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스팟!
공간을 찢어발기듯 마루의 몸이 보라색 게이트를 뚫고 툭 튀어나왔다.
즉시 자세를 낮추고 주변을 살펴보는 그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그러나 당장 그를 위협하는 몬스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스팟, 스팟, 스팟!
곧이어 민정과 진아 그리고 철호가 게이트를 통해 나타났다.
그들은 마루의 멀쩡한 모습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역시 숲이네요.”
“응, 수풀이 우거져서 시야 확보가 안 돼!”
“일단 팀이 모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요.”
“그러자.”
팀을 기다리자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백호 팀과 봉황 팀이 우르르 몰려들어 왔다.
“백호 팀은 좌측, 봉황 팀은 우측으로 가서 방진을 만들고 대기하세요.”
“예, 마스터.”
마루의 명령에 백호 팀 50명과 봉황 팀 50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백호 팀장, 백호를 소환해서 주변을 정찰해 주세요!”
“예, 마스터.”
“봉황 팀장도 드론을 날려서 일대를 정찰하세요!”
“예, 마스터.”
백호 팀장 김민정은 바로 자신의 소환수를 소환했다.
거대한 백호가 나타나 그녀의 몸에 얼굴을 비벼댔다.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교감이 이뤄지자 백호는 즉시 숲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봉황 팀원 한 명도 배낭에서 중형 드론을 꺼냈다.
바아아앙!
드론은 힘차게 프로펠러를 돌리며 거목들 사이로 날아올랐다.
이내 푸른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그사이 철호가 주위를 빠르게 한 바퀴 돌고 돌아왔다.
“이 근처는 안전한 것 같아요.”
“그래도 대형 던전이라 100퍼센트 안심할 수는 없어. 언제 어디서 몬스터들이 달려올지 모르니까 긴장을 늦추지 마!”
“예, 알겠어요. 그런데 베이스캠프를 어디에 세울 거예요?”
“아무래도 게이트 앞에 세우는 게 좋겠지!”
마루는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에 확인했던 정보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대형 던전 야성의 숲에 접속하셨습니다.] [인원수 제한은 없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과천에 나타난 첫 번째 게이트는 초대형 던전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나타난 것도 만만치 않은 대형 던전이다.
마루는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민정과 진아가 다가와 한마디씩 거들었다.
“대지의 권능이나 능력을 가진 팀원 있어요?”
“없으면 나무를 잘라서 목책이라도 만들죠.”
마루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현 누나 같은 대지의 권능이나 능력을 가진 이가 있었다면 아마 벌써 그들의 앞으로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백호 팀과 봉황 팀에는 대지 관련 능력자가 없었다.
“백호 팀은 게이트를 중심으로 한 변의 길이가 25미터인 사각형 목책을 만들 수 있게 땅을 파주세요!”
“예, 마스터.”
“봉황 팀은 게이트 옆에 있는 이 나무를 제외하고 주변의 나무를 전부 잘라주세요.”
“네, 마스터.”
마루가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자 백호 팀과 봉황 팀이 동시에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권능과 능력을 각성한 자가 무려 백여 명이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여서 일을 하자 진척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몇 명이 삽을 들고 땅을 파내자 금세 허리까지 들어가는 구덩이가 파였다.
“바람의 칼날!”
“윈드 커터!”
“윈드 블레이드!”
서걱, 서걱, 쩌억!
바람의 권능이나 능력을 각성한 자들이 나무를 향해 먼저 힘을 쏟아냈다.
주변의 거목들이 우수수 쓰러져 갔다.
아직 주변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몰라서 도끼는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톱을 가져와 쓰러진 거목을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굳이 권능과 능력을 쓰지 않더라도 다들 힘이 좋아서 빠르게 목책을 만들어 세웠다.
대충 반쯤 만들어지자 게이트에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지원 1팀의 이서현이었다.
“어! 누나!”
“마루야!”
이서현의 등장에 다들 반색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목책, 아니 토성을 쌓을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어떻게 온 거야?”
“내가 급히 필요하다는 전갈을 받고 왔어.”
“벌써 게이트 울타리는 다 친 거야?”
“응, 가보니까 바닥을 시멘트로 만들어 놔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더라고.”
“그럼 울타리는?”
“나 대신 중장비를 동원해서 조립식으로 철제 방벽을 세웠어.”
“그랬구나.”
대화가 끝나자 이서현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두두두, 그드드드!
목책 안쪽으로 흙이 솟구치며 완만한 경사를 이뤘다.
문원동만큼 넓지 않은 공간이라 금세 작은 토성을 쌓을 수 있었다.
그래도 목책은 계속 세워졌다.
토성과 목책이 합쳐지면 더 강한 방어력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스터, 잠깐 이쪽으로 와주실래요?”
“아! 네.”
드론을 조정하는 봉황 팀원이 그를 불렀다.
마루는 지체 없이 다가가 모니터를 살폈다.
“이것 좀 보십시오.”
“감시탑이로군요.”
모니터 안에 보이는 것은 거목 위에 세워진 감시탑이었다.
“모르긴 해도 동쪽으로 쭉 가면 분명히 뭔가 나올 겁니다.”
“드론으로는 더 이상 못 가나요?”
“군용 드론이 아니라서 가동 거리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루는 즉시 민정에게 다가갔다.
“백호를 저쪽 방향으로 보내줄래?”
“알았어요.”
민정은 잠시 눈을 감고 집중했다.
백호와 텔레파시라도 주고받는 분위기였다.
그사이 목책이 완성됐다.
높이 4미터, 한 변의 길이가 25미터인 사각형의 목책이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는 넝쿨로 튼튼하게 잘 묶었다.
안쪽으로는 이서현이 완만한 토성을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목책이 불타도 쉽게 적이 넘어올 수는 없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잠시 쉬고 계세요.”
“예, 마스터.”
봉황 팀과 백호 팀의 팀원들은 다들 물을 꺼내 마시며 웃고 떠들었다.
게이트를 넘어올 때는 잔뜩 긴장했었다.
하지만 목책이 세워지자 마음에 안정을 되찾았는지 얼굴에 미소와 여유가 생겨났다.
그러나 마루만큼은 아직 웃을 수 없었다.
‘중앙 공원으로 간 청룡 팀과 주작 팀은 잘하고 있으려나?’
그는 혹시라도 위험한 중대형 몬스터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그렇다고 여기의 일을 내팽개치고 나가볼 수도 없었다.
“백호가 돌아왔다.”
시선을 돌려보니 어느새 백호가 돌아와 있었다.
백호는 민정에게 열심히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사실 모르고 보면 그녀를 공격하는 줄 알 것이다.
그리고 저런 덩치로도 애교를 부릴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
“백호가 몬스터의 마을을 발견했어요.”
“어떤 몬스터지?”
“직립보행을 하는 녹색의 몬스터인데… 키가 2.5미터나 된대요.”
마루는 순간 생각나는 몬스터의 이름이 있었다.
[해모수: 그렌 형님, 직립보행을 하는 몬스터 중에 키가 2.5미터나 되는 놈이 뭐가 있죠?] [그렌: 고블린이나 오크는 아닌 게 확실하고 오우거도 아니야.] [마루: 설마 우르카이는 아니겠죠?] [그렌: 트롤 새끼 아니면 우르카이밖에는 없는데…….] [해모수: 트롤 새끼들이 마을을 만들어 모여 산다는 것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네요.] [마루: 제기랄, 우르카이가 맞는 것 같다.]우르카이는 변종 오크의 일종이다.
가장 호전적인 블랙 오크조차 감히 싸움 생각을 못 한다는 오크계의 괴물이자 이단아다.
덩치는 오크 중에서도 가장 큰 블랙 오크보다도 더 크다.
힘은 거의 트롤에 필적할 만한 수준이다.
잔인하고 포악한 데다 머리까지 영리해서 오우거도 피해가는 놈이다.
그런 우르카이들이 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는 게이트가 나타났다.
마루는 절로 소름이 확 돋았다.
아예 모르는 몬스터라면 이렇게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렌을 통해 이미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봤다.
시에라 요새 근처에 둥지를 튼 우르카이족과의 전투!
인근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먹이사슬을 붕괴시킨 재앙급 위력에 마루는 주먹을 꼭 말아 쥐었다.
[해모수: 너무 겁먹을 필요 없어요.] [그렌: 맞아. 시에라 요새의 병사들과 각성한 능력자들의 전투력이 같아?] [마루: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 차라리 시에라 요새의 병사들이었다면 설사 겁을 먹는다고 해도 지휘에 잘 따르고 진형을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들은 이제 겨우 각성해서 전투다운 전투를 겪어보지 못했어요.] [해모수: 형이 있잖아요. 권능과 능력도 있고 레벨도 100을 넘겨서 스탯도 많이 쌓았잖아요.] [그렌: 맞아. 내가 보내준 마법 아티팩트도 있고 천둥과 우레도 있어. 거기에다 마법 소총과 중기관총 그리고 대전차 로켓포도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마루는 해모수와 그렌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렌이 우르카이족과 싸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두 사람의 말대로 예전과는 달리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마루: 겁을 먹은 것은 이들이 아니라 사실 나였나 봐요.] [해모수: 내가 볼 땐 우르카이 별거 아니에요. 형이 다 작살낼 수 있어요.] [그렌: 네가 민정이와 진아 그리고 철호를 소중하게 생각해서 그런 거야. 마찬가지로 길드원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네가 왜 근심을 하고 고민을 했겠어.] [마루: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해모수의 말대로 정신 차리고 다 작살내 버릴게요.]해모수와 그렌의 격려의 말에 마루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마루는 미니 맵을 확장해 우르카이 마을을 확인했다.
벌써 냄새라도 맡은 건지 시뻘건 점들이 무리를 지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전원 전투준비!”
“전투준비!”
갑작스러운 마루의 명령에 다들 전투준비를 복창했다.
그들은 평소 사냥하던 대로 파티를 이루고 그룹을 짰다.
동서남북 네 방향의 목책 위로 반은 올라가고 반은 대기했다.
그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K6 중기관총과 탄약을 꺼내 목책 위에 올려놓았다.
“중기관총 쏴보신 분?”
“제가 군에 있을 때 좀 쏴봤습니다.”
팀원 한 명이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마루는 기꺼이 중기관총을 그에게 넘기고 물러났다.
“이 게이트의 첫 번째 몬스터는 우르카이족입니다.”
“…….”
“덩치가 좀 큰 오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아! 오크.”
마루의 말을 듣고 일부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는 굳이 당장 뭐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어차피 곧 눈으로 볼 수 있을 테니… 잘못된 생각은 바로 정정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목책에 의지해 방어에만 전념합니다. 근접전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절대 가까이 붙어서 싸우지 말고 원거리 타격으로 승부를 냅시다.”
“네, 마스터.”
마루는 짧게 말을 끝내고 전투준비를 서둘렀다.
“누가 좀 나가서 활과 석궁 그리고 화살 좀 더 가져오세요.”
“목책 바깥으로 클레이모어와 함정을 설치하세요.”
“목책 위로는 강화계만 올라오세요.”
“보조계는 게이트 옆으로 가세요.”
“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능력자들은 게이트 옆에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가세요.”
마루가 계속 명령을 쏟아냈다.
그러자 봉황 팀과 백호 팀의 팀원들은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아래위로 이동했다.
어느 정도 전열이 갖춰지자 마루는 철호를 쳐다봤다.
“철호야! 네가 목책 위에서 진두지휘를 해라!”
“예.”
“민정이는 옆에서 철호를 좀 도와줘!”
“알겠어요.”
“진아는 나를 따라와!”
“네.”
마루는 진아를 데리고 거목 위로 올라갔다.
두꺼운 나뭇가지들로 사방이 꽉 막혀 화살에 안전한 곳이었다.
“넌 여기서 봉황 팀을 지휘하면서 다친 사람이 나오면 즉시 치유해 줘!”
“알겠어요.”
그는 한 손으로 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눈을 감고 마루의 손길을 만끽했다.
하지만 진아가 눈을 뜨자 마루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있었다.
‘인비저블! 플라이!’
마루는 프릴 목걸이로 몸에 투명화 마법을 걸었다.
이어 천둥을 꺼내고, 천둥에 인챈트되어 있는 플라이 마법을 펼쳤다.
천둥이 허공에 둥둥 뜨자 그는 곧바로 위에 올라탔다.
마루는 천둥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쌔앵!
동쪽으로 빠르게 날아가자 대열을 이룬 채 행군하고 있는 우르카이 군단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숫자가 수백 마리나 됐다.
그것도 하나같이 창칼과 가죽 갑옷으로 중무장한 우르카이 전사들이었다.
[해모수: 이거 어째 싸움이 만만치가 않겠어요.] [그렌: 무슨 몬스터가 사람보다 더 무장을 잘 갖췄냐?] [마루: 보통 놈들이 아니에요.] [해모수: 굳이 기다릴 필요 있어요? 이쯤에서 바로 저격하세요.] [그렌: 아니야. 차라리 목책을 공격할 때 클레이모어를 터트리고 뒤통수를 치는 게 더 좋아.] [해모수: 당장 가지고 있는 게 수류탄밖에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