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핑!
우레가 공기를 찢어발기면서 번개처럼 날아갔다.
퍽, 퍼퍽!
털썩! 풀썩! 풀썩!
트롤 새끼 세 마리가 거의 동시에 쓰러졌다.
하나같이 머리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서리가 끼어있었다.
마루는 중급 마정석 세 개를 루팅하고 다시 해변을 날아갔다.
달빛 아래 해변을 뛰어노는 트롤 새끼들!
그 장면만 보면 그림같이 참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그러나 불청객 한 명이 끼어들자 바로 호러물로 바뀌고 말았다.
달빛 아래 해변은 피와 뇌수로 조용히 물들어 갔다.
이십여 마리의 트롤 새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다.
하지만 영원히 꿀만 빠는 파티는 있을 수 없었다.
쿠와아아아!
누군가 트롤 새끼의 주검을 발견했는지 처절한 슬픔과 분노의 함성이 섬을 진동시켰다.
[해모수: 이런 들켰네요.] [그렌: 트롤 새끼의 사체를 모조리 처리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들키는 일은 시간문제였어.] [마루: 그래도 꽤 짭짤했는데…….]마루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상태 창을 확인했다.
“억!”
그런데 놀랍게도 레벨이 2나 올라가 있었다.
[해모수: 오오! 대박이다.] [그렌: 트롤 새끼 열 마리당 레벨이 하나 올라갔어.] [마루: 그럼 다 자란 트롤은 한 마리만 잡아도 레벨이 올라가는 거 아니에요?] [해모수: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그렌: 한번 확인해 보자!] [마루: 알겠습니다. 바로 확인 들어갑니다.]실험을 하기에는 지금처럼 어수선한 상황이 좋았다.
마루는 비명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의 반대쪽으로 날아갔다.
벌써 소문이 돌았는지, 해변에는 트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럽게 숲속으로 들어갔다.
거목 사이로 날아간 그는 나뭇가지가 울창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트롤 한 마리가 시원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트롤 새끼와는 달리 덩치가 크고 근육이 우람한 성체 트롤이었다.
핑!
우레가 빠르게 날아갔다.
바닥을 스치듯 저공비행을 한 우레는 트롤의 옆머리를 단박에 뚫어버렸다.
퍽!
트롤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얼굴에 차가운 서리가 내려앉았다.
그런데도 트롤의 몸이 계속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직 안 죽었다는 얘기다.
마루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살짝 한 바퀴 돌렸다.
핑!
우레가 다시 날아갔다.
이번에는 트롤의 턱 밑을 뚫고 들어가 정수리로 빠져나왔다.
그제야 트롤의 움직임이 딱 끊겼다.
[해모수: 아싸! 레벨 업이다.] [그렌: 흐음,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군.] [마루: 그러게요. 단번에 죽이지 못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겠어요.]해모수가 즐거워하는 것과는 반대로 그렌과 마루는 제법 심각했다.
[그렌: 아무래도 디버프를 걸거나 저주를 내리는 아티팩트를 만들어야겠어.] [해모수: 하루 만에 그게 가능하겠어요?] [그렌: 상태 이상 출혈이나 회복 불능 또는 재생 불능 같은 디버프를 인챈트하는 정도라면 가능할 것도 같아. 안 되면 그냥 상급 마나석을 때려 박고 말아야지.] [마루: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나야 고맙죠.]마루는 그렌의 호의를 사양하지 않았다.
문제는 설사 내일까지 디버프 아티팩트를 만들어 준다고 하더라도, 당장은 트롤을 은밀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해모수: 고민할 필요가 뭐 있어요. 한 번이 아니면 두 번을 뚫어버리면 되죠.] [그렌: 차라리 천둥을 써서 머리를 잘라버리면 어떨까? 밤이라서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 [마루: 둘 다 써볼게요.]마루는 천둥과 우레를 같이 써보기로 했다.
죽은 트롤을 향해 염력을 써서 루팅을 했다.
이번에는 호두만 한 마정석이 나왔다.
크기에 살짝 실망하려고 할 때!
그렌의 판정에 깜짝 놀랐다.
[그렌: 이건 상급 마정석이야.] [해모수: 예에? 아까보다 훨씬 작은데요?] [그렌: 마정석이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야. 이처럼 잘 정제되어 순도가 높은 게 좋은 거야. 거기에다 어느 정도 압축까지 이뤄졌어. 이건 100퍼센트 상급 마정석이야.] [해모수: 아! 그렇구나.]마루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상급 마정석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천둥을 타고 다시 이동했다.
무리에서 따로 떨어진 트롤은 더 이상 찾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두 마리가 같이 누워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핑! 쌔앵!
확실히 우레보다는 천둥이 내는 소음이 더 컸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소리를 듣고 반응을 보이려고 할 때쯤!
우레는 이미 두 놈의 머리통을 한번 뚫고 지나간 다음이었다.
트롤 두 마리는 몸을 벌벌 떨어댔다.
그 위로 천둥이 지나가며 머리 뚜껑을 날려버렸다.
푸확!
진한 피비린내가 확 뿜어져 나왔다.
그제야 마루는, 아니 그렌은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깨달았다.
쿠워어어어!
피에 민감한 트롤은 동족의 피 냄새를 바로 맡았다.
트롤 몇 마리가 빠르게 이쪽으로 달려왔다.
핑!
먼저 우레가 날아갔다.
퍽, 퍽!
우레는 두 마리의 이마를 사정없이 꿰뚫어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한 마리가 남아서 계속 달려왔다.
쌔애앵!
천둥이 허공에서 기묘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서걱!
트롤의 목이 뒤쪽에서부터 잘리며 머리통이 허공으로 툭 튀어 올랐다.
순간적으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하지만 천둥과 우레에 실린 마루의 권능에 의해 곧바로 피가 굳어버렸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가버렸다.
일대의 트롤은 전부 동족의 피 냄새를 맡고 즉각 반응했다.
쿠워어어어!
쿠화아아아!
마루는 연신 우레와 천둥을 날리며 다가오는 트롤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생겨버렸다.
우레의 공격은 전과 다름없이 제대로 먹혔다.
하지만 천둥의 공격은 트롤이 손쉽게 알고 피하거나 막으려고 했다.
아무리 달빛이 밝게 비친다고 해도 어두운 밤이었다.
그런데도 천둥이 그리는 기이한 곡선 공격을 막아낸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했다.
[해모수: 어떻게 피하고 막는 거지?] [그렌: 냄새다. 천둥에 트롤의 피 냄새가 배어버린 거야.] [마루: 아하! 그렇구나.]마루는 그렌의 말에 즉시 천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천둥이 새파랗게 타올랐다.
핑! 쌔앵!
퍽! 서걱!
털썩! 쿵!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트롤 두 마리가 목이 잘리며 그대로 즉사했다.
주먹을 불끈 쥔 그는 다시 천둥을 향해 권능을 발휘했다.
천둥이 순간적으로 불타오르며 트롤의 피를 증발시켰다.
[해모수: 어!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계속 하다간 마루 형의 힘이 다 빠지겠어요.] [그렌: 마루야, 천둥은 쓰지 마라. 차라리 그냥 우레만 두 번 써!] [마루: 알겠어요.]해모수와 그렌은 마루가 권능을 너무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루도 둘의 의견을 존중했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순간 권능을 쓰지 못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럼 이런 방법은 아예 통하지 않게 된다.
차라리 숨어서 우레로 저격을 하는 게 더 낫다.
마루는 죽은 트롤에게 다가갔다.
잽싸게 루팅을 하고는 천둥을 타고 바로 튀어버렸다.
미니 맵을 보니 사방에서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다행히 마루는 천둥을 이용해 플라이 마법을 쓸 수 있었다.
아무리 포위를 해와도 하늘로 날아서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그는 빠르게 섬의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열 마리나 되는 트롤이 한데 모여있는 게 보였다.
전부 늙거나 병든 트롤이었다.
하지만 늙거나 병이 들었다고 해서 마정석을 주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마루는 거목의 꼭대기에 숨어서 우레를 날렸다.
핑!
무서운 속도로 공간을 날아간 우레가 트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퍽, 퍼퍼퍼퍽, 퍽, 퍼퍼퍼퍽!
꾸웨에엑! 꾸엑!
몇 마리는 정통으로 맞지 않아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다시 우레를 날리면 된다.
핑!
퍽, 퍼퍼퍼퍽, 퍽, 퍼퍼퍼퍽!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뚫렸다.
얼굴에 서리가 낀 트롤들이 얌전히 바닥에 누워버렸다.
마루는 빠르게 다가가 루팅을 했다.
놀랍게도 전부 상급 마정석이었다.
[그렌: 전부 상급 마정석이야.] [해모수: 대박! 레벨도 열 개나 올랐어요.] [그렌: 정말 트롤 한 마리당 레벨이 하나씩 오르네.] [마루: 50레벨당 단계가 하나씩 올라가니까 101부터 150까지는 문제없겠네요.] [해모수: 이게 말로만 듣던 폭렙이구나.] [그렌: 아참! 마루에게는 가이아 시스템도 있잖아. 스탯이 더블로 오르겠네.] [해모수: 폭렙이 아니라 광렙이었어요.]생각도 못 한 곳에서 대박이 터지고 있었다.
그렌은 신이 나서 아주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해모수는 놀라움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마루는 가슴이 뿌듯해지는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전투 중이라 흥분은 금물이었다.
그는 깊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런 후, 천둥을 타고 숲속을 가로질렀다.
쾅! 콰광, 쾅쾅쾅!
그때였다.
섬 중앙에서 연속적으로 폭음이 들려왔다.
마루는 트롤이 내성에 진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빠르게 하늘을 날아 내성으로 다가갔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수십 마리의 트롤이 내성에 침입해 있었다.
놈들은 폭발의 충격으로 큰 부상을 당해 휘청거렸다.
하지만 역시 예상대로 죽은 놈은 몇 없었다.
놀라운 회복 및 재생 능력으로 인해 중상을 당해도 금세 회복했다.
마루는 내성 첨탑으로 유유히 날아갔다.
격발기를 찾아 지체 없이 꾹 눌러버렸다.
탈칵!
꽝, 꽈르릉, 꽝, 꽈르릉, 꽝, 꽈르릉…….
내성 입구 주변에 촘촘히 깔아놓은 클레이모어가 차례로 터져나갔다.
화끈하게 달아오른 수백 개의 쇠구슬이 트롤들을 쓸어버렸다.
꾸웨엑, 꾸워어, 꾸후우우!
구슬픈 트롤의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마루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놀랍게도 죽은 트롤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역시 치명상을 주지 않으면 트롤을 죽이기는 힘들다는 것이 입증됐다.
피잉!
그는 곧바로 우레를 날렸다.
퍽, 퍼버벅, 퍽, 퍼버벅, 퍽퍽퍽!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트롤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마루가 일부러 다친 놈들부터 공격을 한 것이다.
남은 트롤들이 그 광경을 보고는 공포에 질려갔다.
핑!
하지만 그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우레가 날아갔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든 우레는 잔혹하게 트롤의 머리통을 뚫어버렸다.
퍽, 퍽퍽퍽, 퍽, 퍽퍽퍽!
여덟 마리의 트롤이 일제히 앞으로 꼬꾸라졌다.
마루는 놈들이 이걸로는 죽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구슬을 꿰는 기분으로 꼼꼼히 트롤의 대가리를 우레로 뚫어줬다.
루팅을 하자 상급 마정석이 와르르 몰려들었다.
전부 인벤토리 안으로 집어넣었다.
렙이 쭉쭉 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레벨을 차분히 살펴볼 시간도 없었다.
아직도 내성에는 마루가 잡아야 할 경험치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는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우레를 날렸다.
피잉!
이렇게 신나게 트롤을 잡고 있을 때!
트롤의 무리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트롤 족장이 트롤 주술사를 불러 상황의 심각성을 얘기한 것이다.
거의 5미터에 달하는 트롤 족장!
그는 자신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트롤 주술사를 공경하는 태도를 보였다.
트롤 주술사는 고개를 돌려 내성을 바라봤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긴 지팡이를 들고 내성을 향해 걸어갔다.
그 뒤를 트롤 족장을 비롯한 트롤 전사들이 우르르 따라갔다.
핑!
여전히 마루는 열심히 우레를 날려 트롤을 사냥했다.
벌써 그가 잡은 성체 트롤만 오십여 마리가 넘은 상태였다.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는 모른다.
내성에 침입한 트롤을 모두 잡아서일까?
마루는 천둥을 타고 곧장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런 후, 우레를 날려서 내성으로 다가오는 트롤 전사를 공격했다.
피잉!
전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우레의 공격!
트롤 전사의 머리통을 여지없이 꿰뚫어 버렸다.
퍽! 털썩!
트롤 전사는 그 자리에 쓰러져 몸을 덜덜 떨었다.
퍽!
다시 한번 우레가 날아가 정신 줄을 놓고 있는 트롤 전사의 귀를 뚫어버렸다.
그제야 트롤 전사는 죽은 듯 사지를 쫙 펴고 편히 눈을 감았다.
[해모수: 대박! 레벨이 150을 넘어갔는데… 저 덩치 큰 트롤을 죽였더니 레벨이 바로 하나 올랐어요.] [그렌: 저놈은 일반 트롤이 아니야. 트롤 전사야. 등급이 하나 더 높은 놈이지.] [마루: 그럼 제일 앞에 선 저놈은 뭔가요? 덩치가 정말 어마어마한 놈이네요.] [그렌: 트롤 족장이 틀림없어. 그리고 그 옆에는… 트롤 주술사야. 어! 트롤 주술사? 마루야! 일단 피해라!]마루는 그렌의 고함에 놀라 즉시 멀리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