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ck Driver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302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나도 바뀌어 버린 소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의문이 들던 중
“그런데 박스터여. 그대의 얼굴에 짙은 고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구나. 괜찮다면 나에게 말해보거라.”
다 알고 있다고 한 것이 아니었나…? 아니 그것보다 이 녀석에게 말한다고 뭔가 뾰족한 해결책이 나온다고 할 수 있을까? 그야 지금 상태라면 음담만 입에 달고 살던 머리 나쁜 그때와
는 다르게 조금 정도는 도움이 될 듯 보이기도 한다. 아이같이 말도 짧고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해가며 하던 모습과 다르게 지금은 유창하게 그럴싸한 말들을 내뱉고 있기도 하고…
“음…”
나는 고민했다. 소유 본인에게서는 가끔 조언을 받기도 하고 그것이 좋은 쪽으로 향했던 적도 있기는 하지만 분신치에게서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하지만 전의 분신체보다는 믿음직스러운 지금의 상태에 일말의 기대를 품고 지금의 상황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대는 음탕 그 자체구나!”
“어제의 너에게 그대로 해주고 싶은 말이야.”
일말의 기대를 품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딴 말이다. 기대를 한 내 잘못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유가 있기에 어쩔 수 없구나.”
의외의 말이 추가되어 돌아왔다.
“여기는 내가 발 벗고 도와줄…”
“잠깐 기다려!?”
분신체는 다짜고짜 앞창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려 했다. 도와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솔직하게 말해 불안하다. 이 녀석의 시선이 향한 곳은 슬슬 시야에서 사라질 것 같은 아린의 등 뒤였다. 그렇다는 것은 목적지는 아린이라는 것…
“아린한테 가서 뭘 할 생각이야?”
“이상한 걸 묻는구나. 당연히 박스터 그대와 저 처자가 교합할 수 있게 하려는 게 아닌가?”
여러 가지 의미로 변했지만 여전히 이 녀석의 태도는 뭔가 짜증을 유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히려 예전처럼 틱틱거리며 평범하게 말하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음담을 입에 달고 살던 어제보다야 확실히 낫지만…
“그대가 가봤자 저 중생이 진실을 믿어 줄 것 같지도 않고.. 여기는 제삼자인 내가 대신 말해주도록 하지.”
분신체는 무념무상이라는 것을 재현한듯한 얼굴로 말했다. 믿음직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한 것 같기도 한.. 미묘한
느낌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상 한번 믿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알았어. 그럼 부탁할게..”
적어도 섹스해! 교미해! 등등의 충격적인 발언이 토해져 나올 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해 분신체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럼 그대는 천천히 트럭을 끌고 오게.”
그렇게 말한 분신체는 그대로 창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아린이 있는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하아…”
믿어보기로는 했지만 여전히 잔존하는 불안감을 표출하듯 커
다란 한숨을 내쉬며 운전대를 잡고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바짝 붙는 것은 결과가 두려웠던지라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분신체와 아린의 모습을 적당하게 관찰하기로 했다. 그리고 곧이어 날아간 분신체가 아린과 접촉했다. 이야기는 들리지 않지만 가부좌를 튼 상태로 눈이 있는 위치에서 체공한 분신체는 약간 긴 시간 동안 무엇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내뱉은 것인지 불안과 호기심에 견딜 수가 없어 차량을 조금 더 가까이 이동시킬까도 고민하던 나였지만.. 휙! 하고 아린의 고개가 내 쪽으로 돌려지는 것을 보고는 그
만두기로 했다. 여전히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얼굴… 다만 눈썹이 조금 위로 올라가있는 것으로 보아 분신체에게 무슨 말을 듣고 놀란 것 같았다.
“도망갈 준비라도 해야 하나…?”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괜스레 퍼져 나오는 불안감에 기어를 후진으로 돌릴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분신체는 입에 모터를 단듯 쉴 새 없이 무엇인가를 아린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
말을 끝마치는 것이 무섭게 아린이 트럭을 향해 달려왔다. 심지어 무표정한 얼굴이 괴로운 듯 찡그러져 있었다. 도대체 저 녀석(분신치)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길래 이런 반응인 것인지 무서웠던 나는 본능적으로 기어를 후진으로 돌리고 엑셀을 밟으려고 했지만 아린이 트럭에 도착하는 것이 더 빨랐다. 탁! 운전석의 문에 찰싹 달라붙은 채 막혀있는 유리창을 통해 나
를 바라보는 아린
“………..”
아무래도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주 짧게 심호흡하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한 뒤 찰싹 달라붙어있는 아린이 다치지 않게 조심스레 운전석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아저씨..!”
다짜고짜 나의 품에 뛰어들어와 안겼다..
아니 안았다.
“어? 어?”
너무나도 큰 태도의 변화에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어딘가의 찌찌 악마처럼 사람을 쓰레기 보는듯한 혐오의 시선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나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던 아린이 이런 식으로 껴안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거기에.. 감정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 아린치고는 목소리에 묘한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
영문을 모른 상태로 품 안에 안긴 아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이렇게 된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라 생각되는 분신체에게 시선을 향한다.
“……….”
둥실둥실 앞창의 근처까지 다가와 있기에 곧장 눈이 마주쳤고 분신체는 척! 하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 녀석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이런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거지? 당연한 의문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렇지만 이러한들 저러한들 이 상황을 유도해준 것 자체는
몹시 고맙게…
“아저씨? 왜 말 안 했어?”
“응.. 뭐가?”
“저주에 걸렸다는 거.”
“저주?”
생각지도 못한 아린의 발언에 고개를 비틀어 확인하듯 되묻는다.
“교미하지 않으면 죽는 거잖아? 왜 진작에 말 안 해줬어.”
“아아아………….”
대답을 회피하듯 말을 흐리며 분신체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교미하지 않으면 죽는 저주는 뭐야? 너무 신박한 저주인지라 기가 차 말도 나오지 않는다. 아니 그것보다… 종교 운운하면서 한 발언들을 뒤집어엎는 거짓말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했다는 것 자체가 녀석의 실체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이비 놈..!
“저기 아린…”
아무리 그래도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거짓말은 아니라 싶어 사실을 고하려고 했다.
“겨우.. 아저씨한테 빚을 갚을 수 있게 됐네…”
“……………”
진실을 고하려던 소리가 쑥하고 들어간다. 빚을 갚는다. 그 말인즉슨 아린이 간접적으로 나와의 관계를 수락한다는 말이었다.
죄악감은 느끼지만 그야말로 내가 바라던 전개 그 자체다. 이대로라면 아린은 별다른 저항 없이 나를 받아들여줄 터.. 그렇지만 역시 거짓말로 속이는 것에는 저항이 있다. 그것도 터무니없는 거짓말… 섹스를 하지 않으면 뒤진다고 하는 무슨 사춘기 소년의 망상을 구현화시킨듯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아무것도 모르는 아린에게 들이민다는 것에는 양심에 찔렸다. 그것도 엄청나게… 하지만 이것은 틀림없는 기회였다.
만약 여기서 그건 거짓말이야라고 말한다면 다시 아까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아니.. 오히려 상태가 심각해질 것이다.
“큭…”
내 안에서 상반되는 두 개의 존재가 갈등을 조장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천사인 나와 악마인 나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의 거짓말을 좋지 않다고 말하는 나이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아린과 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 그대로 속여먹으라는 나
이 두 존재가 내 머릿속을 복잡할 정도로 휘저으며 서로의 의견을 선택지 안에 억지로 밀어 넣는다.
“크그극…”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선택지의 기로에 이를 꽉 깨문 채 고민하는 나.. 그러던 중 어느새 바로 옆까지 날아온 분신체와 눈이 맞았다. 그리고 악함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느껴지지 않는 투명한 그 눈은 ‘해버려’라고 말하는 듯 느껴졌다. 신의 대리인 혹은 사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한 모습이었지만 녀석은 그야말로 ‘악마’ 혹은 악의 화신 같았다.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아슬아슬 평행을 유지하고 있던 선택의 기로는 녀석의 눈빛에 의해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었다.
“저기 아린…”
“응?”
“그.. 나랑… 해주지 않을래?”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의 꼬임이 넘어간 나의 입에서는 자연스레 원래 해야 할 부탁의 말이 그럭저럭 매끄럽게 흘러나왔다.
“응.. 알았어. 아저씨가 또 죽는 건 싫으니까.””
나를 올려다본 채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하는 아린그러나 부끄러움을 나타내듯 주근깨가 나있는 뺨에 홍조가 지어져 있었다. 아무리 감정의 표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해도 다 큰 처녀가 쿨하게 받아들이기네는 몹시 어려운 부탁이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 아린은 받아들여주었다. 무한에 가까운 감사의 마음과 그런 아린을 속였다는 죄악감에 가슴이 욱씨 거린다.
“평원에 도착하면 야영을 할 예정이야.”
그런 심정을 모르는 아린은 붉어진 얼굴을 한채 수줍은 처녀 그 자체의 모습으로 나의 시선을 슬쩍 피하며 말을 했다.
“그때 올게.”
미약하지만 입가에 느슨한 미소가 띄워진 아린은 그 말과 함께 포옹하고 있던 자세를 풀고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떨어져 나갔다.
“있다 봐 아저씨”
“으, 응..”
작게 손을 들어 올려 인사를 건네는 아린에게 맞추듯 왼손을 조용히 흔들었다.
“응”
짧은 대답과 함께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아린은 곧장 등을 돌려 트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얌전히 앉아 기다리는 짐승들에게 달려갔고 그대로 사람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의 맨 뒷열로 향했다.
“하아…”
그것을 복잡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나의 입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의 한숨이 세어 나왔다.
“사랑하는 처녀를 저런 식으로 속이다니 그대는 필히 덕과 업과 기도를 드리지 않으면 안 되겠군.”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냐…”
애초에 이 녀석이 그런 사춘기 소년의 망상 같은 저주에 내가 걸렸다는 이상한 말만 하지 않았어도 속인다는 선택지를 고를 리는 없었을 것이다.
“선택한 것은 내가 아니라 그대지.”
“지당하신 말씀..”
그 말대로 계기는 저 녀석이지만 결국 최종적인 선택을 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나다. 멜을 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명목하에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아린을 속인 것은 바로 ‘나’ 다!
“점점 쓰레기가 되고 있어.”
뭣 같은 부모를 보며 저런 쓰레기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었지만 그쪽과는 다른 쓰레기가 되어버린 나 자신의 처지에 눈물이 날것 같다.
“하하! 그대가 쓰레기라는 것은 이 세상만사 만물이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는지… 회개해라 어린 양이여.”
“…………..”
이제는 지적질 하는 것조차 지치지만 비빔밥처럼 이것저것 섞어놓은 종교의 개론은 알 수가 없었다.
“망할 사이비 찌찌…”
머릿속에서 떠오른 새로운 별명을 중얼거리며 분신체를 노려본다. 그러나 당연하게 분노 어린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기며 작은 손가락으로 아린이 뛰어가 사라진 방향을 가리킨다.
“쫓아가지 않는 건가?”
“말하지 않아도 갈 거야!”
이 녀석에 쓴소리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딱히 지적할만한 요소가.. 아니 여러 개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분신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애꿎게도 노기
어린 목소리를 토해내는 것으로 보답했다. 별달리 신경 쓰이는 모습은 없었기에 무의미한 짓이었지만.. ============================ 작품 후기 ============================혼돈파괴hito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