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타로와 투투는 한 손에 쥐면 부서질 것 같은 마루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는 트롤 족장 두 놈이 뭐라고 지껄이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구강 구조가 전혀 다른 트롤의 언어!
그걸 처음 듣고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만 스스로를 가리키며 했던 ‘타로’와 ‘투투’라는 단어는 기억했다.
“타로점인지 투투 밴드인지 모를 놈들아! 형이 오늘 작은 고추가 얼마나 매운지 확실하게 보여줄게!”
마루는 타로와 투투를 상대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도발했다.
하지만 타로와 투투는 여유 만만하게 그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마치 너 같은 놈은 언제든지 잡아먹을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마루는 슬쩍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
웅덩이를 둘러싼 방벽을 중심으로 사신 길드와 트롤 전사들 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유를 뿜어내는 탱크로리로 인해 웅덩이의 화염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트롤 주술사로 인해 화염은 전부 웅덩이 한쪽으로 밀려나 버렸다.
그나마 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중기관총이었다.
특히 청계 초등학교 옥상과 체육관 옥상의 중기관총이 큰 활약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총열이나 탄약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웅덩이를 빠져나가려는 놈들만 집중적으로 저격하고 있었다.
보병 전투차량의 네 대의 주포는 진즉에 침묵에 들어갔다.
퇴각을 했는지, 탄약을 다 써버리자 바로 뒤로 물러났다.
[해모수: 정면 승부는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그렌: 차라리 인비저블로 몸을 숨기고 저격을 하는 게 좋지 않겠어?]해모수와 그렌은 마루가 트롤 족장 둘과 맞상대하는 것이 영 불안했다.
그러나 마루는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마루: 웅덩이 밖으로 빠져나간 트롤 족장을 한번 보세요. 사신 길드의 1개 팀에 해당하는 50명이 달라붙었는데도 여전히 백중세를 이루고 있어요. 눈앞에 이 트롤 족장 두 마리가 밖으로 나간다면 자칫 전선이 붕괴되어 걷잡을 수 없는 파탄이 일어날 거예요. 이 두 놈은 반드시 내가 잡아야 해요.]해모수와 그렌도 속으로는 그의 말에 동감하고 있었다.
당장 마루가 아니라면 트롤 족장 두 마리를 상대할 자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무시무시한 트롤 족장을 한 놈도 아니고, 그것도 두 놈을 동시에 상대한다고 하니 걱정이 눈앞을 가렸다.
[해모수: 마루 형, 조심하세요.] [그렌: 마루야! 디버프 팔찌를 잘 이용해 봐!] [마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마루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문신 마법진, 실드를 활성화했다.
이어 마법 로브의 실드를 최고치로 올리고 프릴 반지의 실드도 펼쳤다.
거기에다 프릴 목걸이의 헤이스트를 몸에 걸었다.
마지막으로 이클립스 팔찌의 권능, 축복과 정화를 사용했다.
이클립스 팔찌에서 우윳빛 광채가 은은하게 빛났다.
마루의 머리 위에 빛의 가루가 떨어졌다.
그의 몸을 뒤덮는 우윳빛 광휘가 원기둥 모양으로 솟구쳤다.
쿠롸아!
쿠화앙!
트롤 족장, 타로와 투투는 그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긴장했다.
마루가 뭔가 심상치 않은 조치를 취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너무 늦었어. 라이트닝!”
마루는 작게 마법의 시동어를 외쳤다.
손으로 타로와 투투를 가리키자 강력한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꽝! 파츠츠츳!
라이트닝 마법이 타로와 투투의 몸을 정확히 강타했다.
강한 전류 다발이 두 놈의 몸을 지져대며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로와 투투는 멀쩡한 모습으로,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비록 몸을 덜덜 떨고 있었지만, 눈에는 살기가 가득한 채 마루를 노려보고 있었다.
[해모수: 마루 형, 봤어요? 라이트닝 마법이 떨어지기 직전에 두 놈의 몸이 노란색으로 빛났어요.] [그렌: 아무래도 생체 실드를 쓰는 모양이다.] [마루: 생체 실드라면 무슨 호신강기라도 되는 건가?]타로와 투투의 살기로 번들거리는 시선에 그는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마루도 이제 예전의 나약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억지로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라이트닝 마법을 난사했다.
꽝! 파츠츠츳! 꽝! 파츠츠츳!
꽝! 파츠츠츳! 꽝! 파츠츠츳!
마루는 타로와 투투에게 각각 두 방씩 라이트닝 마법을 쏴줬다.
타로와 투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마루도 확실하게 목격했다.
타로와 투투의 몸에서 노란 빛이 번쩍이는 것을 말이다.
스르륵!
마루는 다엘 스텝을 밟으며 빠르게 옆으로 돌았다.
동시에 천둥과 우레에 포스를 밀어 넣었다.
웅웅웅!
웅웅웅!
천둥과 우레가 동시에 공명음을 일으켰다.
마루는 한 손으로 천둥에서 우레를 빼냈다.
그러고는 힘차게 바닥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우레의 길이가 앞으로 쭉 늘어나며 손잡이가 뒤로 밀려났다.
우레는 단숨에 99센티미터 크기의 단창으로 변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포스를 쏟아냈다.
우레의 창끝에서 30센티미터가 넘는, 반투명한 예리한 빛이 솟아났다.
설명은 길었지만 이 모든 게 단 1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쿠롸아!
쿠화앙!
타로와 투투가 서로 눈짓을 했다.
지속적으로 라이트닝 마법이 쏟아지자 협공을 하기로 한 것이다.
마루는 다엘 스텝으로 재빠르게 투투의 뒤로 돌아갔다.
원래도 스피드가 장기인 다엘 스텝인데, 버프로 헤이스트 마법까지 걸리자 그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슉슉!
그는 우레로 투투의 종아리를 꿰뚫었다.
투투가 순간적으로 휘청했다.
마루의 공격이 워낙 빨라서 미처 생체 실드를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투투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회복과 재생의 최고 정점에 선 게 바로 트롤 족장이다.
그러니 이 정도는 바늘에 찔린 것보다 못한 상처였다.
그러나 그건 오로지 투투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었다.
“출혈! 회복 불능! 재생 불능!”
마루는 다엘 스텝으로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투투에게 디버프 마법을 걸었다.
투투는 큰 걸음으로 그를 쫓아왔다.
옆에서는 타로가 마루를 잡기 위해 두 팔을 뻗었다.
그는 리드미컬하게 다엘 스텝을 밟으며 타로의 다리 사이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 모습에 타로와 투투가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마루는 둘을 향해 회심의 미소를 날려줬다.
[해모수: 디버프 마법이 걸렸어요.] [그렌: 피가 줄줄 나오고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출혈과 회복 불능이 됐어.] [마루: 저 정도의 상처로는 재생 불능을 확인하기는 어렵겠네요.] [그렌: 조금 더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야 확인할 수 있을 거야.]해모수와 그렌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다.
트롤 족장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거기에다 회복 불능과 재생 불능의 디버프가 걸렸다면… 트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종족의 특성과 장점이 바로 사라지는 셈이었다.
휘익, 쾅! 휘익, 꽈앙!
휘익, 쿵! 휘익, 콰앙!
트롤 족장 타로와 투투는 본격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마루가 라이트닝 마법을 쓰지 않자 마나가 다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승기가 넘어왔다고 본 두 놈은 미친 듯이 팔다리를 휘두르며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왕지현의 특강을 통해 곡산검법과 그에 맞는 보법을 익히고, 다엘 스텝까지 대성한 마루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출혈! 회복 불능! 재생 불능!”
공평하게 타로의 몸에도 디버프 마법을 걸어줬다.
그는 얄밉게도 기회가 날 때마다 바란창법으로 기습을 했다.
타로와 투투의 몸에 숭숭 구멍이 뚫렸다.
타로와 투투는 화가 나서 더욱 강한 공격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이 세고 강한 공격도 맞히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법!
오히려 마루는 점차 타로와 투투의 공격 패턴에 익숙해져 갔다.
그는 처음에 트롤 족장들의 강력한 기세에 눌려 살짝 겁을 먹었었다.
그런데 막상 싸워보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 무구로 무장을 하고 마법 액세서리를 이용해 각종 마법으로 도배를 한 마루다.
근력 193, 민첩 186, 체력 167이라는 사기적인 스탯도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쿠롸악!
쿠화락!
타로와 투투가 서로의 모습을 보며 괴성을 질렀다.
어느 순간, 그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마루를 잡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싸우다 보니 그걸 느낄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잠깐의 틈을 이용해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자, 종아리 아래가 온통 피투성이가 된 것도 모자라 뼈가 드러난 상태였다.
타로와 투투가 놀란 것은 부상이 심해서가 아니었다.
그때까지 회복과 재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공포로 다가왔다.
“왜? 쫄았냐?”
마루는 눈빛이 변한 타로와 투투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형한테 맞으니까 잘 회복이 안 되지? 그런데 어떡하냐? 형은 이제 시작인데…….”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르며 우레를 들어 앞으로 쑥쑥 내질렀다.
마치 허공을 푹푹 쑤시는 듯한 모양새였다.
순간 우레의 창끝에서 예리한 반투명한 기운이 쏘아져 나갔다.
흐엑!
크엑!
놀란 타로와 투투는 즉시 몸을 틀어 마루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워낙 덩치가 커서 완전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꾸웨엑!
쿠웨엑!
타로의 배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투투의 어깨도 뚫려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타로와 투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회복과 재생이 안 됐다.
그들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쓰윽!
마루가 우레의 창끝을 타로와 투투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타로와 투투는 기겁을 하며 바닥으로 몸을 낮췄다.
그는 눈을 번뜩이더니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두 놈은 급히 좌우로 몸을 뒤집었다.
하지만 마루의 타깃은 타로와 투투가 아니었다.
쿵!
그는 염력으로 웅덩이 밖에 있는 다른 트롤 족장, 턴턴의 다리(?)를 움켜쥐었다.
놀란 턴턴은 간신히 붙잡은 철호의 다리를 놓아버렸다.
놈은 두 손으로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를 가리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마루는 소름 끼치는 느낌에 허공에다 손을 탁탁 털었다.
‘아! 시발! 괜히 잡았네.’
그는 자신이 한 행동에 화가 났다.
물론 철호가 턴턴에게 잡혀서 큰 위험에 처하자 반사적으로 한 짓이었다.
그러나 말의 그것(?)보다 더 큰 놈을 쥔 느낌으로 인해 심한 자괴감에 휩싸였다.
크흠! 이 얘긴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이 새끼들! 다 죽었어.”
마루는 턴턴에게 받은 극도의 불쾌감을 타로와 투투에게 풀기로 했다.
슉슉, 슉슉슉!
그는 또다시 우레로 허공을 팍팍 찔렀다.
한번 당해봐서 그런지 타로와 투투는 얼른 땅바닥으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이번 것은 그냥 장난이었다.
“속았지?”
마루는 두 놈의 자세가 무너지자 곧바로 반투명한 기운을 폭발시켰다.
슉슉슉, 슉슉슉!
타로와 투투는 혼신을 다해 땅바닥을 뒹굴었다.
그러나 어깨와 목에 구멍이 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마루는 다엘 스텝을 이용해 빠르게 접근했다.
헤이스트 버프가 걸리자 그의 움직임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붕! 훅 훅!
우레로 람소드를 펼쳤다.
직각으로 짧게 후려치고 대각선으로 두 번 공간을 그었다.
타로의 한쪽 팔이 잘리고 투투의 귀와 어깨가 뭉툭 썰려나갔다.
꾸웨엑!
쿠웨엑!
두 놈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잘린 팔과 어깨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그렇게 귀하다는 트롤의 피가 말이다.
마루는 아깝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끝장을 내려고 했다.
싸늘한 눈으로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기겁을 한 타로와 투투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자세를 낮췄다.
언제든지 공격하려 하면 바로 피하려는 것이다.
“이얏!”
파앙!
공기가 순간적으로 압축되어 터져나갔다.
타로와 투투는 즉시 양편으로 몸을 던져 피해버렸다.
동시에 마루의 몸이 일직선으로 둘 사이를 파고들었다.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그의 몸이 타로와 투투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두 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들을 공격하는 줄 알고 피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턴턴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타로와 투투는 미안한 마음 대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마루는 웅덩이를 단번에 뛰어넘어 밖으로 훨훨 날아갔다.
핑!
그의 몸보다 먼저 마루의 손에서 우레가 떠나갔다.
턴턴은 강철호와 이대근을 신나게 두들겨 패며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벌써 수십 명의 능력자들이 부상을 입어 뒤로 물러났다.
다른 팀원들이 즉시 교대를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이처럼 전투를 계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