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전투 자체를 회피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무시하거나 도망친다면 과천에는 재앙이 내리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든 트롤과는 반드시 이곳에서 결착을 봐야 했다.
실수로 한 마리라도 놓쳤다가는 대량 살상이 벌어질 것이다.
마루는 자신의 가족들을 찾았다.
그와 가까운 곳에 아버지 이대근과 김영희가 나란히 서있었다.
옆으로 누나 이서현과 큰형 이태인, 남동생 재용과 막내 여동생 윤아가 보였다.
반대편으로 민정과 진아 그리고 철호가 있었다.
그들은 마루가 바라보자 어린아이처럼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모든 능력자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루는 그 모습에 한 손을 높이 치켜들고 힘차게 외쳤다.
“우리는 오늘 기필코 승리한다!”
“와아아아!”
순간 일대가 진동할 정도로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자신이 왜 그렇게 소리를 쳤는지 모른다.
그냥 본능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느꼈다.
덕분에 긴장했던 자들의 몸이 풀렸다.
걱정 근심이 가득했던 능력자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파칭!
게이트가 크게 출렁이며 강력한 파동이 일어났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강한 파동이었다.
보라색으로 빛나던 게이트도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것처럼 붉게 변해버렸다.
끼이이이이잉!
듣기만 해도 거북한 공명이 일어났다.
게이트는 파도를 치는 것처럼 마구 출렁거렸다.
“축복! 정화! 실드! 축복! 정화! 실드…….”
마루는 이클립스 팔찌의 권능인 축복과 정화, 그리고 프릴 반지에 인챈트되어 있는 실드를 함께 난사하기 시작했다.
T 자형 구덩이 주변으로 아름다운 빛의 가루가 눈처럼 떨어져 내렸다.
수십 개의 우윳빛 광휘가 원기둥 모양으로 솟구쳤다.
능력자들의 몸에 투명한 실드가 마구 생겨났다.
“와아아아!”
다시 한번 대지가 진동하는 함성이 터졌다.
뒤이어 곳곳에서 소환수와 정령들이 튀어나왔다.
능력자들이 권능과 능력을 쓰자 몸이 크고 단단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대근은 아이언 맨처럼 온몸이 쇳덩어리로 변했다.
강철호는 피부가 황금빛으로 변하며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윤아 앞에는 바람의 정령인 풍령이 나타났다.
민정의 앞에는 백호가 나타나 자리를 잡았다.
쿠워어!
드디어 게이트를 통해 트롤 한 마리가 나타났다.
커다란 몽둥이를 손에 꼬나 쥐고 게이트를 박차고 나온 트롤!
한순간에 아래로 푹 꺼져버렸다.
쿠웩!
쿵!
웅덩이 바닥으로 떨어진 트롤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청룡 1조 타격!”
다섯 명의 청룡 팀 팀원들이 즉시 활과 쇠뇌를 쐈다.
핑, 피핑, 쌩, 쌔앵!
팟, 파팟, 팟, 파앗!
트롤의 몸에 화살과 볼트가 박혀 들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화살과 볼트로는 전혀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쿠화아아아!
트롤은 몸에 박힌 화살과 볼트를 잡아 뽑으며 마구 성질을 냈다.
“화력 1조 타격!”
우성존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퉁, 퉁, 퉁!
동시에 세 곳의 중기관총 진지에서 중기관총을 발사했다.
빠르게 날아온 대구경 총알은 트롤의 배와 가슴 그리고 머리를 꿰뚫었다.
트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와아아아!”
다들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비록 활과 쇠뇌는 먹히지 않았지만 중기관총으로는 트롤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건 그저 맛보기에 지나지 않았다.
쿠워어!
쿠화아!
게이트에서 연이어 트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청룡 2조 타격!”
이번에도 활과 쇠뇌를 발사했다.
하지만 아까와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지금 활과 쇠뇌를 쏘는 자들은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능력자였던 것이다.
꾸엑, 꾸웨엑!
트롤 두 마리는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와아아아!”
또다시 사람들이 마구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마루는 미간을 찌푸리며 남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나온 놈들은 그저 간을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트롤 전사도 아니고 이제 갓 자란 트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직 본편은 시작도 안 했으니 살살 하자!”
“예, 마스터.”
우성존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곧바로 지워졌다.
쿠워어어어!
쿠화아아아!
고기 분쇄기에서 다져진 고기가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듯, 게이트에서 트롤 전사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청룡 팀 타격! 화력 1조, 2조 타격!”
우성존은 연이어 공격 명령을 내렸다.
핑, 피피핑, 쌩쌩쌩, 쌔앵!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퉁!
화살과 볼트 그리고 중기관총의 대구경 총알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런데 트롤 전사들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놈들의 몸에서 노란 빛이 터져 나오며 능력자들의 공격을 전부 튕겨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우성존이 크게 당황했다.
“뭐 하고 있어! 화염으로 공격해!”
마루가 우성존에게 짧게 소리쳤다.
우성존은 그의 말에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내 분노를 담아 자신의 능력을 일으켰다.
“화염!”
뜨거운 불덩어리가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직선으로 쏟아져 나갔다.
이번에도 트롤 전사들의 몸에서 노란 빛이 솟구쳤다.
하지만 우성존의 화염은 지속성이 뛰어났다.
노란 빛은 화염에 휩싸이자 급격히 빛을 잃어갔다.
십여 마리의 트롤 전사는 급히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웅덩이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기관포 한 발 쏴!”
“기관포 한 발 발사!”
마루가 우성존 대신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한소신이 무전기에 대고 복창하듯 말했다.
아래쪽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K21 보병 전투차량에서 주포가 발사됐다.
푸슝!
100미터도 안 되는 곳에서 날아간 날개 안정 분리 철갑탄!
일자로 달려오던 트롤 전사 넷의 몸통을 그대로 뚫고 벽에 박혀버렸다.
꾸애애애액!
꾸이이이익!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트롤 전사들이 좌우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몸에 커다란 구멍이 난 상태에서도 트롤 전사들은 쉽게 죽지 않았다.
그것 본 사신 길드의 팀원들은 오늘 전투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롤이 간을 보는 것은 딱 여기까지였다.
이때부터 트롤 전사들은 끊임없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쿠워어어어!
쿠화아아아!
쿠와아아아!
수십 마리의 트롤 전사가 힘차게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왔다.
사방에서 화살과 볼트가 쏟아져 내렸다.
중기관총과 40밀리미터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핑, 피피핑, 핑, 피피핑, 핑핑!
쌩, 쌔앵, 쌩쌩쌩쌩, 쌔앵!
투투퉁, 투투퉁, 투투퉁!
푸슝, 푸슝, 푸슈슝, 푸슈슈슝!
일순 게이트 앞이 노란 빛으로 환하게 달아올랐다.
트롤 주술사들이 트롤 전사들에게 부여한 주술 방어가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화공!”
“기름을 부어라!”
재치 있게 우성존이 대기하고 있는 탱크로리를 향해 신호를 했다.
그러자 탱크로리에서 중유가 분사되더니 게이트 앞으로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렸다.
때마침 불화살 하나가 날아왔다.
웅덩이 안은 순간 거대한 화염으로 불타올랐다.
꾸히이이익!
꾸우어어억!
꾸웨에에엑!
트롤 전사들은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아무리 트롤이 회복과 재생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중유를 쏟아붓고 불을 지르는 걸 버텨낼 재간은 없었다.
문제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트롤 전사들이였다.
게이트 안에서 밖의 소식을 모르니 트롤 전사들은 신이 나서 게이트를 박차고 나왔다.
그렇게 게이트 아래에서 얽히고설켜 한 덩어리가 되자 점차 화염의 크기만 커져갔다.
순간, 게이트 안에서 뭔가 희끄무레한 것이 툭 튀어나왔다.
화염에 불탈 것 같더니 갑자기 하늘 위로 휙 치솟았다.
[해모수: 마루 형, 트롤 주술사예요.] [그렌: 이놈이 이제 막 날아다니네.] [마루: 이것들이 아주 잔대가리를 쓰기 시작하네요.]마루는 지체 없이 우레를 날렸다.
핑!
포스를 잔뜩 먹은 우레는 쏜살같이 날아가 트롤 주술사의 머리를 강타했다.
팅!
노란 빛이 터지며 우레를 튕겨냈다.
그러나 트롤 주술사도 충격을 먹었는지 비행 궤도가 상당히 불안정해졌다.
마루는 즉시 손가락을 한 바퀴 돌렸다.
우레가 크게 원을 그리며 다시 트롤 주술사를 향해 총알처럼 날아갔다.
카카카카캉!
또다시 노란 빛이 폭발하듯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루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밀더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노란 빛이 급격히 줄어들더니 트롤 주술사의 몸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트롤 주술사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아래로 뚝 떨어졌다.
놈이 만난 것은 바닥이 아니었다.
땅에 떨어지기 직전, 번개처럼 날아간 우레가 트롤 주술사의 사타구니에서부터 정수리까지 단번에 꿰뚫어 버렸다.
트롤 주술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뒤이어 바닥에 떨어지며 목이 꺾이고 머리통이 박살 났다.
스스로 알아서 확인 사살을 해버린 셈이 됐다.
쿠워어어어!
쿠화아아아!
쿠와아아아!
그사이 수백 마리의 트롤 전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놈들은 이제 몸에 불이 붙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거나 웅덩이 위로 기어 올라갔다.
하지만 어느 쪽도 쉽지는 않았다.
정면으로 K21 보병 전투차량 주포에서 발사된 날개 안정 분리 철갑탄이 연이어 날아왔다.
푸슝, 푸슝, 푸슈슝, 푸슈슈슝!
뒤이어 사방에서 화염과 냉기, 바람의 칼날과 돌창이 날아왔다.
휘이이잉, 사각, 슥, 서걱!
휘이이잉, 철썩, 퍽, 촤아악!
곳곳의 중기관총 진지에서도 십자포화가 쏟아져 트롤 전사들을 짓이겼다.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퉁!
탱크로리에서는 여전히 중유가 비처럼 음악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웅덩이에서는 이제 거대한 화마가 기세를 올렸다.
사방으로 화끈한 열기를 뿜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롤 전사들은 쉬지 않고 계속 쏟아졌다.
하나같이 트롤 주술사에게 주술 방어를 부여받은 놈들이었다.
“으악!”
그때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무 팀원 한 명이 트롤 전사가 날린 몽둥이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이다.
한쪽 어깨가 박살 나 피로 물든 모습!
주변의 능력자들의 눈빛이 공포로 물들어 갔다.
“치유!”
진아가 즉각 앞으로 나와 치유의 권능을 발했다.
실시간으로 부상이 치유되는 모습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성존은 열심히 공격을 지휘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트롤 전사들을 막았다.
그러나 벌써 수백 마리의 트롤 전사를 죽였는데도 불구하고 몬스터 웨이브는 끝날 줄을 몰랐다.
―보병 전투차량의 탄약이 떨어졌습니다.
“뒤로 빠져서 탄약을 보충하라고 해! 그리고 다른 보병 전투차량 투입시켜!”
―탱크로리 한 대의 중유를 다 썼습니다.
“당장 다른 차와 교대시켜!”
―트롤 전사가 아래쪽으로 너무 몰렸습니다.
“지원 1팀과 2팀이 가서 지원해 줘!”
우성존은 나름 상당히 전투를 잘 지휘하고 있었다.
마루는 옆에서 전황을 살피다가 훌쩍 천둥 위에 올라탔다.
그는 공중을 날아 게이트가 대각선으로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전황이 일목요연하게 잘 보였다.
물론 마루에게는 미니 맵이 있어서 큰 감회는 없었다.
그의 주위로 십여 대의 드론이 둥둥 떠다녔다.
드론 안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아메리카 TV와 유티비에 실시간으로 방송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T 자형의 구덩이는 어느새 트롤 전사들로 가득 찼다.
적어도 수백 마리가 살아남아 어떻게든 구덩이 위로 기어오르려 애쓰고 있었다.
문제는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기관포의 탄약이 빠르게 줄고, 트롤 전사를 처리하는 데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기관총이 버벅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벌겋게 달아오른 중기관총의 총신을 몇 번이나 교체했다.
더불어 대구경 탄약도 미친 듯이 소모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쌓여가는 트롤 전사의 사체는 웅덩이의 높이를 빠르게 올려주고 있었다.
핑! 피잉!
마루는 일단 구덩이 위로 올라가려는 트롤 전사들의 머리통을 가볍게 꿰뚫어 줬다.
구덩이가 직선이어서 효과가 아주 좋았다.
대가리가 뚫린 놈들은 구덩이 안으로 떨어져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회복과 재생을 하려고 해도 사신 길드의 능력자들이 그냥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설사 어찌어찌 구덩이를 올라간 놈들도 각 팀의 파티의 집중 공격을 당해 금세 구덩이로 도로 떨어져 내렸다.
[해모수: 화염 속에서도 웅덩이의 높이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요.] [그렌: 트롤 전사들의 사체를 어떻게 빨리 없애느냐가 관건이군.] [마루: 한번 시도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