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해모수를 주군으로 섬긴 것은 그의 일생일대의 큰 도박이었다.
상단에서 쫓겨나 비루한 개꼴로 세상을 한탄하던 시절!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어린 해모수였다.
당당히 제2의 장보고가 되리라던 용기와 패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주군의 손을 잡았던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당시 뭔가에 홀렸던 것이 분명했다.
아마 이런 것이 조상의 가호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는 김만덕이었다.
“이제 전하께서 주신 자금과 정보를 이용해 해동연합이 앞으로 어떻게 커나갈지 현실적인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해모수가 던져놓은 떡밥이 워낙 커서 다들 물고기 떼처럼 파닥거렸다.
하나만 제대로 삼켜도 평생 떵떵거리면서 사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 사람의 욕심에 끝이 있겠는가?
하늘에서 황금비가 내려도 인간의 욕심을 다 채울 수는 없다고들 하지 않던가!
그들은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최대치를 넘어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질투는 나의 힘,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의 원동력이다.
해모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만덕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그저 가만히 지켜봤다.
그들은 식사도 거르며 열띤 논의를 펼쳤다.
이런 사내들의 모습에는 역동하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마루: 아무래도 텔레포트 마법진이 인챈트된 아티팩트를 받기 전에는 경사, 아니 황성을 벗어나기 힘들겠구나. 그럼 정리를 좀 해야겠다.] [그렌: 마루야! 너 자꾸 그런 식으로 사람 압박할래?] [마루: 무슨 소리예요? 난 해모수가 쓸데없이 인벤토리에 채워놓은 물건들을 정리하라고 하는 말인데…….]마루가 발끈하자 해모수가 즉각 물었다.
[해모수: 뭘 정리하라는 소리예요?] [마루: 일단 인벤토리를 한번 열어봐! 네가 지금 렌 화약, 고폭탄, 수류탄, 클레이모어, 부비 트랩, 소이탄, 백린탄, 황린탄, 항해용품 등이 왜 필요하니? 그건 당장 해동함대에게 필요한 물건이야. 괜히 인벤토리 용량만 채워놓지 말고 풀 때는 좀 풀어!]마루의 합리적인 말에 일단 해모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클레이모어와 부비 트랩의 경우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해모수: 클레이모어와 부비 트랩이 해동함대에 왜 필요한데요?] [마루: 근접전을 벌일 때 왜구들이 올라오면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잖아. 그리고 요충지에 부비 트랩 깔아놓으면 좋지 뭘 그래?] [그렌: 나도 기본적으로 마루의 말에 찬성이야. 물론 클레이모어나 부비 트랩은 해모수가 머물고 있는 곳에 설치하는 게 더 좋을 거야.]마루는 해모수와 그렌의 의견을 존중해서 한발 물러섰다.
[마루: 그럼 클레이모어와 부비 트랩을 빼고 나머지는 해동함대에게 다 넘겨버려!] [그렌: 짧긴 하지만 내가 만든 화포도 같이 넘겨주면 해동함대의 전력에 상당한 보탬이 될 거야.]이번에 공유 인벤토리를 통해, 그렌은 해모수에게 후장식 화포를 주기로 했다.
시험 삼아 몇 개 만들어 본 것으로 크기는 조선 전기의 화포인 천자총통만 했다.
원판은 1927년 미국이 개발한 M116 75밀리미터 경야포를 본뜬 것이다.
M116 75밀리미터 경야포는 무게가 가볍고 6개 부분으로 나누어 운반이 가능했다.
그래서 산악 지형 같은 험준한 지형에서도 공수부대나 해병대가 운용하기 편했다.
물론 완전체는 아니고 주퇴복좌기도 달리지 않은 포신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해모수: 알겠어요. 그런데 해동함대가 그것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에요. 경사에 넘쳐나는 화약과 화전(火箭) 등을 가득 싣고 가도록 조치했어요. 또한 그동안 황실의 창고와 비고 그리고 여암의 보물 창고에서 모은 금은보화와 대명보초도 전부 넘길 생각이에요.]해동함대가 몰고 온 세 척의 개조선!
아마 돌아갈 때는 선창을 가득 채우다 못해 미어터질 전망이다.
해모수는 마루와 그렌의 의견을 수용해 인벤토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사실 그에게는 마법 소총을 비롯해서 K6 중기관총과 M72 LAW 대전차 로켓 런처 등이 있었다.
이미 개인 화기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해모수는 마루와 그렌과 얘기를 나누며 앞으로의 일을 의논했다.
해동연합의 집사 김만덕과 대행수들, 관주와 함대장들!
해씨 삼 형제와 여진 삼총사 그리고 강유와 홍조!
모두 열정을 가지고 회의를 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든든했다.
“자! 이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세워졌으니 우리 모두 건배를 합시다.”
해모수는 더 이상 회의를 질질 끌지 않았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캔 맥주를 꺼냈다.
안주로 마늘 양념 치킨도 넉넉하게 빼놓았다.
치칵! 차아아악!
시범으로 해모수가 캔 맥주를 땄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상큼한 소리와 함께 하얀 거품이 뭉클 올라왔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이내 그를 따라 하느라 사방에서 캔 따는 소리가 터졌다.
그는 일부러 한 명씩 캔을 부딪쳐 친밀함을 강조했다.
형제들은 기뻐했고 다른 이들은 모두 황송해했다.
“해동연합의 미래를 위하여!”
“해동연합의 미래를 위하여!”
해모수가 선창을 하며 캔을 들자 다들 따라서 외치며 캔을 들어 올렸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잠시 밀실 안에는 캔 맥주를 원샷하는 소리만 들렸다.
“카아! 좋다.”
“이거 기가 막히네요.”
“뭔데 이렇게 맛있지?”
“더 없습니까?”
어제 그렇게 붓고 마셨는데도 아직도 더 마실 힘이 남아있었나 보다.
해모수는 더 이상 캔 맥주를 꺼내지 않았다.
자신과 왕지현이 마실 것도 얼마 없었다.
“안주나 좀 맛보세요.”
“예, 전하!”
해모수가 마늘 양념 치킨을 가리키며 먼저 한 조각을 들어 입에 넣었다.
그러자 어미를 따라 하는 병아리들처럼 다들 마늘 양념 치킨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오잉!”
“뭐냐 이거?”
“어어!”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니…….
그들은 한꺼번에 몰아닥친 미각의 테러에 전율했다.
캔 맥주도 참 맛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터지는 치느님의 위엄은 가히 폭풍이었다.
순식간에 마늘 양념 치킨은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다들 손가락을 빨며 해모수를 바라봤다.
해모수는 괜히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얼른 회의를 끝마쳐 버렸다.
밀실 밖으로 나오면서 그 와중에도 빈 캔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수거했다.
자연을 보호하자는 마루의 말에, 해모수는 전적으로 동감했다.
그래서 어느새 이렇게 자연보호 주의자가 다 되어버렸다.
허나 그는 자신이 이들에게 지금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아직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세계를 제패할 치킨과 맥주의 조합, 치맥!
이렇게 동북아시아에서부터 먼저 시작되었다.
* * *
스팟!
캄캄한 동굴에 희미한 두 개의 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라이트!”
그렌이 마법의 시동어를 외치자 허공에 밝은 빛의 공이 떠올랐다.
“마나석 광산 안이에요.”
야엘이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그도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텔레포트는 5서클의 마법 중에서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마법이다.
안정적이어야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교하기까지 해야 한다.
조금만 좌표가 어긋나도 차원의 틈새에 끼어버려 상상도 할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나게 된다.
“마나 뷰!”
그렌은 마나 뷰 마법을 펼쳤다.
그의 눈이 파랗게 변하며 동굴 벽을 훑었다.
“여기 있구나.”
그렌의 손가락 사이에 최하급 마나석 하나가 끼었다.
전에 마나석 광산을 떠나기 직전!
최하급 마나석 하나에 이곳의 좌표를 새겨 벽 속 깊이 박아뒀었다.
이제 영구 텔레포트 마법진에 정확한 좌표가 새겨졌으니 더 이상 이건 필요 없게 됐다.
“이번에는 어디서부터 캐야 돼요?”
야엘이 곡괭이를 어깨에 턱 올리며 의욕적으로 물어왔다.
그렌은 귀여운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동굴을 돌아다니며 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마나 뷰 마법을 펼친 그의 눈이 더욱 새파랗게 빛났다.
동굴은 녹색의 빛으로 아름답게 출렁거렸다.
야엘은 그렌의 뒤를 졸졸 쫓아오며 다크와 장난을 쳤다.
어둠의 정령인 다크도 마나가 넘쳐나는 어두운 동굴이 좋은지 상당히 기분이 업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렌은 한참을 걸어가다 돌연 우뚝 멈춰 섰다.
그의 손가락이 한쪽 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길 좀 봐!”
“우와! 벽이 온통 녹색 광채로 밝게 빛나고 있어요.”
야엘은 아름다운 빛의 향연에 절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오러를 머금은 그녀의 눈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부르나 왕국에서 중하급 광산이라고 했는데…….”
“그들이 기만전술을 썼나 보죠.”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긴 중급 마나석 광산이 분명해!”
“좋은 마나석이 많이 나온다는 얘기죠?”
“응, 비슷해.”
그렌의 말에 야엘은 반색을 했다.
그녀도 마나석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투시!”
마나 뷰 마법에 이어 그는 투시 마법을 펼쳤다.
동굴 벽을 뚫고 들어간 시야가 마나석 광맥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분석했다.
그렌은 마력 증폭 장갑을 낀 손을 벽에 대고 천천히 걸어갔다.
“마크!”
그렌이 손으로 마크를 한 동굴 벽은 마치 별빛이 쏟아질 것처럼 영롱하게 반짝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마스터가 마크해 둔 곳을 중심으로 마나석을 캐란 말이잖아요.”
“올! 아직 잊지 않았군.”
그는 마법 주머니를 열어 곡괭이 하나를 꺼냈다.
강화 마법과 샤프니스 마법을 걸어둔 마법 곡괭이였다.
“시작하자.”
“네.”
이미 둘 모두 마나석을 캐본 경험이 있었다.
야엘은 지난번에 터득했던 방식으로 자신의 곡괭이 끝에 살짝 오러를 밀어 넣었다.
그렌은 당연히 마법 곡괭이로 채광을 시작했다.
덕분에 두 사람의 채광 속도는 눈부시게 빨랐다.
캉캉캉캉캉캉캉…….
캉, 캉, 캉, 캉, 캉…….
동굴 안은 서로 다른 두 개의 타격음이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그렌과 야엘은 마나석 광맥의 결을 정확히 따라가며 채광을 했다.
와르르르!
한 무더기의 마나석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몇 개를 손에 쥐고 가볍게 마나를 흘려서 확인해 봤다.
“어때요?”
“역시 중급 마나석이야.”
대부분이 중급 마나석이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몇 개는 상급 마나석이었다.
그렌은 모조리 인벤토리에 쓸어 담고 계속 채광을 해나갔다.
캉캉캉캉캉캉캉…….
캉, 캉, 캉, 캉, 캉…….
어느 순간, 그렌이 야엘의 손을 잡고 뒤로 물러났다.
쿠릉, 쿠르릉, 쿵쾅, 우르릉!
한쪽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바닥에 깔린 것은 전부 마나석 덩어리였다.
그런데 크기가 하나같이 참외만 했다.
“잭팟이다!”
그렌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참외만 한 마나석 중에서 그는 아주 색이 밝고 진한 마나의 향기가 풍기는 마나석을 골라냈다.
“어머나! 이건 최상급 마나석이잖아요.”
“어떻게 그걸 알았어?”
“지난번에 한번 봤잖아요.”
“아차! 그랬지.”
최상급 마나석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는 그렌과 야엘의 눈빛이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다.
“이번에도 명상을 하실 거예요?”
“명상이라니?”
“지난번에 명상을 하면서 큰 성취를 이루셨잖아요.”
“큰 성취를 이룬 것은 내가 아니라 야엘 아니었나?”
“그런가요?”
야엘은 자신이 말을 하고선 먼저 얼굴을 붉혔다.
그렌은 옛날 생각이 나서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때 영원히 나의 노예가 되고 싶다고 했었던가?”
“어머! 그걸 왜 기억하고 계세요.”
“영원히 기억하라고 했던 말이 아니었나?”
“아이! 몰라요.”
야엘은 그의 가슴을 가볍게 통통 치면서 부끄러워했다.
그렌은 지난번처럼 그녀와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 관계상, 지금은 일단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마나석을 캐는 게 우선이야. 그러니까 빨리 끝내고 나서 명상을 하고 가자고.”
“예, 알겠어요.”
그녀는 살짝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실망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캉캉캉캉캉캉캉…….
캉, 캉, 캉, 캉, 캉…….
두 사람은 부지런히 마나석을 캤다.
미리 광맥을 발견하고 결을 따라 캐가니 아주 마나석이 콸콸 쏟아져 내렸다.
몇 시간 동안 열심히 일한 결과!
어느새 이번에 찾은 마나석 광맥이 아주 깨끗하게 거덜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