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아!”
다들 해모수를 쳐다보며 감탄을 했다.
해모수는 갑작스러운 시선 집중에 어색한 미소를 그려냈다.
“그런데 저희 셋이 요동으로 가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퉁그란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전하께서는 명과 고려의 국경을 만리장성으로 대체하실 생각이십니다. 고려의 요동 정벌 이후 요동은 고려의 힘이 미치는 땅이 됐습니다. 하지만 명과 바로 국경을 맞닿게 되면 불편한 일이 생길 수 있어 요동반도를 중심으로 완충지대를 설정할 계획입니다.”
“완충지대라면 요동을 우리가 점령이라도 한다는 말입니까?”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할 겁니다. 하지만 시작은 일단 무역을 하면서 세력을 일으키는 겁니다. 그러니 퉁그란과 바토르, 차하루는 요동반도로 가세요.”
“우리 셋만 말입니까?”
바토르가 황당하다는 듯 김만덕을 쳐다봤다.
“그렇습니다. 해동연합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겁니다. 무역품을 무기 삼아 여진의 부족을 회유하고 흡수해서 강력한 하나의 세력을 만들어 보라는 겁니다.”
“말대로만 된다면 나라도 하나 후딱 만들어지겠네요.”
차하루는 김만덕이 일을 너무 쉽게 취급한다고 생각했다.
“능력이 된다면 그렇게 하세요. 북경을 쳐서 하북 땅을 먹어도 됩니다. 단 고려와는 사이좋게 지내셔야 합니다.”
농담을 하는데 죽자고 달려드는 격이었다.
너무나도 진지한 김만덕의 말에 여진 삼총사는 점점 진지해져 갔다.
“그럼 원나라, 아니 몽골과는 어떻게 합니까?”
“적당한 거리를 두고 힘을 합쳐서 만리장성 이남을 도모하거나 너무 커져서 위험하다 싶으면 적당히 견제를 하면 됩니다.”
여진 삼총사는 과연 자신들이 이런 큰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무역품을 밀어준다고 했으니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정 안 되면 되돌아오면 된다는 편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우리 삼 형제에게 벼슬을 내린다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해대호도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벼슬을 내리는 목적은 한 가지입니다. 산동을 장악해서 강력한 산동군벌을 만들라는 뜻입니다. 산동을 지배하려면 행정, 사법, 군정을 가장 먼저 장악해야 합니다.”
“…….”
“먼저 산동의 통치를 담당하는 기관인 승선포정사사(丞宣布正使司)의 수장은 좌(左), 우(右) 포정사(布正使)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바로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고 이목도 많이 끄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대신 한 단계 아래인 종3품의 좌, 우 참정(參政) 중 하나로 임명할 겁니다.”
“좌, 우 참정!”
해대호는 입을 딱 벌렸다.
김만덕은 마치 종3품의 벼슬이 아무것도 아닌 듯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모수에게 미리 자초지종을 들은 그는 현재 위국공 해모수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좌, 우 포정사는 나이가 많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보내 정무를 파악하고 실무를 익히는 데 조언을 해줄 것입니다. 그러니 많이 보고 배우세요.”
좌, 우 포정사는 조선 시대의 관찰사와 비슷한 직위다.
좌, 우 참정은 조선의 판서와 비슷했다.
그런데 상사인 포정사가 부하인 참정을 키우기 위해 활용된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이목을 끌지 않고 권력을 잡을 때!
종종 이런 방식을 써서 한 기관을 장악하곤 한다.
“성의 형, 옥을 총괄하는 사법기관으로 제형안찰사사(提刑按察使司)가 있습니다. 수장인 정3품 안찰사(按察司)는 성의 사법과 감찰을 통괄합니다. 다행히 이건 어렵게 않게 한 자리를 얻어냈다고 합니다.”
“아!”
안찰사는 정말 엄청난 권력을 가진 직위였다.
일개 성의 사법과 감찰을 통괄하는 자리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요직 중의 요직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성의 위소를 통솔하고 군정을 총괄하는 도지휘사사(都指揮使司)의 수장인 도지휘사도 역시 쉽게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부사령관 격인 종2품의 도지휘동지(都指揮同知)로 임명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산동을 장악하는 데 꼭 필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이번에 부임할 도지휘사도 나이가 상당히 많고 전략과 전술이 뛰어난 장군입니다.”
“이렇게 입안에 밥을 떠먹여 주면 안 씹어 먹을 수가 없겠군요.”
해상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허나 김만덕은 살짝 고개를 흔들며 진중하게 얘기했다.
“아무리 그래도 만만한 일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기존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산동의 유지들과 토착 세력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우군을 많이 만드시고 여러분이 잘 협력하셔서 대사를 성공시켜야 합니다. 물론 우리 해동연합에서도 적극적으로 돕고 지원하겠습니다.”
어렵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란 뜻이다.
해모수가 당장 모든 비밀을 다 털어놓지는 않았다.
자신의 세 형을 돕기 위해 그는 실질적으로 힘이 되는 금의위 교위까지 파견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주군은 황상의 생명을 구하고 황태후 폐하의 부상을 치료하는 데 큰 공을 세워 위국공이 되셨습니다. 해동연합의 함대를 사략 함대로 승인해 주셨으니 이제 해동연합은 명나라 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전력을 다해 세력을 확장할 것입니다.”
“…….”
“이미 산동의 신라방을 거의 흡수하다시피 하여 인재를 등용했습니다. 또한 해동무관의 임상욱 관주를 주축으로 산동의 유지인 서진평을 몰아내고 고려의 유민들을 모아 규합했으며 삼한의 후손들도 빠르게 영입되고 있습니다.”
드디어 해동무관을 괴롭혔던 산동의 유지를 응징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김만덕에 이어 해동상회 배명산 대행수가 입을 열었다.
“산동의 각 부(府)에 여각, 주루, 매매, 금융, 창고, 운송, 위탁 등 각종 상업 편의 시설을 완비하고 적극적으로 상권을 장악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해동상단의 진출에 발맞춰 요동, 하북, 산동, 강소, 절강, 복건, 광동, 해남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해동상단 호설암 대행수가 말을 이어받았다.
“해동상단은 연안 상거래 및 해상 밀무역을 주력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확장을 하라고 도와주시니 앞으로는 여·명·왜 삼각무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해양무역을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배명산과 호설암의 말이 끝나자 다시 김만덕이 나섰다.
“위국공 전하께서 이번에도 우리 해동연합에 거액의 투자금을 내려주셨습니다. 세력 확장이 어렵거나 걸림돌이 있다면 아예 현지에 있는 기존 상단을 인수하거나 흡수 및 합병을 해버리면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점을 유념하셔서 해동함대와 함께 해양무역로를 만드는 데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해동연합의 세력 확장 정책이다.
사나이의 가슴에 불을 댕기는 말이기도 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야망이 타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없던 야망도 저절로 생겨났다.
“몇 가지 더 첨부할 게 있습니다.”
해모수가 나서자 김만덕은 바로 고개를 숙이고 뒤로 빠졌다.
“황태후 폐하께서 황실의 자금을 내게 맡기셨습니다.”
“아!”
다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중원을 제패한 명나라의 황실이다.
황실 창고와 비고에 얼마나 많은 금은보화와 재물이 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저 미루어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중에서 해모수는 예외였다.
이미 들키지 않고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었기 때문이다.
입이 떡 벌어진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그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해동연합이 해줘야 할 일이 더욱 많아졌소.”
“저희야 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그렇겠지요. 하지만 아직 제 얘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다른 뭔가가 더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김만덕은 선물을 바라는 아이의 표정처럼 기대가 한가득했다.
“나라에서 전매하는 소금 전매와 광산 개발을 맡아줄 대행사로 해동연합을 지명하셨습니다.”
“소금 전매 대행과 광산 개발을 말입니까!”
김만덕이 몰라서 되묻는 게 아니었다.
그저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확인을 하는 것이었다.
“나라에서 소금을 전매하긴 하지만 소금 광산의 개발과 운송, 판매는 따로 대행해 주는 상단이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권리를 해동연합에게만 독점으로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이걸 잘 이용한다면 기존의 상단을 흡수하고 통합해서 전국의 상권과 유통망을 손에 쥘 수가 있을 겁니다.”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입니다.”
해모수의 말에 김만덕은 혹여 이권을 도로 빼앗기라도 할까 봐 얼른 대답했다.
그런 표정은 배명산과 호설암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루: 천일염으로 소금을 대량생산해서 유통시키면 떼돈을 벌 텐데.] [그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엄청난 이득이 보장되어 있잖아.] [해모수: 천일염까지 손대는 것은 현재로는 무리예요.] [마루: 하긴 네 말이 맞다. 당장은 상단을 인수해서 상권을 인수하고 유통망을 장악하는 것이 급하겠어.]마루는 명나라의 소금 전매에 천일염이라는 폭탄을 터트리지 못하는 게 참 아쉬웠다.
그래도 해모수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직 하나 남아있었다.
[마루: 광산 개발은 걱정하지 마라. 대박 나는 금광과 은광의 위치를 알려줄 테니까.] [그렌: 해모수!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아주 화끈하게 뽑아먹어라.] [해모수: 알겠습니다. 아주 뿌리째 뽑아먹겠습니다.] [마루: 이왕이면 사도 금광과 이와미 은광 같은 곳도 미리 뽑아먹으면 참 좋겠는데…….]사도 금광(1601년~1989년)은 일본 니가타 시(市) 서쪽 사도가섬에 있는 일본 최대의 금광이다. 17세기 초반에 채굴을 시작했을 때, 매년 400킬로그램의 금과 40톤의 은이 생산됐다고 한다.
이와미 은광(1526~1943년)은 세계 3대 은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시기 세계 은 생산량의 15분의 1을 감당했던 광산이다. 특히 조선에서 수입된 연은분리법으로 폭발적인 양을 쏟아냈다.
[그렌: 마루가 일본, 아니 왜국으로 가려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그렇다고 왜놈들에게 금광과 은광을 개발하라고 알려줄 수도 없고.] [해모수: 텔레포트 마법진이 인챈트된 아티팩트를 만들어 주시면 되잖아요.] [그렌: 으음, 이거 또 일거리가 하나 늘어났네. 텔레포트는 5서클의 마법이라서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해모수의 세상에서 잘 작동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한번 만들어 보도록 할게.]그렌이 안타까웠는지… 마루가 끼어들었다.
[마루: 형!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하세요.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급한 것도 아니에요. 해모수는 그거 없어도 지금 우리 셋 중에 제일 잘나가고 있어요.] [그렌: 하하하! 아주 병 주고 약 주네. 생각해 보니 사도가섬은 그냥 가서 먹어도 되겠다. 아직 거기에 금광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잖아.] [해모수: 오오! 그러고 보니 정말 잘하면 가능하겠는데요.] [마루: 해당 영주에게 돈을 주고 사든지, 막부와 교섭을 해서 할양받는 것도 좋을 거예요.]생각해 보니 텔레포트 마법진만 있다면 세계적인 광산을 거저먹을 수도 있었다.
호주 소버린 힐에 있는 레드힐 금광, 평안도 운산의 운산 금광, 규슈에 있는 타이오킨산 금광,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타우토나 금광 등.
금광만 잘 개발해도 얻는 이득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남미 볼리비아 포토시에 위치한 포토시 은광이나, 미국 유타주의 빙엄 캐니언 같은 노천 구리 광산도 아마 짭짤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정보가 있습니다.”
“…….”
이번에는 또 뭔가 하고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해모수의 입만 바라봤다.
“명 조정에서는 호광 지역을 곡창지대로 만들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호광이라면 미래의 호북성과 호남성을 말한다.
강남은 본래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다.
하지만 호광은 절강처럼 아직 제대로 개발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 지역을 나라에서 작정을 하고 개발하기로 했단다.
부동산 투기까지는 아니지만, 미리 땅을 사둬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우리도 호광의 옥토를 사들여야겠군요.”
“이미 큰 뼈대는 만들어져 있으니 참고해서 은밀히 매입 작업을 시작하시오.”
“예, 전하!”
김만덕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