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햄프셔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나온 모양이었다.
그 모습은 가히 일대 장관이었다.
야엘은 왠지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랑하는 이가 마을 주민들에게 존경 어린 인사를 받게 되다니…….
그녀는 그 사실이 몸서리치게 좋았다.
“모두 일어나라!”
“감사합니다. 영주님!”
그렌의 한마디에 다시 수천 명의 마을 주민들이 일어났다.
“전령이 햄프셔 마을에 마적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다행히 내가 너무 늦지 않게 온 것 같구나.”
“저희 마을을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주님!”
그의 앞으로 머리가 새하얀 노인 하나가 나타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촌장인가 보군.”
“그렇습니다. 햄프셔 마을 촌장 샘프턴입니다.”
“나중에 영주성으로 오도록 해라!”
“예, 영주님.”
그렌은 샘프턴 촌장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전장을 정리하고 나면 마적과 말을 모두 영주성으로 보내라!”
“예, 영주님.”
“다들 수고했다. 다음에 보자.”
“영주님! 안녕히 가십시오.”
수천 명의 고개가 일제히 숙여졌다.
그렌은 그 모습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야엘도 수고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만 돌아가자.”
“예스, 마이 로드!”
야엘은 이제 마법이 풀려 헥헥대는 비루먹은 두 마리의 말을 한쪽에 풀어줬다.
대신 마적들의 우두머리가 타던 새하얀 백마와 검은 흑마를 끌고 왔다.
그렌은 덩치가 큰 흑마를 골라 탔다.
그녀는 다리가 늘씬하게 잘 빠진 새하얀 말에 올랐다.
두 사람은 잠깐 햄프셔 마을을 쳐다보더니 곧바로 영주성을 향해 달려갔다.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백마와 흑마는 갈기를 휘날리며 나는 듯이 질주했다.
확실히 좋은 말은 달리기도 잘 달렸다.
스트렝스와 헤이스트를 걸었던 비루먹은 말들이 달리는 속도보다 어째 백마와 흑마가 더 빠른 것 같았다.
“영주성이에요.”
얼마 달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얀 영주성이 보이고 있었다.
그렌의 입가에 만족한 미소가 흘렀다.
이제는 영주성이 마치 자신의 집 같았다.
동시에 오늘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쭉 떠올랐다.
‘일단 텔레포트 마법진부터 빨리 새기자!’
그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흑마는 더욱 속력을 냈다.
야엘도 그렌의 뒤를 따라 영주성을 향해 나는 듯이 달려갔다.
둘은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귀환병들처럼, 그렇게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고 싶다는 열망에 미친 듯이 질주했다.
그들의 머리 위를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이 열심히 뒤쫓아 가고 있었다.
* * *
“아!”
마루는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무기가 있다니…….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그는 먼저 은빛으로 빛나는 미니 단창을 손에 쥐었다.
길이는 팔뚝만 한 게 손으로 잡으니 꼭 알맞게 쥐어졌다.
금속의 서늘한 기운이 정신을 맑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해모수: 우와! 정말 예쁘네요. 음각된 문양은 전부 마법진이죠.] [그렌: 맞아. 미스릴에 각종 마법진을 새기느라 내가 고생 좀 했지.] [마루: 형, 정말 고마워요. 이런 무기, 아니 예술품을 가지게 되다니 꿈만 같아요.]마루는 마치 뭔가에 홀린 듯한 눈빛으로 손에 쥔 무기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렌: 우레의 길이는 33.3센티미터고, 중앙의 손잡이는 지름이 33.3밀리미터야. 보이는 것처럼 양쪽으로 뾰족해지는 형태지. 표면은 강화, 샤프니스, 주인 인식, 복구, 리턴, 플라이, 부유, 무게 감소 등 각종 마법진이 새겨져 있어. 중앙에 있는 작은 구멍에 마루의 피와 포스를 조금 넣어주면 자동적으로 주인 인식 마법진이 작동할 거야.] [마루: 이 무기의 이름이 ‘우레’군요!]그렌의 친절한 설명에 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즉시 자신의 손가락을 찔러 상처를 냈다.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마루는 우레의 정중앙에 있는 아주 작은 구멍에 피를 흘려 넣었다.
동시에 포스를 끌어 올려 안으로 조금 집어넣었다.
웅웅웅!
순간 미스릴 초미니 단창, 아니 우레가 파르르 진동을 했다.
화악!
그러더니 표면에 새겨진 마법진에서 은은한 빛이 터져 나왔다가 사라졌다.
[해모수: 주인 인식이 끝난 건가요?] [그렌: 맞아. 우레 잠시 내려놓고 천둥도 주인 인식을 하도록 하자.] [마루: 네.]마루는 당장 우레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렌의 말에 우레를 내려놓고 옆에 있는 아주 작은 방패를 집어 들었다.
[해모수: 이 미니 방패도 참 예쁘게 생겼네요. 역시 미스릴에다 마법진을 음각한 것인가요?] [그렌: 맞아. 직경 33.3센티미터의 천둥은 륜(輪)처럼 무기로 쓸 수도 있고 방패로도 쓸 수 있어. 안팎으로 강화, 반탄, 샤프니스, 주인 인식, 회복, 리턴, 플라이, 부유, 무게 감소, 대 물리 & 마법 등 각종 마법진이 새겨져 있지.] [마루: 륜이라면 원반형 근접 무기인 풍화륜보다 인도의 시크족의 전통투척 무기인 차크람과 비슷한 용도겠군요.]마루는 그렌의 설명을 들으며 천둥을 살펴봤다.
어디에도 손잡이가 없었고 안쪽 중앙에 구멍 같은 홈이 파여있었다.
방패의 바깥 테두리에는 미세한 구멍이 규칙적으로 무수히 뚫려있었다.
[마루: 이건 뭐예요?] [그렌: 공유 인벤토리를 보면 천둥을 매달 팔찌가 있을 거야.]마루는 즉시 공유 인벤토리를 살펴봤다.
그렌의 말대로 안에 두툼한 미스릴 팔찌가 하나 보였다.
[그렌: 그걸 왼쪽 팔뚝에 착용하고 천둥의 안쪽 홈에 피와 포스를 흘려 넣어!] [마루: 예.]그는 일단 그렌이 시키는 그대로 따라 했다.
먼저 미스릴 팔찌를 왼쪽 팔뚝에 찼다.
그런 후 천둥을 뒤집어 놓고 중앙의 홈에 피와 포스를 밀어 넣었다.
웅웅웅!
우레처럼 미니 방패, 아니 천둥이 마구 떨리며 진동을 했다.
화악!
그러다가 이내 은은한 빛이 터지듯 분출되었다가 사라졌다.
[해모수: 다 된 것 같네요.] [그렌: 응, 주인 인식 마법진이 성공적으로 작동했어.] [마루: 그럼 이제 써도 되는 건가요?] [그렌: 먼저 내가 사용법을 가르쳐 줄게.]그렌은 마루에게 천둥과 우레의 사용법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모든 설명을 잘 들은 마루는 조심스럽게 천둥을 들어 팔찌의 홈에 가져다 댔다.
찰칵!
마치 자석이라도 되는 듯 저절로 파인 홈에 자기가 알아서 끼어 들어갔다.
[마루: 오오! 이거 아주 신기하네요.] [해모수: 천둥과 우레가 한 몸이라는 게 더 신기해요.]해모수의 말에 마루는 우레를 들어 천둥의 안쪽에 걸었다.
역시 원래 자기 자리라도 되는 듯 우레가 저절로 천둥 안쪽으로 수납됐다.
[마루: 아무래도 당장 나가서 한번 써봐야겠어요.] [해모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잖아요. 무기는 역시 실전에서 써봐야 이해가 빠를 거예요.] [그렌: 그래. 밖에 널린 게 좀비인데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지.]마루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벤토리에서 마법 로브를 꺼내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플라이!”
천둥에 인챈트되어 있는 플라이 마법을 펼쳤다.
그의 몸이 허공으로 20미터쯤 떠올라 날아갔다.
원래는 마루의 염력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천둥에다 걸려고 마법진을 새겨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마루 자신이 사용할 수도 있었다.
[마루: 그동안 플라이가 없어서 불편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러웠었는데 이젠 이렇게 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됐어요. 고마워요.] [그렌: 천만에.]마루는 그렌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문원동 주변을 크게 한번 돌았다.
구궁, 구구궁!
우릉, 우릉, 우르릉!
문원동 외곽은 한창 공사 중이었다.
그것도 건설용 중장비만 쓰는 것이 아니라 각성자들의 권능과 능력을 활용한 협력 시공 방식이었다.
“대지!”
큰누나 이서현이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위로 끌어 올렸다.
놀랍게도 땅바닥이 위로 쭉쭉 솟구쳤다.
반대로 바깥쪽의 땅은 마치 해자를 판 것처럼 안으로 깊게 파였다.
“그만!”
과천 공업사 박 사장이 크게 소리를 쳤다.
그러자 이서현이 즉시 능력 발휘를 중단했다.
높이 5미터, 두께 2미터, 길이 10미터의 흙으로 된 담이 순식간에 세워졌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압축!”
“강화!”
뒤이어 각성한 주민 두 사람이 각각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흙담을 압축하고 강화하는 작업을 아주 손쉽게 해치웠다.
그러자 순식간에 매끈한 모양의 토성이 만들어졌다.
[해모수: 저 정도 높이면 절대 좀비들이 올라오지 못하겠어요.] [그렌: 아마 강화 좀비와 구울도 올라오긴 힘들 거야.] [마루: 벌써 남쪽과 서쪽은 저 토성으로 다 막았어요.] [해모수: 저 정도 속도라면 북쪽과 동쪽을 막는 것도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네요.]마루는 해모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이서현은 조금 힘이 들었는지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물을 마셨다.
그러다가 하늘에 떠있는 마루를 발견하고는 마구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덩달아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마루는 쑥스럽게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는 냉큼 서쪽으로 날아갔다.
숲 상공을 지나 철탑을 스쳐 지나갔다.
하늘을 나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하지만 워낙 거리가 짧아 만끽할 수는 없었다.
어느새 눈앞에 과천대로가 나타났다.
펑, 퍼퍼펑!
꽝, 꽈광, 꽝꽝!
과천대로는 현재 몸살을 앓고 있었다.
좀비를 잡으러 나온 각성자 파티와 그룹이 수십 개나 모여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문원동에서 나온 사신회의 팀원들이었다.
각성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좀비를 잡고 레벨을 올리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제 권능과 능력까지 생겼으니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회장님이다.”
“와아아아!”
그새 다들 눈까지 좋아져서 하늘을 날고 있는데도 금방 발각됐다.
사신회 회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누가 보면 유명 연예인이 나온 줄 알 것이다.
“안녕하세요!”
마루는 공중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며 인사를 했다.
대부분 파티 사냥 중이라 다가오지는 못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오빠!”
그때 유난히 톡톡 튀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몸을 돌리자 윤아가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반투명한 바람의 정령이 보였다.
“좀비 사냥하다 말고 어딜 와?”
“괜찮아. 이딴 좀비 백 마리가 와도 내 상대는 안 돼.”
윤아는 두 손을 허리에 착 올리고 도도하게 말했다.
그 모습이 마루에게는 참 위태위태해 보였다.
“우리 가족 파티는 아래쪽에 있나 보지?”
“응, 과천 IC가 우리 사냥터야.”
이제는 온라인 게임에서 쓰는 단어들이 많이 보편화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명백히 게임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그는 그만뒀다.
어차피 자신이 뭐라고 해도 말을 들어먹을 것 같지도 않았다.
“가보자.”
“오케이.”
대신 그는 과천 IC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윤아도 빠르게 뛰어왔다.
바람의 정령이 그녀의 뒤에서 열심히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그 녀석 이름이 뭐였지?”
“풍령(風靈)이잖아. 바람 풍, 신령 령!”
“아! 그랬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이 참 괜찮았다.
바람의 정령이랑 무척 잘 어울렸다.
“마루야!”
“아버지!”
과천 IC에 도착하니 온 가족이 다 모여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태인 형과 재용, 윤아와 철호!
거기에다 민정과 진아, 한소신과 우성존까지 있었다.
“다들 열심이네요.”
“너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
이대근의 말에 마루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근처로 다가오는 좀비는 전부 마루네 가족 파티로 어그로가 끌렸다.
그래서 안양과 의왕 방면에서 좀비가 얼마 올라오지도 않는데 꾸준히 사냥이 이뤄지고 있었다.
“어! 할머니도 여기 계셨네요.”
“마루 회장님, 어서 와요.”
가만히 보니 중앙에 진아의 할머니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매형 김현수와 사장어른인 신사임까지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어른! 매형!”
“어서 와요!”
“마루 처남, 어서 와!”
김현수와 신사임은 마루를 보자 환하게 웃었다.
마루는 그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이대근에게 다가갔다.
“레벨 업 도와주는 거예요?”
“응, 보너스 스탯으로 기본 스탯을 올리고 있어.”
“일인당 500마리면 적은 숫자가 아닌데요.”
“그렇지. 우리도 잡아야 하고. 하지만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하면 돼.”
이대근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말도 맞았다.
안전이 제일 중요했다.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꾸준히 좀비 사냥을 하면 레벨은 꾸준히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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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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