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저 여자가 불의 여왕인 모양이군.”
키에에에엑!
와이번은 거칠게 포효했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니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그 드래곤 피어, 아니 와이번 피어인 모양이었다.
펄럭펄럭, 펄럭펄럭!
와이번은 날갯짓을 하며 외성을 향해 다가왔다.
그러다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화염방사기같이 불을 쏘아댔다.
화르르륵! 화르르르륵!
외성의 성벽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창과 방패를 던져버리고 미친 듯이 도망쳤다.
괜히 병사들을 오합지졸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다.
펄럭펄럭, 펄럭펄럭!
와이번은 외성을 지나 내성을 향해 날아왔다.
그렌은 냉정한 눈빛으로 와이번을 노려봤다.
거대한 동체와 날카로운 발톱은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했다.
시선을 조금 위로 올려 와이번에 타고 있는 금발의 여인을 쳐다봤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미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그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아주 도도했다.
옷은 입은 건지 안 입은 건지… 그저 비키니처럼 생긴 브래지어와 팬티만으로 간신히 치부만 가리고 있었다.
―나는 얀 영지에 오늘 새로 부임한 영주, 그렌 자작이다. 그만하고 내려와라! 그대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렌은 메시지 마법으로 불의 여왕에게 정중하게 권했다.
하지만 불의 여왕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와이번의 목을 한번 툭 쳤다.
그러자 날아가던 와이번이 곧바로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성을 향해 바로 불을 내뿜었다.
화르르르륵!
야엘이 번개처럼 그렌의 앞을 막아섰다.
어디서 구했는지 커다란 방패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방패 버려! 블링크!”
그렌은 야엘의 허리를 잡고 곧바로 블링크 마법을 시전했다.
스팟!
그들의 모습이 순간 꺼지듯 사라졌다.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이 서있던 장소로 뜨거운 화염이 날아들었다.
화르르르륵!
지글지글, 지글지글!
화염이 얼마나 뜨거운지 방패가 순간적으로 녹아서 바닥에 붙어버렸다.
내성 첨탑에 나타난 그렌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는 야엘의 허리에 두른 손을 놓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불의 여왕! 이거 분명히 네가 먼저 시작한 거다. 후회하지 마라!
그렌은 솔직히 불의 여왕과 싸우기 싫었다.
그래서 좋게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뜸 와이번에게 화염 공격을 하게 했다.
만약 두 사람이 피하지 못했다면 부상을 입었거나 아니면 불에 타 죽었을 것이다.
그렌은 피를 보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걸어온 싸움을 피하거나 도망치는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는 즉시 미니 맵을 켰다.
선빵을 날린 불의 여왕과 와이번을 적대 관계로 설정했다.
또한 외성에 나타난 수많은 바이칼족도 적으로 규정했다.
그러곤 바로 준비한 마법을 날렸다.
“체인 라이트닝!”
하늘에서 벼락이 치듯 그렌의 손에서 번개가 떨어졌다.
번쩍!
와이번의 몸을 정통으로 강타한 번개!
전류 다발을 사방으로 쏟아내며 2차 피해를 유발했다.
끄웨에에엑!
파츳츳츳츳!
강력한 전격에 직격당한 와이번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불의 여왕도 꽤 충격을 받았는지 머리가 산발이 된 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렌의 공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툭툭툭, 툭툭툭, 툭툭툭, 툭툭툭!
그는 인벤토리에서 K2 소총을 꺼내 와이번의 얼굴을 쐈다.
가죽이 하도 두꺼워서 전혀 뚫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얼굴을 창으로 찌르는 듯한 총알의 따가움에 와이번은 급히 날갯짓을 하며 자리를 피했다.
펄럭펄럭, 펄럭펄럭!
와이번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등을 보이고 말았다.
이건 그렌이 전적으로 바라고 의도한 공격이었다.
그는 인벤토리를 열고 K2 소총을 집어 던졌다.
대신 M72 LAW 대전차 로켓 런처를 꺼내 들었다.
거리는 대략 150미터.
정확히 유효사거리 안이었다.
어깨 위에 견착하고, 조준을 하자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푸슝!
쐐애애애애액!
M72 LAW에서 발사된 대전차 로켓!
길게 꼬리에 연기를 내뿜으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그러곤 정확히 와이번의 등을 강타했다.
쾅!
꾸웨에에에엑!
와이번의 참혹한 비명 소리가 영주성을 쩌렁쩌렁 울렸다.
등은 새까맣게 타고 그 중앙은 깊게 파여있었다.
중상을 입었는지 붉은 피가 쉬지 않고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렌은 빈 발사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는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안에서 K6 중기관총을 꺼냈다.
비틀대는 와이번을 향해 그렌은 인정사정없이 중기관총을 갈겨버렸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처리해 버리는 게 뒤탈이 없을 것이다.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퉁!
꾸웨에에에엑!
와이번은 더 이상 날지 못했다.
몸통은 그나마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 모르지만… 연약한 날개는 중기관총의 12.7밀리미터 총알에 구멍이 숭숭 뚫려버렸다.
파칭!
그때였다.
불의 여왕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화르르륵!
그녀는 순간 커다란 하나의 불덩이로 변했다.
―그만!
그렌의 머릿속으로 그녀의 의지가 직접 전달됐다.
―지랄!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그는 메시지 마법으로 자신의 뜻을 전하며 동시에 마법을 일으켰다.
“프로스트 노바!”
얼음 속성의 5서클 광역 마법 프로스트 노바!
신성처럼 떠오르는 서리 마법이 불의 여왕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쾅! 꽈르릉!
화르르륵!
사방으로 불똥이 휘날리고 차가운 얼음 조각이 넓게 비산했다.
프로스트 노바를 정면으로 대응한 불의 여왕!
충격이 적지 않았는지 성벽 위로 떨어져 내렸다.
쿵!
그러나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전보다 더욱 거대한 화염을 피워 올렸다.
동시에 전투 의지를 고취시켰다.
―그만!
―개소리!
불의 여왕은 자신의 행동과는 달리 다시 한번 멈추라며 의지를 전했다.
그러나 그렌은 전혀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보기만 해도 온몸에 땀이 줄줄 날 것 같은 화염 덩어리가 눈앞에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하는 적의 소리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렌은 만일 질 것 같으면 야엘과 함께 텔레포트로 도망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불의 여왕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팡!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모습이, 아니 화염 덩어리가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그 모습이 마치 발키리라도 되는 듯 포스가 작살이었다.
“아이스 월!”
그렌은 침착하게 마법의 시동어를 속삭였다.
불의 여왕의 앞으로 차가운 얼음의 벽이 솟구쳤다.
쿵!
그녀는 아이스 월과 정통으로 부딪쳤다.
크게 흔들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아이스 월은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화르르륵!
불의 여왕은 열이 받았는지 자신의 앞으로 화염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단단한 벽을 이루던 아이스 월에 구멍이 뻥 뚫려버렸다.
푸아앙!
그 틈새로 새파랗게 빛나는 화염구 하나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야엘은 그 모습에 즉시 몸을 날리며 바이퍼 소드를 휘둘렀다.
스창!
야엘의 깔끔한 발도술에 바이퍼 소드가 주홍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동시에 초승달 모양의 주홍색 빛의 기운이 날아오는 화염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서겅!
펑! 화르르륵!
불의 여왕이 날린 회심의 일격은 깨끗이 실패했다.
새파랗게 빛나던 화염구는 반으로 잘린 즉시 터져나갔다.
뜨거운 후폭풍이 일어나 그렌의 프릴 로브를 사납게 펄럭거렸다.
그의 앞을 막아선 야엘의 기세!
무섭게 타오르더니 곧 하나의 커다란 칼날처럼 변해갔다.
“불의 여왕!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번 싸워보자!”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의외의 행동에 불의 여왕은 의문의 눈빛을 띠었다.
야엘도 그렌을 따라 하듯 손목을 돌리고 목을 꺾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불의 여왕은 만만치 않은 두 사람의 행동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오늘 와이번의 마정석을 한번 구해보자!”
그렌은 대놓고 불의 여왕을 도발했다.
그 말을 듣자 화가 났는지 불의 여왕의 몸을 감싸고 있는 화염이 심하게 흔들렸다.
불의 여왕은 분명히 뜨거운 불 속에 있었다.
그런데 조금도 뜨거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호기심은 일단 접고 눈앞의 적부터 상대해야 했다.
“간다!”
―그만!
“개소리 집어치워!”
그렌은 또다시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고위 서클 마법이 아니라 낮은 서클 마법을 구사했다.
“바인드, 그리스, 윈드 커터, 홀드, 디그…….”
이건 그냥 마법을 난사하는 수준이었다.
화르르륵!
정신없이 쏟아지는 마법에 불의 여왕은 크게 당황했다.
지금까지 마법사를 무수하게 상대해 봤다.
그런데 이런 식의 무식한 공격을 해오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렌의 진짜 공격은 마법이 아니었다.
“잘 가라!”
그는 불의 여왕을 노리는 척하면서 주의를 끌었다.
그러곤 중상을 당한 와이번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수를 노렸다.
푸슝!
쐐애애애애액!
M72 LAW 대전차 로켓 런처!
발사된 대전차 로켓은 무서운 속도로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 모습을 본 불의 여왕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렸다.
―안 돼!
화르륵!
푸아앙!
와이번은 불의 여왕이 지른 비명처럼 지른 의지를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봤다.
눈이 땡그랗게 변한 와이번이 급히 몸을 옆으로 던졌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빨리, 불의 여왕이 쏘아낸 새파란 화염구가 대전차 로켓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쾅!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며 후폭풍이 강타했다.
와이번은 급히 날개를 펼쳐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녀석의 발 앞에 깊은 구덩이 하나가 생겨났다.
만약 정통으로 맞았다면 틀림없이 와이번은 죽었을 것이다.
불의 여왕이 고개를 돌려 그렌을 노려봤다.
씨익!
그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불의 여왕에게는 그 미소가 악마의 미소처럼 느껴졌다.
언제 뽑았는지 그렌의 손에는 이미 K6 중기관총이 들려있었다.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손가락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동시에 야엘의 바이퍼 소드가 주홍빛으로 환하게 불타올랐다.
―우리 그만 싸우자!
그때 불의 여왕이 전혀 예상 밖의 말을 의지로 전했다.
그렌은 메시지 마법으로 불의 여왕에게 물었다.
―다시 말해봐! 못 들었다.
―제발 그만 싸우자고.
불의 여왕이 제발 그만 싸우자고 했다.
그렌은 일단 그녀의 말에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사실 그들이 싸워봐야 전혀 이득이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난 처음부터 대화를 원했어.
―그건 내가 실수한 것 같군. 하지만 나도 너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야.
―뭐! 지금 장난해? 그 정도 화염을 맞으면 누구나 다 죽어.
듣고 보니 열이 받았다.
하지만 불의 여왕은 전혀 생각이 다른 듯했다.
―넌 죽지 않았잖아.
―그건 내가 마법사였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죽었을 거야.
말을 섞다 보니 이제는 불의 여왕도 성질이 났나 보다.
―그래서 계속 싸우겠다는 소리야?
―원한다면 얼마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딴 성 하나 정도는 통째로 불태울 수 있어.
―그렇게 하시든지. 그럼 나도 얀, 버틀, 렌 영지에 있는 백만의 바이칼족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
그렌도 절대 지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 강하게 밀고 나갔다.
야생에서 약하게 보이면 잡아먹히기 마련이다.
둘은 의지와 메시지 마법으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소리 없는 전투나 마찬가지였다.
―그걸 내가 가만히 보고 있을 것 같아?
―막고 싶으면 얼마든지 막아. 나 아니라도 바이칼족을 처리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렌은 메시지를 전하면서 동시에 힐끗 야엘을 쳐다봤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불의 여왕은 그의 뜻을 알아먹고는 비릿한 냉소를 지었다.
―나도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레닌도 절대 혼자가 아니지.
―레닌?
―내 와이번의 이름이야.
이건 좀 쫄렸다.
와이번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마리였다니…….
물론 뻥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불의 여왕의 눈빛이 너무 순수했다.
그러고 보니 불의 여왕은 거의 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화염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서 옷을 입어도 금세 타버리는 모양이었다.
가슴이 반쯤 가려진 브래지어, 치부를 아슬아슬하게 가린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천 조각!
이걸 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