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88
288화
“에펠 궁정 마법사! 혼자만 재미 보지 말고 우리에게도 기회를 주시게!”
“아! 물론이죠. 타워 대마법사님!”
에펠은 옳다구나 하고 타워 대마법사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카시오페라 왕실 마탑 마법사들이 우르르 뒤로 물러났다.
대신 그 자리를 프릴 마탑 마법사들이 채웠다.
그들은 앞으로 나와 적당히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고 섰다.
“견습 마법사는 윈드 마법으로 성벽을 올라오는 몬스터들을 떨어뜨려라!”
“네, 대마법사님.”
“고위 마법사는 불의 속성 광역 마법을 사용하라!”
“예, 대마법사님.”
타워 대마법사의 명령에 프릴 마탑 마법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3서클의 견습 마법사는 굳이 광역 마법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보단 성벽 위로 올라오는 몬스터를 떨어뜨리는 것을 돕게 했다.
대신 5서클 이상의 고위 마법사는 광역 마법! 그것도 불 속성 광역 마법을 사용해 적의 피해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것 하나만 봐도 타워 대마법사가 얼마나 유능한지 알 수 있었다.
그에 더해 타워는 에펠처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지 않았다.
다른 마법사들과 똑같이 광역 마법의 캐스팅에 들어갔다.
고오오오!
7서클의 마법사를 괜히 대마법사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그냥 캐스팅만 들어갔는데도 주변에 마나가 요동치며 소용돌이 바람이 일어났다.
타워의 머리 위에 축구공만 한 불덩이가 생겼다.
그리고 빠르게 몸집을 불리며 커졌다.
“저건 7서클의 광역 마법 헬파이어다.”
누군가 놀라서 크게 소리쳤다.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헬파이어 마법이 캐스팅되는 광경을 지켜봤다.
그렌도 7서클의 마법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그 놀라움이 컸다.
‘과연 7서클의 대마법사답구나. 위력이 어마어마하겠다.’
보기만 해도 질려버릴 것 같은 거대한 마나의 유동!
이윽고 집채만큼 커다란 불덩이를 만들어 냈다.
“헬파이어!”
타워 대마법사는 손을 앞으로 쭉 뻗으며 외쳤다.
휘리릭!
거대한 불덩어리가 쏜살같이 하늘로 날아가다 아래로 뚝 떨어졌다.
그러곤 곧 굉음과 함께 해안가 앞바다를 초토화했다.
콰앙!
강력한 폭발과 함께 커다란 화염이 치솟았다.
화염은 곧 큼지막한 버섯구름을 만들어 냈다.
[해모수: 이게 실화냐!] [마루: 세상에! 난 무슨 핵폭탄이 터지는 줄 알았네.] [그렌: 위력이 장난이 아니다.]이러니 마법사를 전장의 지배자라고 하는 것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전술 핵폭탄에 버금가는 강력한 위력이었다.
덕분에 지금 북쪽 해안가 앞바다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버렸다.
워낙 뜨거워서 한기도 맥을 못 추는지 하얀 수증기를 대량으로 뿜어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순간적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뚝 끊겼다.
그만큼 몬스터들도 헬파이어의 위력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이 놀라운 장면에, 바이칼 전사들은 뜨거운 함성을 터트렸다.
와아아아!
대마법사의 강력한 마법 한 방!
지쳐가던 병사들의 사기가 바로 맥스(Max)를 쳐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콜드 스파이더 웨이브에 이어 예티 웨이브가 몰려왔다.
그런데 그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예티는 분명 오크를 능가하는 중형 몬스터다.
그런데 어째 오크나 스파이더 같은 소형 몬스터보다 숫자가 훨씬 더 많아 보였다.
“파이어 월!”
“플레임 버스터!”
“파이어 블래스트!”
“인페르노!”
“익스플로전!”
때마침 캐스팅을 끝낸 마법사들이 각종 화 속성 광역 마법을 펼쳤다.
쾅, 콰과광, 쾅쾅쾅!
화르륵, 화르륵, 화르르륵!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화 속성 광역 마법!
콜드 스파이더는 물론 하얀 예티들까지 새까맣게 불태웠다.
그냥 보기만 해도 탐스러운 예티의 복슬복슬한 털!
그런데 화 속성 마법에는 그냥 쥐약이나 다름없었다.
카아악! 크야악!
털에 불이 붙은 예티들!
뜨거운 화염에 놀라 사방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같은 동족의 털에도 불이 옮겨붙어 동족 학살을 자행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건 마치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다른 도시로 놀러 다니며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듯한 기막힌 모습이었다.
“1군은 2군과 교대하라!”
“1군은 2군과 교대하라!”
몇 시간이 지나자 포스탄 대전사는 성벽 위의 지친 전사를 내려보냈다.
대신 대기하고 있던 쌩쌩한 전사들로 전투를 이어갔다.
그 모습에 그렌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반대로 에펠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리는 좀 쉬어야겠소.”
“네, 그렇게 하시죠.”
그렌은 에펠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보기에도 이미 진이 다 빠져 해롱대는 마법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마나가 꽉 찬 마법사는 정말 위협적인 존재다.
하지만 마나가 다 떨어진, 리타이어된 마법사는 농노 병사보다 못한 민폐 덩어리가 된다.
“프릴 마탑 마법사들도 잠시 쉬었다가 오는 게 좋겠소.”
“예, 대마법사님.”
에펠의 말에 타워 대마법사도 같이 휴식을 요청했다.
이미 충분히 실력 발휘를 한 프릴 마탑 마법사들이다.
그렌은 마법사들과 한 명씩 눈을 마주치며 이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우르르르!
마법사들은 에펠과 타워를 쫓아 각각 숙소로 내려갔다.
그들의 모습이 성벽에서 사라지자 그렌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렌: 이제 대량 살상 무기를 시험해 보자.] [해모수: 좋은 기회네요. 보는 눈도 없고.] [마루: 소이탄부터 써봐요.] [그렌: 좋아.]해모수와 마루는 그렌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플라이!”
그렌은 허공으로 높게 떠올랐다.
적당한 높이에 오르자 그는 아공간 반지에서 대형 소이탄을 꺼냈다.
“윈드!”
그렌은 1서클의 윈드 마법을 걸어 대형 소이탄을 앞으로 쏘아냈다.
빠르게 날아가던 대형 소이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지금이다.’
그렌은 대형 소이탄이 해수면으로부터 30미터쯤 떨어졌을 때! 마법으로 기폭 장치를 터트렸다.
펑!
대형 소이탄은 해안가 앞바다 상공에서 폭발했다.
동시에 사방으로 인화 물질을 마구 쏟아냈다.
뿌연 인화 물질이 사방으로 넓게 퍼지며 안개처럼 가라앉았다.
그 모습에 그렌은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띠었다.
‘터져라!’
순간, 불꽃이 번쩍하더니 대폭발이 일어났다.
쿠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일대가 순식간에 뜨거운 화염에 휩싸였다.
7서클의 대마법사, 타워의 헬파이어처럼 폭발력이 강하진 않았다.
하지만 살상 반경과 지속성, 거기에다 화염 피해는 헬파이어와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순간적으로 산소를 훅 빨아들여 진공상태처럼 만들어 버리자, 숨을 쉴 수 없게 된 예티들이 일제히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꺽꺽대다 쓰러졌다.
이 가공할 만한 위력에 그렌조차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렌: 마루야! 네이팜탄이 이 정도 위력이라고는 말 안 했잖아.] [마루: 무슨 소리예요. 유티비도 같이 봐놓고.] [해모수: 우와! 대형 소이탄의 위력이 아주 화끈하네.] [마루: 네이팜탄보다 오히려 화력이 더 센 거 같아.]해모수와 마루는 대형 소이탄의 위력에 놀라기보단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그렌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이건 게임으로 치면 밸런스 붕괴에 해당한다.
세상에 어느 대마법사가 7서클의 헬파이어보다 강력한 무기를 환영할까?
그렌은 앞으로 대형 소이탄은 어지간하면 마법사들 앞에선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중소형 소이탄을 더 많이 만들어 사용하기로 했다.
“영주님!”
그때 성벽 아래에서 마르코스 친위대장이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무슨 일인가 확인하기 위해 그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마르코스는 그렌에게 다가와 급히 마법 수정구를 내밀었다.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뭔데?”
“버틀 영주성에 크라켄(Kraken)이 나타났습니다.”
“뭐? 크라켄!”
크라켄은 거대한 문어나 오징어를 닮은 초대형 해양 몬스터다.
그렌은 마법 수정구를 받아 살펴봤다.
버틀 영주성의 높은 성벽을 기어오르는 거대한 크라켄의 모습이 마법 수정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벼락포와 대형 쇠뇌를 쏘면서 크라켄의 난입을 막고 있답니다. 하지만 워낙 덩치가 커서 그런지 저지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버틀 영주성에도 바이칼 대전사가 있잖아.”
“그렇습니다. 지금 바이칼 전사들이 목숨을 걸고 크라켄과 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젠장!”
그렌은 욕을 하며 마법 수정구를 마르코스에게 넘겼다.
“내가 지금 버틀 영주성으로 갈 테니까 조금만 버티라고 전해줘!”
“예, 영주님.”
그는 마르코스의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얀 영주성을 향해 달려갔다.
지하에 설치해 놓은 영구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치이익!
―그렌 영주! 어디 가나? 오버!
하늘에서 선회하던 엘리샤가 그렌을 보더니 바로 워키토키로 연락해 왔다.
그렌은 블링크 마법을 쓰려다가 급히 워키토키를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버틀 영주성에 크라켄이 나타났다. 오버!”
―나랑 같이 가자. 오버!
“아니다. 엘리샤는 여길 지켜라! 난 텔레포트 마법으로 금방 다녀오겠다. 오버!”
―조심해라. 오버!
“알았다. 오버!”
둘은 빠르게 무전을 주고받았다.
엘리샤는 그렌과 같이 가고 싶었지만, 울트라 웨이브가 밀려오는 전장을 함부로 비울 수는 없었다.
그나마 그렌의 뒤를 쫓아가는 야엘이라도 있어서 어느 정도 안심이 되긴 했다.
자신보다 강하진 않지만, 최상급 기사인 야엘의 실력이라면 그렌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다다다다다!
도도도도도!
그렌은 스스로 헤이스트 마법까지 걸고 빠르게 달렸다.
뒤따르던 야엘도 오러를 아끼지 않고 질주했다.
그들의 어깨 너머로 녹색의 피로 물든 해안가 성벽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 * *
펑, 펑, 펑, 펑!
끊임없이 벼락포를 발사했다.
그러나 거대한 해양 몬스터, 크라켄은 별로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크햐아아아!
오히려 피부가 따끔거리고 아파서 화가 났는지,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질러대며 더욱 심하게 난동을 부렸다.
크라켄은 특히 자신을 괴롭히는 벼락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로 인해 소중한 화력인 벼락포가 벌써 열 대나 부서졌다.
“대형 쇠뇌를 발사하라!”
“대형 쇠뇌를 발사하라!”
바이칼족 대전사 세쿤타는 이를 갈았다.
화살은 아예 소용이 없었고 투창도 별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나마 벼락포와 대형 쇠뇌만이 작은 상처라도 입힐 수 있을 뿐이었다.
당장 성벽을 넘으려는 크라켄!
놈을 막을 뾰족한 수가 필요했다.
“기름 주머니를 날려라!”
“기름 주머니를 날려라!”
기껏해야 대형 쇠뇌에 기름 주머니를 달아 날릴 뿐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큰 타격은 되지 못했다.
얼마나 크라켄의 피부가 질기고 단단한지, 어렵게 불을 붙여도 잘 타지 않고 금세 꺼졌다.
이로 인해 바이칼 전사들의 피해는 점점 극심해졌다.
사방으로 뻗어대는 공포의 문어 다리!
바이칼 전사들을 한꺼번에 휩쓸고 깨버렸다.
“으아악!”
“아아악!”
또다시 두 명의 바이칼 전사가 크라켄의 문어 다리에 잡혔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던 바이칼 전사들!
하늘도 무심하게, 크라켄이 살짝 힘을 주자 바로 몸이 터져서 피떡이 되고 말았다.
크라켄은 그걸 잡아 입에 쏙 넣고는 맛있다는 듯 자신의 다리를 핥았다.
그것을 본 대전사 세쿤타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했다.
눈에는 살기가 가득하고 몸은 부들부들 떨렸다.
꽉 쥔 주먹에선 피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필사의 인내력을 발휘해 간신히 냉정을 유지했다.
물론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다.
크라켄을 물리칠 강력한 한 방의 부재가 뼈저리게 아파질 뿐이었다.
“불의 여왕이시여!”
대전사 세쿤타는 자신도 모르게 불의 여왕을 찾았다.
바이칼족의 수호신 불의 여왕!
그녀라면 능히 크라켄을 불태울 수 있을 것이다.
우웅!
그때 뒤쪽에서 강한 마나의 유동이 느껴졌다.
세쿤타는 오러에 비견되는 투기(鬪氣)를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바이칼의 대전사다.
당연히 이 정도로 강한 마나의 유동을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뭐지? 혹시 불의 여왕께서 오셨나?”
대전사 세쿤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감을 감출 수 없었다.
고개를 뒤로 돌리자 뭔가 빠르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건! 그렌 영주?”
그가 그렌의 모습을 발견할 즈음.
세쿤타를 향해 달려가던 야엘이 크게 소리쳤다.
“그렌 영주의 명이다. 모두 뒤로 물러서라!”
대전사 세쿤타는 야엘의 말에 그렌이 고위 마법사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모두 성벽에서 물러나라!”
그는 급히 성벽 위의 바이칼 전사들에게 후퇴를 명했다.
사투를 벌이던 바이칼 전사들이 반색하더니 썰물처럼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에 크라켄은 옳다구나 하고 성벽 위로 꿈틀거리며 기어 올라왔다.
[해모수: 이게 뭐야?] [마루: 뭔 놈의 문어 대가리가 이렇게 커?]플라이 마법으로 하늘로 날아오른 그렌!
그의 뇌리에 해모수와 마루의 놀란 목소리가 울렸다.
[그렌: 헐! 이렇게 거대한 놈을 어떻게 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