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78
78화
“클럽에 가서 춤추자고?”
“네, 혹시 춤 못 춰요?”
“뭐 그렇게 썩 잘 추진 않아.”
“그래도 괜찮아요. 그냥 내 앞에 서있기만 하세요.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요.”
마루는 도대체 그녀가 뭘 알아서 한다는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민정의 보드랍고 차가운 손에 이끌린 마루는 결국 뉴탑 호텔 지하에 위치한 펜타곤 클럽을,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가게 됐다.
목요일이라서 입장료는 받지 않고 손목에 띠를 하나 붙여줬다.
그녀는 클럽에 도착하자마자 입고 있던 긴팔 옷부터 훌러덩 벗어버렸다.
배꼽이 드러난 하얀 민소매에 몸에 착 달라붙는 하얀 바지를 입은 그녀의 몸매는 눈부시게 빛났다.
오천 원의 보관료를 내고 자신의 가방과 옷을 비롯한 소지품을 몽땅 맡긴 김민정은 벌써부터 귀청을 울리며 들려오는 비트에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입구로 들어가자 심장을 자극하는 강력한 사운드와 함께 그들의 몸을 후려갈기는 비트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천장 사방에선 정신없이 조명이 번쩍거렸다.
녹색의 레이저는 온갖 신기한 모양으로 바뀌어 가며 벌써부터 플로어를 채운 젊은 남녀들의 몸을 물들여 갔다.
쿵쿵, 쿠쿠쿵, 쿵쿵, 쿠쿠쿵!
그녀는 천천히 비트에 몸을 맡기고 살랑살랑 어깨를 흔들며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의 플로어는 벌써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조금 일러서 그런지 2층은 한산한 편이었다.
이런 곳에서 테이블을 잡으면 술값이 엄청 나온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는 조금도 걱정을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마루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저 그녀의 손에 이끌려 디제이 박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2층의 제일 앞쪽 명당자리에 앉았다.
김민정은 자기가 알아서 주문도 하고 계산도 다 하는 것 같았다.
마루는 잠시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어 아래쪽으로 돌렸다.
옷을 입은 건지 안 입은 건지…….
벌거벗다시피 한 성형 미녀들이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면서 스트레스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일부러 섹시함을 드러내려고 입은 옷, 아니 천 조각 사이로 성형 보조물이 들어간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하얀 살덩이의 물결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넘실거리고 있었다.
마루는 자극적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여자들의 모습을 정신없이 쳐다봤다.
아마 그게 불만이었을까?
김민정이 그의 옆으로 다가와 바짝 몸을 들이대며 속삭였다.
“오빠, 우리도 춤추러 갈까요?”
“그, 그래.”
김민정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히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마루는 속절없이 그녀의 손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갔다.
1층 플로어로 내려가지 않고 계단이나 2층의 난간에 기대어 춤을 추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김민정은 굳이 마루를 이끌고 사람들이 많은 1층 플로어의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갔다.
쿵 쿠궁, 쿵 쿵, 쿠궁 쿵…….
일렉트로 하우스와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뮤직이 온몸을 쳐대는 플로어는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 사이를 뚫고 김민정이 마루의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가자 마치 홍해가 갈리는 것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춤추고 있던 젊은 남녀들이 김민정의 미모를 본 순간, 놀라서 얼른 길을 열어준 것이다.
사람의 미모만으로 이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 마루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마루는 하우스 음악(House Music)이나 조금 하드한 느낌의 일렉트로 하우스(Electro house)보다는 힙합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자신의 음악 취향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마루는 자신의 주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젊은 남녀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며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그런데 그의 앞에 선 김민정은 이미 일렉트로 하우스 음악에 푹 빠진 채 상체와 하체가 완전히 따로 노는 절정의 댄스 실력을 보여주며 플로어를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헬스를 비롯한 온갖 운동으로 다져진 그녀의 늘씬하면서도 탄력 있는 풍만한 몸매!
비트에 맞춰 흔들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하얀 옷을 입어서 그런지 그녀가 춤을 추는 모습은 유난히 조명을 잘 받았다.
일부러 알고서 이런 옷을 입고 클럽에 놀러온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어쨌든 클럽 안의 남자들은 그녀가 춤추는 모습에 넋을 잃고 쳐다봤다.
마루는 다른 사람들처럼 김민정과 떨어져서 춤을 추지 않았다.
그녀와 바로 몸을 맞대고 가끔은 살짝살짝 부딪쳐 가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폭발적인 매력과 유혹적인 움직임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김민정은 신나게 춤을 추면서도 마루를 눈여겨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춤을 출 때 남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 누구보다도 본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마루의 행동에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행여나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시선을 자꾸 그녀의 뒤쪽으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정직해서 바지 앞쪽이 벌써부터 불룩해진 상태였다.
김민정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남자의 반응을 보이는 마루를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가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
김민정은 사실 마루가 밝힌 엄청난 얘기를 듣고 난 후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사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잔뜩 쌓였다.
어떻게든 이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마침 자신에게 이런 번뇌를 가져다준 마루의 뻔뻔스러운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원인 제공자인 마루에게 조금이나마 복수해 주고 싶은 앙큼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술을 마시자는 핑계로 마루를 일부러 클럽에 데리고 온 것이다.
작전은 일단 성공이었다.
탄탄한 마루의 몸을 기둥 삼아 야릇한 섹시 댄스를 추는 게 재미있었다.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자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아 마음도 가벼워졌다.
일부러 자신의 몸의 일부를 마루에게 가져가 부딪칠 때마다 곤혹스러워하는 마루를 쳐다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반대로 그의 민감한 부분을 춤을 추면서 살짝살짝 자극하며 반응을 보는 것도 유쾌했다.
하지만 반대 입장인 마루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아! 이거 오늘 정말 잘못 걸렸네. 아주 날 말려 죽일 셈인가? 오늘 민정이가 나한테 왜 이러지? 아니 정말 오늘 무슨 날이야? 진짜 돌아가시겠네.’
마루는 심장의 박동을 자극하는 비트와 자꾸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김민정의 야릇한 몸짓에 몸의 일부가 자극받아 살짝 아프기까지 했다.
그는 이러다 정말 난리 나겠다 싶어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러다 문득 마이티 파워 포스 & 포스 연공법이 생각났다.
이제 가장 기초가 되는 포스를 느꼈으니 그가 수련하고 있는 포스 연공법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만 했다.
마루가 익히고 있는 포스 연공법의 두 번째 단계는 첫 번째 단계와는 달리 몸을 움직이며 수련하는 동공이었다.
첫 번째 단계로 포스를 만들고, 두 번째 단계로 포스를 움직이는 기초를 다진다는 말이다.
마루는 생각난 김에 포스 연공법의 두 번째 단계를 천천히 실행했다.
그러자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한 몸동작이 튀어나왔다.
‘어라? 이게 아닌가?’
이번에는 조금 빨리 그리고 동작을 좀 끊어서 해봤다.
나름 근사한 몸동작이 만들어졌다.
뭔가 그럴싸해진 동작에 맛을 들린 마루는 이번에는 관절을 꺾을 때 몸과 근육을 튕기는 것처럼 탄력을 주며 강약을 조절했다.
그러자 마치 팝핀 댄스(Poppin dance)를 추는 것처럼 상당히 독특한 모양의 안무가 만들어졌다.
‘이거 재밌네.’
마루는 더 이상 김민정의 장단에 놀아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만의 춤의 세계에 조금씩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포스 연공법의 두 번째 단계를 지나 세 번째 단계의 몸동작을 자신의 춤에 접목했다.
포스 연공법의 세 번째 단계의 특징은 허리를 중심으로 하체를 단련하며 포스를 흐르게 하는 것이다.
마루가 포스 연공법의 세 번째 단계를 응용하자 그의 몸이 김민정의 앞에서 벗어나 마치 물 위를 흐르는 모습으로 그녀의 몸 주위를 흐느적거리며 돌아갔다.
상체는 팝핀 댄스처럼 몸이 팡팡 튕기고 하체는 반대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흐느적거리는 전혀 상반된 동작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은 금세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특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별로 거부감이 없는 클럽의 마니아들이 마루의 춤을 지켜보며 눈을 빛냈다.
김민정은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아름다운 여자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는 거의 신이 내린 것 같다.
하지만 이곳은 강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유명한 클럽이다.
미모만 따지면 거의 동급의 미녀들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발에 차일 정도로 많은 곳이다.
그런 클럽의 미녀들이 하나둘씩 마루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의 주위로 서서히 모여들었다.
‘어라? 이것들은 또 뭐야?’
마루가 이상한 몸동작을 보이며 특이한 춤을 추자 김민정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갑자기 그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여자들로 인해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대놓고 마루를 유혹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옆에서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
멋진 춤에 감탄했다는 듯, 함께 즐기는 수준이었다.
김민정이 클럽의 죽순이 생활을 조금만 했어도 이게 지금 낚시를 시작하기 전에 살짝 간을 보는 단계라는 것을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춤 실력과는 다르게 클럽에서 밤을 새우며 노는 닳고 닳은 여자들의 남자 꾀는 노하우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김민정에게 대시를 하는 남자는 꽤 많았다.
그러나 그녀가 직접 남자에게 대시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김민정은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순진무구할 정도로 무지했다.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은 그저 조금 더 마루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마루의 행동을 통해 둘 사이가 연인이 아닌 것을 간파한 클럽의 여자들은 오랜만에 보는 신선한 먹잇감을 그냥 내버려 둘 정도로 순수하지 않았다.
호기심 반, 질투 반!
여자들은 그런 마음으로 묘한 매력을 풍기는 마루에게 조금씩 다가와 적극적인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그제야 김민정은 뭔가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던가?
그녀가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을 먹는 순간!
이미 김민정과 마루 사이에는 여자들이 밀고 들어와 인의 장막을 깔았다.
암묵적으로 그녀에게 엿을 먹이자고 작정하고 달려든 것이다.
김민정이 고개를 들어 마루를 쳐다보니 그의 사방에는 미녀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부비부비 춤을 춰대고 있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했다.
그녀의 남자를 빼돌려 춤을 추고 있는 여자들은 마루의 몸을 손으로 슬쩍슬쩍 만져보며 하나같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루의 몸이 탄탄한 근육으로 뒤덮여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 순간, 여자들 사이에도 마루에 대한 보이지 않는 쟁탈전이 벌어졌다.
몇 미터 밖으로 밀려나 안쓰러운 표정으로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김민정!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비참한 심정이 되어버렸다.
그때였다.
때마침 고개를 든 마루와 김민정의 시선이 허공에서 정통으로 마주쳤다.
마루는 심장을 울리는 비트에 맞춰 포스 연공법의 2단계와 3단계를 응용하다가 포스의 미묘한 흐름을 감지했다.
그것에 집중해 몸을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그는 자신만의 춤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자꾸 뭉클거리는 것들이 자신의 몸을 비벼왔다.
그로 인해 움직이는 동작이 자꾸 끊어지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민정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들자 김민정은 눈앞에 보이지 않고 엉뚱한 성형 미인들만 주변에 잔뜩 몰려와 있었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끈적거리는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몸을 비벼댔다.
눈에 힘을 주고 주변을 살펴봤다.
멀지도 않은 고작 몇 미터 밖에서… 마치 세상이 다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한 김민정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여자들에게 점차 밀려 조금씩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었다.
마루는 사람이 바글거리는 플로어 한가운데에서 민정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가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팝핀 댄싱을 하는 것처럼 절도가 있었다.
또한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것처럼 경쾌했다.
자신을 가로막는 사람들 사이로 이동하는 마루!
그는 마치 바위 사이를 졸졸 흐르는 개울물처럼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