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잠시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서일이 진중하게 최재필에게 물었다.
“솔직히 얘기해 봐!”
“뭘요?”
“너도 그런 국회의원 놈들 싫지?”
“무슨 말을 하려는 겁니까?”
“특히 일본에 각성자를 파견해야 한다고 거품 무는 친일파 매국노들 말이야.”
“크흠.”
최재필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눈에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네 상사나 국정원의 고위 간부로부터 압력을 받았냐?”
“끄응.”
역시 대답 같은, 대답인지 알 수 없는, 대답은 하지 않았다.
“혹시 국회의원들 중에 너나 너희 팀을 압박하는 놈이라도 있어? 네가 솔직히 다 털어놓으면 우리가 알아서 치워줄게.”
“…….”
“다른 놈은 모르지만,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데… 일본을 살리기 위해 좀비 토벌을 하고 있는 각성자들을 빼돌리려는 친일파 매국노 새끼들은 철저하게 응징해야 되지 않겠어?”
“에이 씨!”
최재필의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서일은 최재필의 반응을 살펴보며 살살 달랬다.
“애국이 별거냐? 지금은 좀비를 토벌하는 게 애국이야. 각성자가 애국자들이고, 그들이 좀비를 이 땅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게 애국이야. 그러니까 네가 잘 생각해야 해. 괜히 엉뚱한 놈 배불려 주고 정작 살려야 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피눈물 나게 만들지 말라고.”
“…….”
“누구냐? 국정원을 부추겨서 각성자들을 좌지우지하려는 놈이.”
“권중현! 박제순!”
결국 최재필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순간 서일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했다. 너는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다.”
“물론이죠.”
채재필도 그의 말뜻을 알아먹고는 바로 맞장구를 쳤다.
“정부와 직접 대화할 채널이 필요한데… 혹시 가지고 있냐?”
“제 가방에 있는 위성전화를 쓰시면 됩니다. 전화번호는 단축키 1번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알겠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좀 쉬고 있어.”
“예.”
“수고했다. 그리고 네 상처는 곧 치료해 줄게.”
서일은 최재필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 준 뒤 방을 나섰다.
문을 닫고 나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휴우우우!”
그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옆방으로 이동했다.
탈칵!
문이 열리자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있던 사람이 서일을 쳐다봤다.
“지원 팀장님,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마루의 환대에 서일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서일은 마루의 옆에 조신하게 앉았다.
“내가 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정원 최재필 대리라는 놈의 말을 굳이 다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마루는 서일의 불안감을 굳이 달래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우린 팩트만 챙기면 됩니다.”
“권중현과 박제순이 배후일까요?”
서일의 말에 마루는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확신할 수 없는 정보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저자가 진짜 국정원 요원이라면 지금 하는 모든 행동이 의도된 연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감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두 사람의 뒤를 철저히 파보는 게 좋을 거라고 말하네요.”
“아마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겁니다.”
“누가 됐든 우리 각성자들을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놈들은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와 대화 채널을 열고 협상을 해볼까요?”
“국정원 대리라는 놈의 말은 참고로 하시고, 서일 팀장이 대정부 대책반을 만들어 직접 정부와 소통해 보세요.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제대로 다 받아야 합니다. 절대 무료 봉사나 호구 잡힐 일은 하지 마세요.”
“예, 잘 알겠습니다.”
마루는 서일을 치하하고 방에서 내보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한 손을 치켜들었다.
“힐!”
창문 너머 의자에 앉아있는 최재필을 향해 마루는 힐 마법을 시전했다.
최재필은 갑자기 온몸이 시원해지고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깜짝 놀랐다.
그는 고개를 뒤로 돌리더니 유리창을 지그시 쳐다봤다.
하지만 이쪽에서 안은 보여도 안에서 이쪽은 볼 수 없다.
다만 안에 누군가 있다는 정도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처음부터 한 방에 회유되는 일은 드물지.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너는 결국 우리에게 협력하게 될 거야.”
마루는 낮게 혼잣말로 독백을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팀원 둘이 옆방으로 들어가 최재필을 끌어냈다.
일단 협조를 하는 분위기가 됐으니 좀 더 좋은 장소로 데려가는 것이다.
마루는 슬쩍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아직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모든 이들의 앞에 당당히 나서야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누구도 감히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회장님, 아니 길드 마스터!”
“그냥 마스터라고 해라!”
“예, 마스터.”
비서실장이 된 한소신은 전보다 더욱 진중해졌다.
눈빛도 깊어지고 몸에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아까 집에 들른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맞아.”
“밖에 차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자동차를?”
“네.”
마루가 반색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국내산 최고급 승용차 두 대가 입구에서 대기 중이었다.
“길드 마스터!”
마루는 차 앞에서 그에게 인사를 하는 팀원들을 향해 한 손을 치켜들었다.
“안녕하세요!”
한소신이 옆에 서서 그들을 소개시켜 줬다.
“오늘부터 길드 마스터를 호위할 경호실 요원들입니다.”
“경호실?”
마루로서는 금시초문인 얘기였다.
“비서실에서 길드 마스터, 아니 마스터의 경호가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어 봤습니다. 지금은 단 네 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겁니다. 참고로 이들은 경호에 특화된 권능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직 개편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벌써 비서실과 경호실이 조직됐어?”
팀장 회의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지고 인원이 충원되어 가고 있었다.
듣고 보니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비서실을 조직하자마자 경호실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소신 비서실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부속기관을 급조한 게 경호실이다.
특별히 이상한 일도 아니고 어쩌면 당연한 있어야 할 조직이었다.
“집으로 가실 거죠?”
“응.”
한소신이 차 문을 열어주자 마루는 냉큼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의 옆자리엔 한소신이 앉았다.
“이건 어디서 났어?”
“정부청사 앞에 널린 게 이런 차입니다.”
“그래서 주워온 거야?”
“잠시 빌렸다고 해두죠.”
한소신의 뻔뻔스러운 말투에 마루는 딱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팀원 두 명이 운전석과 보조석으로 올라탔다.
나머지 팀원들은 뒤쪽에 있는 승용차에 올라탔다.
이건 마치 정부의 고위 관료나 대기업 회장들이 받는 의전 같았다.
마루는 이런 분위기가 아직은 좀 어색했다.
하지만 이 짓도 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질 것이다.
원래 사람은 바퀴벌레보다 더 뛰어난 적응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부릉, 부릉!
부우우웅!
자동차는 부드럽게 잘 나갔다.
국내산 최고급 승용차라서 그런지 독일산 최고급 승용차만큼 승차감이 좋았다.
[마루: 뭔가 출세한 기분이다.] [해모수: 이 차는 마법으로 강화를 좀 해야겠어요. 너무 약해 보여요.] [그렌: 각성자의 권능과 능력 앞에 모든 차는 약하다고 봐야지.]해모수와 그렌의 의견에 마루도 전적으로 동감했다.
[그렌: 강화 마법진을 만들어서 보내줘야겠군.] [해모수: 어째 우리 그렌 형님은 점점 갈수록 바빠지네요.] [그렌: 네가 그걸 알고 있기는 하구나.] [해모수: 그걸 내가 왜 모르겠어요. 헤헤!] [그렌: 불안하다. 불안해. 너 또 뭔가 부탁하려고 그러지?] [해모수: 설마요. 난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셋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문원동의 성문을 통과해 집에 도착했다.
어느새 동네에는 철제 방벽과 차단 문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대신 문원동을 넓게 감싸는 높은 성벽이 있을 뿐이었다.
한소신이 얼른 내려 뒷문을 열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경호실 요원 하나가 잽싸게 내리더니 그를 만류했다.
“이것도 경호의 일부입니다.”
“그래요?”
경호실 요원은 마치 프로페셔널 보디가드처럼 행동했다.
굳이 나쁠 것 같지 않아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다만 나중에 진짜 경호원을 데려다 이들을 잘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망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매형인 김현수가 젓가락을 든 채 그를 쳐다봤다.
집에는 그를 빼고 아무도 없는 듯했다.
“다들 어디 갔어요?”
“각자 나름 바쁜 모양이야.”
“밥은 먹었어요?”
“지금 라면 끓였어. 너도 먹을래?”
매형의 말을 듣고 있자니… 뭔가 굉장히 불쌍한 느낌이었다.
“아니에요. 맛있게 드세요.”
그는 얼른 자리를 피했다.
창고로 들어가려는데 아버지 이대근이 들어왔다.
“마루야!”
“아버지, 마침 잘 오셨습니다.”
“어? 왜?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냐?”
“보여드릴 게 있어요.”
이대근은 마루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친근하게 물었다.
“뭔데? 좋은 거냐?”
“잠시 안채로 가서 얘기를 좀 하시죠.”
“그러자.”
둘은 사이좋게 안채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아버지, 만약 원자력발전보다 훨씬 작고 안전하고 저렴한 무공해 발전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이대근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마 이게 보통 사람들의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마루는 마나 발전기를 꺼내 이대근에게 보여줬다.
“이것 좀 보세요.”
“그게 뭐냐?”
이대근은 몸을 바로 세우더니 손바닥만 한 마나 발전기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뚜껑을 밀봉해 놓았으니 특별히 살펴볼 것도 없었다.
“도시락같이 생겼네.”
“이 안에 이게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최하급 마정석을 꺼내 아버지에게 보여줬다.
이대근은 웬 돌멩이인가 하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봤다.
“이번에 과천 외고 앞에 생긴 초대형 던전 데스 필드로 들어가면 좀비들이 나오는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
“그곳에서 좀비 열 마리를 잡으면 이런 최하급 마정석이 한두 개씩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 돌멩이, 아니 최하급 마정석이라는 게 좀비를 잡으면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구나.”
“예.”
마루는 아버지의 손에서 마나 발전기를 받아 모서리의 뚜껑을 열었다.
“마나 발전기를 활성화시키고 연료로 최하급 마정석을 넣으면 발전을 시작합니다.”
“이게 진짜 발전기인 모양이구나.”
“어때요. 작고 편리하지 않나요? 거기에다 방사능 오염도 없고 100퍼센트 무공해예요.”
“이 작은 돌멩이 하나가 얼마나 발전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구나. 만약 공급이 충분하다면 에너지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겠어.”
그제야 이대근은 마루가 보여준 마나 발전기의 진가를 눈치챘다.
마루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로는 뭔들 못하겠어요. 그러니 직접 실험을 해보죠.”
이대근은 아들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두 사람은 안채에서 나와 창고로 들어갔다.
마루는 태양광발전 설비 옆에 있는 변압기 앞에 섰다.
변압기의 스위치를 내리고 태양광 패널과 연결된 선을 뽑았다.
대신 마나 발전기를 연결했다.
“활성화!”
그는 마나 발전기를 활성화시키고 변압기의 스위치를 올렸다.
위잉!
뭔가 힘차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마루는 창고의 불을 켜봤다.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이대근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딱 벌렸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마나 발전기와 변압기를 꼼꼼히 살펴봤다.
“무슨 무한 동력기도 아니고……. 이렇게 작은 발전기가 집 안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게 놀랍기 짝이 없구나.”
“여기 연결된 게 단지 대망 슈퍼만은 아니죠.”
“맞다! 뒷집과 건넛집도 이리 연결이 되어있었지.”
마루의 말에 이대근은 자신의 허벅지를 치며 놀라워했다.
“최하급 마정석 하나로 세 집에 전기를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최하급이 아니라 하급 또는 중급 마정석이면 더 많은 가정에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는 말이니?”
“물론이죠. 일단은 최하급 마정석으로 얼마나 가는지 테스트를 해보고 하급 마정석도 구해서 문원동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해요.”
아들의 말을 들은 이대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