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클리오 수석 행정관!”
“예, 영주님.”
“즉시 버틀과 렌으로 행정관을 보내 영주성과 인근 마을을 접수하시오. 유능한 행정관이나 필요한 인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영입해도 좋소.”
“알겠습니다.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그렌은 일단 버틀과 렌 영주성을 빨리 확보하기로 했다.
이미 자신의 것이 됐는데 가만히 놔두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넥슨!”
“예, 영주님.”
“클리오 행정관의 일을 지원하고 버틀과 렌 영주성도 보급품 비리 사건 조사를 병행해서 비리가 있는 자들을 일망타진하게.”
“충!”
넥슨은 자신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얀 영지야 자신이 오랫동안 살았던 곳이니 별로 어려움을 못 느꼈다.
하지만 다른 영지의 영주성은 차원이 달랐다.
괜히 귀족가의 일원과 잘못 부딪치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넥슨의 기우였다.
그렌은 그걸 이미 예상하고 비책을 준비해 뒀다.
“이걸 가지고 가게.”
“마법 수정구가 아닙니까?”
그렇다.
그가 준비한 것은 바로 마나를 가득 채운 마법 수정구였다.
“맞아. 일을 터트리기 전에 나한테 신호를 보내면 내가 직접 텔레포트로 날아가겠네.”
“아! 알겠습니다. 반드시 도적놈들을 일망타진하겠습니다.”
넥슨은 보급품 비리 관련자를 도적으로 규정하고 의지를 불태웠다.
고위 마법사인 영주가 직접 와서 처리하겠다는데 더 이상 두려워할 일은 없었던 것이다.
“더 이상 의논할 의제가 없으면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세.”
“예, 영주님.”
“클리오 수석 행정관도 이것 하나 가지고 가시오!”
“감사합니다.”
그렌은 클리오 수석 행정관에게도 마나를 가득 채운 마법 수정구를 건넸다.
마법사처럼 활용은 못하겠지만 신호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
넥슨과 행정관 5인방이 전부 영주 집무실 밖으로 물러갔다.
“내성을 비워서 뭘 하실 거예요?”
“비밀 공방을 만들어야지.”
둘만 있게 되자 야엘이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하지만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서 두리뭉실하게 말하고 넘어갔다.
그보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야엘! 나는 지금 텔레포트 게이트로 가서 영구 텔레포트 마법진을 새길 거야.”
“제가 뭘 하면 되죠?”
“그동안 용병 길드로 가서 미르 용병단을 이곳으로 불러줘!”
“알겠습니다.”
야엘은 미르 용병단을 불러달라는 말에 그렌이 미르 용병단과 장기 계약을 맺으려고 한다고 이해했다.
“텔레포트 마법진이 완성되면 우선 틴틴산의 마나석 광산으로 가서 마나석을 캘 거야.”
“이번에는 좀 많이 캐야겠군요.”
“가능하면 싹 쓸어와야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했다.
“블랙 타워는 안 가십니까?”
“거기도 가야지.”
“노예들을 이리로 데려오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정예 병사의 수준을 넘어 한 사람의 몫을 한다면 데려와도 좋아. 그 전까지는 계속 굴리도록 해!”
“예, 마스터.”
야엘은 다른 것은 몰라도 굴리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잘 굴릴 자신이 있었다.
“앞으로 야엘이 좀 바빠질 거야. 노예병과 신병들을 훈련시키고 자유 기사들도 영입해야 하니까.”
“제가 말입니까?”
“그럼 내가 할까?”
“아닙니다. 마스터는 따로 할 일이 많으시니 제가 해야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렌이 기사를 영입하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다.
야엘이 체념을 하고 집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땡땡땡땡땡…….
느닷없이 비상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렌과 야엘은 서로의 얼굴을 한번 쳐다봤다.
그러곤 곧바로 집무실 밖으로 튀어 나갔다.
마침 보고를 하려고 달려오는 전령을 만났다.
급하게 말을 타고 달려왔는지 온몸에 먼지가 가득했다.
“무슨 일인가?”
“인근 마을에 마적이 나타났습니다.”
“어느 쪽에 있는 마을인가?”
“남남서쪽에 있는 햄프셔입니다.”
그렌은 더 이상 전령의 말을 듣지 않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내성 입구로 달려가며 성문 앞의 병사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말을 가져와라!”
“예, 영주님!”
내성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그가 나타나자 바삐 움직였다.
일단 성문을 빠르게 열고 뒤이어 비쩍 마른 말 두 마리를 가져왔다.
딱 보니 전 영주 아니면 누군가가 말을 바꿔치기해 간 것 같았다.
그렌은 속으로 잘 기억해 두고 나중에 꼭 범인을 찾아내기로 했다.
“스트렝스! 스트렝스!”
그는 부실해 보이는 두 마리의 말에게 스트렝스를 걸어줬다.
그러자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낀 말들의 움직임이 경쾌해졌다.
“야엘! 가자!”
“예스, 마이 로드!”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그렌과 야엘을 태운 말들은 내성 성문을 힘차게 달려 나갔다.
외성 성문까지는 돌을 깔아 만든 대로가 쭉 뻗어있었다.
그들이 빠르게 달려가자 곧 외성 성문도 좌우로 활짝 열렸다.
두 사람은 병사들이 놀라건 말건 영주성을 빠져나갔다.
그때부터 방향을 남남서로 잡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갔다.
하지만 속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헤이스트! 헤이스트!”
그렌은 말들에게 헤이스트 마법까지 걸었다.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달리는 말들의 속도가 갑자기 엄청 빨라졌다.
비쩍 마른 두 마리 말은 오랜만의 질주에 숨이 목구멍까지 차는 것도 모르고 신나게 달려갔다.
덕분에 너무 늦지 않게 햄프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크를 보내서 먼저 정찰부터 해줘!”
“예스, 마스터!”
야엘은 즉시 자신의 소환수인 어둠의 정령 다크를 햄프셔로 보냈다.
다크는 간만에 임무를 맡아서 아주 신이 났다.
의욕이 과해진 다크는 햄프셔 마을까지 쏜살처럼 날아갔다.
그러곤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주인인 야엘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햄프셔 마을의 목책이 뚫리기 직전이에요.”
“마적의 숫자는?”
“이백이 넘어요.”
“이백?”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영주성 인근의 마을을 겁도 없이 습격한 마적!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줄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기마 이백이나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야엘은 햄프셔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목책을 지켜라! 난 위로 올라가서 놈들을 처리하겠다.”
“예스, 마이 로드!”
그렌은 야엘에게 자신의 말고삐를 던졌다.
그녀가 가볍게 말고삐를 낚아채자…….
“블링크!”
그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야엘은 고개를 앞으로 돌려 전방의 하늘을 쳐다봤다.
그녀의 예상대로 하늘 높이 허공에 그렌의 모습이 툭 튀어나왔다.
“이럇!”
야엘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에 박차를 가했다.
스트렝스와 헤이스트 약발로 인해 비루먹은 말은 자기 주제를 깨닫지 못하고 미친 듯이 질주했다.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한편 햄프셔 마을 입구 100미터 상공으로 이동한 그렌은 다시 마법을 펼쳤다.
“플라이! 인비저블!”
더블 캐스팅을 한 것은 아니었다.
플라이는 프릴 팔찌에 인챈트되어 있는 플라이 마법진을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인비저블도 문라이트 룬 메일에 인챈트되어 있는 투명화 마법진을 썼다.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었지만 그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루: 무슨 마적들이 이백 명이나 모였냐? 마치 무슨 기병대 같네.] [해모수: 그러게 말이에요. 목책이 곧 뚫리겠어요.] [마루: 하는 짓이나 복장을 보면 마적대 몇이 연합을 한 것 같기도 하고.] [해모수: 어쨌든 저놈들이 햄프셔 마을을 아예 거덜 내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아요.] [그렌: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그렌은 마루와 해모수의 말을 들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는 K2 소총을 꺼냈다.
아니 K2 소총에 사일런스, 공간 확장, 온도 조절 등 각종 마법진을 인챈트한 마법 소총을 들었다.
허공에 둥둥 뜬 상태로 마법 소총을 조준했다.
이백이나 되는 마적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
가늠자 사이로 보이는 중앙의 가늠쇠에 놈의 이마가 걸렸다.
그렌은 숨을 멈추고 가볍게 방아쇠를 당겼다.
툭!
미세한 소음이 일며 5.56밀리미터 총알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퍽!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마적의 이마에 작은 구멍이 나자 뒤통수에 휑하니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다.
뇌가 터져버린 마적은 뇌수를 질질 흘리며 뒤로 넘어갔다.
털썩!
하지만 마적들은 금세 눈치채지 못했다.
햄프셔 마을의 목책을 뚫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렌은 손쉽게 저격으로 마적들의 우두머리들을 하나씩 제거할 수 있었다.
툭, 툭, 툭, 툭, 툭, 툭, 툭!
저격에 당한 마적들이 하나둘씩 힘을 잃고 말에서 떨어졌다.
그는 마적의 우두머리들을 절대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마나 목을 조준했다.
총알로 급소에 관통상을 당한 마적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와아아아!
마적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더욱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당장 점령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목책조차 뚫어내질 못하고 있었다.
“마을 안에 기사가 있다.”
“몇 명이나 있어?”
“한 명이다.”
기사가 한 명이라는 말에 다들 분통을 터트렸다.
“제기랄!”
“겨우 기사 한 놈 때문에 이런 허접한 목책도 못 뚫고 있는 거야?”
“모두 총공격!”
누군가 바람을 잡자 마적들은 더욱 거센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목책을 넘어가기만 하면 소식이 끊겼다.
그쯤 돼서야 마적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 대장이 없다.”
“우리 단장도 없다.”
“아니 우리 마적단 두목도 안 보이네.”
“다들 어디로 간 거지?”
“으헥! 저기 죽어있다.”
“시체로 변했어.”
“아니 왜?”
마적들은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어디를 가든 우두머리가 없으면 무리는 오합지졸이 되는 것이다.
끼이익!
놀랍게도 그때 단단히 닫혀있던 목책의 문이 열렸다.
“목책이 뚫렸다.”
“뚫린 게 아니라 스스로 연 거잖아.”
“어떡하지?”
너무나 이상한 일이 연속으로 벌어졌다.
마적들은 당장 햄프셔 마을을 공격할까 말까 고민했다.
털썩, 풀썩, 털썩, 쿵, 털썩…….
허나 그들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계속해서 옆의 마적들이 하나둘씩 말에서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뭐, 뭐야?”
“이거 혹시 유령 아냐?”
“마법사다. 새로 온 영주가 마법사라고 했잖아.”
“설마! 벌써 영주성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마적들은 명령을 해주는 자가 없자 겁을 덜컥 집어먹었다.
특히 새로 온 영주가 마법사라는 소문을 들었는지 크게 당황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퇴각하자.”
“그러다가 나중에 걸리면 혼나!”
“혼나긴 누구한테 혼나! 이미 뒈진 놈들인데…….”
“일단 튀자. 나중에 전열을 정비해서 다시 오자.”
마적들은 결국 도망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주변의 마적들이 계속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해모수: 그렌 형, 저놈들이 도망가려고 해요.] [마루: 광역 마법으로 싹 쓸어버려요.] [해모수: 그럼 말도 다치잖아요. 메가슬립인가? 광역 수면 마법 같은 거 있잖아요.] [그렌: 아! 그렇지.]그렌은 해모수의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즉시 마적들을 향해 광역 수면 마법을 펼쳤다.
“메가슬립!”
그러자 말 위에 앉아있던 마적들이 우수수 땅으로 떨어졌다.
개중에는 마법 저항력이 유달리 강한 놈도 있었다.
머리를 흔들면서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던 마적!
은밀히 날아든 총알에 맞아 결국 뒤통수에 구멍이 나버렸다.
결과적으로 마적 모두 공평히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해모수: 거봐요. 내 말이 맞죠?] [그렌: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마루: 어쨌든 해모수의 말대로 총알을 절약할 수 있게 됐네요.] [해모수: 헤헤, 말 이백 마리도 사로잡게 됐잖아요.] [그렌: 고맙다. 해모수! 전부 네 덕이다.]그렌은 투명화 마법을 해제했다.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며 땅으로 서서히 날아서 내려왔다.
그사이 야엘은 햄프셔 마을의 자경대를 동원해 마적들을 모조리 사로잡았다.
당연히 그렌의 전리품이 될 마적들이 타고 온 말들도 모조리 끌어왔다.
“영주님이시다.”
“진짜 마법사다.”
“우리 영주님이 하늘에서 내려오신다.”
“영주님이 우리 마을을 구했다.”
너무 극적인 등장이었을까?
햄프셔 마을 주민들의 눈빛이 존경과 경외로 물들어 갔다.
그렌이 땅에 내려서서 마을 입구로 걸어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마을 주민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렌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