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네 살짜리 아들을 황제로 둔 황태후의 가문!
황제인 주원장의 서슬 시퍼런 공신 때려잡기가 한창일 때, 이들은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 궁성 대화재 사건으로 갑자기 주원장이 불에 타 죽고, 그의 장손인 주윤문이 명나라의 제2대 황제가 됐다.
덩달아 황제의 친모 여씨는 황태후가 되어 수렴청정을 하고 있다.
콧대가 높아지고,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갔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딴마음을 먹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남사성 천무가 짧게 탄식했다.
“여씨 문중을 호위하고 있는 금의위 천무와 교위들을 전부 잡아들이고 새롭게 호위 체계를 구축하도록 해!”
“예, 전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거면 아예 돌아오지 마라.”
“반드시 잘 처리하겠습니다.”
남사성은 고개를 푹 숙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해모수는 남사성을 잠시 바라보다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어휴!”
남사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손으로 자신의 목을 한번 만져봤다.
아직 잘 붙어있는 것을 보니 살아있는 게 실감이 났다.
그는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금의위 교위들을 불러들였다.
“장 교위는 금의위 본부에 가서 여기 담당하는 천무와 교위들의 명단 가져와!”
“충!”
“유 교위는 비상대기조 전부 이리 끌고 와서 이쪽 호위조와 교대해 줘!”
“충!”
“천 교위는 감찰부에 연락해서 여씨 문중 호위조 싹 다 잡아들이라고 전해!”
“충!”
금의위 교위 셋이 바람처럼 어디론가 달려갔다.
남사성은 입을 앙다물었다.
말은 ‘호위조’였지만 그들은 본래 ‘감시조’였다.
어디서 어떻게 감시망에 구멍이 뚫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피를 좀 봐야 할 것 같다.
한편 남사성의 눈앞에서 꺼지듯 사라진 해모수는 고루거각 사이를 누비듯 달리며 안으로 깊숙이 진입했다.
곳곳에 도검으로 무장한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인비저블 마법으로 몸을 숨긴 그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마루: 이거 일이 아주 골치 아프게 돌아가는데요.] [그렌: 일단 죽림에서 살수들이 도망칠 때 대저택 밖에서 감시하던 놈을 찾아야 해!] [해모수: 그건 이미 미니 맵에 등록해 뒀어요.]원래는 살수들을 쫓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마루가 미니 맵을 보다 이상한 움직임을 찾아냈다.
살수들이 대저택의 외원을 빠져나갈 때!
마치 감시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누군가 그 시간에 딱 맞춰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전까지는 꼼짝도 하지 않고 벽에 바짝 붙어있던 자가 말이다.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한 마루는 이 사실을 그렌과 해모수에게 알렸다.
결국 살수를 쫓는 것은 금의위에게 맡기기로 했다.
대신 해모수 자신은 수상한 자의 뒤를 쫓았다.
미니 맵에 마크해 놓은 자는 대저택의 외원을 지나 내원으로 들어갔다.
잠시 밖에서 기다리던 그는 안에서 기별을 받자 곧바로 내원의 별채로 들어갔다.
서고 안에는 비단옷을 걸친 건장한 중년 사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 집사! 잘 다녀왔소?”
“네, 도련님.”
“어떻게 됐소?”
“실패했습니다.”
중년 사내의 미간이 지렁이가 움직이듯 꿈틀거렸다.
“하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
“죄송합니다.”
“자네가 사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닐세. 그런데 뒤를 밟히지는 않았겠지?”
“혹시라도 뒤를 쫓는 자가 없는지 곳곳에 아이들을 풀어 확인했습니다.”
황 집사라는 자는 절대 뒤를 밟힐 리는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년 사내는 미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쫙 폈다.
“알았으니 그만 나가보게.”
“예, 도련님.”
황 집사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별채를 빠져나갔다.
[마루: 어라! 이놈 여씨 문중의 집사였어?] [그렌: 확실히 이번 일은 여씨 문중과 무슨 관련이 있군.] [해모수: 이자가 누군지 모르겠네요.]해모수는 두 사람의 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새겨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년 사내의 정체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그의 정체를 알게 됐다.
그것도 스스로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위소의 일개 총기 따위가 어떻게 금의위 천무가 된 거지? 게다가 천무가 된 지 하루 만에 조카의 목숨을 구하는 대공을 세우다니……. 누이도 그렇지 금의위 지휘사에 임명한 것도 차고 넘치는데 아무리 큰 공이 있다고 해도 위국공에 봉하다니…….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아무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홀로 분통을 터트렸다.
“해모수! 네놈이 위국공이면 나 여암(呂岩)은 최소한 승상(丞相)이나 호국공(護國公)은 돼야겠다.”
중년 사내, 아니 여암은 야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주먹을 꼭 쥐었다.
[마루: 이놈은 황태후 여씨의 오라비였구나.] [그렌: 조카가 황제에다 누이가 황태후가 되니 간이 부을 만도 하네.] [해모수: 이 자식을 어떻게 요리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해모수는 여암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한 대만 쳐도 요단강을 건널 놈인데 죽이자니 태후가 걸렸고, 가만히 내버려 두자니 후환이 걱정됐다.
역모를 꾸미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살수를 보낼 만큼 독한 인간이었다.
자신을 제거하려는 수법도 상당히 어설퍼서 큰일을 하기엔 많이 부족한 놈이었다.
[마루: 일단 다리 하나만 부러뜨려!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면 척추를 접어버려!] [그렌: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냥 재워놓고 뒷목을 건드려서 반신불수를 만들자.] [해모수: 그냥 다 합시다.]마루와 그렌의 살벌한 말에 해모수는 결국 응징을 하기로 결정했다.
괜히 놔뒀다가 사고를 일으키면 그것도 문제였다.
마침 여암이 일어나 별채를 나섰다.
섬돌을 밟고 내려오려는 순간!
해모수는 타이밍을 잘 맞춰 여암의 발뒤꿈치를 부드럽게 밀었다.
툭! 쿵!
“악!”
여암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기절했다.
뒤로 넘어지며 섬돌에 뒤통수가 찍히고 바닥을 짚은 손이 꺾인 것이다.
[마루: 우와! 이거 완전히 일타쌍피네.] [그렌: 참 희한하게도 넘어졌네.] [해모수: 그래 봤자 가벼운 뇌진탕과 팔이 꺾인 정도예요.] [마루: 그럼 다른 놈들이 오기 전에 어서 손을 봐줘!] [그렌: 팔다리 하나씩 부러뜨리고 반신불수가 되는 코스인가?]해모수는 마루와 그렌의 응원(?)에 힘입어 여암의 팔과 다리를 확실히 부러뜨렸다.
뒷목의 신경을 엄지로 꾹 누르면서 음양기를 강하게 때려 박았다.
음양기는 주인의 의지에 따라 여암의 신경을 칼로 찌르듯 꽉 틀어막았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 음양기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아무리 치료를 받아도 쉽게 풀기 어려울 것이다.
“도련님!”
“어이쿠! 이게 무슨 일입니까?”
“빨리 의원을 모셔오너라!”
“예!”
“어서 안채로 뫼셔라!”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황 집사와 하인들은 팔다리가 부러진 여암을 엎어서 안채로 옮긴다고 경상자를 중상자로 만들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해모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
[해모수: 너도 어지간히 복도 없구나.] [마루: 허어!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지?] [그렌: 정말 기본이 안 됐네. 기본이…….] [해모수: 하인도 아무나 들이면 안 되겠어요.]해모수는 마치 뭔가 큰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처럼 말했다.
[마루: 가만, 우리가 이럴 때가 아니잖아.] [그렌: 그럼 뭐 할 때냐?] [마루: 귀한 몸이 행차하셨는데 아무런 소득도 없이 가긴 좀 그렇잖아요.] [해모수: 설마 삥을 뜯으라는 말은 아니겠죠?]마루는 해모수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씩씩거렸다.
[마루: 야! 해모수! 너 드라마 좀 그만 봐! 이건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당연히 받아야 할 수고비를 직접 받아내는 거라고. 그리고 저놈이 널 죽이려고 한 걸 벌써 잊어버렸어? 배상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으니 위자료 정도는 챙겨야지!] [해모수: 어! 맞네요. 아오! 생각해 보니 진짜 열받네요.]해모수는 마루의 말에 갑자기 화가 났다.
여암의 조카가 황제가 아니라면… 그의 누이가 태후가 아니었다면 과연 그냥 넘어갔을까?
아니다. 분명히 자신은 여암을 죽였을 것이다.
‘너 오늘 운 좋은 날인 줄 알아라!’
텅 빈 별채 안으로 해모수가 들어갔다.
이제는 한번 눈으로 훑으면 어디에 뭐가 있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해모수: 딱 보니까 침대 위쪽 벽에 걸린 산수화 뒤네요.] [마루: 난 별채의 기둥이 수상해!] [그렌: 침대 아래 바닥 좀 조사해 봐라!]세 명은 각기 다른 곳이 수상하다고 했다.
해모수는 제일 먼저 자신이 말한 침대 위쪽 벽을 살펴봤다.
누가 그린 그림인지는 모르지만 참 잘 그린 티가 났다.
그러나 그는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산수화가 그려진 종이는 커다란 나무 액자에 들어가 있었다.
해모수는 액자를 번쩍 들어 옆으로 옮겼다.
‘빙고!’
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예상했던 대로 움푹 팬 벽 안에 철궤 하나가 놓여있었던 것이다.
해모수는 조심스럽게 철궤를 열어봤다.
십장생을 비롯해 온갖 동물의 형상을 한 금덩이들이 가득했다.
한쪽에는 금강석, 홍보석, 남보석, 녹보석, 비취, 진주 등 눈깔사탕만 한 각종 보석들이 잘 담긴 보석함도 있었다.
[마루: 이놈 벌써 어지간히 받아 처먹었네.] [그렌: 우리 예상보다 훨씬 간덩이가 부은 놈이야.] [해모수: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요.]그는 철궤 안에 들어있는 금덩이와 보석함을 인벤토리로 옮겼다.
떠난 자리가 아름답다는 말처럼 커다란 나무 액자를 도로 벽에 걸어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마루: 이번에는 내 말대로 별채의 기둥을 조사해 봐!]마루는 아까부터 별채의 기둥이 수상했다.
해모수는 마루가 원하는 대로 기둥을 향해 다가갔다.
퉁!
그는 가볍게 손으로 기둥을 치면서 음양기를 넓게 퍼뜨렸다.
박쥐가 초음파를 쏘는 것처럼 음양기가 기둥을 빠르게 훑어갔다.
해모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해모수: 마루 형! 꽝이에요.] [마루: 이런!] [그렌: 크크크! 어쩐지 너무 자신감이 충만하더라니. 이제 침대 바닥 좀 살펴봐라!] [해모수: 예.]눈으로 보는 것보다 정확한 것은 직접 만져보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 일일이 손으로 전부 만져보겠는가?
그럴 땐 더욱 빠르고 정확한 방법을 써야 한다.
바로 음양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해모수는 그렌이 언급한 침대 아래 바닥을 살펴봤다.
퉁!
그의 손바닥을 통해 음양기가 바닥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해모수: 당첨이에요.] [마루: 오오!] [그렌: 무하하하! 역시!]해모수는 그렌의 파안대소를 들으면서 손으로 바닥을 쓸었다.
미묘하게 한쪽 바닥이 움푹 파여있었다.
살짝 누르자 동그란 고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손가락을 걸고 쭉 잡아당겼다.
스르릉!
놀랍게도 침대가 위로 올라가고 바닥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계단이 나타났다.
[해모수: 어라!] [그렌: 이거 그냥 당첨이 아닌데…….] [마루: 잭팟이 터졌다.]셋은 동시에 눈을 빛냈다.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자 밀실이 나왔다.
밀실 안에는 좌우로 선반이 놓여있었는데 각 선반에는 커다란 철궤가 빽빽이 쌓여있었다.
그는 침을 꿀꺽 한번 삼키며 철궤 하나를 열어보았다.
“와!”
해모수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여씨 문중이 원래 부자였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철궤 안에 가득한 금은보화의 양을 보자 절대 노력만으로는 벌 수 없는 엄청난 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루: 원나라나 명나라나 부정부패가 아주 심했다고 하더니…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그렌: 만약 이게 빙산의 일각이라면 더 큰 문제 아니야?] [해모수: 그럴지도 모르죠.]해모수는 마루와 그렌의 말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마루: 혹시 모르니까 다른 철궤도 한번 열어봐!] [그렌: 그래 이곳에만 금은보화가 들어있는 건지도 모르잖아.]해모수는 밀실 안에 있는 철궤를 하나씩 전부 열어봤다.
반은 금은보화가 담겨있고 나머지 반은 종이가 들어있었다.
[마루: 무슨 종이 쪼가리가 잔뜩 쌓여있네.] [해모수: 대명통행보초(大明通行寶鈔), 보통 대명보초라고 부르는 1관(貫)짜리 지폐예요.] [그렌: 이게 전부 지폐란 말이야?] [해모수: 네, 보초제거사(寶鈔提擧司)에서 발행한 은 한 냥에 해당하는 지폐예요.]철궤 안에 한 냥짜리 은을 가득 쌓았다면 너무 무거워서 얼마 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폐로 꽉 채우니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