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우와아!”
“멋있다.”
민정과 진아는 마루의 새로운 무기의 활용에 열광했다.
철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홀린 듯 쳐다봤다.
그들에게는 이게 무슨 공연처럼 느껴졌나 보다.
마루는 그들의 반응을 한껏 즐기다가 천둥을 커다란 바위로 쌓은 성벽으로 이끌었다.
가아아아아악!
서걱, 서걱, 서걱!
천둥의 위력은 놀라웠다.
마치 그라인더로 성벽을 가는 것처럼 바위를 깨끗이 깎아냈다.
툭 튀어나온 부분은 그냥 깔끔히 잘라냈다.
그러고도 전혀 속도가 줄거나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걸 눈으로 확인한 마루는 기분이 좋다 못해 아주 짜릿해졌다.
“좀비다!”
때마침 성벽을 세우고 다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좀비 수십 마리가 성벽을 향해 다가왔다.
“가랏!”
마루는 일부러 소리를 내며 천둥을 좀비들에게 날려 보냈다.
쌔애애액!
일직선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천둥!
앞길을 막는 그 어떤 것도 용서하지 않고 전부 갈라버렸다.
좀비들은 가을철 수확하는 볏단처럼 우수수 쓰러졌다.
[해모수: 오오! 이거 정말 끝내주네요. 우레도 한번 써봐요.] [그렌: 천둥과 우레를 동시에 쓰면 좋긴 하겠다.] [마루: 한번 해보죠. 뭐!]마루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번에는 우레를 향해 염력을 사용했다.
챙!
천둥에 부착된 우레가 기세 좋게 툭 튀어나왔다.
마루는 천둥을 허공으로 선회시키며 한편으로 남은 좀비들을 향해 우레를 움직였다.
처음에는 골이 띵하고 머리가 조금 아팠다.
하지만 꾹 참고 계속 집중하자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피잉!
폭폭폭, 폭폭폭, 폭폭폭폭, 폭폭!
좀비들의 머리통에 일제히 바람구멍이 뚫려버렸다.
우레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무서운 속도로 하늘을 날았다.
천둥이 자르기를 주로 하는 선의 공격이라면… 우레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뚫어버리는 일점필살, 점의 공격이었다.
크와아앙!
그때 백호가 크게 포효를 하며 성벽을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마루는 즉시 천둥과 우레를 회수했다.
백호는 가볍게 성벽을 뛰어올라 민정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백호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마음속으로 교감을 나눴다.
마루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뭘 좀 발견했어?”
“반경 5킬로미터 안에는 공동묘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럼 그 너머는?”
“왼쪽으로부터 늪, 숲, 마을, 폐허가 각각 보인다고 하네요.”
민정의 말을 들으며 마루는 우레를 천둥에 부착하고, 다시 천둥을 팔찌의 홈에 끼워 넣었다.
찰칵!
경쾌한 소리를 내며 천둥이 팔목에 착 달라붙었다.
“다들 들었지? 어디부터 갈까?”
마루의 질문에 민정과 진아는 일단 늪을 제외했다.
“늪은 싫어요.”
“늪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여자라서 그런지 몸이 더러워지는 곳은 본능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좋아! 굳이 시작부터 늪으로 할 필요는 없지.”
“전 아무래도 좋아요.”
마루의 말이 끝나자마자 철호가 자신의 결정을 그들에게 미뤘다.
민정과 진아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마을로 가요.”
“마을이 좋겠어요.”
“호오! 우리 레이디들께서 마을을 선택했으니 그럼 마을부터 가보기로 하자.”
마루는 사실 폐허를 먼저 가보고 싶었다.
왠지 뭔가 좋은 아이템이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정과 진아의 주장에 마을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어차피 네 곳 모두를 다 돌아봐야 한다.
그런 이유로 어디를 먼저 가든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니었다.
다만 민정과 진아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제가 앞장설게요.”
“저도 같이 가요.”
민정이 백호와 함께 성벽을 뛰어내리자 철호가 바로 뒤를 따라붙었다.
그러자 진아는 자연스럽게 마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들은 성벽을 내려와 해변가를 가로질렀다.
“잠깐!”
목이 잘린 좀비들을 지나다가 돌연 마루가 발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요?”
“좀비의 몸에 뭔가 있어.”
그는 모래사장에 떨어진 좀비의 머리통 하나를 살펴봤다.
[해모수: 뭐가 느껴져요?] [마루: 이 안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져.] [그렌: 뭔지 확인해 보자!]마루는 인벤토리에서 대검을 꺼내 포스를 약간 주입했다.
그런 후 좀비의 머리를 갈랐다.
역한 냄새와 함께 검은 액체가 와락 쏟아졌다.
그는 급히 숨을 멈추고 좀비의 뇌를 헤집어 봤다.
뭔가 딱딱한 게 대검 끝에 걸렸다.
손으로 집으려다가 자신의 능력이 뭔지 자각하고는 염력을 사용했다.
작은 돌멩이 같은 게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해모수: 마정석이다.] [그렌: 마정석이네.]놀랍게도 좀비의 뇌 속에는 작은 마정석이 들어있었다.
민정과 진아가 다가와 질문을 했다.
“그게 뭐예요?”
“마정석이야.”
“마정석?”
그들은 마정석이 뭔지 아직 몰랐다.
하지만 곧 이들을 포함해 전 세계가 마정석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마정석을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지구에서 유일하게 마루만 알고 있었다.
“앞으로 이걸 발견하면 무조건 모아서 가져오라고 모두에게 전해!”
“예.”
마루의 말에 민정과 진아 그리고 철호가 동시에 대답을 했다.
[해모수: 이거 최하급 마정석이죠?] [그렌: 맞아!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많이 모아놓으면 쓸데가 있을 거야.] [마루: 다 좋은데… 마정석을 꺼내는 게 너무 고역이네요. 냄새도 아주 지독하고, 좀비의 뇌를 헤집는다는 걸 여자들이 따라 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해모수: 돈이 된다는 것을 알면 아마 여자들이 더 눈에 불을 켤 거예요.] [그렌: 그건 그렇지. 아 참! 무기에다 축복과 정화를 한번 걸어보자. 내 생각이 맞는다면 아마 일이 아주 쉬워질 수도 있을 거야.] [마루: 아!]마루는 그렌의 말을 듣자 눈이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즉시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진아야! 민정의 무기에 치유의 권능을 부여해!”
“네? 아! 네.”
진아는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그의 말을 듣기로 했다.
민정이 자신의 무기인 별운검을 내밀자 진아는 치유의 권능을 발휘했다.
연한 우윳빛 광채가 민정의 별운검에 스며들었다.
“민정이는 가서 좀비 몇 마리만 잡아봐!”
“네.”
마루는 민정을 쳐다보면서 천둥과 우레를 치켜들었다.
그는 이클립스의 권능인 축복과 정화를 두 무기에 부여했다.
‘축복! 정화!’
범위를 극도로 제한하고 마음속으로 시동어를 외쳤다.
그러자 천둥과 우레 위에 성스러운 빛의 가루가 쏟아졌다.
우윳빛 광채가 터지고 작은 원기둥 모양의 광휘 두 개가 솟구쳤다 사라졌다.
핑!
마루는 염력을 이용해 우레를 꺼냈다.
좀비가 있는 해변 위쪽으로 쌩 하고 날려 보냈다.
공기를 찢어발기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는 우레!
눈에 보이는 좀비들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꿰뚫어 버렸다.
폭, 폭, 폭폭폭, 폭폭폭폭폭!
순식간에 십여 마리의 좀비가 머리를 뚫렸다.
그런데 전과는 달리 좀비들은 쓰러짐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타면서 재로 변했다.
“철호야! 가서 마정석이 있는지 확인해 봐!”
“예!”
철호가 마루의 명령에 신나게 해변 위로 달려갔다.
그는 재로 변한 좀비의 흔적에서 마정석 두 개를 찾아서 돌아왔다.
“여기 있어요.”
“고맙다.”
마루는 최하급 마정석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인벤토리에 넣어뒀다.
민정과 백호도 금세 돌아왔다.
뒤따르는 좀비는 철호가 나서서 손쉽게 처리했다.
그런데 철호가 주먹으로 머리통을 깨뜨린 좀비의 사체는 재로 변하지 않았다.
“여기 있어요.”
민정이 손을 내밀었다.
마루는 그녀의 손에 놓인 마정석 세 개를 집었다.
마정석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역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좀비들이 재로 변했지?”
“네, 신기하게도 별운검에 목이 잘린 놈들은 하나같이 재로 변하더라고요.”
이로써 확실해졌다.
이클립스 팔찌의 권능인 축복과 정화가 부여된 무기에 당한 좀비는 재로 변한다.
또한 진아의 치유의 권능도 같은 효과를 낸다.
[그렌: 진아는 치유도 하고 정화도 되네. 거기에다 공간 능력이 결합된 정화 필드까지…….] [해모수: 이렇게 되면 점점 더 진아의 중요성이 부각되겠는데요.] [마루: 전력에 상당한 보탬이 되겠어요.]마루는 그렌과 해모수의 말에 오히려 전력이 증강되겠다고 좋아했다.
해모수와 그렌은 서로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굳이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괜히 말해봐야 분란을 키울 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앞으로 언데드와 전투를 하기 전에, 나와 진아에게 권능과 능력을 부여받도록 해.”
“예.”
민정과 진아가 동시에 대답했다.
그런데 철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아직 무기가 없는데요.”
“넌 그냥 몸으로 받아. 네 몸이 무기잖아!”
마루는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철호의 몸에 이클립스 팔찌의 권능, 축복과 정화를 부여했다.
진아는 그 모습에 치유의 권능을 자신의 무기에 직접 부여하는 센스를 보였다.
“이제 마을로 가보자.”
마루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그는 떠나기 전에 진형과 자리를 정했다.
마름모꼴 진형의 맨 앞은 철호의 차지였다.
좌우로 민정과 진아 그리고 맨 뒤는 마루가 섰다.
“한 시 방향으로 쭉 올라가면 돼요.”
민정의 말에 그들은 진형을 유지한 채 해변 위로 올라갔다.
시작부터 좀비들의 환영식이 대단히 화끈했다.
사방에서 수백 마리의 좀비들이 그들을 향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제 일반 좀비들은 더 이상 마루 일행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철호는 다가오는 좀비들의 머리를 향해 신나게 주먹질을 했다.
그의 주먹에 머리통이 깨진 놈들은 즉시 재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위이이잉!
쌔애애액!
마루는 천둥을 꺼내 힘차게 날려 보냈다.
그들의 주변을 원을 그리며 계속 뱅글뱅글 맴돌았다.
그 원 안으로 들어온 모든 것들이 포스의 칼날에 사정없이 잘려나갔다.
천둥에 당한 좀비들은 곧장 재로 변해 바람에 흩날렸다.
“진아야! 백호에게도 치유의 권능을 부여해 줘!”
“네.”
진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자신의 권능을 일단 부여했다.
백호가 잠시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곧 자신에게 이로운 기운이라는 것을 판단했는지 금세 아까처럼 좀비들을 향해 발톱을 휘둘러 댔다.
백호의 발톱에 맞은 좀비들도 역시 재가 되어 흩날렸다.
민정은 별운검을 들고 다가오는 좀비들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서걱! 솨아아아!
목이 베어지자 즉각적으로 재가 되어버리는 좀비!
그 모습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다 시원해졌다.
[해모수: 몬스터를 처치했으면 루팅을 해야죠.] [그렌: 해모수 말이 맞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잖아. 최하급 마정석이라고 무시하면 안 되지.] [마루: 이런 일에도 염력을 써야 하는군요.]해모수와 그렌의 독촉에 마루는 즉시 사방으로 염력을 뿌려댔다.
땅바닥에 흩어져 있던 마정석이 일제히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는 가볍게 손을 움켜쥐었다.
공중에 둥둥 떠있던 마정석들이 마루의 손으로 쌩하니 날아왔다.
한 주먹이나 되는 마정석!
그는 인벤토리를 열어 전부 집어넣었다.
이렇게 좀비를 잡고 마정석을 염력으로 루팅하는 일이 계속 반복됐다.
그만큼 마루 파티는 공동묘지의 좀비들을 박살 내가며 빠르게 전진해 나갈 수 있었다.
한 시간쯤 올라가자 마침내 거대한 공동묘지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대신 그들의 눈앞에 넓은 광야가 펼쳐졌다.
전방을 살펴보니 멀리 마을의 모습이 아스라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중간에 돌로 된 건물이 있어요.”
“좀 쉬었다 가요.”
“그럴까!”
민정과 진아는 조금 지친 기색이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힘든 게 아니라 지겨운 표정이었다.
루팅을 하느라 시간을 끈 게 약간 과했던 모양이다.
묘지와 마을의 중간에 있는 광야!
그리고 광야 한가운데에 있는 정체불명의 석조 건물!
뭔가 있을 법해서 먼저 들어가 살펴봤다.
마루와 철호는 혹시 위험 요소가 있는지 안을 샅샅이 수색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곧 민정과 진아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이 꽤 넓어요. 옥상이 있는 2층 석조 건물이라… 중간 캠프로 삼기엔 안성맞춤이네요.”
“그럼 여기에다 정화 필드를 설치할까요?”
민정의 말에 진아가 마루를 쳐다봤다.
그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아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녀는 곧 치유의 권능과 공간 능력을 동시에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