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영주님, 다녀오십시오.”
야엘과 클리오가 정중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금방 다녀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렌은 야엘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주며 손을 흔들었다.
엘리샤가 그의 손을 잡고 와이번의 몸 위로 올라갔다.
겉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레닌의 경추 부근에 안장 비슷한 것과 안전벨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렌을 자신의 뒤에 태우고 직접 안전벨트까지 채워줬다.
더불어 그의 두 손을 잡아 자신의 허리에 턱 하니 올려놓았다.
매끈하고 부드럽고 탄력 있는 살결이 손에 착 감겨왔다.
“속도가 빠르니까 내 허리 꼭 잡아야 해!”
“알았어.”
“출발한다.”
“응.”
그렌이 대답을 하자마자 엘리샤는 레닌의 목을 두 번 탁탁 쳤다.
끼이아아아아!
와이번 레닌은 길게 한 번 울부짖었다.
그러곤 두 날개를 활짝 펴더니 힘차게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날갯짓을 하면 할수록 와이번은 점점 하늘로 떠올랐다.
“우와아아!”
“와아아아!”
외성의 연무장에서 훈련을 받던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주민들도 불의 여왕과 자신의 영주가 하늘의 제왕 와이번을 타고 날아오르자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와이번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야엘만이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거대한 동굴.
혹시 드래곤의 레어는 아닐까?
도무지 말도 안 되게 큰 규모가 입을 딱 벌어지게 했다.
하지만 더울 놀라운 것은 그 동굴 안의 창고를 채우고 있는 것들이었다.
“와우!”
그렌은 한마디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했다.
냉장고처럼 시원한 커다란 동굴 창고!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잘 말린 몬스터의 가죽들이었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다른 동굴 창고에 크고 작은 하얀 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게 보였다.
몬스터의 뼈와 발톱 및 이빨이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서 다음 창고를 살펴봤다.
이번에는 저절로 걸음이 멈춰졌다.
산처럼 쌓여있는 돌멩이들!
그것은 전부 크고 작은 마정석이었다.
이 정도만 해도 이미 그는 기가 질려버렸다.
헌데 그의 앞에는 아직도 연결된 동굴 창고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미안! 양이 너무 많지?”
“응, 좀 많긴 하네.”
엘리샤는 도대체 뭐가 미안한 걸까?
물건이 너무 많아서 팔기 힘들까 봐 그런 걸까?
그렌은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들었다.
앞으로 이걸 어떻게 팔고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지 고민도 생겼다.
[해모수: 이걸 전부 그냥 팔기는 좀 아깝네요.] [마루: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차라리 이걸로 무기와 방어구 및 장비를 만들어 파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렌: 너희도 그런 생각을 했구나. 나도 방금 같은 생각을 해봤어.]해모수와 마루 그리고 그렌의 생각이 모두 일치했다.
그냥 파는 것보다 가공해서 팔자는 말이었다.
[해모수: 상단에 마정석을 파는 것보다 경매장에 넘기는 것은 어떨까요?] [마루: 한 번에 다 풀어버리면 가격만 떨어져요. 물량을 조절해 가면서 적당히 팔아야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마나 발전기를 양산하는 데도 필요하니까 적당한 수량은 따로 빼주세요.] [그렌: 마정석은 그렇게 푼다고 해도, 몬스터 가죽과 뼈를 파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을 거야. 이렇게 물량이 많은 줄 알면 분명히 가격도 후려치려고 할 거야.]일단 바이칼족의 동굴에 관한 일은 무조건 함구해야 한다.
누구라도 알아챈다면 자칫 피바람이 불 수도 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물건이 시장에 풀리면 반드시 마가 끼게 되어있다.
[해모수: 차라리 영주성 안에 공방을 만들어 버리죠.] [마루: 그게 좋겠어요. 바이칼족이 무구를 만드는 기술도 뛰어나다고 하니 기술 지원도 좀 받고 직할지 주민들과 유민들을 동원해 노동력을 공급하면 어렵지 않게 좋은 무구를 양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렌: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야. 문제는 판로야.]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물건을 만들기 전에 미리 판로부터 개척해 놓아야 한다.
판로도 없는 상태로 물건부터 만들었다간 쫄딱 망하기 딱 좋았다.
[해모수: 해동함대의 대원들도 무장해야 하니 제가 좀 팔아드릴게요.] [마루: 저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어요. 사신 길드의 능력자만 해도 수백 세트는 소화해 낼 수 있어요.] [그렌: 고맙다. 일단 너희들을 믿고 한번 추진해 볼게.]마루와 해모수의 지원에 그렌은 절로 힘이 나는 것을 느꼈다.
“엘리샤! 일단 샘플로 골고루 좀 가져갈게.”
“그렇게 해!”
“여기 좌표를 찍어놔서 다음부터는 곧바로 이리 텔레포트를 통해 이동하려고 하는데 괜찮겠지?”
“물론이지. 우리는 친구잖아.”
그놈의 친구 드립은 도무지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렌은 활짝 웃으며 자신의 호의를 드러냈다.
어쨌든 엘리샤가 허락했으니 다음부터는 이곳으로 곧바로 와서 마음껏 필요한 만큼 챙겨가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사기를 칠 생각은 아예 없었다.
꼼꼼히 계산해서 장부에 잘 적어둘 예정이었다.
그렌은 아공간 반지를 활짝 열었다.
먼저 몬스터 가죽을 종류별로 넉넉히 쓸어 담았다.
적당히 넣는다고 했는데도 워낙 종류가 다양해서 양이 꽤 됐다.
이어서 몬스터의 이빨과 발톱 그리고 뼈를 담았다.
이것도 종류별로 담으니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머지는 마정석을 종류별로 가득 채웠다.
모자란 공간은 인벤토리와 마법 주머니의 공간까지 총동원했다.
보유한 공간에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만큼 빵빵하게 채웠다.
하지만 동굴 안 창고를 돌아보니 별로 사라진 티도 나지 않았다.
“충분히 담았어?”
“응, 이걸 가지고 가서 어떻게 판매를 할지 전문가들과 의논을 해볼게.”
“그렇게 해. 우린 바쁜 거 하나도 없으니까 천천히 해!”
엘리샤는 정말 끝까지 호구 짓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몸매가 착한 녀석이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기로 했다.
“오늘 그렌과 약속한 것은 바이칼 장로들과 의논해서 최대한 빨리 해결해 볼게.”
“그래 수고해라!”
“천만에! 우리가 남이야? 친구잖아.”
“맞아. 우리는 친구 사이지.”
그녀는 조금도 그렌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런 엘리샤를 속인다면 아마 그는 천벌을 받게 될 것이다.
세상은 이런 순수한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살고 복을 받아야 마땅하다.
속고 속이고 경쟁하고 남을 짓밟는 게 미덕이 되어버린 사회!
과연 어느 쪽이 정상이고 인간적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짠해졌다.
저렇게 순수하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엘리샤!
어쩐지 그렌은 자신이 속물이 돼버린 느낌이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응, 잘 가!”
쪽!
엘리샤는 빠르게 다가와서 그의 뺨에 굿바이 키스를 했다.
순간 향긋한 그녀의 체향이 훅 하고 코로 밀려들어 왔다.
진한 야성의 살 냄새가 그의 본능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렌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마법의 시동어를 외쳤다.
“텔레포트!”
스팟!
그의 모습이 허공에 꺼지듯이 사라졌다.
엘리샤는 눈을 깜빡이며 계속 그 모습을 쳐다봤다.
왠지 가슴이 허전해지고 뭔가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는 아주 즐거웠었는데… 지금은 소중한 무언가가 찢겨나간 기분이 됐다.
그녀는 허공의 한 점을 멍하니… 아니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있었다.
* * *
스팟!
영주관저 상공에 그렌이 나타났다.
마치 허공에서 툭 떨어지기라도 한 모습이었다.
“마스터!”
그는 가볍게 바닥에 착지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야엘이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렌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와락!
그녀는 그의 품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에 없이 연약하고 가냘픈 모습이었다.
“야엘! 왜 그래?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아니에요. 그냥 마스터가 걱정돼서 그랬어요.”
“아이 참! 내가 누구야? 5서클의 고위 마법사잖아. 그런데 무슨 걱정을 그렇게 했어?”
“마스터는 제가 꼭 지킬 거예요.”
“하하하! 그래 알았어. 그럼 앞으로도 잘 좀 부탁한다.”
그렌은 야엘의 몸을 으스러져라 꼭 끌어안았다.
다행히 그게 안심이 됐는지 그녀의 얼굴이 점점 환하게 피어올랐다.
그는 야엘의 얼굴을 잡고는 진하게 키스를 했다.
잠시 둘 사이가 아주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주님!”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있었다.
그녀가 놀라서 급히 뒤로 떨어져 나갔다.
그렌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몸을 돌렸다.
클리오 수석 행정관이 멀리서 열심히 뛰어오고 있었다.
“클리오는 내가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알고 오는 거야?”
“제가 이곳에 계신다고 말했어요.”
역시 야엘이 얘기를 해줘서 알게 된 것이었다.
그렌은 부드럽게 웃음을 지으며 클리오에게 말했다.
“넘어지니까 좀 천천히 다니시오.”
“아, 아닙니다. 헤엑헤엑!”
클리오는 강하게 도리질을 해댔다.
심각한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또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렌은 클리오가 숨을 고를 때까지 기다렸다.
“영주님! 왕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왕궁이 아니라 왕실이라고?”
“예, 왕실입니다.”
그의 고개가 절로 모로 돌아갔다.
“무슨 일이 터졌소?”
“지금 카시오페라 왕궁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냔 말이오?”
“당연히 보급품 때문에 그러지요.”
“보급품이라니?”
아직도 그렌은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클리오는 그의 표정을 보더니 얼른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불의 여왕과 바이칼족의 전사들이 발다와 렌 영지의 경계선에서 보급품을 수령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바이칼족의 장로들이 수령한 보급품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왕실로 보냈다고 합니다.”
“아! 결국 보급품 때문에 일이 난 게로군.”
“맞습니다. 카시오페라 왕실에서 그동안 바이칼족에게 지원한 보급품을 수송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른 귀족과 상단을 색출해 내기 위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답니다.”
“그거 아주 잘됐군.”
그렌은 입안에서 고소한 깨소금 맛이 돌았다.
“그런데 왕실에서 저희에게, 아니 영주님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습니다.”
“파격적인 제안이라니…….”
“바이칼족에게 보낼 지원 물품을 앞으로 수도 에티오에서 영주님이 직접 수령해서 가져가라는 겁니다.”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내가?”
“아 참! 당연히 수송비는 선불로 넉넉히 지급하겠답니다.”
“그럼 못 먹어도 무조건 고 아냐?”
“네? 고라니요?”
“아, 아니오. 그냥 혼잣말이오.”
그렌의 입꼬리가 하늘을 향해 승천을 시작했다.
[해모수: 바이칼 상단을 만들자마자 이런 호재가 터져주다니 정말 운이 좋네요.] [마루: 이건 운이라기보다는 그렌 형이 만들어 낸 거라고 봐야지.] [해모수: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마루: 응, 그런데 당장 승낙하지 말고 좀 기다려 보세요.] [그렌: 아니 왜?] [마루: 벌써 잊었어요? 엘리샤가 바이칼 영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만들겠다고 했잖아요.] [그렌: 아차! 그렇지.]듣고 보니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만약 그렌이 카시오페라 왕실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는 것을 엘리샤가 알게 된다면… 아마 바이칼족은 절대로 도로 공사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을 밝힌다고 해도, 그 시기는 바이칼 전역에 도로를 다 깔고 나서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들의 걱정은 사실 기우에 불과했다.
그렌을 위해 아낌없이 다 퍼주는 우리의 차원급 슈퍼호구 엘리샤!
그녀는 이미 바이칼족의 장로들을 모두 소집해서 바이칼 영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였다.
“클리오 수석 행정관!”
“예, 영주님.”
“카시오페라 왕실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구체적인 조건을 알아보시오!”
“알겠습니다.”
“절대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일을 진행해야 하오.”
“예, 영주님.”
“아울러 이 건은 극비 사항으로 누구에게도 절대 얘기하지 마시오.”
“물론입니다. 영주님.”
마지막 말은 살짝 살기를 흘렸다.
클리오는 그것만으로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참! 노예 마법사 두 놈은 어떻게 하고 있소?”
“해적들에게 열심히 주인 인장을 새기고 있습니다.”
“아니 아직도 일을 못 끝냈단 말이오?”
“마나가 고갈되어 몇 번이나 기절했다고 합니다.”
“쯧쯧! 마법사라는 놈들이 마나가 고갈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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