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사략 함대 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전하의 뜻대로 좌군도독부를 통해 산동에 지급으로 연락을 해놓았습니다. 곧 해동연합과 협의하여 최종안을 올릴 것이옵니다.”
사략 함대는 해모수를 비롯해 마루와 그렌까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계획이었다.
미리 황제(태후)에게 재가를 받아놓고 추진하는 장기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고려와 명을 약탈하는 왜구를 퇴치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해적이 발원하는 근원을 뿌리 뽑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왜구를 퇴치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왜구가 살고 있는 열도를 정벌하면 된다.
하지만 말이 쉽지 열도를 공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에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천하를 호령하던 몽골제국!
이 강력한 제국도 두 차례의 일본 원정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1차 원정인 1274년에 전선 900여 척과 1만 7천여 명의 병력을 동원했고, 2차 원정인 1281년에 전선 4천여 척과 4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그러나 엄청난 예산과 병력을 동원했던 원정은 두 번 다 태풍으로 인해 실패했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데 굳이 과거를 답습할 해모수가 아니었다.
실패를 교훈 삼아 왜구를 토벌하고, 이들의 창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꽤 많았다.
다만 이 모든 것에 앞서 일단은 사략 함대의 전력과 규모를 키워야 한다.
명나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체적으로 수군을 키울 필요가 없다.
해동연합과 협의하여 사략 함대를 키우고 뒤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왜구의 침략과 약탈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해모수가 주인인 해동연합은 사략 함대를 통해 대양함대를 빠르게 키울 것이다.
명나라는 길고 넓은 해안을 따라 더 이상 위소를 많이 설치할 필요가 없으니 좋아할 것이다.
그사이 해동연합은 사할린과 북해도 및 연해주를 먹고, 대마도를 징벌하고 대만을 집어삼켜 유구(오키나와)와 연결해 해양무역로를 확충하게 될 것이다.
“사략 함대 건은 왕지현 지휘첨사가 신속 정확하게 잘 처리해 주시오.”
“예, 전하!”
해모수는 그녀와 미리 얘기를 해서 입을 맞춰놓았다.
또한 왕지현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양 동지, 해금령을 폐지하는 안건은 얼마나 진척이 됐소?”
“당장은 왜구 때문에 해금령을 폐지하기 힘듭니다. 일단은 그대로 두고 외국과의 교역은 해양에서 충분한 전력을 갖춘 사략 함대에게만 조건부로 허락할 계획입니다.”
“나쁘지 않군.”
양중달의 조심스러운 대답에 해모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최상이었다.
남은 못하고 나만 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특혜나 마찬가지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빨리 사략 함대를 키우고 자리를 잡아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당장 떠올릴 수 있는 방법만 해도 고려에 누선을 대량으로 발주하는 것이다.
대금으로 강남의 쌀과 비단, 도자기, 서적, 약재 등을 가져가 팔면 된다.
대신 돌아올 때는 금, 은, 인삼, 나전칠기 등을 가져오면 큰 이득이 될 것이다.
이미 김만덕이 고려의 선창(船廠: 조선소)에 발주해 놓은 수량이 꽤 있었다.
여기에다 0을 하나 더 붙이면 될 것이다.
고려는 4개월 만에 전선 900척도 뽑아낸 저력 있는 나라니까 말이다.
[마루: 이제는 굳이 해금령 폐지에 집착할 필요가 없겠군.] [그렌: 오히려 이 상태가 더 오래가길 바라야지.] [해모수: 그 안에 어떡하든 사략 함대를 무적함대로 키워야지요.]셋은 각자 머릿속으로 명나라에 꽂은 빨대로 어떻게 뽕을 뽑아먹을까 궁리했다.
“오군도독부는 잘 협조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초장에 오추량 천무가 오군도독부를 장악한 게 주효했습니다.”
해모수의 질문에 양중달은 오추량 천무가 공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사공명이 끼어들었다.
“궁성 대화재 때 오군도독부의 좌우도독과 도독동지 및 도독첨사 등 고위직 무장들과 고위 관리들이 몰살당한 것도 크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만약 그들의 일부가 살아있었다면 금의위가 어찌 오군도독부를 장악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 말도 일리가 있군.”
양중달은 사공명의 말에 특별히 반응하지 않았다.
이 자리는 각자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것이 목적이다.
사람은 얼마든지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의견을 듣고 종합해 결론을 내리는 일은 해모수의 몫이었다.
그러니 괜한 말로 힘을 뺄 필요는 없었다.
“황상과 황태후 폐하의 동향은 어떻소?”
이번에는 왕지현에게 질문을 했다.
그녀는 차분하게 황제와 태후의 동향에 대해 보고했다.
“두 분 모두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황태후 폐하를 만나겠다고 접견을 요청한 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개국공신들과 황태후 폐하 문중의 사람들의 출입이 급격히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건 절대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사공명이 상당히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해모수도 그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조하고 있었다.
“금의위의 감시를 늘리고 적당한 선에서 경고 조치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야. 감시는 하되 경고는 시기상조야. 아직은 황태후 폐하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어.”
“그럼 일단 감시만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게.”
해모수는 이번 일을 사공명에게 맡기기로 했다.
“현재 금의위의 숫자가 얼마나 되지?”
“교위만 천여 명쯤 될 것입니다. 역사는 삼천여 명입니다.”
“세 배로 확장합시다.”
“세 배라면 교위를 이천 명이나 더 뽑자는 말씀이십니까?”
사공명은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금의위 교위가 가장 많을 때도 천오백 명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삼천 명이 된다면 아마 금의위 예산이 무지막지하게 나갈 것이다.
하지만 해모수에게 금의위 예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소. 먼저 역사들 중 쓸 만한 자를 끌어올리고 금의위 부속기관인 북진무사 아래 위소에서 뽑거나 따로 모집하시오.”
“그럼 역사는 얼마나 모집해야 합니까? 세 배라고 하셨으니 구천 명을 모으면 되겠습니까?”
“역사는 최대 1만 명이 될 때까지 뽑고 강훈련을 시키시오. 무엇보다 우리가 언제든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기동타격대가 필요하오.”
“알겠습니다.”
기동타격대라는 말에 사공명은 대충 해모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또한, 내 직속으로 무예가 뛰어나고 충성심이 강한 천무 세 명과 교위 서른여섯 명 그리고 역사 일흔두 명을 배정해 주시오.”
“예, 전하! 즉시 명단을 추려서 올리겠사옵니다.”
해모수는 고개를 돌려 고진삼 지휘첨사를 쳐다봤다.
“육부와 도찰원의 동향은 어떤가?”
“내각대학사와 육부의 상서들, 도찰원과 오군도독부의 수장 등 국정의 핵심 인사들이 전부 전하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옵니다. 어찌 문제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전투에 지는 것은 용서가 되지만 경계를 게을리하는 것은 용서가 안 되는 법이다.
“그래도 우리가 모르는 빈틈이 있을지 모르니 감시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예, 전하!”
“금의위에 흡수된 친위군과 마흔여덟 개 위소의 관리는 어떻게 됐는가?”
“열한 개 친위군은 전부 금의위에 분산 배치시켰습니다. 위소의 지휘관과 간부들도 모두 우리 사람으로 교체시켰습니다. 현재 이들을 경사 곳곳에 주둔시켜 병력의 충원과 함께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주 잘하고 있군.”
연합 훈련을 하는 목적은 하나다.
자칫 오판을 할 수 있는 자들에게 대놓고 무력시위를 해서 경고를 하는 것이다.
해모수는 그의 일 처리에 만족한 웃음을 보여줬다.
그걸 본 고진삼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돌았다.
“고진삼 첨사는 계속해서 수고해 주게.”
“네, 전하!”
해모수의 말이 끝나자 사공명이 궁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하, 황궁의 창고와 비고는 어떻게 할까요?”
“이제 황상이 즉위했으니 원래대로 황실에서 관리하게 내줘야겠지.”
“헌데 정체불명의 세력에 의한 약탈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담당 환관의 말에 의하면 상당량의 금은보화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으음, 그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이니 궁성 대화재 때 소실된 것으로 보고하고 책임 소재는 환관이라고 명시하고 넘겨줘!”
“예, 전하!”
해모수는 속으로 뜨끔했다.
사공명이 말한 정체불명의 세력에 의한 약탈!
그게 바로 해모수라는 사실을 왕지현을 빼곤 당장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동안 그가 시도 때도 없이 황궁의 창고와 비고를 드나들며 빼낸 금은보화가 족히 한 트럭은 넘을 것이다.
[해모수: 괜히 가슴이 좀 찔리네요.] [마루: 크흐흐, 그래서 사람은 죄를 짓고는 못 산다고 하잖아.] [그렌: 정말? 나는 아니라고 보는데……. 해모수 얼굴을 좀 봐봐! 저게 어디 양심이 찔려서 괴로워하는 얼굴이야? 안 들켜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얼굴이지.] [해모수: 어허! 이거 두 분 형님 왜 이러십니까? 제가 어디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이럽니까? 그리고 공유 인벤토리를 통해 그렌 형님께 넘겨드린 금괴와 금은보석이 벌써 수십 상자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해모수의 직격탄에 그렌이 입을 딱 벌렸다.
[마루: 얼씨구! 이제 돈 좀 벌었다고 아주 유세를 떠는구나.] [그렌: 맞아. 네 말이 맞다고. 그런데 그동안 내가 보내준 아티팩트는 아주 잊고 살았냐?] [해모수: 오잉! 두 분 왜 이렇게 과민 반응을 보이십니까? 그동안 기죽어 살던 놈이 어쩌다 큰소리 한번 친 것 가지고.] [마루: 푸하하하! 아니다. 잘했다. 기죽어 사는 것보다는 그렇게 큰소리 뻥뻥 치면서 사는 모습이 너에게 잘 어울려.]마루의 말을 듣고 보니 요새 해모수의 기가 좀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그렌: 그건 또 그러네. 해모수! 네가 보내준 금은보화에 맞춰서 아티팩트 만들어서 보내줄게. 그리고 지금도 네가 쓸 렌 화약 만드느라 내가 요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어. 어디 그것뿐이냐? 이제는 소형 함포까지 만들어 달라고 보채고 있잖아.] [해모수: 헉! 어쩜 그렇게 맞는 말씀만 골라 하십니까? 제 뼈가 무지하게 아프네요. 그렌 형님! 마루 형님! 사랑합니다!]해모수가 바로 사과를 하면서 귀엽게 애교를 떨어댔다.
그렌과 마루는 동시에 몸을 부르르 떨며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루: 해모수! 내가 잘못했다. 그러니 제발 그 이상한 애교는 좀 떨지 마라.] [그렌: 나도 팔에 닭살이 돋는 것 같아 너무 힘들어.]해모수는 마루와 그렌의 말에도 꿋꿋하게 애교를 떨어댔다.
셋은 그렇게 농담을 하고 장난을 쳤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해모수의 얼굴은 근엄하기 짝이 없었다.
“성산일호 호출과 성산백호소에 보낸 밀지는 어떻게 됐는가?”
갑자기 형제들에게 생각이 미친 해모수는 사공명에게 일의 진척을 물었다.
“그건 왕 첨사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해서 모두 넘겨드렸습니다.”
“그 문제는 나중에 왕 첨사와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
해모수는 그녀를 슬쩍 쳐다봤다.
왕지현은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사공명이 해모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뭔가 좀 심각한 표정이었다.
“한 가지 염려되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공신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공신이라고 하자 당장 개국공신을 떠올렸다.
“지금 살아있는 개국공신은 누가 있소?”
“풍승과 탕화이옵니다.”
“풍승은 남옥과 함께 지금 몽골 원정 준비에 한창이겠군.”
“그러하옵니다. 탕화는 함부로 나서는 성격이 아니니 당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옵니다.”
탕화는 주원장의 무시무시한 숙청 속에서도 끝까지 천수를 누렸던 개국공신이다.
함부로 나대지 않고 때가 되면 버리고 떠날 줄 아는 시류를 읽는 눈이 있었다.
“부우덕은 여진에 대항하여 요동에 있고, 목영은 티베트와 안남을 정벌하러 출정 중이지 않는가?”
“맞습니다.”
“대부분의 공신들이 궁성 대화재 때 불에 타 죽었소. 그럼 남은 공신 중에 누가 문제란 말이오?”
해모수의 머리로는 당장 떠오르는 공신의 이름이 없었다.
“주덕흥이옵니다.”
“태조의 고향 친구라는 강하후(江夏侯) 주덕흥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니 왜?”
해모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주덕흥은 공신으로 후작에 책봉되었다.
현재는 호광(湖廣) 위지휘사사(衛指揮使司)의 지휘사로 있었다.
원래는 주원장에게 죽임을 당할 운명이었지만, 해모수가 주먹으로 얼떨결에 해결해 버려서 이제 자자손손 잘 먹고 장수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