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끼헤에에에엑!
레닌이 길게 포효를 터트리며 날아갔다.
뼈를 에는 차가운 북해의 바람이 온몸을 사정없이 때렸다.
하지만 불의 여왕은 오히려 전신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엘리샤는 오롯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전황을 살폈다.
‘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다는 울트라 웨이브치곤 잘 막아내고 있군.’
얀 영주성 북쪽 해안가 성벽.
그곳에선 인간과 몬스터 사이에 치열한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전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나치게 안정적인 게 인상적이었다.
이 모든 게 그렌을 비롯한 마법사들의 도움 때문이다
특히 바이칼의 영주 그렌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7서클 대마법사의 헬파이어에 버금가는 화력이라니…….
직접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끼헤엑, 끼헤엑!
그때 갑자기 레닌이 좌우로 몸을 비틀었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와이번의 행동!
그것만으로도 엘리샤는 레닌이 무엇을 경고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고개를 들어 북쪽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셀 수 없이 많은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호오! 드디어 몰려오는군. 레닌! 아무래도 친구들을 좀 불러줘야겠다.”
레닌은 엘리샤의 부탁에 바로 오른쪽으로 선회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길게 포효를 터트렸다.
끼히이이이익!
잠시 후!
얀 영주성 남서쪽 산정에서 한 무리의 와이번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끼헤에에엑!
끼헤에에에!
귀청을 찢는 듯한 포효와 함께 열 마리의 와이번이 레닌을 향해 날아왔다.
녀석들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창공을 선회했다.
그러면서 묘한 소리와 공명을 이용해 서로 소통했다.
레닌은 거칠게 고개를 돌려 북쪽 하늘을 바라봤다.
그제야 북쪽에서 날아오는 몬스터 떼를 발견한 와이번들!
대번에 눈빛이 변해버렸다.
그건 마치 ‘감히 네까짓 것들이’라며 멸시하는 것만 같았다.
“레닌, 놈들이 더 오기 전에 우리가 가서 선빵을 날리자!”
불의 여왕 엘리샤는 방어를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녀는 맞기 전에 먼저 때리는 걸 선호했다.
끼헤에에에엑!
끼히이이이익!
레닌이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는 길게 포효했다.
이에 호응하듯 열 마리의 와이번도 길게 울부짖고는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펄럭, 펄럭, 파르르르!
선회한 후 몇 번 날갯짓하자 레닌을 중심으로 좌우에 와이번들이 늘어섰다.
그들은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 점차 고도를 높이더니, 어느 순간 빠르게 아래로 경사를 그리며 가속도를 붙였다.
‘가고일과 하피 떼로군. 흥!’
가늘게 눈을 뜬 엘리샤!
그녀는 남하하여 내려오는 적들의 정체를 알아채곤 코웃음을 쳤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무리 가고일과 하피 떼가 많아도 최상급 대형 비행 몬스터인 와이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크햐악, 크햐악!
꺄아아아, 까아아아!
황당한 것은 가고일과 하피 떼가 와이번을 보고도 도무지 겁을 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위협이라도 하려는 듯 비명 같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포위하듯 날아왔다.
하늘을 날아오는 가고일과 하피 떼!
이에 맞서는 늠름한 와이번들.
두 무리는 빠르게 서로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
“레닌! 지금이야!”
엘리샤는 갑자기 레닌의 몸통을 강하게 한 대 치며 소리쳤다.
레닌을 비롯한 와이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입을 쫙 벌렸다.
그러곤 동시에 뜨거운 화염의 줄기를 쏟아냈다.
화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열한 개의 기다란 불줄기가 화염방사기처럼 허공을 수놓았다.
끄햐악, 끄햐악!
꺄흐윽, 꺄흐으윽!
순식간에 수십, 수백 마리의 가고일과 하피가 불타 죽었다.
근처에 있던 놈들도 화상을 입거나 날개가 타버려 속속 추락했다.
재수가 없는 몬스터들은 신나게 달려가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가고일과 하피들의 주검에 맞아 피떡이 되어버렸다.
하늘에서 두 무리가 빠르게 서로를 스쳐갔다.
그사이에도 한바탕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레닌을 비롯한 와이번들은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가고일과 하피 떼의 중앙을 향해 겁도 없이 돌진했다.
퍽, 퍼퍼퍽, 퍽퍽퍽!
크고 단단한 와이번의 동체에 맞은 가고일과 하피 떼!
우박처럼 우수수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와이번과의 충돌은 마치 25톤 덤프트럭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것과 같았다.
그 엄청난 충격에 몸이 성한 가고일과 하피는 없었다.
끼헤에에엑!
가고일과 하피 떼를 돌파한 레닌과 와이번들은 승리의 포효를 터트렸다.
그러고는 곧바로 선회해 가고일과 하피 떼의 후면을 잡아챘다.
놀란 가고일과 하피 떼가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레닌과 와이번들은 도망치는 가고일과 하피 떼를 쫓으며 거칠게 난입했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디민 와이번은 적을 난폭하게 할퀴고 잔인하게 짓이겼다.
콰직, 빠각, 뿌드득!
가고일과 하피는 이런 와이번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워낙 체급 차이가 커서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도 없었다.
끄햐악, 끄햐악!
꺄흐윽, 꺄흐으윽!
참혹한 비명과 함께 가고일과 하피 떼는 우수수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가고일과 하피 떼의 숫자였다.
도저히 열한 마리의 와이번으로는 수천 마리나 되는 가고일과 하피 떼를 물리칠 수 없었다.
오히려 와이번의 공격을 피해 도망치던 가고일과 하피 떼가 공격의 방향을 틀어 얀 영주성으로 향했다.
핑, 피피핑, 핑핑핑핑!
얀 영주성 사방에서 하늘을 향해 일제히 화살이 날아올랐다.
가고일과 하피들은 빠르게 몸을 피하며 어지럽게 사방을 휘저었다.
끄햐악, 끄햐악!
꺄흐윽, 꺄흐으윽!
그중 일부는 화살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떨어졌다.
일단 땅으로 추락한 가고일과 하피는 그냥 죽었다고 봐야 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즉사하지 않았다면 중상을 입었다.
설사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빠르게 달려드는 바이칼 전사들의 창칼에 무참히 도륙되었다.
그렇다고 가고일과 하피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성벽 곳곳에서 바이칼 전사들이 가고일과 하피에게 잡혀 하늘로 날아올랐다.
가고일과 하피들은 바이칼 전사들을 성벽 위로 마구 떨어뜨렸다.
수십 미터 높이에서 떨어진 바이칼 전사들!
대부분 땅에 있는 동료들의 몸 위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으아악, 크아악, 아아악!
그로 인해 성벽을 방어하던 바이칼 전사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사실 피해도 피해지만, 방어에 집중하지 못하자 그 틈을 노리고 콜드 스파이더와 예티가 성벽 위로 올라왔다.
순식간에 성벽 위에는 바이칼 전사와 몬스터 간의 난전이 벌어졌다.
그 정신없는 사이.
가고일과 하피들이 재빨리 날아와 바이칼 전사들의 뒤통수를 쳤다.
팔다리를 잡아채 하늘로 올라간 가고일과 하피들!
거침없이 바이칼 전사들을 성벽 위로 떨어뜨렸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자 여기저기에서 방어막이 뚫리며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
“3군은 성벽으로 올라 2군을 도와라!”
“궁병은 가고일과 하피들을 공격하라!”
“1군은 성벽의 방어막을 더욱 공고히 하라!”
대전사 포스탄이 목에 핏줄을 세우고 악을 써댔다.
바이칼 전사들은 대전사의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제야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방어막이 다시 원래대로 회복됐다.
하지만 가고일과 하피들의 산발적인 공격에 피해는 별로 줄지 않았다.
창공은 와이번들이 제압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방으로 퍼져나간 가고일과 하피들의 공세는 멈출 줄을 몰랐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가고일과 하피들이 제압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입을 피해를 생각하니 포스탄은 당장이라도 피를 토할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라이칸슬로프 웨이브다!”
누군가 성벽 위에서 크게 소리쳤다.
“젠장!”
포스탄은 자신도 모르게 욕을 했다.
하필이면 이 복잡한 상황에 라이칸슬로프 떼가 몰려오고 있었다.
공격력이 높고 속도도 빠르고 거기에다 재생력이 뛰어난 라이칸슬로프!
놈들이 성벽 위로 올라온다면 아마 지금보다 수십 배의 피해가 발생할 게 틀림없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놈들이 올라오기 전! 사력을 다해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었다.
“4군과 예비대는 즉시 가고일과 하피를 공격하라!”
대전사 포스탄은 결국 보유한 모든 병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빠르게 날아다니는 가고일과 하피를 화살로 잡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방어력이 뛰어난 가고일은 화살에 맞아도 오히려 튕겨냈다.
하피들도 영악하게도 궁병을 피해 일반 병사들만 공격했다.
“으악!”
“안 돼!”
머리를 비롯한 사지를 하나씩 붙잡힌 병사들!
성벽 위로 이동되어 바로 바이칼 전사를 공격하는 팀킬의 소재로 활용됐다.
이 상황을 불의 여왕 엘리샤는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아니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장은 레닌을 비롯한 와이번들이 도망 다니는 가고일과 하피 떼를 잡는 게 급선무였다.
놈들의 숫자를 빠르게 줄이는 것이 지금은 최선이란 말이다.
지잉!
그때 얀 영주성에서 강한 마나의 유동이 일어났다.
“왔다.”
엘리샤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급기동하는 레닌의 위에서도 그녀는 한 곳을 향해 시선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
둔탁한 중기관총 소리가 얀 영주성을 울렸다.
총소리를 듣자마자 불의 여왕 엘리샤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내가 왔다!”
반가운 목소리가 얀 영주성을 쩌렁쩌렁 울렸다.
와아아아!
사기가 곤두박질하던 바이칼 전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트렸다.
드디어 바이칼의 영주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
그렌은 얀 영주성 해안가 성벽을 향해 달려오며 K6 중기관총을 난사했다.
끄햐악, 끄햐악!
꺄흐윽, 꺄흐으윽!
가고일과 하피의 사지가 툭툭 잘렸다.
몸이 퍽퍽 터져나가며 우수수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커다란 총성과 강력한 위력에 놀란 가고일과 하피!
놈들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틈에 그렌은 성벽 중앙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마루: 그렌 형, 중기관총은 넣고 마법 소총 써요.] [해모수: 맞아요. 탄약 낭비가 너무 심해요.] [그렌: 알았어.]그렌은 마루와 해모수의 조언에 중기관총을 인벤토리에 넣고 대신 마법 소총을 꺼내 들었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탕!
중기관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소총의 위력은 가고일과 하피를 잡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어깨에 견착하고 조준 사격을 하자 중기관총보다 훨씬 맞히는 효율이 높아졌다.
끄햐아악, 끄햐악!
꺄흐윽, 꺄흐으윽!
가고일과 하피 떼가 가을바람의 낙엽처럼 우수수 땅으로 떨어졌다.
추락한 놈들은 분노한 영지병과 바이칼 전사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도륙됐다.
[해모수: 굳이 놈들을 죽이려고 들지 않아도 되겠어요.] [마루: 날지만 못하게 만들면 나머지는 영지병과 바이칼 전사들이 마무리할 거예요.] [그렌: 그래도 피해가 줄지 않아.]그렌은 부지런히 마법 소총을 발사했다.
놀라운 속도로 발사해 가고일과 하피 떼를 땅으로 족족 떨어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고일과 하피 떼로 인한 피해는 극심했다.
뭔가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이기고도 지는 싸움이 될 것만 같았다.
[해모수: 마법사들을 불러내는 건 어때요?] [마루: 그들은 이미 마나가 다 떨어졌어. 명상으로 마나를 채우려면 시간이 필요해.] [그렌: 마루 말이 맞아. 당장 마법사를 불러낼 수는 없어. 차라리 내가 마법을 쓰고 말지. 어?]그렌은 해모수와 마루의 말에 대답하다가 갑자기 멈칫했다.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법을 쓰자.’
그렌은 결정을 하자마자 마법 소총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대신 마력을 끌어 올려 1서클의 매직 미사일 마법을 캐스팅했다.
“매직 미사일!”
날렵한 미사일 모양의 하얀 매직 미사일 열여섯 개가 머리 위로 떠올랐다.
“가랏!”
그가 손짓하자 열여섯 개의 매직 미사일은 빠르게 하늘을 날아갔다.
놀란 가고일과 하피 떼가 사방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매직 미사일은 한 놈도 놓치지 않고 전부 추격해 떨어뜨렸다.
[해모수: 오오! 이거 성능 죽이네요.] [마루: 1서클 마법답지 않게 위력도 강해요.]해모수와 마루가 그렌의 매직 미사일을 보며 감탄했다.
[그렌: 유도 기능이 있어서 그런지 명중률이 높네.] [해모수: 매직 미사일이 원래 이렇게 강력한 마법이었어요?] [마루: 설마! 1서클 마법인데.]그렌은 해모수와 마루에게 빠르게 그 이유를 설명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