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마루는 우레를 회수하고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이얏!”
그는 있는 대로 힘차게 염력을 끌어 올렸다.
두 손이 벌벌 떨리더니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동시에 웅덩이를 가득 채운 수백 마리의 트롤 사체가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와아아아!”
그 모습에 사신 길드의 능력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마루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옆으로 옮기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허공에 떠오른 트롤 전사의 거대한 사체 덩어리가 웅덩이를 빠져나와 청계 초등학교 운동장 한쪽에 쏟아졌다.
“허억, 허억, 허억…….”
마루는 숨을 헐떡거리며 자신이 해낸 기적 같은 일을 쳐다봤다.
[해모수: 우와! 마루 형, 대단해요.] [그렌: 저게 못해도 수백 톤은 될 것 같은데 그걸 한 번에 들어서 옮겨버리네.] [마루: 나도 정말 해낼 줄은 몰랐어요. 포스가 늘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해냈어요.] [해모수: 이제 한번 해냈으니까 다음번은 더 쉬울 거예요.] [그렌: 포스가 염력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염력도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고 하더라.] [마루: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마루의 놀라운 능력 때문에 사신 길드의 사기가 충천했다.
벌써 전투가 벌어진 지 꽤 시간이 자났다.
다들 아직은 버틸 만한 분위기였다.
그때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던 트롤 전사들의 패턴에 변화가 보였다.
“어?”
“통나무를 가지고 나온다.”
“이런 제기랄!”
누가 생각해 냈는지는 모르지만 트롤 전사들은 결국 발상의 전환을 이뤄냈다.
한 놈씩 커다란 통나무를 들고 게이트를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당장 전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트롤 전사들은 불길을 뚫고 나오자마자 통나무를 이용해 점프를 시도했다.
놈들의 몸에 비해 구덩이가 엄청 깊은 것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쉽게 구덩이를 빠져나오자 전황이 급변했다.
강화계 능력자들이 즉시 방패로 막거나 창으로 찔러서 도로 구덩이로 처넣었다.
하지만 모든 이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으악!”
“아아악!”
드디어 최초의 사상자가 생겼다.
구덩이를 간신히 빠져나온 트롤 전사 하나가 자신을 막아선 능력자의 창을 아예 무시하고 달려들었다.
비록 배에 구멍이 나긴 했지만 양손으로 능력자들을 잡아챌 수 있었다.
트롤 전사는 오른손에 쥔 능력자의 머리를 입에 넣고 힘껏 깨물었다.
왼손에 있는 능력자는 힘을 줘서 뼈를 으스러뜨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누구도 막거나 도와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마루의 눈에서 새파란 살기가 치솟았다.
그는 즉시 오른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러고는 힘껏 주먹을 쥐었다.
트롤 전사의 머리통이 한순간에 반으로 쪼그라졌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통에 트롤 전사는 양손에 쥔 사람을 팽개치고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죽어라!”
하지만 분노에 가득 찬, 마루의 염력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퍽!
결국 트롤 전사의 머리통은 수박이 깨지듯 터져버렸다.
사방으로 트롤 전사의 피와 뇌수가 비산했다.
쿵!
머리통이 묵사발 난 트롤 전사는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치유!”
진아가 급히 부상자를 향해 치유의 권능을 발했다.
몸의 뼈가 으스러진 능력자는 다행히 죽지 않고 회복했다.
그러나 이미 머리의 반이 트롤 전사의 이빨에 씹혀 먹힌 능력자는 도저히 되살릴 수가 없었다.
그사이 꾸준히 구덩이를 빠져나온 트롤 전사들!
곳곳에서 사신 길드의 파티와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쿠워어어어!
쿠화아아아!
쿠롸아아아!
트롤 전사들은 사방에서 신나게 날뛰며 능력자들을 위협했다.
그때마다 진아의 치유가 빛을 발했다.
마루는 도저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눈앞에서 길드원 한 명이 트롤 전사에게 머리가 씹혀 죽는 것을 보자 그만 눈이 홱 돌아가 버렸다.
“이런 때려죽일 놈들!”
그의 몸에서 폭발하듯 포스가 터져 나왔다.
“이야아아아아!”
마루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그의 강력한 의지에 감응한 권능과 능력이 포스와 합쳐졌다.
그러자 미증유의 거력이 불같이 일어나며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콰콰콰콰콰콰!
구덩이 밖으로 나온 트롤 전사 수십 마리가 일제히 구덩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백 마리에 달하는 트롤 전사들이 웅덩이 안으로 모여들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위에서 찍어 누르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압축되기 시작했다.
우드득, 우드드득!
뿌지직, 뿌지지직!
트롤 전사들의 몸이 압착되어 피가 팝콘처럼 터져 나왔다.
꾸웨에엑, 꾸어어억, 쿠웨에엑…….
그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마구 비명을 질러댔다.
파샥!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힘에 결국 온몸의 뼈와 근육이 산산조각 났다.
마루는 한 손을 들어 옆으로 옮겼다.
빈대떡처럼 압착된, 거대한 피자 한 판이 허공을 날아갔다.
이내 청계 초등학교 운동장에 떨어져 내렸다.
쿵!
그럼에도 전혀 상관없다는 듯 계속 쏟아져 나오는 트롤 전사들!
마루는 게이트를 노려보다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에는 수십 개의 통나무가 일제히 게이트 바닥으로 모여들었다.
마루가 달콤 살벌한 미소를 짓는 순간!
통나무들이 일제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화염의 색깔이 붉은색이 아니라 청색이었다.
마루의 권능인 구현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파랗게 타오르는 초고열의 불꽃!
통나무를 연료 삼아 일순 거대한 화염을 만들어 냈다.
이건 중유를 부어서 인위적으로 만든 화염과는 차원이 달랐다.
덕분에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트롤 전사들은 나오는 족족 모조리 화마에 집어삼켜졌다.
통나무는 빠르게 연소되어 재가 됐다.
하지만 트롤 전사들이 하나같이 통나무를 하나씩 들고 나왔다.
그래서 굳이 따로 연료를 공급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을 불태울 화염의 연료를 스스로 공급해서 자살하는 모양새였다.
“와아아아!”
사신 길드의 팀원들이 잘했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가공할 마루의 능력에 다들 감탄해 마지않았다.
천둥의 위에 오롯이 선 그는 오연한 표정으로 게이트를 내려다봤다.
그때 해모수와 그렌이 동시에 마루를 불렀다.
[해모수: 마루 형!] [그렌: 마루야!] [마루: 왜?]그는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해했다.
[해모수: 형! 코에서 코피 나요.] [그렌: 너 지금 코피 흘리고 있어.] [마루: 헉!]그는 급히 손으로 코를 감쌌다.
두 사람의 말대로 마루의 코에서 코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갑자기 한꺼번에, 권능과 능력 및 포스를 쏟아부은 것이 화근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후유증(?)에 그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아! 쪽팔려! 어쩐지 골이 띵하고 엄청 피곤하더라!’
온갖 폼은 다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얼굴로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니…….
다행히 마루의 사정을 눈치챈 진아가 급히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치유!”
진아의 권능이 발휘되자 마루의 코피가 즉시 멈췄다.
머리가 개운해지고 몸이 시원해지며 피로가 싹 가셨다.
“아!”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리고 말았다.
과연 진아의 권능은 명불허전이었다.
파칭!
그때 또다시 게이트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번에는 게이트 자체가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공격 중지! 모두 뒤로 물러나라!”
마루가 목소리에 포스를 실어 크게 외쳤다.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에 사신 길드의 능력자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끼이이이이이잉!
또다시 듣기만 해도 토할 것 같은 역겨운 공명음이 터져 나왔다.
게이트의 크기는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웅덩이를 가득 채워버렸다.
다행히 웅덩이보다 커지지 않았다.
마루는 즉시 다시 소리쳤다.
“대지 능력자는 웅덩이 밖에 방벽을 쌓아라!”
그의 말을 들은 대지 능력자들이 일제히 자신의 권능과 능력을 끌어 올렸다.
서현을 필두로 그들은 웅덩이 밖으로 3미터의 토성을 필사적으로 쌓아 올렸다.
드드드드드, 드드드드드!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울리고 마구 흔들렸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 덕분에 처음보다 훨씬 높은 방벽을 쌓을 수 있었다.
파칭!
게이트에서 몸이 뒤흔들릴 만큼 강력한 파동이 일어났다.
동시에 웅덩이 안으로 천여 마리의 트롤 전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나타났다.”
“나왔다.”
“오 마이 갓!”
다들 깜짝 놀라서 입도 다물지 못했다.
수백 명도 아니고 천여 마리의 트롤 전사였다.
그것도 아까처럼 차례로 나온 것도 아니고 일시에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놀란 것은 마루였다.
[마루: 트롤 족장이 세 마리에다 주술사가 열두 마리나 나왔어.] [해모수: 게이트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어요. 보라색으로 크기도 작아졌어요.] [그렌: 그게 문제가 아니야. 마루가 일으킨 초고열의 화염이 꺼져버렸잖아.]일단 트롤 전사의 숫자가 사신 길드에 비해 두 배나 많았다.
또한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5미터 크기의 트롤 족장이 무려 셋이나 있었다.
거기에다 마법사나 다름없는 트롤 주술사가 열두 마리나 버티고 서있었다.
꿀꺽!
마루는 침을 삼키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곧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선빵필승!’
이제부터는 진검승부다.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수밖에는 없었다.
마루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공격 명령을 내렸다.
“총공격!”
“와아아아!”
일순 천지가 진동하는 함성이 일어났다.
쿠롸아아아!
기다렸다는 듯이 트롤 족장의 워 크라이가 터졌다.
크와아아앙!
역시 이에 맞서는 백호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투투퉁, 투투퉁, 투투퉁…….
푸슈슈슈슝, 푸슈슈슈슝…….
가장 먼저 쏟아진 공격은 중기관총과 보병 전투차량의 주포였다.
웅덩이를 향해 일제히 쏟아진 대구경 총알과 날개 안정 분리 철갑탄!
빽빽하게 들어찬 트롤 전사들을 묵사발 내버렸다.
쿠웨에엑, 꾸웨에엑, 크아아악!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머리통이 터져버렸다.
상체가 사라지고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푸슝! 푸슝! 푸슝!
쐐액! 쐐애액! 쐐애애애애액!
뒤이어 쏟아진 것은 M72 LAW 대전차 로켓이었다.
길게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간 대전차 로켓은 트롤 전사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렸다.
사신 길드의 총공격에 피해가 커지자 트롤 주술사들이 일제히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사방에서 노란 빛이 터져 나오며 커다란 방어막이 생성됐다.
저 방어막이 있는 이상 트롤 전사들은 피해를 입지 않는다.
“중유를 뿌리고 화염 공격을 해라!”
우성존이 크게 소리쳤다.
그동안 전투를 지휘해 보더니 뭐가 필요한지 감을 잡은 모양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주술 방어막은 지속성이 뛰어난 화공에 쥐약이었다.
쏴아아아아!
탱크로리에서 소나기처럼 중유가 쏟아졌다.
확, 화르륵!
노란 방어막 위로 화염이 치솟기 시작했다.
쿠롸아아아!
쿠롸아아아!
트롤 족장 둘이 보다 못해 워 크라이를 날리며 웅덩이를 벗어났다.
크와아아앙!
때맞춰 백호의 포효가 터졌다.
워 크라이는 상쇄됐지만 트롤 족장 둘은 웅덩이에서 빠져나와 구덩이를 달렸다.
키가 5미터에 달하는 괴물들이 달리기 시작하자 박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핑! 쌔앵!
하지만 그들은 급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마루가 천둥과 우레를 날린 것이다.
콰득! 콰직!
트롤 족장은 눈부신 속도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천둥과 우레를 몽둥이로 각각 후려쳤다.
하지만 오히려 부서지는 것은 나무 몽둥이였다.
천둥과 우레는 100퍼센트 미스릴로 그렌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희대의 마법 무기다.
쇠몽둥이로 후려쳐도 부족할 판에 나무 몽둥이라니!
트롤 족장 둘은 방심했던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만 했다.
천둥과 우레는 트롤 족장의 나무 몽둥이를 박살 내더니 어깨를 가르고 옆구리를 뚫어버렸다.
크에에엑! 쿠워어억!
참혹한 고통에 트롤 족장들은 고약한 인상을 썼다.
하지만 갈라졌던 어깨는 금세 붙어버렸다.
뚫린 옆구리도 시간을 뒤로 되돌리는 것처럼 아물어 버렸다.
쿵!
그때 마루가 두 마리의 트롤 족장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트롤 족장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를 쳐다봤다.
“인간! 겁이 없구나. 나 타로가 상대해 주겠다.”
“클클클! 이놈은 내 것이다. 투투가 꼭꼭 씹어서 뼈까지 먹어주겠다.”
“턴턴만 저렇게 재미를 보게 할 수는 없지. 투투! 내게 맡겨라!”
“그럴 수는 없다. 나도 저 야들야들한 몸을 씹고 달콤한 피를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