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오빠, 나 각성했다.”
“마루야! 나도 각성했어.”
“너 이형의 능력이 뭔지 아니?”
“나도 말 좀 하자. 마루야! 있잖아…….”
식구들은 절대 마루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각성해서 권능과 능력을 얻었다고 신나게 자랑하고 떠들어 댔다.
가족과 잠시 대화를 나눈 그는 깜짝 놀랐다.
놀랍게도 마루네 가족 전체가 100퍼센트 각성을 해버렸다.
가족 중에 각성하지 못한 사람은 김현수와 사장어른인 신사임이 유일, 아니 유이했다.
[해모수: 거참! 신기하네요.] [그렌: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온 가족이 전부 각성을 할 수가 있는 거지?] [마루: 혹시 아까 마계 행성이 게이트를 빠져나오려고 했을 때, 기도를 했던 것과 뭔가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그렌은 마루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렌: 그것보다는 좀비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해모수: 좀비요?] [그렌: 그래 좀비! 지금 각성을 한 사람들을 한번 살펴봐! 분명히 가이아 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좀비 열 마리 이상을 잡아서 레벨 업에 성공한 자들이야.]마루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마루: 어! 그러고 보니 정말 그게 맞는 말이네요.] [해모수: 그럼 레벨 업을 한 사람들만 각성한 건가요?] [그렌: 아직은 확신할 수 없어. 좀 더 비교할 수 있는 표본이 필요해.] [마루: 일단 한소신과 우성존에게 각성한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했어요. 어떤 권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보라고 했으니까 곧 소식이 올 거예요.] [그렌: 그건 아주 잘했네.]그렌은 마루의 빠른 움직임에 칭찬을 했다.
하지만 진짜 칭찬을 들어야 할 사람은 마루가 아니라 한소신이었다.
애초에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은 바로 그였던 것이다.
마루는 일단 권능과 능력 쇼를 지켜보며 가족들과 대화를 나눴다.
민정과 진아는 물론이고 한소신과 우성존의 권능과 능력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마루네 집의 막내아들처럼 되어버린 먹보 강철호까지 모두 살펴 권능과 능력을 정리했다.
이대근 [강화 · 철인]
김영희 [보조 · 실드]
이서현 [보조 · 대지]
이태인 [강화 · 냉기]
이마루 [구현 · 염력]
이재용 [강화 · 민첩]
이윤아 [보조 · 정령]
강철호 [강화 · 불괴]
김민정 [강화 · 소환]
서진아 [치유 · 공간]
한소신 [보조 · 연금]
우성존 [강화 · 화염]
대부분 권능은 강화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능력은 전부 달랐다.
보조 권능도 꽤 많이 있었다.
그러나 마루의 권능인 구현이나 진아의 권능 치유는 현재까지 유일무이했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치유 능력자는 귀족으로 통한다.
구현 같은 독특한 권능을 제외한다면… 아마 치유는 앞으로 각성자 중에 상위 1퍼센트에 들어가는 귀한 권능이 될 것이다.
[해모수: 어째 느낌이 쌔하다.] [그렌: 왜? 무슨 뜻이야?] [해모수: 진아가 앞으로 아주 중요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그렌: 그거야 치유의 권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그런데 쌔하다는 말의 뜻은 뭐야?] [해모수: 그냥 그런 게 있어요.] [그렌: 뭔데?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같이 좀 알자.] [해모수: …….]평소라면 좋다고 떠들었을 녀석인데… 이상하게도 해모수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마루: 난 한소신이 가지고 있는 연금 능력도 대박일 것 같은데…….] [해모수: 마루 형 옆에 그렌 형이 없었다면 아마 그렇겠죠. 하지만 아티팩트를 척척 만들어 내는 고위 마법사가 옆에 있는데 어디서 앞발을 내밀겠어요.]해모수의 재미있는 표현에 그렌이 아주 만족했다.
[그렌: 에헴! 그건 해모수 말이 맞다.] [마루: 하하하! 자화자찬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해모수: 마루 형은 아직 그렌 형의 진가를 모르고 있어요.] [그렌: 맞다. 맞아. 해모수! 오늘 너 왜 이렇게 맞는 말만 골라 하냐?]그렌은 오늘따라 해모수가 예뻐서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루: 전체적으로 능력이 아주 잘 뽑혔어요. 물론 아직 정확하게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해모수: 그것보다 쟤 너무 커진 거 아니에요?] [그렌: 누구? 아! 강철호.]셋의 시선이 일제히 강철호에게 쏠렸다.
확실히 크긴 컸다.
마치 미식축구 선수처럼 크고도 장대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눈동자가 아주 또렷하다는 점이다.
각성을 한 이후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마루: 정말 이제 보니 엄청난 거구가 됐네. 원래 저 정도는 아니었지 아마!] [해모수: 얼핏 봐도 2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은데요.] [그렌: 키가 문제가 아니라 근육이 무슨 흉기 같아.] [마루: 요새 밥을 엄청 먹는다고 하던데……. 전부 키와 근육으로 갔네.]셋은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듯 강철호를 쳐다봤다.
강철호가 마루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에게 다가왔다.
“형!”
“어! 철호야!”
“어디 다녀왔어요?”
“잠깐 밖에 나갔다 왔어. 그런데 너 이제 아주 말을 잘한다.”
“각성을 하고 나니까 머리가 아주 맑아졌어요.”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까 아주 잘생겼다.
나이를 조금만 더 먹으면 아이돌이 와서 보고 울고 갈 것만 같았다.
“그래?”
“형! 고마워요.”
“뭐가?”
“저 구해주신 거요.”
“자식!”
마루는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도 작은 키는 아니었다.
그런데 2미터가 넘어가는 놈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니 좀 부담스러웠다.
“앞으로 넌 우리 집의 탱커다.”
“네?”
“탱커 몰라?”
“알아요.”
게임을 좋아해서 탱커가 무슨 뜻인지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무슨 뜻인지도 알겠지?”
“예, 마루 형 가족들은 이제 제가 지켜드릴게요.”
“우리 집이라고 해야지.”
“헤헤, 네. 우리 집요.”
김영희의 주도 아래 결국 강철호를 막내로 들이기로 했다.
아버지는 원래부터 예스맨이라서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갔다.
서현 누나도 대찬성이었다.
태인과 재용도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루도 이제는 동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윤아가 조금 칭얼거리긴 했지만… 산더미 같은 체격의 동생을 데리고 다니는 것에 맛이라도 들렸는지 금세 마음이 풀어져 버렸다.
“철호야!”
“네, 마루 형!”
“권능이 강화에 능력이 불괴 맞지?”
“예.”
“불괴가 혹시 금강불괴의 약자냐?”
“무협 영화에서 나오는 그 금강불괴가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갑옷과 방패는 튼튼한 놈으로 구해줄게.”
“고맙습니다.”
강철호는 순수했다.
어리기도 했지만 하는 짓이 아직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래서 조심해야 했다.
이런 녀석이 삐뚤어지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루는 강철호를 지원 팀에 집어넣기로 했다.
민정과 진아, 한소신과 우성존의 보호 아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해모수: 당장은 대지 능력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렌: 몬스터가 좀비뿐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아. 철제 방벽을 보다 높게, 아니 문원동 일대를 아예 성벽으로 둘러싸 버리는 것도 좋을 거야.] [마루: 대지 마법을 성벽 쌓는 데 쓰라는 말이죠?] [그렌: 네 생각은 어때? 난 좋을 것 같은데…….] [마루: 일단은 저도 찬성이에요. 하지만 이제 방어보다는 공격을 택해야 할 것 같아요.]마루는 양재 IC에서 각성하는 병사들을 목격했다.
그들의 능력이 지금 사거리 골목에서 벌어지는 정도의 반만 되더라도 앞으로 좀비들이 설치고 다닐 수 있는 영역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전체 인구의 십분의 일만 각성했다고 해도 아마 좀비는 곧 씨가 마를 것이다.
물론 더 이상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해모수: 그건 나도 동감이에요. 하지만 바둑에서 아생연후에 살타라고 했잖아요.] [그렌: 그게 무슨 뜻이야?] [마루: 먼저 자기 돌을 살리고 적을 공격하라는 바둑계의 명언이에요.] [그렌: 좋은 말이구나. 하지만 굳이 따로 할 필요가 있을까? 같이하면 되잖아.] [해모수: 오늘의 명언이 되겠네요.] [마루: 나도 동감입니다.]해모수와 마루는 그렌에게 엄지 척을 선사했다.
그렌이 말이 백번 옳다.
할 수만 있다면 공격과 수비를 같이해야 한다.
마루는 내일부터 슬슬 문원동을 벗어나 과천 시내로 진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남아있는 사람들을 전부 동원해서 문원동 일대를 성벽으로 쌓아 요새화하는 작업도 같이 진행할 계획이다.
[해모수: 참! 마루 형!] [마루: 응?] [해모수: 그렌 형에게 무기 좀 만들어 달라고 하세요.] [마루: 무슨 무기?]마루는 해모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퍼뜩 이해할 수 없었다.
[해모수: 오늘 마루 형의 구현과 염력을 테스트한 대검 쪼가리는 안습이었어요.] [마루: 아! 그거!] [그렌: 별걱정을 다 한다. 이미 머릿속에 접수해 놨어. 1미터의 크기로 최대 두 배까지 늘어나는 미스릴 마법 단창을 제작할 생각이야. 거기에다 각종 마법진을 인챈트하고 마루의 피와 포스를 섞는다면 아마 공명하는 것도 가능할 거야.]마루와 해모수가 그렌의 말에 크게 놀랐다.
[해모수: 역시 그렌 형이네.] [마루: 벌써 내 무기를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셨어요?] [그렌: 아직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야. 먼저 창을 만들어 테스트해 보고 수레바퀴 모양이나 칼날의 모양도 한번 만들어 보려고.] [마루: 미스릴이면 엄청 비싸지 않아요?]미스릴을 생각하자 살짝 심장이 쫄깃해졌다.
두 사람의 말에 해모수가 미안한 마음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해모수: 이거 괜히 나만 찔리네요.] [마루: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나중에 네가 대만을 먹고 동북아 삼국 무역을 찍게 되면 우리보다 훨씬 더 엄청나게 벌어들일 거야.] [그렌: 네가 잡아서 보내준 물고기와 싱싱한 채소를 나와 야엘이 아주 잘 먹고 있잖아.] [마루: 맞아. 나도 네가 잡아서 보내준 광어와 우럭, 참다랑어 등을 가족과 같이 먹으면서 얼마나 좋았는데…….]마루와 그렌의 필사의 노력에 해모수가 간신히 웃음을 회복했다.
[해모수: 헤헤! 어디서 났냐고 꼬치꼬치 캐묻는 모습이 인상적이긴 했어요.] [마루: 그러니까 괜히 위축되지 마라! 나중에 갚을 기회가 생길 거야.] [해모수: 네, 그렇게 생각할게요.] [그렌: 그러는 의미에서 나도 참다랑어 좀 보내줘! 그거 활어로 회를 떠서 먹어보고 싶어.] [마루: 간장과 고추냉이 그리고 초고추장은 제가 보내드릴게요.] [해모수: 알겠습니다. 내가 근처의 어시장을 싹쓸이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두 분 형님의 활어와 싱싱한 채소는 책임지겠습니다.]다시 씩씩해진 해모수!
마루와 그렌은 그게 참 보기 좋았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그만 들어가셔서 맥주나 한잔하시죠!”
“너 혹시 그거 가져왔니?”
눈치 빠른 김영희가 바로 알아먹었다.
“설마 또 가져왔겠어? 지금 그걸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하지만 이대근이 초를 쳤다.
그는 현실적으로 그걸 구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누굽니까? 당연히 가져왔지요. 어머니는 이제 척 하면 척이시네요.”
“정말?”
이번에는 태인과 재용이 놀라서 다가왔다.
하나같이 회를 밥 먹듯이 먹을 수 있는 활어파들이었다.
마루가 환하게 웃으며 안채로 들어가자 그들도 서둘러 따라 들어갔다.
민정과 진아가 눈치를 채고 따라붙었다.
한소신과 우성존에게 살짝 윙크를 하자 둘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변했다.
서현 누나는 매형의 팔을 끌고 들어왔다.
진아는 할머니를 모셔왔다.
마지막으로 윤아가 사장어른을 모시고 거실로 들어오자 드디어 모든 가족, 아니 식구들이 모이게 됐다.
“어? 철호는?”
“저 여기 있어요.”
화장실에서 벌써 손을 씻고 나오는 강철호!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오늘 활어 파티도 만만치 않은 경쟁이 벌어지겠구나 생각했다.
마루는 잠시 밖으로 나갔다.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참다랑어를 꺼냈다.
[마루: 해모수! 고맙다. 잘 먹을게.] [해모수: 크흠, 네!]마루가 왜 저렇게 오버를 하는지 해모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해모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세심한 배려에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렌: 마루, 참 좋은 형이지?] [해모수: 네, 진짜 친형 같아요.]그렌과 해모수는 이날 펼쳐진 활어 파티를 끝까지 잘 지켜봤다.
해모수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 것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었다.
마계 행성이 지구에 침입해서 하마터면 멸망을 당할 뻔했다.
다행히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하고 오히려 가이아 시스템이 활성화됐다.
내일 해가 떠오르면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오늘은 모두 이날을 뜻깊은 날로 기념하고 싶었다.
그들은 맥주로 시작해 소주, 나중에는 마루가 내놓은 귀한 이계의 포도주로 활어 파티를 즐겼다.
그러나 밖에는 초거대 게이트인 보라색 링의 파편이 하늘에서 땅으로 하나둘씩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