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ck Driver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99
그러나마수들의 공격이 나의 몸에 상처를 입히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나를 향해 돌진해오는 마수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시야를 차단당한 듯 내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딱히 눈을 감은 것도 아니고 멀뚱히 뜬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내 시야를 가린 물건의 정체가 트럭에서 튀어나온 두꺼운 판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무래도 멜이 능력을 발동해 녀석들과 나의 사이에 벽을 만들어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여기서 웅크린 채 있을 필요는 없다. 나는 지면을 기듯 네발로 바퀴가 보이는 방향에 빠르게 달려갔고 거의 도착하는 타이밍에 맞추듯 내 위를 가린 벽이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져 밝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를 쳐다볼 여유는 없기에 몸을 일으켜 세운 채 미리 열려진 운전석의 문으로 뛰어들듯 다이브 했다.
몸의 안전을 생각하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뛰어든 탓에 머리와 몸 곳곳에 운전석 안의 울퉁불퉁한 곳에 부딪쳐 비명을 내질렀지만 고통의 비명이나 신음을 흘리는 것보다 먼저 열려진 문을 쾅! 하고 닫았다.
“하아… 하아… 뒤지는 줄 알았네.”
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를 쓸어내리며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워 좌석에 몸을 맡긴다. 투득! 투득!
하고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려와 그쪽에 시선을 돌린다. 우리를 노렸던 그 마수들이 몸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머리로 트럭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흠….”
`개떼처럼 몰려들어 트럭을 두드리는 모습은 어찌 보면 소름이 돋을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나의 상태는 지극히 냉정했다. 초기의 트럭이라면 시동을 걸거나 멜의 능력을 발동시켜 녀석들을 몰아냈을 테지만 장갑차급의 방어력을 손에 넣은 지금은 소형 마수가 얼마나 덤벼든다고 해도 무서울 것이 없다. 적어도 녀석들이 아무리 덤벼봐도 외부 장갑을 뚫기는커녕 유리창조차 뚫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이 트럭 안은 그 어떤 곳보다 튼튼하고 안전한 셸터
라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여유가 넘치다 못해 철철 흐르는 상황 속에서 이후 어떤 전개로 일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대로 트럭을 몰고 바다로 도망을 가도 괜찮고 귀찮은 마수 놈들을 상대로 싸워도 괜찮다. 트럭이 있는 한 도망 가든 싸우든 뭐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 싸울까?”
트럭을 두드리는 마수들의 소리 속에서 나직하게 소리를 내어 본다.
“마음대로 하지그래?”
“삼촌이 원하는 대로 해.”
자신들의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두 사람이 그런 반응을 보내온다. 뭐.. 지금 상황에서 위협이 될만한 요소는 없었기에 뭐든 상관없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승산이 없거나 위험한 일이라면 이렇게 호전적으로 나오지는 않겠지만.. 지기가 더 힘든 상황에서 꽁무니를 빼는 것도 탐탁지 않기에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녀석들을 죽이면 정령석이라는 비싼 물건이 굴러 들어오는 마당에 도망가는 것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럼 한탕 벌어볼까!”
무 의미한 공격을 계속하는 마수들을 정리하기 위해 멜에게 명령을 내렸다.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외피에서 날카로운 가시가 튀어나와 마수들의 몸을 사정없이 꼬챙이로 만든다. 순식간에 이것 저곳을 꿰뚫린 채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며 생명(혈액)을 흩뿌리는 녀석들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마수 상대로 동정을 할 정도로 착하지는 않다. 그저 그 애처로운 모습을 보며 빨리 뒤져라라는 무덤덤한 말
을 내뱉을 뿐이었다. 고슴도치처럼 빳빳하게 세워진 가시에 꿰뚫린 마수들 일부는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고 덕분에 시야도 어느 정도 확보가 됐다. 과연 녀석들도 그렇게까지 멍청한 것은 아니기에 날카롭게 세워진 가시에 둘러 싸인 트럭에 접근한다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은 하지 않은 채 하늘 위로 도망갔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제법 수를 줄였다고 생각한 데에 비해 제법 많은 수가 하늘 위에 날아올라 있다. 원거리 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닿지 않을 만큼 높게 날아올라 이쪽의 상황을 살피듯 주변을 서성이는 마수들의 모습을 올려다본다.
저쪽도 접근하지 않는 이상에는 그 어떤 공격도 할 수 없는 것인지 공격 행위는 없다. 그렇다면…
“멜 쏴버려.”
“응 알았어.”
딱하고 손가락이 튕겨지자 트럭 위에서 솟아난 가시가 기세 좋게 사출된다. 비록 그 길이는 기껏해야 4, 50CM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몹시 짧았지만 중형 마수와 비교해 몸집이 작은 녀석들에게 치명상을 선사하기에는 충분한 길이와 굵기였다.
수십 개의 가시가 단숨에 하늘 위로 쏘아지며 날아오른 마수들의 몸을 사정없이 꿰뚫고 박혀갔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일부가 새빨간 비를 지면에 내리게 하며 지면에 거칠게 추락해 절명해 간다. 그중 공격을 피해 살아남은 녀석들은 더 높게 하늘 위로 날아갔고 급소는 아니지만 가시가 몸에 박힌 녀석들은 점점 기세를 잃고 고도를 떨어트려지면과 가까워져 결국에는 착지했다. 상처에 의해 고도를 유지하거나 날수 있을 만큼의 힘을 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지면에 내려온 이상 굳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처리할 방
법은 있었기에 멜에게 운전석의 일부를 오른팔로 바꾸게 해 장착한 뒤 그대로 단단한 지면에 두 다리가 묶인 듯 서있는 녀석들을 향해 질주했다. 툭! 툭! 하고 뽁뽁이가 터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차체가 살짝 들썩인다. 바퀴가 회전을 할 때마다 첨벙첨벙하고 물장구치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물론 이곳은 육지고 물이라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장소였지만.. 질량의 덩어리 그 자체인 트럭이 지면에 못 박힌 마수들의 몸을 거칠게 짓누른 덕분에 그 근처의 일대는 피로 이루어진 웅덩이처럼 흥건했다. 로드킬로 지상에 추락한 마수들을 정리 한 뒤 아직 하늘 위에
남아있는 마수를 재차 올려다본다. 녀 석들은 자신의 동료들이 처참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경계를 하는 것인지 내려올 생각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지.. 포기했다고 한다면 그대로 도망갈 터인데 아직까지 저 높은 하늘 위를 맴도는 것으로 봐서 퇴각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이대로 원거리 공격으로 쏴서 격추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굳이 멜의 능력을 낭비하면서까지 잡을 메리트가 적다.
방금 전 처리한 수만 해도 상당한 수였기에 하늘 위에 떠있는 수는 기껏해야 20마리 남짓이다. 과연 자원(영력)을 할애하면서까지 녀석들을 잡을 메리트가 있을까? ………. 없다. 저 정도 거리라면 한두 번 정도 쏘는 걸로 녀석들을 전멸시키는 것은 힘들다. 그렇다는 것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령석을 버는 것보다 낭비하는 양이 더 많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리스크를 안고서 잡는 것은 어리석다.
“좋아! 그럼 방치하고 정령석이나 회수할까.”
트럭의 무서움을 알고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이쪽은 여유롭게 정령석을 회수하기로 한다. 이대로 정령석을 회수해 이 장소를 벗어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녀석들이 하늘 위에서 맴돌고 있는다고 한다면 내버려 둬도 문제없을 것이었다. 물론 녀석들이 목숨을 걸고 공격을 감행해올 가능성도 있지만 그때는 멜의 능력으로 처리하고 유유히 정령석을 회수해
자리를 뜨면 될 일이다. 좌석과 연결된 오른팔을 떼어낸 뒤 문을 열어 밖으로 나온 잽싸게 떨어진 정령석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섬에서 보던 탁한 정령석이 아니라 도도하게 광채를 뿜어내는 일반적인 물건들이다. 부지런하게 주우며 하늘 위를 바라본다. 내가 밖으로 나와있는 것이 보일 터인데도 트럭을 경계하듯 고도를 내리는 일은 없어 보였다. 녀석들도 직접적으로나 본능적으로나 트럭에게 이길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내려올 일은 없을 터지만.. 여러 번의 경험에 의거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
다. 그렇게 눈에 띄는 정령석을 부지런하게 트럭에 주워 나를 때쯤…
“삼촌!”
“박스터!”
소유와 멜이 나를 불렀다. 그러나 두 명의 시선은 나를 보고 있지 않고 트럭의 앞창을 통해 정면을 보고 있다.
“진짜냐….”
허리를 굽혀 정령석을 꾸준히 주우며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며 숨을 삼킨다. 저 멀리서 마수 한 마리가 오고 있다. 이미 도시 한복판에 100마리 정도의 마수가 날뛰어 온 마당에 한 마리가 더 나타났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단지 그 마수가 다른 소형 마수와는 다르게 제법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즉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은 ‘중형 마수’ 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숨을 삼킬 정도로 내가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녀석들의 생태계는 나도 잘 모른다. 녀석들이 이런 도시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몇 번씩 출몰한 것을 보면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중형 마수가 나타난 것 자체는 놀라웠기는 하지만 숨을 삼킬 만큼 놀라울만한 일도 아니다. 내가 놀란 것은 좀 더 다른 이유…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간’이다. 인간을 보고 놀랄게 뭐가 있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수’와 나란히 달려오는 ‘인간’들이라면 어떨까?
그야말로 아군이라는 느낌으로 마수와 병사들이 나란히 선채 다가오고 있다. 어찌 보면 마수를 호위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는 진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수가 주변의 인간들을 어떻게 하려는 것 같은 모습은 안 보인다. 물론 인간 측도 마수를 향한 적의나 살의 같은 것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바로 옆에 커다란 마수가 쿵쿵 거리며 뛰고 있는데도 위축되는듯한 상태는 아니다. 그 모습을 보내 내가 추측했던.. 쉽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무맹랑한 설에 진실 미가 갖추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봐도 마수와 병사들의 관계는 적이 아니라 아군.. 그것도 상당히 익숙해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쉽게 믿을 수가 없다. 마수와 인간이 편을 먹는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마수와 병사들의 집단을 보자니 싫어도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진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내지르며 손안에 쥔 정령석을 강하게 쥔 채 서둘러 트럭 안으로 돌아와 내팽개치듯 콘솔박스에 내
던지고 오른팔을 착용해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게 핸들과 기어 위에 올려뒀다. 그리고 어느새 달려온 병사들과 중형 마수는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우뚝 멈춰 섰다. 여전히 잘 훈련된 듯 흐트러짐 하나 없는 진형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저 믿을 수 없는 상황.. 인관가 마수가 한편이 되어 싸운다고 하는 것은 꿈이나 망상 같은 게 아니라 현실인 모양이었다. 게다가…
“정령 전차를 부셔라!”
병사들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어 외치는 명령의 말그것에 반응한 마수가 고개를 추켜 올린 채 흥분에 찬 듯한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곧장 트럭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진짜로 세상이 미쳐 돌아가기로 했나..!”
부정하고 믿지 않으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은 명백하게 인간과 마수가 공투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뒤틀린 이놈의 세계에 당혹스러워 죽을 맛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5년에 아드리아나가 점령된 지 2년 게다가
왕국이 아닌 제국이라는 곳이 마수와 한편을 먹고 있는 상황… 당혹스럽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 작품 후기 ============================사실 원래 쓰던 2부가 과거편이고 3부가 몇년 후의 미래로 할 예정이었습니다.
단지 다른분들 반응도 그렇고 쓰면 쓸수록 뭔가 분량을 늘리려고 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굳이 2부 내용을 집어넣야아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냥 과거편의 내용에 중요한 떡밥만 빼와서 지금 편에 집어넣어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100화 넘는 분량이 날아간건 슬픕니다만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p.
s다다음화에는 성인버전의 누군가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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