑사단은 전열을 재정비했다.
마루가 일대의 좀비를 싹 쓸어버렸기 때문에 그 틈을 이용해 다시 좀비들과 싸울 준비를 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크르릉, 크르르릉!
마치 맹수가 으르렁거리듯, 기갑사단의 전 전차와 장갑차가 나란히 줄을 서서 대기했다.
그들은 양재 IC 사방의 각 주요 도로를 향해 돌격 준비를 했다.
이제부터는 반격의 시간이다.
그들은 더 이상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고스트와 레이스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출발! 모두 밀어버려!”
전차와 장갑차가 일제히 도로를 향해 출발했다.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퉁!
도로를 망가뜨릴 수는 없어 전차포는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중기관총을 쓰는 것까지 아끼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전차와 장갑차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거운 중량이 있었다.
그들은 좀비 떼를 밀어붙이고 깔아뭉개며 지나갔다.
가끔은 수많은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돈좌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각성한 병사들은 자신의 권능과 능력을 발휘해 전우들을 구출했다.
이들은 불과 얼음을 다루고 바람과 대지를 부렸다.
각성한 병사들은 점차 자신의 권능과 능력에 익숙해져 갔다.
그에 비례해 그들의 활약은 전투에 큰 도움으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러자 용기백배한 기갑사단은 전과는 다른,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공세를 펼칠 수 있었다.
그렇게 양재 IC에서 시작된 좀비와의 전투는 어느새 새로운 분기점에 접어들고 있었다.
* * *
“하아!”
마루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갔다.
민정은 아쉬운 마음에 탄식을 했다.
항상 같이 있고 싶은데 이렇게 원치 않게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게 정말 싫었다.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진아의 모습이 보였다.
하는 행동은 자신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그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저러면서 마루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
진즉에 여우 같은 녀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린 나이에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해?”
“서현 언니!”
민정은 대망 슈퍼 안채에서 나오는 서현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는 냉큼 서현의 팔에 팔짱을 꼈다.
친근한 미소는 덤이었다.
“마루는 어디 갔어?”
“밖을 좀 살펴본다고 방금 떠났어요.”
“아니 얘는 왔으면 좀 쉬었다 가지. 고새를 못 참고 또 나갔네.”
“그게 다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 때문이죠.”
“그건 그렇지만…….”
서현은 마루가 너무 혼자 애를 쓴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안 그래도 남편과 시어머니를 구하러 나갔다가 큰 고생을 했던 동생이다.
해준 것은 없는데, 이렇게 계속 받기만 하니 누나로서 무척 속이 상했다.
“마루는 안 왔니?”
“오빠는 어디 갔어요?”
그때 김영희 여사가 윤아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진아가 쪼르르 달려가더니 김영희의 팔에 팔짱을 꼈다.
윤아와는 달리 애교가 뚝뚝 떨어지는 진아!
김영희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아를 보면서 환하게 웃는 김영희의 모습을 보니 민정은 절로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들의 뒤로 이대근의 모습이 보였다.
이어 큰아들인 이태인과 이재용이 나왔다.
“어머! 저것 보세요!”
그때 윤아가 오두방정을 떨며 하늘을 가리켰다.
거대한 보라색 링을 뚫고 삐져나오고 있는 검은 행성!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고 거부감에 구토가 쏠렸다.
“으음.”
“저게 또 언제 저렇게 변했지.”
다들 무거운 한숨을 쉬며 불길한 색으로 물든 하늘을 쳐다봤다.
파칭!
전신을 훑는 짜릿한 파동이 일어났다.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은 포근함이 느껴졌다.
파칭! 파칭!
이번엔 연속으로 두 번 파동이 터졌다.
머리가 시원해지고 몸에 절로 힘이 넘치는 기분이다.
파칭, 파칭, 파칭!
곧이어 세 번째 파동이 연속으로 느껴졌다.
뒤이어 대지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저 깊은 지저에서 시작된 거대한 울림!
서로 공명을 하면서 강한 파동을 엮어냈다.
크아아아아아!
이에 맞서, 소름 끼치는 포효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귀청을 찢어버릴 것 같은 거북한 소음!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올 것처럼 역겨웠다.
검은 행성은 이제 보라색 링, 즉 게이트를 거의 반쯤 빠져나왔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빠져나올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거의 다 빠져나왔어요.”
“저 검은 행성은 도대체 뭘까?”
“저게 밖으로 나오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제는 동네 이웃들까지 하나둘씩 밖으로 몰려나왔다.
마치 지구의 멸망을 앞둔 것처럼… 그들은 다들 넋이 나가있었다.
바앙!
강렬한 공명성이 터지며 대지가 은은한 녹색으로 타올랐다.
마치 잠자던 지구가 깨어난 것 같은 역동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사라랑!
불타는 녹색의 빛이 일제히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러다 검은 행성을 향해 일제히 치솟았다.
가가가가가!
하늘에 수십만 개의 폭죽이 터지듯… 황홀한 불꽃의 향연이 이어졌다.
지구와 검은 행성이 힘겨루기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엄마! 이제 우리 어떻게 해?”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윤아의 울먹이는 소리에 김영희는 그녀를 품에 꼭 안아주었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그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각자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했다.
제발 지구를 지켜달라고 간절히 소망했다.
“천사가 나타났다!”
“엄마! 저것 봐! 천사야!”
김영희는 윤아의 말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허공에 거대한 빛의 천사가 나타났다.
대지로부터 강한 울림이 일어났다.
그것은 곧 천지를 진동시키는 소음으로 퍼져갔다.
거대한 빛의 천사는 마치 그게 신호라도 되는 양, 번개처럼 하늘을 가로질러 검은 행성을 강타했다.
검은 행성은 몸부림을 치는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파칭!
거대한 보라색 링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파편은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검은 행성은 더는 버디지 못하고 뒤로 후퇴했다.
검은 기류가 뭉클 일어나 검은 행성을 감싸며 물러났다.
당장이라도 지구를 먹어치울 것만 같았던 검은 행성이 지금은 급히 도망치고 있는 것 같았다.
파칭! 스팟!
다시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공명이 일어났다.
그 순간!
하늘을 가득 채웠던 검은 행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와아아아!”
그제야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민정과 진아도 그 물결에 예외 없이 동참했다.
그러다 문뜩 뭔가를 보고 말았다.
“어! 몸에서 빛이 나네.”
“너도!”
“나도?”
“응, 다들 몸에서 은은한 빛이 나고 있어요.”
마루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몸에서 빛이 나자 신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빛은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한소신과 우성존, 민정과 진아!
그들 모두 전신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밖으로 나와있던 이웃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몸에서 은은하게 빛나던 빛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신 모두의 머릿속으로 또렷한 메시지가 전달되기 시작했다.
[가이아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인류의 각성이 시작됩니다.] [각성을 하셨다면 ‘상태 창’을 열고 자신의 권능과 능력을 확인하세요!]“우와!”
“이야!”
다들 일제히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깜짝 놀랐다.
자신만 메시지를 들은 게 아니었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큰 흥분을 불러왔다.
“상태 창!”
“상태 창!”
수십 명이 거의 동시에 상태 창을 외쳐댔다.
“엄마! 나 각성했어.”
“대박!”
“권능과 능력도 하나씩 있어.”
“난 강화 능력자다.”
“난 보조 능력자야!”
그들은 허공에 떠있는 투명한 상태 창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민정은 자신의 권능과 능력을 살펴보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화와 소환이라…….’
뭔가 큰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권능과 능력이었다.
화르륵!
“앗! 뜨거!”
쩌정, 쩌어억!
“땅이 얼어붙었다.”
여기저기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성한 자들이 자신의 권능과 능력을 시험해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 인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입었다.
“다들 뭐 하는 거야. 사람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보다 못해 이대근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자신의 권능과 능력을 테스트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정신을 차렸다.
그 틈에 한소신이 끼어들었다.
“여러분!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한 명씩 나와서 골목 사거리 중앙에 서서 능력을 써보도록 하세요. 반드시 한 명씩 그것도 최소한의 능력으로 사용하세요. 알았죠?”
“네.”
합당한 한소신의 의견에 다들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부터 권능과 능력의 쇼가 펼쳐졌다.
민정과 진아는 먼저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건 한소신과 우성존도 마찬가지였다.
마루네 가족들은 이대근의 통제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구경만 했다.
다만 윤아만 자신의 능력을 써보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였다.
“우와아아아!”
“멋지다.”
“최고다!”
짝짝짝짝짝짝!
권능과 능력이 하나씩 선보여질 때마다 우레 같은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건 마치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무슨 마술쇼 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다 자신들처럼 각성한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설사 각성을 했다고 해도 전부 권능과 능력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그걸 발견하고 마루에게 고마움을 느낀 것은… 조금은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오빠다!”
진아의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민정은 그녀의 태도를 보고는 곧바로 마루가 온 것을 알아챘다.
뒤로 고개를 돌리자 역시! 마루가 날듯이 철제 방벽을 훨훨 뛰어넘으며 다가왔다.
그는 순식간에 대망 슈퍼 앞에 떨어졌다.
쿵!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한번 살펴보고 그는 곧바로 이대근에게 가서 인사를 했다.
잠시 뭐라고 쑥덕거리더니 이내 민정을 향해 걸어왔다.
그 모습에 한소신과 우성존도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민정아!”
“오빠!”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민정이 막 대답을 하려는 찰나!
한소신이 먼저 마루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마루는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만 했다.
그러더니 한소신과 우성존에게 뭔가 지시를 내렸다.
두 사람은 즉시 물러나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뭐 하는 거예요?”
“각성한 사람들의 권능과 능력을 파악해 보라고 했어.”
“아!”
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그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매달렸다.
마루는 뭉클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빛이 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금세 뭔가 눈치를 채고는 민정의 귓가에 속삭였다.
“자정에 보자!”
“오케이!”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속닥거렸다.
하지만 진아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마루는 민정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곤 다시 그의 가족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