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그렌: 원래 매직 미사일은 이렇게 강하지 않아. 1서클 마법으론 결코 가고일과 하피를 잡을 수 없어.] [해모수: 그럼 어떻게 잡았어요?] [마루: 지금 날린 매직 미사일은 1서클이 아니란 말이에요?] [그렌: 1서클 매직 미사일이 맞지만 1서클의 위력으로 날린 게 아니야. 내가 익힌 혼돈 마법의 특성과 6서클에 가까운 마나를 지닌 카오스 볼을 생각해 봐!] [마루: 아! 그러니까 혼돈 마법이 가지고 있는 빠른 캐스팅에다 카오스 볼의 마나를 1서클 이상으로 밀어 넣어서 매직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말이네요.] [그렌: 딩, 동, 댕! 정답이야.]그제야 해모수와 마루는 그렌의 매직 미사일이 왜 1서클에 불과한데도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보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렌: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매직 미사일!”
시동어를 말하자마자 이번에는 서른두 개의 매직 미사일이 떠올랐다.
[해모수: 와아! 이번에는 서른두 개다.] [마루: 아까보다 두 배가 더 많네요.] [그렌: 보통 1서클 마법사는 한 개에서 두 개 정도의 매직 미사일을 캐스팅할 수 있지. 서클이 올라가면 거의 배수로 매직 미사일 숫자를 키울 수 있어.] [마루: 그러니까 처음에는 1, 2, 4, 8, 16의 배수로 캐스팅했고, 지금은 2, 4, 8, 16, 32로 캐스팅했다는 말이네요.] [그렌: 그렇지.]그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쐐애애액!
동시에 서른두 개의 매직 미사일이 빠르게 한쪽 하늘로 날아갔다.
가고일과 하피 떼가 놀라서 부산스럽게 도망쳤다.
하지만 그렌이 손을 활짝 펴자 매직 미사일 서른두 개는 즉시 사방으로 퍼져나가더니 가고일과 하피 떼를 무차별 공격했다.
우수수수!
낙엽이 떨어져도 이렇게 멋지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즉사에 이르는 치명타를 입히지는 못했지만.
그렌의 매직 미사일을 맞은 놈들은 상처를 입고 속속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매직 미사일!”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렌은 다시 매직 미사일을 캐스팅했다.
놀랍게도 예순네 개의 매직 미사일이 그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해모수: 대박!] [마루: 이게 돼요?] [그렌: 응, 되네.]그렌도 자신이 만들어 낸 매직 미사일의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매직 미사일이 그저 기초에 해당하는 1서클의 마법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거기에다 혼돈 마법의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캐스팅이 무지하게 빨랐다.
위력도 마나를 두 배 이상 때려 넣자 상당히 쓸 만해졌다.
“고고!”
그렌이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예순네 개의 매직 미사일이 일제히 하늘을 빠르게 날았다.
매직 미사일의 위력을 확인한 가고일과 하피들은 ‘앗 뜨거워라!’ 하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매직 미사일의 유도 기능으로 인해 가고일과 하피는 속절없이 땅으로 족족 떨어져 내려야 했다.
[해모수: 효과가 죽이긴 하는데… 그래도 가고일과 하피의 숫자가 너무 많아요.] [마루: 차라리 공격하지 말고 광역으로 방어만 하면 어떨까요?] [그렌: 그게 무슨 소리야?] [마루: 매직 미사일을 왕창 만들어서 얀 영주성 상공을 감싸자고요. 그러면 피해가 줄 거 아니에요?] [해모수: 호오! 거참 좋은 생각이네요. 지금 놈들을 많이 잡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바이칼 전사들을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아요?] [그렌: 광역 방어라!]그렌은 해모수와 마루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반응했다.
“매직 미사일!”
그는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의 숫자로 매직 미사일을 캐스팅했다.
[해모수: 와우! 128개다.] [마루: 매직 미사일 숫자가 더 많아졌어요.]그렌은 입꼬리를 살짝 당기며 한 손을 위로 밀어 올렸다.
매직 미사일이 허공으로 쭉 밀려 올라갔다.
그러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더니 원을 그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해모수: 그렌 형! 빨리 더 만들어서 올려요.] [마루: 계속 몇 번만 이렇게 쏘아 올리면 광역 방어가 가능하겠어요.] [그렌: 그건 불가능해.] [해모수: 왜요?] [그렌: 이 이상 만들면 유도 기능이 사라져!] [해모수: 아!]그렌의 말에 해모수와 마루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마루: 가만! 굳이 유도 기능이 필요할까요? 광역 방어니까 일정 지점을 맡으면 유도 기능이 없어도 괜찮은 거 아니에요?] [해모수: 유도 기능이 빠지면 매직 미사일이 맞나요? 아니 유도 기능을 빼면 매직 미사일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어요?] [그렌: 허허!]마루와 해모수의 신박한 아이디어!
그렌은 자신도 모르게 아재스러운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렌: 한번 해보자.]그는 즉시 새로운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 냈다.
“매직 미사일!”
그러자 전에 만들어 올렸던 매직 미사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좌충우돌했다.
불규칙적으로 쏘아진 매직 미사일의 느닷없는 폭격!
가고일과 하피 떼는 기겁을 하고 놀랐다.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
그렌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상공부터 시작해 차츰 범위를 넓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엔 많은 수의 매직 미사일이 떠올랐다.
매직 미사일은 모두 일정한 간격을 뒀고 한쪽으로 원을 그리며 빠르게 회전했다.
그러자 엄청난 숫자에 질린 가고일과 하피들은 매직 미사일이 차지한 영역을 피해 급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러는 사이에도, 그렌은 계속해서 매직 미사일을 캐스팅해 뽑아 올렸다.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
하늘은 하얀 매직 미사일의 물결로 가득해졌다.
그럴수록 가고일과 하피들의 눈은 공포로 물들어 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마나였다.
그렌의 카오스 볼에 아무리 마나가 많아도, 일시에 수천 개의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 내자 마나가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렌에겐 이를 대처할 충분한 대안이 있었다.
그것은 상급 마나석이었다.
그렌은 빠르게 상급 마나석을 꺼내 각각 한 손에 쥐었다.
혼돈 마법을 운용해 마나석에서 마나를 흡수하여 카오스 볼로 밀어 넣었다.
카오스 볼을 통해 정제된 마나를 뽑아서 그는 매직 미사일을 대량생산해 냈다.
완벽한 일관 양산 체제였다.
고오오오!
수만 개의 매직 미사일이 얀 영주성을 감싸고 돌았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틈새를 노리고 달려드는 가고일과 하피들!
매직 미사일의 촘촘한 그물망을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구멍 난 매직 미사일의 광역 방어망은 그렌이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 바로 채워 넣었다.
이렇게 되자 그렌은 굳이 더 이상 매직 미사일을 만드느라 많은 마나를 소모하지 않아도 됐다.
물론 매직 미사일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운을 잃고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잠시 가고일과 하피 떼의 공격을 막는 용도로는 차고도 넘쳤다.
그로 인해 가고일과 하피 떼는 얀 영주성을 쳐다보며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덕분에 얀 영주성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특히 북쪽 해안가 절벽의 성벽은 바이칼 전사들이 꼼꼼하게 방어막을 다시 쌓았다.
그로 인해 라이칸슬로프 웨이브까지 몰아닥친 상황에서도 그들은 성벽을 잘 지켜낼 수 있었다.
키헤에에에에!
하늘에서 레닌의 강력한 피어가 터졌다.
가고일과 하피 떼는 그제야 자신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것을 깨달았다.
와이번은 얀 영주성 사방을 쏘다니며 닥치는 대로 가고일과 하피를 잡아 죽였다.
가고일과 하피 떼는 결사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와이번의 빠른 속도에 따라잡혀 무참히 죽어나갔다.
그중 일부는 아예 도망을 포기하고 독한 마음을 먹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인 그렌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크햐악, 크햐악!
꺄아아아, 까아아아!
가고일과 하피 떼는 가장 외곽의 매직 미사일 광역 방어막을 공격했다.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
그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매직 미사일을 캐스팅했다.
놈들을 공격해서 물리치고 방어막도 빠르게 보완했다.
하지만 죽음을 무릅쓴 공격에 결국, 몇 놈이 그 틈을 빠져나왔다.
매직 미사일 광역 방어막으로 인해 가고일과 하피는 날 공간이 없었다.
그래도 마법사인 그렌 하나 정도쯤은 충분히 잡아 죽일 거라 확신했다.
크햐악, 크햐악!
꺄아아아, 까아아아!
가고일과 하피 무리는 사납게 포효하며 그렌을 향해 달려갔다.
중간에 튀어나온 바이칼 전사나 화살에 저격당해 대부분 허무하게 꼬꾸라졌다.
그런데도 끝까지 살아남은 가고일 한 놈과 하피 한 마리가 그렌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고일과 하피의 입가에 침이 넘쳐흘렀다.
놈들은 인간의 야들야들한 살을 씹고 달콤한 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만발했다.
하지만 그렌은 이런 가고일과 하피의 살벌한 돌격에도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작은 소리로 야엘을 불렀다.
“야엘!”
“예스! 마이 로드!”
그렌의 뒤에 서있던 야엘이 폭발적인 속도로 앞으로 튀어나왔다.
번쩍! 철썩!
콰직!
공간을 가르는 주홍빛 일섬!
동시에 터진 야엘의 깔끔한 앞차기!
툭, 데굴데굴!
쿵!
야엘의 바이퍼 소드에 잘린 가고일의 머리통이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뒤이어 덜렁이던 젖가슴이 터져 녹색의 피가 흐르고, 가슴이 움푹 들어간 하피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보기만 해도 얼어버릴 것 같은 야엘의 살기 찬 눈빛!
두 개의 사체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수고했다.”
“천만에요.”
그렌의 치하에 야엘의 살기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대신 자신이 언제 인상이라도 썼냐는 듯, 그를 향해 싱그러운 미소를 날리는 그녀였다.
[해모수: 와우! 깔끔한 람소드다.] [마루: 역시 엑설런트 최상급 기사다운 무시무시한 앞차기였어.] [그렌: 든든하네.] [해모수: 저걸 보고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루: 나중에 그렌 형이 저렇게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렌: 이 녀석들, 그게 무슨 소리야? 야엘이 왜 나를 때려?]그렌이 발끈하자 마루와 해모수는 작게 킥킥대며 웃었다.
[해모수: 그렌 형, 그런데 레벨이 엄청나게 올랐어요.] [그렌: 크라켄을 잡은 것 때문에 폭렙을 했나 보다.] [마루: 100레벨은 이미 한참 전에 넘겼고, 이 상태로 가면 조만간 150레벨을 가뿐하게 돌파하겠어요.] [그렌: 그렇게 되면 좋지. 나도 싱크로율이 80퍼센트를 넘기게 될 테니까 보조 스탯으로 너희들에게 도움이 꽤 될 거야.]해모수는 손을 저으며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해모수: 어휴! 그런 소리 마세요. 이미 지금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마루: 형까지 랭크가 최상급에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참 궁금하네요.] [그렌: 그보다 100레벨을 넘기니까 인벤토리가 64세제곱미터로 엄청나게 커졌다.] [해모수: 정말이네요. 공유 인벤토리도 8세제곱미터로 늘어났어요.]해모수가 입을 딱 벌리며 놀랐다.
[마루: 혹시 150레벨이 넘으면 인벤토리가 다시 배수로 늘어나는 게 아닐까요?] [그렌: 그럴 가능성이 커.] [해모수: 그럼 이제 벼락포를 대량으로 들여와도 되겠네요.] [마루: 벼락포뿐이냐? 초계정은 몰라도 작은 보트도 들여올 수 있겠다.] [그렌: 악! 그럼 난 자동차 한 대만 보내줘!]셋은 갑작스럽게 늘어난 인벤토리와 공유 인벤토리의 크기에 고무됐다.
그래서 너도나도 서로 원하는 것들을 보내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그렌의 공격과 방어는 착실하게 진행됐다.
매직 미사일 광역 방어막이 만들어지자 그는 본격적으로 가고일과 하피의 잔당을 토벌했다.
성벽을 오르내리며 교묘하게 공격을 해오던 비행 몬스터들!
고공에선 레닌을 비롯한 와이번들이, 저공에선 그렌이 매직 미사일로 싹 쓸어버리고 있었다.
그사이!
성벽을 향해 라이칸슬로프의 대공세가 펼쳐졌다.
하지만 높고 튼튼한 성벽 위에 주둔한 바이칼 전사들은 쉽게 틈을 내주지 않았다.
화살을 쏘고 바위를 던져 절벽과 성벽을 기어오르는 라이칸슬로프들을 위협했다.
설사 간신히 성벽 위로 기어 올라와도, 기다리는 것은 은으로 도금한 화살촉과 창칼의 세례였다.
[해모수: 바이칼 전사들이 많이 지쳐 보여요.] [마루: 이대로 가다간 집중력이 떨어져서 다치는 사람이 많겠어요.] [그렌: 그럼 잠시 울트라 웨이브를 멈춰야겠다.] [해모수: 어떻게요?] [마루: 뻔하지. 대형 소이탄을 쓰는 거야.] [그렌: 정답이야. 마법사들이 나오기 전에 한번 끊어줘야겠어.]그렌은 매직 미사일 광역 방어망을 그대로 두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블링크 마법을 펼쳐 성벽 상공으로 이동한 것이다.
콰앙!
곧 해안가 앞바다에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바다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얼음이 깨져 수많은 몬스터들이 수장됐다.
라이칸슬로프 웨이브도 단번에 끊기며 일시적인 공백이 생겼다.
그때를 틈타, 그렌이 마법으로 목소리를 증폭해 외쳤다.
“밥 먹고 싸우자!”
와아아아!
바이칼 전사들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지고 열렬한 환호성이 터졌다.
역시 이 짓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