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마스터!”
“수고가 많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내성을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트롤이 공격해 왔습니다.”
“다섯 마리 전부가요?”
“아닙니다. 처음에는 한 마리였는데 곧이어 네 마리가 더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후퇴했는데 이놈들이 따라오더군요.”
“잘했습니다. 주변에 이놈들 말고 트롤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그걸 알고 여기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침착한 김상옥과 이희영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무리를 했다면 아마 주변에 숨어있는 트롤들이 즉시 이곳으로 몰려왔을 것이다.
하늘을 날아오면서 눈으로 확인한 트롤만 수십 마리였다.
미니 맵에 보이는 트롤까지 전부 합하면 족히 수백 마리는 될 것이다.
“모두 내성 성문 안으로 물러서세요.”
“알겠습니다.”
마루는 일단 그들을 내성 안으로 퇴각시켰다.
신기하게도 트롤은 굳이 내성 안까지 쫓아오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 쫓아왔다면 성문이 작아서 아마 하나씩 각개격파를 당했을 것이다.
“성문은 없습니까?”
“원래부터 성문은 없었습니다.”
“입구는 이곳 하나뿐입니까?”
“네, 내성에서 나가는 문은 이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오래된 고성이라서 그런지 성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나무로 만들어서 썩어버린 모양이다.
[해모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요.] [그렌: 그렇지.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저놈들이 왜 안 쫓아올까?] [마루: 설마 채식을 하는 트롤은 아니겠죠?] [해모수: 차라리 호랑이가 풀을 뜯어 먹고 산다고 하세요.] [그렌: 그건 아닐 거야. 혹시 내성을 먹이 창고로 쓰고 있나?] [마루: 네에? 그건 또 무슨…….]마루는 반박하려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성 성벽의 높이는 대략 5미터 정도다.
트롤 중에서 작은 놈은 3미터, 큰 놈은 4미터나 됐다.
마음먹고 성벽을 넘어오려면 하면 못 넘어올 것도 없었다.
하늘을 쳐다봤다.
푸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태양은 중천을 지나 이제 서산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던전의 이름이 ‘트롤의 섬’이라고 하더니, 하늘을 날아올 때 보니 정말 이곳은 커다란 섬이었다.
중형 던전이 이렇게 큰 줄 미처 몰랐다.
이 던전을 보니 대형 던전과 초대형 던전의 크기가 얼마나 클지 가히 짐작이 갔다.
[마루: 외성 밖은 숲이에요. 그 너머는 해변이고요. 이렇게 많은 트롤이 그동안 물고기만 잡아먹고 살았을까요?] [해모수: 마루 형은 진짜 이놈들이 내성을 식량 창고라고 생각하고 있단 말이에요?]해모수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루: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이 섬이 크긴 크지만 트롤 수백 마리가 살 정도로 동물이나 몬스터가 풍부할 것 같지도 않아.] [그렌: 그렇게 생각하니 마루의 말도 맞는 것 같네. 당장 게이트에서 나가야 되겠다.] [마루: 그건 아니죠. 난 급하면 하늘로 날아서 도망칠 수 있잖아요.] [그렌: 내 말은 팀원들을 내보내야 한단 말이야.]해모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해모수: 마루 형의 생각이 맞는다면 트롤은 아마 밤에 습격을 해올 거예요.] [그렌: 그럼 시간이 별로 없겠네.] [마루: 내성 곳곳에 함정을 설치해야겠어요.]마루는 해모수의 말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즉시 팀원들을 모두 모았다.
“아무래도 저놈들이 밤에 한꺼번에 성벽을 넘어올 것 같습니다.”
“음, 저도 사실 그게 걱정이었습니다.”
“트롤의 키에 비해 성벽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게 치명적입니다.”
마루의 의견에 김상옥과 이희영 모두 동감을 표했다.
“사방에 텐트를 치고 함정을 설치하세요. 또한 언제든지 터트릴 수 있게 내성 성문 근처에 클레이모어를 준비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저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작업하셔야 합니다.”
김상옥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알아서 잘하겠습니다.”
“함정 설치가 끝나면 모두 게이트를 빠져나가세요.”
“그럼 이곳엔 누가 남게 되는 겁니까?”
“저 혼자 남겠습니다.”
김상옥과 이희영이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제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신 겁니까?”
“아!”
그제야 김상옥과 이희영은 눈에 힘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밤이 지나면 놈들의 흉계가 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마스터, 조심하십시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루는 두 팀장과 대화를 마치고 민정과 진아, 철호에게 걸어갔다.
그는 이들에게도 두 팀장과 나눴던 얘기를 똑같이 들려줬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 남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맞아요. 혹시 하늘을 나는 비행 몬스터라도 만나면 어떻게 해요?”
“그럼 너희들이 남으면 내가 도망칠 때 어떻게 하려고 그래?”
“…….”
민정과 진아의 우려는 마루의 한마디에 묵살되고 말았다.
“저도 남으면 안 되겠죠?”
“네가 아무리 금강불괴라고 해도 트롤한테 잡혀서 하루 종일 씹혀 먹히는 것을 견딜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까 조용히 게이트를 빠져나가도록 해라.”
“예.”
그래도 철호는 순순히 그의 말을 따랐다.
시간이 지나자 해가 서산으로 기울었다.
사방에 텐트가 세워지고 함정이 깔렸다.
곳곳에 음악을 틀어놓고 불을 밝혀놓았다.
내성 주변에는 꼼꼼히 클레이모어가 설치됐다.
그런 후, 마루는 은밀히 내성에서 가장 높은 첨탑 꼭대기로 숨어들었다.
고개를 치켜드니 달이 세 개나 보였다.
확실히 이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분명한 증거였다.
두 개는 보름달!
한 개는 아직 완전하지 않은 둥근달이었다.
‘보름달을 보니 겨울에 친구들과 나눠 먹던 호빵이 생각나네.’
마루는 잠시 추억에 젖어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 둘이서 호빵 하나를 나눠 먹어도 양이 적어서 불만이었다.
그런데 수백 마리나 되는 트롤이 백 명밖에 안 되는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하면 과연 배가 찰까?
그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꾸 불안해졌다.
주변을 살펴봐도 특별한 이상 징후는 발견할 수 없었다.
[해모수: 왜 그렇게 불안해해요?] [그렌: 그러게 말이야. 오늘따라 유난히 불안해하는 것 같다.] [마루: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모수: 그럼 가만있지 말고 트롤이라도 잡아서 죽여요.] [그렌: 그러다가 작전 다 망가지면 어떻게 해?] [해모수: 작전요? 무슨 작전 말하는 거예요? 폭탄 터트려서 트롤을 얼마나 죽이겠다고요?]해모수는 클레이모어를 깔고 함정을 설치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소형 몬스터라면 모를까, 상대는 중대형 몬스터인 트롤이었다.
그것도 회복과 재생에 특화되어 있는 괴물인 것이다.
[그렌: 하긴 이 정도로 수백 마리의 트롤이 몰살을 당하지는 않을 거야.] [마루: 그럼 해모수 말대로 지금부터 한 놈씩 잡아 죽이면 되지요.]결국 마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린다고 위험 요소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차라리 직접 한 놈씩 확실하게 잡아 죽이는 게 낫다.
그는 먼저 자신의 무장을 확인했다.
천둥과 우레에 자신의 포스를 불어 넣었다.
그런 후, 천둥에 인챈트되어 있는 플라이 마법을 사용했다.
우레를 한 손에 들고 마루는 천둥에 가볍게 올라탔다.
프릴 목걸이로 투명화 마법을 쓰자 그의 모습은 지우개로 지우듯 사라졌다.
프릴 반지의 실드를 거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마루는 조용히 내성 첨탑을 빠져나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해모수: 외곽으로 가서 홀로 떨어진 놈부터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 [그렌: 나도 그 방법에 찬성!] [마루: 옛써!]마루는 장난스럽게 대답을 하며 빠르게 해변으로 날아갔다.
트롤 대부분은 숲속에 들어가 잠을 자거나 쉬고 있었다.
그러나 배가 고팠던 트롤 새끼들은 해변으로 나와 먹이를 찾았다.
해초도 건져 먹고 조개나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하지만 덩치가 워낙 커서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그는 바닷가 바위틈에서 조개를 따고 있는 트롤 새끼 하나를 발견했다.
마루는 지체 없이 우레를 날렸다.
핑!
우레는 허공을 가르며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리고 트롤 새끼의 머리통을 정확히 꿰뚫었다.
퍽!
트롤 새끼는 휘청하며 쓰러졌다.
아니 쓰러질 뻔하다 다시 몸을 바로 세웠다.
그러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 모습에 마루의 눈이 부릅떠졌다.
[해모수: 이게 지금 무슨 일이죠?] [그렌: 확실히 우레가 머리를 꿰뚫고 지나갔어.] [마루: 설마 그 짧은 시간에 뇌가 회복된 건 아니겠죠?]마루의 생각이 맞았다.
우레가 뚫고 간 자리는 지금 실시간으로 메워지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회복 및 재생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괜히 트롤을 중대형 몬스터의 수위에 올려놓는 게 아니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이클립스 팔찌를 들었다.
자신의 몸과 무기에 이클립스 팔찌의 권능, 축복과 정화를 펼쳤다.
정신이 맑아지고 온몸이 상쾌해졌다.
밖으로 살짝 빛이 새어 나가긴 했다.
하지만 얼핏 보면 달빛 아래 비친 반사광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핑!
마루는 곧바로 우레를 다시 날렸다.
공간을 가로지른 일섬!
퍽!
이번에도 여지없이 트롤 새끼의 머리가 꿰뚫렸다.
털썩!
트롤 새끼는 그 자리에 쓰러지더니 몸을 바르르 떨었다.
하지만 바로 죽지 않았다.
이클립스 팔찌의 권능인 축복과 정화가 스며든 우레 때문에 아까처럼 빠르게 회복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꾸준히 회복과 재생을 통해 질긴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해모수: 이거 보통 문제가 아니네요. 겨우 트롤 새끼 하나 처리하는 데 이렇게 힘이 들다니 말이에요.] [그렌: 축복과 정화의 권능이 트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차라리 마루의 권능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마루: 제 권능이라면…….]마루는 말끝을 흐리다가 돌연 우레를 향해 한 손을 뻗었다.
화르륵! 핑!
우레의 표면에서 불길이 확 치솟아 오르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퍽!
우레는 바닥에 쓰러진 트롤 새끼의 이마를 단번에 뚫어버렸다.
[그렌: 즉사했다.] [해모수: 그런데 이건 너무 눈에 띄잖아요.] [그렌: 그래도 이게 효과가 좋아.] [마루: 아예 반대로 해볼까요?] [해모수: 아! 우레에 불의 속성이 아니라 물의 속성, 아니 차가운 냉기 속성을 부여한다는 말이구나.] [그렌: 한번 테스트해 보자.] [마루: 네.]셋은 빠르게 의사를 교환한 뒤 결론을 맺었다.
마루가 다른 트롤을 찾으러가려고 할 때!
해모수가 급히 그를 멈춰 세웠다.
[해모수: 마루 형! 잠깐만요.] [마루: 왜?] [해모수: 루팅 안 하고 그냥 가요? 트롤이면 최소한 중급 마정석은 줄 것 같은데…….] [그렌: 아! 맞다. 우리가 그걸 잊고 있었어. 그리고 트롤이면 상급 마정석도 나올 수 있어.] [마루: 해모수, 고맙다. 중요한 것을 잊을 뻔했네.]마루는 해모수에게 감사를 하고 염력을 끌어 올렸다.
죽은 트롤 새끼의 머리통이 꿈틀대더니 머리에 뚫린 구멍을 통해 자두만 한 마정석이 툭 튀어나왔다.
허공을 날아온 마정석을 본 그렌이 중급 마정석이라고 판명해 줬다.
그는 미련 없이 인벤토리에 중급 마정석을 넣고는 다른 타깃을 찾아봤다.
이번에는 해변을 홀로 걷고 있는 트롤 새끼였다.
크기는 아까 죽인 트롤 새끼보다 훨씬 더 컸다.
거의 다 자란 트롤 새끼인 것이다.
마루는 우레에 자신의 권능을 부여하고 하늘로 날렸다.
핑!
우레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트롤 새끼가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렸다.
퍽!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옆머리가 뚫려야 할 것이 이마가 뚫려버린 것이다.
털썩!
치이익!
마루는 천천히 트롤 새끼에게 다가갔다.
놀랍게도 트롤 새끼는 단 한 방에 즉사했다.
얼굴에 하얀 서리가 껴있는 것으로 뇌가 얼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염력을 끌어 올렸다.
이마의 구멍을 뚫고 귤만 한 마정석이 날아왔다.
[해모수: 나이스 샷! 성공했네요.] [그렌: 중급 마정석이야.] [마루: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공격하면 되겠네요.]마루는 중급 마정석을 인벤토리에 넣고 바로 다음 타깃을 찾았다.
몇백 미터쯤 나아가자 해변에서 트롤 새끼 세 마리가 놀고 있었다.
그는 빠르게 날아서 트롤 새끼들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