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76
76화
“그, 그렇구나.”
“두 분 모두 작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으음, 미안하다.”
“아니에요. 이미 지난 일인걸요.”
서진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하지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과는 달리 아직도 그녀의 눈에는 진한 슬픔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마루는 자신이 뭔가 괜한 짓을 한 것 같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네가 학교를 1년 꿇었구나.”
“꿇다니요. 어쩔 수 없이 1년 쉰 거예요. 저 공부 잘해요.”
“그래? 알았다. 믿어줄게.”
“우이씨, 진짜라니까.”
“알았다고. 믿어준다고!”
마루는 잠시 서진아의 장단에 맞춰 말을 섞었다.
그렇게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나자 서진아의 얼굴이 한결 편해 보였다.
“설마 이 넓은 집에 너 혼자 사는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죠.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어요.”
“할머니와 단둘이? 그럼 혹시 저기 저분?”
“네, 맞아요. 우리 할머니 예쁘시죠?”
“정말 곱게 늙으셨네.”
“호호호, 우리 빌라 주변에 살고 계신 할아버지들이 매일 아침마다 집 앞으로 찾아와서 괜히 서성이는 거 알아요?”
“우와, 인기 짱이시네.”
“처녀 때는 정말 장난 아니셨대요.”
할머니의 얘기를 하는 서진아의 표정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할머니를 많이 사랑하고 또 의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하시네. 그런데 할머니는 지금 집에 안 계시니?”
“네, 삼촌댁에 가셨어요. 아마 내일 오실 거예요.”
서진아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마루는 그녀가 왜 얼굴을 붉히는지 알지 못했다.
“아 참, 오빠 배고프시죠?”
“조금.”
“그럼 우리 이제 같이 밥 먹어요.”
“생일 파티 한다며?”
“네, 오빠와 같이 밥 먹는 게 제 생일 파티예요.”
“학교에서 친구들 안 불렀어?”
“특별히 생일 파티에 부르고 싶은 아이는 없었어요. 전 그냥 오빠와 둘이서 오붓하게 생일 파티를 하고 싶었어요.”
“그, 그렇구나.”
마루는 그제야 아까 서진아가 왜 얼굴을 붉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앙큼하게도 이 넓은 집에 단둘이 있을 수 있도록… 미리 사전 작업을 벌여놓았던 것이다.
“오빠, 그렇다고 이상한 생각 하면 안 돼요.”
“무슨 이상한 생각? 너야말로 제발 이상한 생각 좀 안 했으면 좋겠다.”
“헤헤, 하긴 오빠가 뭘 해도 난 다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요.”
“푸핫!”
서진아의 말에 마루는 마시던 물을 입 밖으로 뿜어댔다.
“아이 참, 칠칠치 못하게 이게 뭐예요?”
“미안하다. 휴지 좀.”
마루는 물이 담긴 유리컵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러자 서진아는 얼른 티슈를 가져와 그의 입가와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줬다.
마루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닿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그녀가 방금 전 했던 얘기가 큰 작용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티슈를 더 뽑아 바닥에 흘린 물기를 닦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러자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 V 자로 파진 연한 브라운 원피스가 아래로 쑥 내려가며 그녀의 하얀 가슴이 적나라하게 마루의 눈에 드러났다.
꿀꺽!
마루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고개를 돌리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도저히 저 유혹 덩어리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뜨거운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마음속에서 욕망이 슬그머니 고개를 치켜들며 올라왔다.
그는 자신의 몸 일부에 급격히 피가 몰리며 부풀어 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오빠, 다 됐어요.”
서진아는 몸을 일으키다가 마루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흠칫 놀랐다.
시선이 자신의 가슴에 가있고 바지 앞부분이 불룩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을 순간적으로 캐치하곤 마루가 지금 어떤 상태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오, 오빠!”
“진아야!”
서진아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마루를 불렀다.
마루도 서진아를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처녀의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몸이 떨려왔다.
살짝 망설였던 그녀는 마루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만 맥이 탁 풀리면서 방어막이 저절로 해제가 되는 것이 느껴졌다.
서진아는 용기를 냈다.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욕망을 인내심을 발휘해 꾹 참고 있는 마루를 향해 그녀는 바짝 다가갔다.
“오빠, 나 생일 선물부터 먼저 받고 싶어요.”
“그, 그래?”
마루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미리 준비한 생일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쳐다봤다.
그러자 서진아는 그녀의 가늘고 고운 손을 들어 마루의 얼굴 한쪽을 감싸더니 살짝 힘을 줬다.
마루의 얼굴이 힘없이 그녀를 향해 돌아왔다.
“그거 말고요.”
“그, 그럼 뭐?”
서진아가 바짝 다가오자 마루는 무슨 일인지 오히려 뒤로 조금씩 주춤주춤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커다란 가죽 소파가 놓여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마루의 얼굴을,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가슴을 살짝 밀었다.
어디선가 봤던 영화 속의 로맨틱한 한 장면이 그녀에 의해 재현되고 있었다.
풀썩!
마루는 그녀의 손에 밀려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서진아는 대담하게도 그의 허벅지 위에 자신의 엉덩이를 올리고는 몸을 기대왔다.
부드럽고 따뜻한 탄력 있는 여체가 온몸으로 느껴지자 마루는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가슴에 뭉클한 그녀의 가슴이 느껴졌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그녀의 입김이 그의 귀를 간지럽혔다.
“오빠, 생일 선물로 키스해 주세요.”
“키, 키스?”
“네, 어서요.”
키스라는 말에 마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
절로 침이 삼켜졌다.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매력이 이미 자신의 몸을 거미줄처럼 꽁꽁 옭아매고 있었다.
서진아의 저돌적인 공세에 마루는 순간 김민정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촉촉이 젖은 눈망울로 자신을 그윽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그녀의 붉은 입술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그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마루의 얼굴이 서진아를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서진아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긴 속 쌍꺼풀이 다가올 일에 대한 기대와 흥분 그리고 두려움으로 인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마루의 두툼한 입술이 작고 부드러운 서진아의 입술을 덮었다.
“으음.”
서진아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비음을 흘렸다.
하지만 곧 영사(靈蛇)처럼 그의 목을 팔로 감싸 안았다.
그 소리에 불끈 달아오른 마루는 부드러운 여체를 꼭 껴안고는 정신없이 그녀의 다디단 입술을 탐닉했다.
그는 하얀 마법의 성을 단숨에 열어젖히고 뜨겁고 축축한 분홍색 대지로 침투해 들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을 몰라 수동적인 반응뿐이었다.
하지만 점차 프렌치 키스에 익숙해지자 나중에는 오히려 자신보다 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여유가 생긴 마루는 한 손으로 그녀의 등과 허리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론 그녀의 긴 다리를 매만졌다.
매끈한 그녀의 다리는 손에 착 감기는 맛이 있어서 만지면 만질수록 기분이 좋았다.
발목에서부터 허벅지까지 부드러운 손길로 쓸어줄 때마다 그녀는 살짝 몸을 뒤틀며 자꾸 움찔거렸다.
한참 동안 프렌치 키스를 하면서 다리를 만지던 그의 손이 어느 순간!
그녀의 복부를 타고 올라가더니 단숨에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아흑!”
기습적인 공격에 놀란 서진아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비음이 새어 나왔다.
마루는 한 손 가득 느껴지는, 한없이 풍요롭고 부드럽고 매끈하고 따뜻한 여인의 심벌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것은 서진아도 마찬가지였다.
강하고 거친, 때론 부드럽고 친절한 손길이 그 누구도 오르지 못한 산봉우리를 점령했다.
순간 그녀는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마루와 서진아의 호흡이 점차 거칠어졌다.
뜨거운 입김이 서로에게 마치 불을 지르는 형국이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른다면 아마 두 청춘 남녀는 결국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서로를 향해 뜨겁게 열정을 불살라 버릴 것이다.
삐삐삐삑, 삑삑삑!
차르르릉, 철컹!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전자 도어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곧바로 자물쇠가 철컥하고 돌아갔다.
“어? 할머니다.”
마루와 서진아는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둘은 급히 흐트러진 옷매무시를 고치고는 서로를 쳐다봤다.
마루는 서진아의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손으로 한번 만지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줬다.
그 모습에 서진아는 환하게 웃으면서 마루의 입술에 번진 자신의 립글로스를 손으로 닦아줬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전보다는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서진아는 마루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할머니!”
“아이고 우리 강아지. 뭐 하고 있었어?”
“생일 파티 하고 있었어요.”
“그래? 그럼 내가 너무 일찍 온 건가?”
“아니에요. 할머니. 일찍 잘 오셨어요.”
“저 청년은 누군…고? 아! 지난번에 네가 말하던 그 청년이냐?”
“네, 할머니.”
서진아의 할머니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손녀인 서진아가 다가오자 할머니는 두 팔을 벌려 꼭 안아줬다.
손녀를 안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사랑과 애정이 넘치다 못해 뚝뚝 떨어졌다.
서진아가 살포시 품속에서 떨어져 나가자 할머니는 이내 시선을 마루에게 돌렸다.
마루는 서진아의 할머니가 자신을 보자 대뜸 고개를 숙이고는 인사부터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마루입니다.”
“반가워요. 난 보다시피 진아의 할머니 되는 사람이에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래요. 그럼.”
할머니는 마루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할머니,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응, 먹고 들어왔다. 내 걱정 하지 말고 어서 가서 생일 파티 해라.”
“같이해요, 할머니. 할머니도 제 생일 축하해 주셔야죠.”
“나는 좀 이따 나오마. 늙었어도 그 정도 눈치는 있지. 할미는 빠져줄 테니 잠깐이라도 둘이서 오붓한 시간 보내거라.”
서진아는 저녁 식사를 같이할 생각으로 물으며 권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부드러운 미소를 한번 짓고는 안방으로 쑥 들어가셨다.
“삼촌댁에 가셨다며?”
할머니의 말에 얼굴을 붉히던 서진아는 마루가 묻자 자신의 두 손을 살짝 들더니 어깨를 으쓱 치켜올렸다.
그녀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그러게요. 뭔 일이 있으셨나? 아 참, 배고프다고 했죠? 이리 오세요.”
서진아는 할머니가 일찍 집에 돌아오신 것에 대해 별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마루가 배고픈 것이 그녀에게는 더 중요했다.
그녀의 손에 잡혀 부엌 앞에 놓인 식탁으로 가자 마루의 눈이 절로 크게 떠졌다.
“이야, 진수성찬이네?”
“헤헤, 이거 전부 제가 요리한 거예요.”
“정말?”
“네, 제 꿈이 요리사거든요.”
“요리사? 그거 좋다.”
마루는 순간적으로 서진아가 에이프런을 하고 매일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서진아는 요리사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마루가 좋아하는 것 같자 신이 났다.
“혹시 몰라서 밥과 김치찌개, 잡채를 준비했어요. 하지만 오늘의 메인 요리는 랍스터예요.”
“랍스터면 바닷가재 아냐?”
“맞아요.”
“나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
“정말요?”
“응, 진짜로 한 번도 안 먹어봤어. 대게는 몇 번 먹은 적이 있는데 바닷가재는 처음이야.”
“잘됐네요. 그럼 먼저 제가 만든 특제 샐러드와 클램 차우더(Clam chowder) 수프를 먹도록 해요.”
마루는 그저 탁자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서진아는 그의 접시에 샐러드를 올려주고 자신이 직접 개발한 소스를 뿌려줬다.
마루가 포크를 집어 샐러드를 먹고 나더니 눈이 휘둥그레지자 그녀의 눈가가 호선으로 변했다.
“맛있다.”
“정말요?”
“응, 진짜 요리사가 만든 것 같아.”
마루는 아낌없이 칭찬을 해줬다.
서진아는 그의 칭찬에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그녀는 그의 접시에 마늘빵을 잘라 올려줬다.
그릇에는 클램 차우더 수프를 예쁘게 담아 가지고 왔다.
“설마 이 빵도 진아가 만든 거야?”
“네, 제가 직접 구운 거예요. 어때요?”
“난 사온 건 줄 알았어. 정말 부드럽고 맛있다.”
“헤헤, 클램 차우더 수프도 좀 들어보세요.”
연하고 담백한 대합과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토마토, 양파, 셀러리, 감자, 당근 등을 넣고 푹 끓인 것이 클램 차우더 수프다.
마루는 전문가의 향기가 느껴지는 수프에 마늘빵을 찍어 먹다가 바로 스푼을 들어 그릇에 담긴 클램 차우더 수프를 떠먹었다.
향긋한 향기가 나는 수프가 입안으로 들어오자 그의 혀와 미각을 맹폭격했다.
“우와! 이거 진짜 맛있어.”
마루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의 맛에 놀란 표정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냈다.
그에 비례해 서진아의 행복 지수도 급격히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