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헌데 지금 이 상태로는…….”
여씨는 침대에 누워있는 주윤문을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렇군요. 제 수명을 나눠드려야 할 분이 한 분 더 남아계셨군요.”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왕지현은 여씨의 말에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쯤은 해모수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명의 황제가 되실 분이니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입니다. 더 이상 제 생명을 불태웠다간 제명에 살지 못하고 죽고 말 것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여씨는 점차 해모수에게 극존칭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윤문에게 다가갔다.
네 살짜리 어린아이가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잘 참아줬다. 이제는 너를 낫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미안했다. 너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해모수는 주윤문을 한동안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 모습은 마치 생명을 태우기 위해 전신에서 힘을 모으는… 어떤 숭고한 의식의 하나처럼 보였다.
“얍!”
그는 일부러 기합을 질렀다.
그러고는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힐!”
아무도 듣지 못하게 작게 시동어를 발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었다.
프릴 반지에서 힐 마법진이 맹렬하게 발동했다.
주윤문의 가슴에 빛이 머물렀다 천천히 사라져 갔다.
“아!”
여씨가 그 광경을 보곤 경악해 마지않았다.
힐 마법은 어린아이의 살짝 망가진 식도와 조금 타버린 폐쯤은 곧바로 치유해 버렸다.
단번에 상처가 나아버리자 주윤문의 호흡과 안색도 좋아졌다.
여씨도 그걸 확인하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너무도 감격해서 아까보다 더욱 힘겨운 척 연기를 하고 있는 해모수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마치 무슨 신상에 기도라도 하는 것처럼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마구 비벼댔다.
미신이 횡행하던 시절이라 이 정도는 정말 약과에 불과했다.
[해모수: 여씨를 말릴까요?] [마루: 아니 왜?] [그렌: 그냥 내버려 둬!]물어보는 해모수조차 굳이 말려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마루: 여씨는 확실히 넘어왔네요.] [그렌: 나도 동감이야. 이러고도 나중에 뒤통수를 치려 하면 그때는 처절한 징계를 내려야 하겠지.] [해모수: 그럴 것 같지는 않군요. 하지만 그렌 형의 말대로 배신의 대가는 죽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좋겠지요.]역시 어딜 가나 배신은 죽음이었다.
[마루: 그 전에 명나라를 집어삼키는 게 좋을 거야.] [그렌: 마루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해모수: 그게 말처럼 쉽게 되면 내가 이 고생을 하겠어요.]해모수의 말에 당장 마루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마루: 너처럼 쉽게 한 나라를 먹는 사람도 아마 없을 거다. 앞에서 판 깔아주지, 뒤에서 밀어주지. 뭐가 힘들다고 엄살이야?] [그렌: 하하하! 괜히 불안하니까 저렇게 헛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일이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해모수가 모를 리가 없지.] [해모수: 헤헤, 전부 형님들 덕분이에요.]결국 말발에서 밀린 해모수는 바로 백기를 들었다.
[마루: 이제야 실토를 하는군요.] [그렌: 내가 그랬잖아.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해모수는 마루와 그렌의 말처럼 현재까지는 일이 잘 돌아가고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으음!”
그때 주윤문이 신음 소리를 냈다.
몸이 다 낫자 정신을 차리려는 것이다.
“황태손!”
여씨는 급히 침대로 가서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윤문이 깨어났다.
“어마마마!”
“그래요. 이 어미가 여기 있습니다.”
여씨는 격동을 참지 못하고 아들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한동안 어머니의 등쌀에 못 이겨 주윤문은 그저 눈만 말똥거려야 했다.
“그런데 저들은 누구입니까?”
“아! 어서 인사하세요. 황태손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 아니 은공이십니다.”
“은공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이 어미의 상처도 치료해 주신 분입니다.”
여씨의 말에 주윤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침대에 앉은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은공의 구명지은에 감사드립니다.”
해모수는 얼른 침대 앞으로 다가가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금의위의 천무 해모수입니다. 황태손 전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 금의위의 천무셨군요.”
주윤문은 금의위가 뭔지 아는 눈치였다.
하긴 황제의 친위군인 금의위가 항상 황궁 주변을 지키고 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왕지현이 해모수의 옆으로 다가가 주윤문에게 인사를 했다.
“저는 해모수 천무를 보좌하고 있는 왕 교위입니다. 황태손 전하!”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얼굴을 가리고 있군요.”
“여러 가지 이유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으음. 한번 보고 싶은데…….”
주윤문은 왕지현의 얼굴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여씨의 눈치를 보며 살짝 말끝을 흐렸다.
아무래도 어린아이라 호기심이 왕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여씨가 해모수를 쳐다봤다.
결정을 그에게 미룬 것이다.
해모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왕지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의 허락에 거침없이 얼굴을 가린 가리개를 풀었다.
“아!”
“와! 예쁘다.”
여씨와 주윤문은 동시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해모수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감탄사를 간신히 억제할 수 있었다.
“역시 여인이었군.”
“왕지현이라고 합니다.”
여씨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왕지현은 여씨에게 자신의 본명을 얘기하며 다시 인사를 올렸다.
“황궁에 있으면서 많은 미녀를 봐왔지만 그대처럼 눈을 사로잡는 천하절색은 본 적이 없소. 은공이 왜 그대의 얼굴을 가리게 했는지 알 것 같군요.”
“과찬이십니다.”
“아니오. 세상의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그대의 미색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오.”
여씨는 한마디로 극찬을 날렸다.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얘기하며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질투가 났다.
그러나 그 모든 감정에 앞서 왕지현의 미색은 절로 경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러니 비교하고 경쟁을 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눈치를 보아하니 왕지현은 은공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은공도 그녀를 바라보는 눈에 정감이 가득했다.
“그런 얼굴로 황궁을 돌아다녔다가는 금세 소문이 날 것이오.”
“다시 얼굴을 가리겠습니다.”
여씨의 말에 왕지현은 다시 가리개로 얼굴을 가렸다.
“아!”
주윤문이 그 모습에 안타까운 탄성을 발했다.
네 살밖에 안 되는 녀석이 벌써부터 미녀를 밝히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황실을 지키는 은의위도 한번 만들어 보는 게 어떨지 모르겠네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한번 강구해 보겠습니다.”
여씨의 말에 해모수가 바로 반응했다.
금의위는 남자, 은의위는 아마도 여자를 뜻하는 것이리라.
왕지현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여제자를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천하절색의 미녀로만 구성된 호위군단을 말이다.
[마루: 은의위라… 나쁘지 않네요. 금의위처럼 은의를 입은 여자 호위들이 황실의 여인들을 호위한다면 여론이나 반응도 나쁘지 않겠어요.] [그렌: 거기에다 가면이나 검은 망사로 얼굴의 일부를 가린다면 왕지현이 훨씬 행동하기 편할 거야.] [해모수: 이건 당장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려야겠어요.]해모수는 그 어느 때보다 의욕을 불태웠다.
주윤문은 여전히 왕지현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무래도 천상에서 막 내려온 선녀 같은 미모에 큰 충격이라도 받은 모양이었다.
네 살밖에 안 된 주윤문의 첫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아무도 그의 상태를 알아챈 사람이 없었다.
“이제 황태손이 건강해졌으니 당장 보위를 물려받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즉시 황제의 대관식을 준비하라 이르겠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여씨는 곧바로 일을 저지르려고 했다.
해모수도 그녀의 행동을 굳이 막으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있는 황자가 있으면 제거해 버릴 것이다.
만에 하나 주표의 장남 주웅영이 생존해 있다면 암살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모수는 약관도 안 된 나이에 황제와 황태후를 등에 업고 명나라 최고의 비선 실세가 되었다.
해모수와 왕지현은 여씨와 주윤문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금의위 교위들이 그에게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해모수는 가볍게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중궁 앞에서는 궁녀들과 환관 그리고 금의위 교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사공명은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그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해 천무, 나오셨습니까?”
“사 교위, 수고가 많소.”
사공명은 해모수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수고라니요. 전혀 그런 거 없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즐겁게 일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하하! 앞으로 금의위는 사 교위에게 맡겨야겠군요.”
“네에?”
해모수의 깜짝 발언에 사공명은 크게 당황했다.
혹시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좀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이었지만 해모수 말은 진심이었다.
앞으로 금의위의 모든 잡무를 사공명에게 넘길 생각이다.
일 잘하는 공돌이, 아니 행돌이는 역시 갈아야…….
크흠!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해모수는 간만에 상태 창을 열어봤다.
“헉!”
그런데 그는 너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포진하고 있던 금의위의 교위들이 일제히 해모수를 쳐다봤다.
“해 천무, 무슨 일이십니까?”
왕지현이 다가와 그를 불렀다.
그제야 해모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니오. 별일 아니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하지만 이미 활짝 열려있는 상태 창을 보고 마루와 그렌은 미친 듯이 흥분했다.
[마루: 레벨이 미쳤다.] [그렌: 세상에 무슨 레벨을 201이나 찍었냐?] [해모수: 뭔가 착오가 생긴 게 아닐까요?]해모수는 일단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레벨이 빨리 오를 리가 없었다.
트리니티(Trinity) 바이오 인터페이스 · 싱크로 80.4퍼센트
이름: 이마루(Off) · 그렌(Off) · 해모수(▲On)
종족: 인간
랭크: 최상급(S)
레벨: 201 / 12퍼센트
보너스 스탯: 150
스탯: 근력 30(+30), 민첩 50(+24), 체력 27(+24), 지력 12(+27), 오러 150, 음양 100
그는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상태 창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싱크로율이 20.8퍼센트에서 무려 80.4퍼센트로 올라가 있었다.
랭크도 하급(E)에서 어느새 최상급(S)을 찍었다.
놀라운 것은 레벨이 51에서 201로 광·폭렙을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보너스 스탯이 무려 150개나 생겨났다.
[해모수: 어째 난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무섭네요.] [마루: 대체 무슨 일이지? 왜구를 잡은 것도 아닌데…….] [그렌: 혹시 명나라 황제와 공신들, 고급 관리들과 장군들을 잡은 게 반영된 게 아닐까?]그렌이 조심스럽게 자신이 주장을 펼쳤다.
[해모수: 네에? 그게 말이 되는 소리예요?] [마루: 흐음, 그렇게 생각하니 말이 되네요. 미니 맵에서 엄연히 적이라고 규정을 해놓았잖아요. 그러니 왜구를 잡을 때처럼 트리니티 바이오 인터페이스가 동일하게 작동했을 수도 있어요.] [그렌: 게다가 명 황제라면 온라인 게임에서는 던전의 보스급이겠지?]마루와 그렌의 생각이 점점 한쪽으로 정리되어 갔다.
[마루: 보스급이 아니라 최종 보스가 아닐까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레벨 업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그렌: 그래. 그 말이 맞겠다. 해모수는 지금 자신의 세계에서 얼떨결에 최종 보스를 잡은 거야.] [마루: 맞아요. 그래서 이렇게 광렙 아니 폭렙을 한 거예요.]마루와 그렌은 좀 찜찜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이런 미친 듯한 레벨 업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해모수: 내가 명 황제를 죽여서 레벨을 이렇게 많이 올렸다고요?] [마루: 명 황제만 죽인 게 아니지. 공신들과 고급 관리들 그리고 장군들도 죽였잖아.] [그렌: 그렇지. 화재를 일으킨 게 해모수니까 그들을 죽인 셈이 된다.]마루와 그렌이 그렇다고 하니까 해모수는 그런 줄 알아야 했다.
[해모수: 그런데… 저 많은 보너스 스탯으로 뭘 올리죠?] [마루: 흐음! 그냥 근력, 민첩, 체력에 각각 50개씩 투자하면 되지 않을까?] [그렌: 오러와 음양은 꾸준히 늘고 있고 지력은 어차피 필요 없으니 마루 말대로 하면 되겠네.] [해모수: 예, 그럼 그렇게 올릴게요.]해모수는 곧바로 보너스 스탯 150개를 근력과 민첩 그리고 체력에 각각 50개씩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