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스탯을 확인했다.
정말 어마어마했다.
스탯: 근력 80(+30), 민첩 100(+24), 체력 77(+24), 지력 12(+27), 오러 150, 음양 100
기본 스탯이 근력 110, 민첩 124, 체력 101, 지력 39다.
건강한 성인 남성의 근력, 민첩, 체력의 열 배!
이미 스탯은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느낌이었다.
해모수는 뒤늦게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
그의 주변에 서있던 왕지현과 금의위 교위들이 모두 이상하다는 듯 해모수를 쳐다봤다.
그런데 한번 터진 웃음은 그쳐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빵 터져버려서 이제는 멈출 수가 없었다.
해모수의 이런 모습에 다들 일이 잘돼서 그런가 보다 좋게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를 쳐다보며 다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불에 탄 황궁에 난데없는 웃음소리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한동안 황제로 인해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이 불에 탄 황궁에 나타나 앙천광소를 터트렸다는 괴담이 떠돌았다.
어느새 동녘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화재, 아니 방화로 소실된 황궁의 전각들!
그 참혹한 모습이 점차 백일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 * *
카시오페라 왕국 수도 에티오.
쾅!
거울처럼 매끈한 화이트 스톤 테이블이 부서질 듯 출렁거렸다.
그러나 그랜드 이스트 볼륨에 자리한 그 어떤 귀족도 감히 이를 탓하지 못했다.
지금 거센 분노를 터트리고 있는 이!
그는 다름 아닌 카시오페라 왕국의 국왕 케페우스였던 것이다.
“감히 코티아르의 촌놈들이 겁도 없이 우리 카시오페라 왕국에 선전포고를 해?”
“폐하, 선전포고가 아니라 영지전 선포이옵니다.”
그런데 어딜 가든, 바른말하는 자는 꼭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카시오페라 왕국의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부 장관 이콜 백작이 바로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영지전은 같은 나라 안에서나 하는 거지. 국가 사이에 영지전을 벌이면 그게 영지전이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구한 토러스 대륙 역사상, 국가 사이에 영지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그럼 우리가 저들의 무례한 요구를 들어줘야 한단 말이오?”
케페우스 국왕은 이콜 백작의 말에 커다란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올곧은 성정에 강철 심장을 지닌 이콜 백작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럼 국왕 폐하께 한 가지 먼저 여쭙겠습니다. 코티아르 왕국과 전면전을 원하십니까?”
“크흠.”
이콜 백작의 뼈를 때리는, 아니 부러뜨리는 묵직한 말이었다.
케페우스 국왕은 그만 헛기침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무리 코티아르 왕국과 적대 관계에 있다지만…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컸다.
무엇보다 카시오페라 왕실은 왕국의 운명을 건 코티아르 왕국과의 전면전을 벌일 각오와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만약 전면전을 원하시는 게 아니라면, 저들이 원하는 대로 우리 카시오페라 왕국의 베른 영지와 코티아르 왕국의 맥커리 영지 사이의 영지전을 허락하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잘못되면 베른 영지가 홀라당 저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소. 그럼 이콜 백작이 책임질 거요?”
“반대의 경우도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케페우스 국왕의 자랑인 멋진 카이젤 수염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타오르는 분노를 삭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코티아르 왕국의 영지인 맥커티를 먹었을 때 기쁨과 흥분을 떠올려 보는 것인지 확실치 않았다.
그랜드 이스트 볼륨에 자리한 카시오페라 왕국의 영주들!
그들은 모두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고 앉아있었다.
어차피 이런 일은 서로 싸워봐야 힘만 빠지는 일이다.
영양가도 없는 논쟁에 심력을 소모하기보다는 차라리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름 이득을 챙기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코티아르 왕국에서는 분명히 맥커리 영지를 은밀히 지원할 것이오.”
“맞습니다. 허나 그런 일은 우리 카시오페라 왕국에서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지 않습니까!”
케페우스 국왕은 이콜 백작의 말에 본전도 챙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영지전을 하자는 코티아르의 제안을 승낙하자니… 이건 또 국왕의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그때 귀족파의 실세로 통하는 발다 백작이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굳이 코티아르와 영지전을 치를 필요가 있습니까? 차라리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줘버립시다.”
“아니 그게 무슨 망발이오? 발다 백작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소?”
발다 백작의 말에 국왕파의 거두 포루탈 후작이 벌떡 일어나 호통을 쳤다.
“국왕 폐하도 계신데… 거 목소리만 높이지 말고 좀 조용히 얘기합시다.”
“말이 말 같아야 조용히 얘기를 하지요. 코티아르 왕국이 영지전을 벌이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오?”
“크흠.”
“베른 평야와 라키산의 지류에 있는 광산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잖소! 그런데 그걸 주자고? 그 광산에서 미량이나마 마나석과 미스릴이 나온다는 사실을 잊으신 게요?”
포루탈 후작은 포루탈 영지의 영주이자 서남부 국경의 변경백이다.
모리스 왕국과 부르나 왕국에 둘러싸여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포루탈!
잦은 전투로 다져진 거구의 근육 덩어리를 푸들대며 포루탈 후작은 발다 백작을 싸늘하게 노려봤다.
“내가 언제 그냥 주자고 했습니까? 정당한 대가를 받고 같이 사이좋게 광산을 개발을 하자는 말입니다. 웃으면서 지내도 아까운 세월인데 언제까지 이웃 나라인 코티아르와 적대 관계로 긴장하며 살 겁니까?”
포루탈 후작은 기가 막혔다.
발다 백작은 말만 카시오페라 왕국의 백작이지 하는 짓은 영락없는 매국노나 다름없었다.
“발다 백작은 코티아르 왕국이 호시탐탐 카시오페라 왕국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소? 100년 전에도 당신처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방심했다가 코티아르 놈들에게 기습을 당해서 하마터면 병합될 뻔했던 치욕적인 역사를 벌써 잊은 것이오?”
“크흠!”
“에헴!”
포루탈 후작의 말에 다들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카시오페라 왕국에서 이 얘기는 알게 모르게 금기어로 취급되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울 게 없다는 포루탈은 금기어건 뭐건 얘기하는 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
“최근 코티아르에서 엄청난 거금이 에티오로 들어와 일부 귀족에게 대대적으로 뿌려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소. 비슷한 시기에 각 영지에서 코티아르 출신 고리대금업자들이 대출 사업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었소. 이게 그냥 우연인 것이오?”
“아니 지금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는 겁니까? 코티아르와의 영지전 얘기를 하러 모였으면 그것에나 집중합시다.”
“옳소! 쓸데없는 얘기로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일부 귀족들이 목에 핏대를 잔뜩 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포루탈은 비릿한 냉소를 지으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흥! 찔리는 게 많으신가 보오. 난 그저 소문을 얘기했을 뿐인데… 반응이 아주 화끈하다 못해 격렬하구려. 나 포루탈 후작은 카시오페라 왕실에 정식으로 요청하겠소. 코티아르 왕국의 뇌물을 먹고 매국을 저지르는 놈들을 꼭 좀 잡아달라고 말이오. 이것은 정식 청원이니 이콜 백작이 접수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바로 접수했습니다. 이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면 일벌백계로 다스릴 것입니다.”
포루탈 후작의 말을 받은 이콜 백작이 즉각 호응해 왔다.
케페우스 국왕은 굳이 이들의 장단에 끼어들지 않았다.
알아서 잘한다고 뒤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크흠.”
“에헴.”
이제 일부 귀족들은 얼굴이 핼쑥해져 연신 헛기침만 해댔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다시 발다 백작이 나섰다.
“좋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우리 코티아르와 화끈하게 한번 붙어봅시다.”
“카시오페라 왕국의 베른 영지와 코티아르의 맥커리 영지 사이에 영지전을 벌이는 것입니다.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발다 백작은 나름 거창하게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다.
그런데 칼 같은 이콜 백작의 철통 방어에 그만 우스운 꼴만 내비치며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으음,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었소.”
“이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으니 표결로 들어가시죠.”
이콜 백작에게는 발다 백작의 이빨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아예 발다 백작의 말에는 대꾸도 안 하고 절차를 진행했다.
케페우스 국왕은 발다 백작의 얼굴을 한번 쓱 쳐다보고는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이콜 백작은 사실 좀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귀족파 귀족들에게만큼은 확실히 쥐약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굳이 표결까지 갈 필요가 있겠소? 이콜 백작의 말대로 코티아르 놈들이 영지전으로 한정하자고 애원을 해대니 못 이기는 척 들어주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오.”
케페우스의 변덕에 다들 한마디씩 찬성표를 던졌다.
“국왕 폐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뜻대로 하시지요.”
케페우스 국왕은 코티아르의 제안을 애원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소소하게 정신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국왕파와 귀족파를 막론하고, 카시오페라의 영주들은 대부분 국왕의 의견에 찬성했다.
“그럼 두 영지 사이에 영지전을 치르는 것으로 결론을 맺겠습니다.”
이콜 백작이 좌중을 한번 둘러보고는 의제를 마무리 지었다.
그때 다시 발다 백작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이콜 백작은 남모르게 한숨을 쉬면서도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영지전을 치를 베른 영지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뭔가 생각이 있는 듯하니 먼저 말씀해 보세요.”
발다 백작은 이콜 백작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여러분도 익히 알다시피 지금 틴틴산에는 우리 카시오페라 왕국을 비롯해 코티아르 왕국, 부르나 왕국, 모리스 왕국이 산발적인 국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게 베른 영지를 지원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오?”
포루탈 후작이 재까닥 끼어들었다.
발다 백작은 그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입만큼은 결코 쉬지 않았다.
“부르나 왕국 암베르 요새의 마나석 광산은 현재 완전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암베르 요새에 파견 나간 기사들이 보내온 정보에 의하면 언제 마나석 광산을 다시 복구할지, 아니 마나석 광산의 복구가 과연 이루어질 수나 있는지 의문이랍니다.”
“…….”
다들 티는 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발다 백작과 비슷한 레벨의 정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또한 코티아르 왕국 코슈타인 요새 근처에 있는 크로노스 던전도 아무런 성과 없이 그저 피해만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첩보에 의하면 크로노스 던전은 이미 털린 지가 오래되어 보물은커녕 아예 텅 비어있다고 합니다.”
“그거 확실한 정보입니까?”
이콜 백작의 날카로운 시선에 발다 백작은 다급히 한발 물러섰다.
“그거야 직접 확인해 보면 될 게 아닙니까?”
“흐음, 알겠소.”
발다 백작은 일단 카더라 통신을 한번 잘 써먹은 것으로 만족했다.
“제 말의 핵심은 어차피 별 이익도 없이 놀고 있는 틴틴산의 전력을 빼내서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는 베른 영지전에 투자하자는 말입니다.”
“호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오.”
후작파의 수장인 욘 후작이 드디어 침묵을 깨고 나섰다.
두꺼비같이 생긴 푸짐한 욘 후작이 나서자 귀족파 귀족들의 분위기가 일신됐다.
케페우스 국왕과 포루탈 후작이 재빨리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나도 찬성이오.”
포루탈 후작이 전격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너도나도 동의를 표했다.
발다 백작은 그 모습에 짜릿한 성취감을 맛봤다.
하지만 그는 결코 이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제게 좋은 생각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제대로 판이 깔리자 이제는 다른 귀족파의 귀족들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틴틴산에 있는 카스 기사단과 라거 기사단을 베른 영지전에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요?”
귀족 하나가 맞장구를 쳐주자 발다 백작은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영지전에 마법사를 투입해야 합니다. 마법사는 전장의 지배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5서클의 고위 마법사를 투입하면 분명 좋은 성과가 있을 겁니다.”
“마법사?”
살짝 달궈진 분위기가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이콜 백작이 곧바로 개입했다.
“발다 백작께서 지금 마법사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궁정 마법사를 투입하라는 소리군요.”
“아닙니다.”
발다 백작은 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