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차라리 네 누나를 부르는 게 어떨까?”
“서현 누나요?”
“응, 대지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성벽도 금방 쌓더라. 다른 사람들의 눈에 안 띄게 하려면 그게 제일 빠를 거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마루는 이대근의 말에 바로 수긍을 했다.
“알았다. 다른 건 없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서 정찰한 내용을 가지고 회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럼 바로 회의를 소집하도록 하자.”
“예, 그럼 어디서 볼까요?”
“지원 팀에 물어보고 과천 경찰서 정리됐으면 거기로 오라고 하면 되겠다.”
“아버지가 회의를 소집하시는 게 좋겠어요.”
“그렇게 하마.”
마루는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철호에게 다가갔다.
철호는 지금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한창 인기 폭발 중이었다.
“이야! 너무 멋있다.”
“이거 어디서 났니? 혹시 게이트 안에서 구한 거야?”
“우리도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냐?”
“게이트 안에서 무기와 방어구를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들어가야지.”
“나도 저런 무기와 갑옷이 필요해.”
팀원들은 모두 철호의 무기와 갑옷에 눈을 빛냈다.
처음에는 좀비 한 마리를 잡는 것에도 심한 거부감을 느끼던 사람들이었다.
좀비 한 마리를 처치하고 하루 종일 욕지기가 올라와 고생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비가 두렵지 않았다.
좀비를 처치하면 할수록 오히려 강해지니 이젠 좀비를 어떻게든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고 노력을 다했다.
마치 운동 중독처럼 점점 강해지는 것에 중독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다가 각성의 날에 덜컥 각성까지 해버렸다.
권능과 능력에 매료됐던 그들은 지금 장비에 전부 눈이 돌아가고 있었다.
“다들 철호 좀 그만 괴롭혀요!”
“하하하! 회장님. 괴롭히다니요. 그냥 부러워서 그런 겁니다.”
마루의 말에 다들 철호의 갑옷을 쓰다듬는 손길을 하나씩 거두어들였다.
“우리도 이런 무기와 갑옷을 가지고 싶습니다.”
“맞아요. 이제 우리도 제대로 된 무기와 장비를 갖춰야 합니다.”
팀원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마루는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그들의 비위를 맞춰줬다.
“일단 팀장 회의부터 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순차적으로 게이트에 들어가게끔 조치할 테니 그때까지만 좀 참아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제야 팀원들이 철호를 순순히 놓아줬다.
철호는 커다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얼른 마루의 뒤로 도망쳐 왔다.
어째 좀비보다 사람들의 손길을 더 무서워하는 모양새였다.
“겁먹지 말고 나만 따라다녀!”
“네, 형.”
철호는 마루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정감을 되찾았다.
“민정아!”
“네, 오빠!”
“미안한데… 집에 가서 서현 누나 좀 데려와 줄래?”
“어디로 데려올까요?”
“이리로 데려와서 저 게이트를 중심으로 반경 25미터의 원형 토성을 세워달라고 해줘!”
“아! 게이트를 폐쇄하려는 거군요.”
“폐쇄가 아니라 관리를 하려는 거지.”
“지금 바로 다녀올게요.”
“백호 불러서 빨리 갔다 와! 난 과천 경찰서 가서 팀장 회의 하고 있을 테니까 일 끝나면 그리로 오든지 하고.”
“예.”
민정은 마루의 손을 한번 꼭 잡더니 백호를 소환했다.
다들 그 모습에 놀라움과 부러움이 반쯤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녀는 백호의 등에 타고는 동쪽으로 바람처럼 달려갔다.
“전 어떻게 해요?”
“진아는 나와 같이 가자.”
“네, 좋아요.”
진아는 마루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냉큼 그의 한쪽 팔을 잡고는 팔짱을 꼈다.
민정도 없는 노마크 찬스였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 사이에 마루의 팔을 낀 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마루는 깜짝 놀라 팔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워낙 단단히 붙잡고 있어서 아예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저렇게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에휴!’
마루는 차마 그녀를 힘껏 내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모른 척, 못 느끼는 척하고 걸어갔다.
둘 사이의 묘한 분위기를 철호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재 부팀장님!”
“네, 회장님.”
“저희 누나가 이리 올 거예요.”
“아! 서현 씨요.”
“네, 그때까지 게이트 잘 지키고 있다가 방벽 쌓는 것 좀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잘 보조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마루는 이상재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때까지도 진아는 마치 껌 딱지처럼 그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며 마루는 교동길을 걸어서 내려갔다.
관문로가 나오자 그는 과천 경찰서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대로마다 사신회의 회원들이 삼삼오오 파티를 이루고 있었다.
이제 좀비는 물론 강화 좀비나 구울이 나와도 겁을 먹지 않았다.
여럿이서 힘을 합치니 오히려 어렵지 않게 빨리 때려잡을 수 있었다.
그동안 모두 열심히 좀비를 잡아 실전 경험을 쌓고 레벨을 올려서 스탯을 얻은 덕분이었다.
“회장님!”
“어서 오세요.”
과천 경찰서로 들어가자 입구부터 팀원들이 그를 반겼다.
사람들의 눈이 많아지자 진아는 아쉬운 표정으로 마루의 팔을 풀어줬다.
그는 한 사람씩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고는 본관 건물로 향했다.
“우성존!”
“회장님, 이쪽입니다.”
우성존이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루는 반가운 마음에 악수를 한번 하고는 그를 따라갔다.
“일이 잘된 모양이네.”
“말도 마십시오. 수방사 삼총사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우리 말을 듣지 않아서 크게 한바탕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됐는데?”
마루는 결과가 궁금했다.
“일단 제압해서 무릎 꿇려놓고 차근차근 설명을 했죠. 그래도 믿으려 하지 않아서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이상하네. 꽤 괜찮은 애들이었는데…….”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우성존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거야 회장님 기준이지요. 우리가 만만해 보이니까 바로 앞발을 내밀더라고요.”
“하하하! 어쨌든 재미있었겠다.”
“재미는 개뿔! 셋이 어찌나 죽이 잘 맞던지……. 죽이지 않고 제압하느라고 지원 팀이 땀 꽤나 뺐습니다.”
“대인전의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해라!”
“아! 예에.”
우성존은 마루의 말에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여깁니다. 팀장 회의를 하신다고 해서 이리 모이라고 했습니다.”
“회의실로 딱이군.”
“원래 회의실이니까 그렇죠.”
한소신과 우성존은 1층의 회의실에 미리 자리를 잡아뒀다.
안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마루가 상석에 자리를 잡고 앉자 우성존이 그의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진아와 철호는 과천 경찰서 건물 한 바퀴 돌아보면서 살펴놔! 앞으로 여길 사신회 본부로 쓸 거니까.”
“네.”
“예.”
진아와 철호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밖으로 나갔다.
마루는 우성존과 둘만 남게 되자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소식 들었냐?”
“뭐요? 수리온 헬기 하나 먹은 거요? 아니면 국정원 대리라는 놈 쥐어 팬 거요?”
“벌써 들었구나.”
마루가 고개를 뒤로 빼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일단 나는 놈이 뭐라고 말을 하든 간에 직접 들을 필요가 없어. 그래야 최악의 경우 빠져나갈 구멍과 핑계가 생기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요. 하지만 국정원이든 정부든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세력이든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예요.”
우성존의 말에 마루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 뻔하지. 국가를 위해 열정 봉사를 해달라는 소리 아니겠어?”
“대가만 확실하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죠.”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잊지 마라. 대가가 아주 확실해야 해. 괜히 호구 잡히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
마루의 서늘한 눈빛에 우성존은 자세를 바로 했다.
“알았어요. 잘할게요. 참! 형은 그 소식 들었어요?”
“무슨 소식?”
우성존은 그의 반응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전 세계의 원전이 일제히 올 스톱했어요.”
“원전이면 원자력발전소?”
“예, 맞아요.”
마루는 우성존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각국의 정부가 원전이 위험해서 셧다운(Shut down)을 시켰다는 말인지, 아니면 어떠한 이유에서 원전의 가동이 저절로 중단됐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뜻이지?”
“하늘에 천사가 나타난 뒤로 지구에 핵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게 사실이야?”
“네, 그것 때문에 지금 인터넷에서 아주 난리가 났어요.”
과장된 우성존의 말에 마루는 좀 더 신중한 안색을 했다.
“다시 인터넷이 되냐?”
“됐다가 안 됐다가 해요. 정부가 어떻게든 통신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모양이에요. 아까는 과천에 잠깐 전기가 들어왔다가 나갔어요.”
우성존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기능이 어느 정도 살아있다고 봐야 했다.
갑자기 과천 경찰서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국정원 대리가 생각났다.
‘너무 심하게 팼나?’
하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상황이 바뀌면 힐 한 방 쏴주면 그만이다.
멀쩡하게 치료를 해주고 나서 오리발을 내밀면 아마 뭐라고 난리를 치지도 못할 것이다.
“전 세계에 각성한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도 못 들었죠?”
“그거야 우리가 증인이자 당사자 아니냐.”
“맞죠. 맞긴 맞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마루가 우성존을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봤다.
우성존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입에 침을 발랐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유럽의 미디어에서 인구 만 명당 한 명꼴로 각성이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우리나라 인구가 5,150만 명쯤 되니까 5,150명의 각성자가 생겼겠네.”
“이론상으로는 그렇죠.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다고 해요.”
“무슨 예외?”
“가이아 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전에 좀비를 죽여서 레벨 업을 경험한 사람은 99.9퍼센트 각성을 한대요.”
“역시 그랬군.”
마루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성존은 그의 반응에 오히려 놀랐다.
“혹시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신이냐? 그런 걸 어떻게 미리 알아.”
“그, 그렇죠. 어쨌든 그 사실이 알려지자 지금 우리 사신회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아니 왜?”
“회장님의 선견지명 때문에 모두 각성을 하게 됐다고 아주 좋아하고 있어요.”
“으음,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
마루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우성존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각성한다고 해서 전부 권능과 능력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그럼 각성을 해도 권능과 능력이 안 생기는 사람도 있어?”
“그게 아니라 각성을 해도 권능이나 능력 중 하나만 생기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말이에요. 우리처럼 좀비를 죽여서 미리 레벨 업을 경험한 사람들이 각성을 하면 권능과 능력을 동시에 가지게 된대요.”
“오오!”
그제야 마루는 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우성존의 안색도 좀 좋아졌다.
역시 사람이 말을 하면 옆에서 같이 맞장구도 좀 쳐주고 해야 신이 나는 법이다.
우르르!
그때 지원 팀장 한소신을 필두로 사신회의 팀장들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고문인 이대근이 등장하자 팀원 한 명이 회의실의 문을 조용히 닫았다.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마루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고 편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소신 지원 팀장!”
“예, 회장님.”
“먼저 보고할 것 있으면 하세요.”
“예, 회장님.”
공식적인 자리라 마루와 한소신 모두 존댓말을 장착했다.
한소신이 일어나 장내를 눈으로 한번 빠르게 훑었다.
“현재 사신회는 과천에 있는 좀비들을 소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한소신의 말에 팀원들의 얼굴에 자부심이 드러났다.
“산으로 둘러싸인 과천은 남서쪽의 갈현 삼거리와 과천 IC, 북동쪽의 선암 IC만 틀어막으면 좀비가 잘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신회의 팀원들을 주로 이 지역에 배치하여 유입되는 좀비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군요.”
마루의 말에 한소신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과천 안의 좀비 소탕도 사신회의 팀원들과 일반 회원들이 파티를 이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신회 회원 중 3분의 1이 원거리 딜러를 희망하고 있다는 겁니다.”
“좀비 소탕은 어느 정도나 진척이 됐죠?”
“과천 중앙 공원을 기준으로 남쪽은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습니다. 지금은 대열을 이룬 채 일제히 북쪽으로 밀고 올라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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