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우리가 보통 숫자를 셀 때 바를 정(正) 자를 쓰잖아요.”
“그렇지.”
“이들은 세로로 금을 네 개 긋고 가로 빗금을 하나 긋는 것 같아요.”
“그럼 저건… 스물다섯 개를 표시하는 거군.”
순간 무구점 주인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슬쩍 마정석에 손을 대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민정에 의해 가로막혔다.
그녀는 급히 테이블 위에 놓인 마정석을 몽땅 챙겼다.
그러자 스켈레톤은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렇게 느낀 것은 마루 일행뿐이었다.
그사이 마루와 진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무기와 방어구가 원래 있던 자리를 살펴봤다.
그리고 그곳에 적혀있는 숫자를 모조리 파악했다.
그들은 사이좋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무기와 방어구 앞에 숫자대로 마정석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무구점 주인인 스켈레톤의 입이 딱 벌어졌다.
해골만으로 참 다양한 표정을 표현해 내는 스켈레톤이었다.
“이제는 하다 하다 해골 뼈다귀 새끼들까지 사기를 치려고 드네.”
“그러게요. 이거 전부 따져봐야 마정석 한 움큼도 안 되겠어요.”
“이놈 완전히 쓰레기 새끼, 아니 스켈레톤이네요.”
마루를 비롯해 민정과 진아까지 날카롭게 스켈레톤을 쏘아봤다.
무구점 주인은 그 모습에 몸을 오들오들 떨며 고개를 푹 숙였다.
결국 최하급 마정석 한 움큼도 안 되는 양으로 원하는 무기와 방어구를 챙길 수 있었다.
무기와 방어구를 들고 무구점 밖으로 나오자 뻔뻔하게도 무구점 주인이 다가와 뭐라고 마구 떠들어 댔다.
딱딱, 딱, 딱딱, 딱, 딱딱…….
대충 분위기를 살펴보니 언제든지 다시 오라는 것 같았다.
마루는 대충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고는 여관으로 갔다.
“여기는 해골마도 있네.”
“저거 타면 잘 달리기는 할까 모르겠네요.”
“그 전에 엉덩이가 남아날까?”
여관 앞에 세워둔 해골마들을 보며 다들 한마디씩 했다.
“여긴 또 얼마나 하려나?”
“입구에 금이 그어져 있잖아요.”
“한 개네.”
“그럼 방 하나에 최하급 마정석 한 개가 아닐까요?”
“일단 부딪쳐 보자.”
무구점에서 한번 겪어본 적이 있어서 여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겁내진 않았다.
스켈레톤의 여관도 일반 여관이나 다를 바 없었다.
단지 먹고 마실 게 없을 뿐이었다.
딱, 딱, 딱, 딱!
역시 여관 주인도 그들을 향해 입을 딱딱거렸다.
어떻게 보면 그 모습이 딱따구리처럼 보였다.
마루는 최하급 마정석 하나를 건넸다.
여관 주인은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보여줬다.
엄지가 잘려나간 손가락은 네 개였다.
마루는 최하급 마정석 네 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여관 주인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쳇! 일인당 마정석 하나씩이었군.”
여관 주인이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신호를 받은 어린 스켈레톤이 쪼르르 다가왔다.
녀석은 마루 일행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열자 침대가 네 개가 나란히 놓여있는 널찍한 방이 보였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어린 스켈레톤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어두웠다.
“에잇, 팁이다.”
마루는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최하급 마정석 하나를 꺼내 어린 스켈레톤에게 기분 좋게 쾌척했다.
따악, 딱, 따악, 딱!
어린 스켈레톤은 자신의 손에 들린 마정석을 보고는 뭐라고 입을 딱딱거렸다.
고맙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마루는 살짝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는 문을 닫았다.
“그놈 횡재했네요.”
“크크, 하루 숙박비를 번 셈이니 팁이 과하긴 했어요.”
철호의 말을 이어받아 장난기 가득한 진아가 놀리듯 말했다.
“최하급 마정석보다 더 작은 게 없는 걸 어떡해?”
“아니에요. 우리 오빠, 아주 잘했어요.”
마루가 궁색하게 변명을 하자 민정이 바로 실드를 쳐줬다.
[해모수: 그나저나 스켈레톤 무구점에서 산 무기와 방어구는 어떻게 할 거예요?] [그렌: 복구하는 거라면 모를까 최하급 마정석으로 동력을 삼는 것은 어림도 없어. 최하 하급 마나석은 써야 돼.] [마루: 그럼 복구만 하고 철호에게 넘겨야겠네요.] [그렌: 일단은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 나중에 하급, 아니 중급 마나석 보내줄 테니까 지금은 복구만 해놓자.]그는 일단 침대 위에 스켈레톤 무구점에서 구입한 무기와 방어구를 늘어놓았다.
풀 플레이트 아머, 히터 실드, 워 해머!
무구점 주인이 열심히 닦아놓아서 광이 나긴 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곳곳에 흠집이 나있었다.
마루는 먼저 풀 플레이트 아머의 투구를 들어 안쪽을 살펴봤다.
역시 그렌의 말대로 투구 안쪽에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최하급 마정석을 꺼내 마법진의 중심에 가져다 댔다.
치이이익!
마정석이 뜨끈해지면서 뭔가 타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투구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찌그러진 게 펴지고 흠집이 점점 사라져 갔다.
“오오!”
“어머! 이거 진짜 신기하네요.”
“형상기억합금인가?”
그 모습에 철호를 시작으로 진아와 민정이 깜짝 놀랐다.
마루는 그들을 슬쩍 한번 쳐다보고는 최하급 마정석 하나를 더 꺼냈다.
처음에 썼던 마정석이 마나를 다 토해내고 평범한 돌멩이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투구는 두 번째 최하급 마정석까지 돌멩이로 만들고 나서야 온전해졌다.
“나도 해볼래요.”
호기심이 생겼는지 진아가 앞으로 나섰다.
마루는 최하급 마정석을 꺼내 진아에게 주고 히터 실드 안쪽의 마법진을 가리켰다.
“마정석을 여기 중앙에 대고 있어.”
“오케이.”
치이이익!
진아가 최하급 마정석을 마법진 중앙에 대자 투구처럼 작은 소음이 일어나며 히터 실드가 실시간으로 복구됐다.
“너희들도 구경만 하지 말고 이리 와서 풀 플레이트 아머와 워 해머를 수리해라.”
“예.”
철호와 민정도 마루에게 최하급 마정석을 받아 무구 수리에 나섰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 수리가 아니라 복구였다.
그것도 마법진에 임시로 동력을 공급해 스스로 복구하게 만드는 형태였다.
치이이익! 치이이익!
누가 들으면 고기 태우는 소리라고 오해할 만한 묘한 소음이 방 안에 스테레오로 울려댔다.
복구에만 최하급 마정석이 열 개나 소모됐다.
그에 비례해 무기와 방어구는 빠르게 복구되었다.
완전히 복구된 무기와 방어구는 더 이상 마나를 뽑아먹지 않았다.
은은하게 반짝이던 빛이 사라지자 그들은 일제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멋지다.”
“이게 아까 우리가 산 무기와 방어구라고?”
“마법 무기와 방어구라더니… 정말이었어.”
“근사하다.”
넷은 한결같이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스켈레톤 무구점에서 봤던 그 무구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누가 봐도 새로 만든 무기와 방어구였다.
“철호야! 뭐 하고 있어? 어서 입어봐!”
“예에? 이거 제 거였어요?”
마루의 말에 철호는 깜짝 놀랐다.
“아니 그럼 누구 거라고 생각한 거야? 설마 민정이와 진아가 풀 플레이트 아머에 히터 실드를 들고 워 해머를 휘두르며 싸울 줄 알았냐?”
“아!”
마루의 말을 듣고 보니 철호는 쉽게 납득이 갔다.
아니 그보다 민정과 진아의 황당해하는 표정이 그의 생각을 강제했다.
철호는 겸연쩍은 표정을 짓더니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장비했다.
풀 플레이트 아머는 처음이라 혼자 입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마루와 민정이 옆에서 장비하는 것을 도와줬다.
“좀 작은 것 같은데요.”
“그러네.”
문제는 철호의 덩치가 워낙 커서 풀 플레이트 아머가 좀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렌이 나서면서 금방 해결됐다.
[그렌: 상갑 옆구리를 보면 마법진이 하나 보일 거야.] [마루: 이거요?] [그렌: 그래. 거기에다 아까처럼 마정석을 가져다 대봐!] [마루: 예.]마루는 그렌의 말대로 최하급 마정석을 상갑 옆구리에 그려진 마법진에 가져다 댔다.
스르륵!
놀랍게도 풀 플레이트 아머가 흐물대더니 철호의 몸에 딱 맞게 부풀어 올랐다.
“아!”
철호는 입을 딱 벌리며 놀라워했다.
옆에 서있던 민정이나 구경을 하던 진아도 크게 예외는 아니었다.
“대박!”
“사이즈가 저절로 맞춰지네요.”
마루는 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이런 걸 처음 본 그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때? 움직이기 편해?”
“네, 좋아요. 마치 맞춤 제작을 한 것처럼 제 몸에 딱 맞아요.”
철호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워 해머와 히터 실드도 한번 들어봐!”
“예.”
마루가 재촉하자 철호는 얼른 워 해머와 히터 실드를 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판타지 영화에서 나오는 용맹한 기사 같았다.
“포스가 작살이네요.”
“철호야! 너 진짜 멋있다.”
“이제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겠다.”
철호의 모습에 대한 세 사람의 평은 각각 달랐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갑자기 내 무기가 초라해 보인다.”
“별운검이 이렇게 허접해 보이기는 처음이다.”
“크흠.”
마루는 기겁을 했다.
어째 돌아가는 상황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분위기였다.
그는 주의를 돌리기 위해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제 철호도 제대로 된 무장을 갖췄으니까 빠르게 마을 안팎을 한번 살펴보고 돌아가자.”
“오늘은 이 마을까지만 둘러볼 생각이세요?”
민정이 바로 그의 미끼를 물었다.
“응, 다들 게이트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잖아.”
“어머! 그걸 생각하지 못했네요.”
다음은 진아가 마루의 생각에 동참했다.
철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으로 동조했다.
덕분에 최하급 마정석을 네 개나 주고 빌린 여관방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
하지만 누구도 아깝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도 일단은 스켈레톤 마을에 대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스켈레톤 마을은 꽤 컸다.
인구라고까지 하기는 좀 뭐하지만… 스켈레톤의 숫자가 대략 천 명은 넘는 것 같았다.
넓은 면적의 마을은 높고 튼튼한 목책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다.
스켈레톤 병사에서 시작해 창병, 검병, 궁수, 워리어 등 계급이 잘 나뉘어 있었다.
심지어는 스켈레톤 마법사까지 하나 존재했다.
시장에는 좌판이 깔려있고 한쪽에는 대장간과 마구간이 보였다.
거리에는 각종 물건을 파는 상점도 즐비했다.
무기점, 방어구점, 마구점, 잡화점, 포목점, 의류점…….
먹거리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꽤나 종류도 다양했다.
“신기하네요.”
“스켈레톤 마을이 존재할 거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민정과 진아의 눈에는 모든 게 신기하게 보였다.
철호가 문뜩 스켈레톤 병사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병사들의 숫자가 좀 많지 않아요?”
“듣고 보니 그렇구나.”
“저들은 무엇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려고 하는 걸까요?”
“글쎄!”
철호의 말을 들으면서 마루는 그가 핵심 포인트를 잘 짚었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바뀌니 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스켈레톤 마을은 확실히 어떤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과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당장 그 위협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 듯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밖으로 나가서 한번 둘러보고 돌아간다.”
“예.”
마을 안에서 더 이상 볼일이 없자 마루는 떠나기로 했다.
민정과 진아 그리고 철호는 즉각 그의 말대로 움직였다.
목책의 입구를 지나 스켈레톤 마을 밖으로 나갔다.
마을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뒤쪽에 수풀이 우거진 숲이 하나 있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눈에 띄는 위험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게이트를 향해 달려가자.”
“네.”
집으로 돌아가자는 말로 알아들은 그들의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넷은 달려가면서도 마름모 진형을 유지했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철호가 선두!
중앙은 민정과 진아, 맨 뒤는 마루의 차지였다.
중간에 캠프로 쓰기로 한 석조 건물도 들러서 한번 살펴봤다.
특별한 이상이 없자 그들은 이제 공동묘지를 향해 달렸다.
“가급적 전투는 회피한다. 그냥 일직선으로 돌파한다.”
“네.”
마루는 굳이 좀비들과 더 이상 드잡이질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철호는 앞에서 걸리적거리는 좀비들을 모조리 히터 실드로 밀어버렸다.
“축복! 정화!”
그 모습을 보고 마루가 즉시 이클립스 팔찌의 권능, 축복과 정화를 철호의 무기와 방어구에 부여했다.
그러자 이제 그의 히터 실드와 워 해머에 치명상을 입은 좀비들은 전부 재가 되어 터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