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앞으로 사흘 안에 완벽히 좀비를 소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소신의 대답에 마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자들의 영입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좀비를 토벌하면서 만난 과천의 거의 모든 각성자들을 사신회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
“스물한 명입니다.”
“예에? 그것밖에 안 됩니까?”
마루는 깜짝 놀랐다.
스물한 명이라니…….
적어도 너무 적었다.
“그것도 사실 많은 겁니다. 각성자는 인구 만 명당 한 명꼴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계신 것은 아니죠?”
그제야 마루는 한소신의 말이 이해가 갔다.
“그러니까 7만 2천 명의 과천시 인구 중에서 만 명당 한 명꼴로 각성을 하니 원래 일곱 명 정도여야 하는데 나머지 열네 명이 가이아 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전에 좀비를 잡고 레벨 업을 해서 각성자가 좀 많아졌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정확합니다.”
한소신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모수: 우와! 진짜 대단한 숫자네요.] [그렌: 맞아. 정말 굉장하다. 마루가 사는 문원동 115번지의 인구가 천이백여 명인데 그중에서 각성을 한 사람이 아마 천 명이라고 했지?] [마루: 네, 맞아요. 그런데 과천시 전체에서 각성을 한 사람이 겨우 스물한 명이네요.]현실을 깨닫자 해모수는 혀를 내둘렀다.
[해모수: 이제 보니 사신회가 얼마나 막강한 전력을 가진 각성자 조직인지 알 것 같아요.] [그렌: 대한민국 전체로 봐도 전체 각성자 중 최소한 2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숫자야. 거기에다 대부분이 각성 전에 좀비를 잡아서 레벨 업을 경험했어.] [마루: 그래서 사신회의 회원들은 대부분 권능과 능력을 둘 다 가지고 있죠.]셋은 곧이어 마주칠 파장을 염려했다.
[해모수: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면 사신회를 잡으려고 난리를 치겠네요.] [그렌: 그 전에 정부가 꼼짝하지 못하도록 빠르게 세력을 길러야지.] [마루: 머리는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이제는 뒤를 받쳐줄 수 있는 몸통을 만들어야 할 때예요.]한소신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휴전선 인근에 주둔하고 있던 기갑사단 전체가 이미 서울로 들어와 대대적인 좀비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뒤이어 기계화보병 사단이 인천과 경기도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좀비들과 전투 중입니다.”
“…….”
“북한의 남침을 염려해 최소한의 병력은 남겨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병사단이 전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좀비 토벌에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마루는 잠깐 북한의 남침을 생각해 봤다.
하지만 그들도 지금 좀비와의 전쟁에 정신이 없을 것을 생각하면 남침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설사 남침을 하더라도 이제는 재래식 전쟁은 불가능했다.
각성자가 투입되면 하루 만에 평양은 초토화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국군이 이 나라에서 좀비를 완벽하게 소탕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빠르면 한 달, 늦어도 세 달이면 될 겁니다.”
“게이트가 나타난 것은 고려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내린 결론입니다. 물론 이것은 저희 지원 팀에서 예상하는 수치에 불과합니다. 사실 지금 어디에서도 정확한 표본 같은 것은 구할 수 없습니다.”
지원 팀에서도 나름 정보를 분석해서 내린 결론일 것이다.
하지만 마루는 최소가 아니라 최대 한 달 안에 좀비가 완전히 소탕될 거라고 생각했다.
사신회를 제외하더라도 지금 대한민국에는 오천 명이 넘는 각성자가 존재한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좀비 토벌에 나선다면… 아마도 훨씬 빠르게 일을 끝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제 좀비 따위가 아닙니다. 각성의 날 이후, 강화 좀비와 구울이 크게 증가했어요. 거기에다 고스트와 레이스 그리고 스켈레톤도 등장했습니다.”
“망령형 언데드!”
누군가 마루의 말에 망령형 언데드를 언급했다.
“맞습니다. 바로 그 망령형 언데드가 문제예요.”
“우리에게는 회장님과 서진아 팀원이 있지 않습니까?”
동부 1팀장 김상옥의 말에 마루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요. 하지만 다른 각성자 파티에는 이런 권능이나 능력이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럼 조만간 우리 사신회도 좀비 소탕을 위해 출정을 해야겠군요.”
“이미 과천에서 좀비를 토벌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과천만 지키자는 말입니까?”
“아니죠. 과천이 끝나면 양재로 올라가서 서울의 강남을 먹을 겁니다. 동시에 전국의 각성자들을 사신회의 깃발 아래로 불러 모아야겠지요.”
“아!”
마루의 포부에 팀장들은 일제히 감탄사를 발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 생길 각성자 협회나 단체, 던전과 몬스터 부산물 사업 등 관련 산업은 전부 사신회가 접수할 겁니다. 이를 위해 전국의 각성자들을 영입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원 팀을 서둘러 보강해야겠습니다.”
“조직을 확대 개편해야 합니다.”
“인재를 더 들여야겠습니다.”
다들 마음에 욕심이 생기는지 열정적으로 마루의 말에 호응해 줬다.
그는 만족한 얼굴로 한소신을 다시 쳐다봤다.
“한소신 지원 팀장!”
“예, 회장님.”
“다른 나라의 상황은 현재 어떻습니까?”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각성자들이 모여 협회를 조직하거나 정부에서 각성자들을 모아 좀비 토벌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럼 게이트가 나타난 것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일부 각성자들이 게이트로 들어가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던전은 소형, 중형, 대형, 초대형 던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렇군요. 헌데 그거 아십니까? 과천 외고에 생긴 게이트가 초대형 던전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네에?”
마루의 폭탄 같은 말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초대형 던전이라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위험하지요. 그래서 게이트 안으로 팀원들을 보내 언데드를 잡아야 합니다.”
“언데드라니요? 초대현 던전 안에 좀비라도 있습니까?”
“초대형 던전 데스 필드는 언데드 던전입니다.”
팀장들은 이게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당장 구분을 할 수 없었다.
한소신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는지 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파이럿 혜성의 파편이 떨어졌던 지역에 최소 한 개 최대 세 개의 게이트가 생긴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건 좀 문제가 되겠군요.”
“이미 초대형 던전이 나왔는데 거기에 또 다른 게이트가 생긴다니…….”
다들 한소신의 말에 걱정이 앞섰다.
“너무 걱정할 것 없습니다. 먼저 생긴 초대형 던전을 탐사하면서 좀비들을 열심히 없애면 됩니다. 아직 나타나지도,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걱정하는 것은 시간 낭비예요.”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그제야 미망에서 깨어난 팀장들이 의기소침의 늪에서 벗어났다.
“지금까지는 모두 잘해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체계적으로 던전을 정복하고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방안을 연구해 봐야 할 때입니다.”
“지원 팀에서 방안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네, 당연히 그래야지요. 하지만 이 상태로는 일이 너무 많아서 아마 힘이 많이 부칠 거예요. 덩치가 커졌으니 당연히 그에 맞게 조직도 개편하고 행정과 사무를 보조해 줄 전문가와 인력도 충원하세요. 행정과 사무는 앞으로 이들에게 맡기고 각성자는 각성자들이 해야 할 일에만 전념하도록 합시다.”
“네, 회장님.”
마루의 명쾌한 말을 듣고 나자 다들 머리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시작으로 사신회의 이름을 사신 길드로 바꾸겠습니다. 우리가 친목 단체가 아닌 각성자 조직 또는 그룹이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게 필요합니다. 또한 당장 급한 대로 조직을 임시로 확대 개편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마루는 자신이 미리 생각해 놓은 조직도를 공표했다.
▶ 사신 길드 조직도
길드 마스터 이마루
고문 이대근
비서실장 한소신
총괄 팀장 우성존
홍보실장 황병길
지원 1팀장 서일
지원 2팀장 최익현
청룡 팀장 김상옥
백호 팀장 김민정
주작 팀장 이희영
현무 팀장 신규식
봉황 팀장 서진아
기린 팀장 조명하
천마 팀장 나석주
해태 팀장 이상재
동부 팀장 이인영
서부 팀장 오동진
남부 팀장 윤세주
북부 팀장 정인보
사신회의 이름을 전격적으로 사신 길드로 바꿨다.
친목 단체가 아니라 각성자들의 조직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리려는 의도였다.
회장도 앞으로는 길드 마스터라고 부르기로 했다.
고문은 이대근이었지만 비서실장에 한소신, 총괄 팀장에 우성존을 각각 임명했다.
홍보실장에 황병길을 뽑고 지원 팀도 지원 1팀과 지원 2팀으로 각각 나눴다.
사방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이름으로 네 개의 팀을 신설했다.
또한 봉황, 기린, 천마, 해태라는 새로운 팀도 네 개를 더했다.
기존에 있던 동부, 서부, 남부, 북부까지 합하면 모두 열두 개 팀이었다.
이들이 실질적인 사신 길드의 무력인 셈이다.
기존의 팀장을 전부 신설된 팀의 팀장으로 옮겼다.
기존의 부팀장들을 전부 새로운 팀이나 기존 팀의 팀장으로 세웠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팀장이 된 셈이니 불만은 있을 수 없었다.
특이한 점은 백호 팀에 김민정, 봉황 팀에 서진아를 팀장으로 뽑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사신 길드의 모든 팀은 소수 정예화를 추구할 생각이다.
그래서 각 팀의 정원을 50명 이하로 못 박았다.
한소신과 우성존은 사신 길드의 조직도를 보고 크게 흥분했다.
자신들의 역할이 대폭 커지고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팀장들도 머릿속으로 열심히 주판을 튕겨봤다.
사신회 네 개의 팀이 사신 길드 열두 개의 팀으로 분화됐다.
당연히 길드 마스터의 중앙집권 체제가 강화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이건 지금 같은 시기에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었다.
길드 마스터 마루의 무력이 워낙 강하고 지지 세력도 막강해서, 아무리 반대를 해도 결국 모든 일은 마루의 뜻대로 이루어질 게 뻔했다.
네 명의 팀장은 굳이 마루와 각을 세우는 미련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엄청난 힘과 권력이 생길 자리를 작은 욕심으로 인해 날려먹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의합니다.”
“재청합니다.”
굳이 투표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만장일치로 조직 개편이 승인됐다.
그렇게 사신회는 새로운 조직이자 길드인 ‘사신 길드’로 재탄생했다.
“팀원을 정하고 나누는 문제는 모두 여러분에게 일임하겠습니다.”
수장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나머지 디테일한 세부 계획과 실행 부분은 한소신과 우성존을 비롯한 팀장들, 그리고 이들을 보조해 줄 지원 팀과 전문가들의 몫이었다.
“국정원 대리라는 놈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마침 동부 1팀장 김상옥, 아니 이제는 청룡 팀장인 그가 꼭 필요한 질문을 해줬다.
“일단 얘기를 들어봐야지요. 우리에게 협상 전문가가 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우리 중 누군가 그와 협상을 시작하면 전 다른 곳에서 듣고 있다가 필요한 지원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지원 1팀장이 된 서일이 원래 대기업 영업과장입니다. 한번 맡겨보시지요?”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수틀리면 엎어버리면 되니까 당장 불러주세요.”
“예, 회장님.”
얼굴이 환해진 김상옥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곧바로 밖으로 나가 팀원 중 한 명을 보내 서일 부팀장을 불렀다.
정말 솔직하고 자신의 야망을 그대로 내보이는 인물이었다.
이후로 회의는 지원 팀장, 아니 이제는 비서실장이 된 한소신의 주도로 넘어갔다.
문원동 전체를 토성으로 둘러싸는 성벽의 진척도!
과천을 베이스로 서울 강남과 인근 도시로 세력을 확대하는 계획!
앞으로 사신 길드가 추구할 목적과 나아가야 할 방향!
팀원들을 나누고 배정하는 문제!
초대형 던전 데스 필드의 대처와 활용 방법!
각 팀의 특성과 지원 팀의 보조 방안 등!
작정을 하고 회의를 하니 의논해야 할 의제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다들 지혜를 모아 빠르게 의사를 결정했다.
결국 두 시간이 지나서야 회의를 마칠 수 있었다.
그들은 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각자 자신의 임무를 가지고 흩어졌다.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면 조만간 사신 길드의 이름이 대한민국을 진동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