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ck Driver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455
땅에서 갑자기 솟아났다. 그 표현이 가장 맞아떨어지는 느낌으로 지면에서 튀어나온 다수의 짐승무리물론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병사 뺨치는 체계적이고 숙련된 움직임을 4족 보행의 동물들은 실현했다. 기습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와 같이 오직 금속의 벽 하나만을 노리고 들어온 마수들에게 있어서 짐승들의 등장은 예상외의 일이었고 그 틈을 찔러 기습을 감행했다. 그 효과는 탁월했다. 푹 꺼진 듯 내려앉은 지면에 중심을 잃고 나자빠지는 마수들의 급소에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박아 넣어갔다. 비록 짐승과 마수의 외형은 비슷할지언정 육체의 스펙은 다르다. 개체 차이는 있을지언정 평균적으로 마수들의 스펙이 훨씬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수와 기습으로 메꾸어 우위를 점했다.
정면 대결이라면 단연코 짐승들이 불리하고 아무리 수의 우위를 이용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기습을 성공 시킨 후에도 마찬가지다. 마수들은 바보가 아니다. 기습에 틈을 보여 일정수가 당했지만 그것을 넋 놓고 볼 존재들은 아닌 것이다. 자신들의 동료가 당하고 나서 정신을 거친 마수들은 반격의 봉화를 올리려고 했다. 아무리 기습으로 수를 줄였다고 해도 아직 뒤에는 몇천 마리나 되는 마수들이 남아 있다.
어떻게 봐도 짐승들의 열세이대로 밀려오는 수의 폭력에.. 마수의 바다에 삼켜져 절명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했던 전개와는 다르게 흘러간다. 한번 기습을 성공시킨 짐승들은 더 이상 남은 미련이 없다고 말하듯 쏜살같이 등을 돌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공격당한 마수들이 그 퇴각을 용납할리는 없었기에 곧바로 방향을 틀어 그 뒤를 추격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수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지만.. 그럼에도 몇백 마리는 족히 있었을 짐승의 집단이 마법처럼 사라졌기 때문이다. 순식간… 눈 한번 깜빡거리는 시간에 펼쳐진 신기하고 기묘한 현상그렇게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마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면을 거칠게 박차며 추격하던 녀석들은 목표물이 사라지자 당혹한 듯 그 자리에 못 박힌 채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그러나 내가 보고 있는 것고 마찬가지로 꼬리는커녕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있는 그 장소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타다 남은 잿더미와 그을려진 흔적이 깊게 새겨진 새까만 지면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귀신이 곡할 노릇아군인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마수들이 당혹스러움 배 이상일 것이었다. 눈앞에 쫓던 사냥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당연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사라진 걸까? 진신을 모르는 이들이 당연하게 품을 의문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그리고 그 순간… 의문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 헤매는 시간도 없이 또다시 기묘한 현상이 터졌다. 사라진 곳과는 완전 정 반대의 방향에서 모습을 감췄던 짐승 무리가 나타난 것이다.
“뭐…!?”
너무 놀라 소리를 내 지른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완전 반대 방향에서 나타난 것이다. 놀라지 않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수들도 마찬가지인지 굉장히 당혹스러워 것을 멀리 떨어진 이 장소에조차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녀석들은 나만큼 깊게 의문을 품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거기까지 머리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이번에야말로 이 죽인다!
라는 느낌으로 입안 가득히 흘러나온 침을 사방에 흩뿌리며 사냥감을 노리고 내달렸다. 상당한 기세였던지라 서로 간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고… 드디어 두 집단이 격돌할 때가 왔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격돌하기 직전 몇백 마리의 짐승들은 그 모습을 또다시 감추었다.
도대체 뭐야..? 너무 황당해서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나타났다고 생각했더니 역시나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추다니.. 상식을 뒤엎어버리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격돌 직전 사라진 마수들은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단지 이번에는 처음 때와 마찬가지로 틈투성이인 녀석들의 사이에서 솟아올라 날카로운 이빨을 그 목덜미에 박아 넣어 새빨간 선혈을 바싹 마른 대지 위에 흩뿌려 적셔 갔다.
“어떻게 되먹은 거야…”
바싹 마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놀랍지만 더 이상 반응하는 것이 바보같이 느껴진다. 내 머리나 상식으로 이 기묘하고 황당한 현상을 이해할 수가 없다.
“환상입니다.”
그런 나의 고민을 타파해 주려는 듯 라인펠트가 귓가에 속삭였다.
“환상..?”
“네 환상입니다. 도망간 짐승들도 반대편에 나타난 짐승들도 전부 환상입니다.”
즉 나나 마수들이 봤던.. 직접적인 공격을 감행했던 무리 외에는 전부 가짜였다는 말일까? 그거라면 갑자기 사라지거나 나타난 것은 간단하게 설명된다. 단지 환상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라는 가장 큰 의문이 남는다.
“정령사의.. 정령의 능력입니다.”
표정에 아직 의문이 남아있던 것인지 라인펠트는 시선을 살짝 돌린 채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정령사… 드물기는 하지만 정령과 계약한 특별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정령은 그 섬에서 많이 봤기는 하지만 정령사 자체는 딱 한 번밖에 만나보지 못했다. 사라 큰 족의 마을에서 만난 남자용병으로서 고용된 얀이나 전사들 대신 마을을 지키고 있던 정령사
“아…!”
긴 머리카락 수염으로 눈만 보이던 남자와 갈매 귀를 닮은 정령을 떠올리자 대부분의 의문이 해소됐다. 정령과 환상산도적 같은 느낌의 외형을 하고 있던.. 발가시라는 이름의 남자와 정령환상을 만들어 마수들에게서 마을을 지켜왔던 그 능력이다! 그렇다는 건 본인 혹은 그와 비슷한 능력의 정령사가 저쪽에 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던 원인은 역시나 특수한 능력이 관계되어 있었던 건가…
하도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나름 인상 깊었지만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인해 기억에서 퇴색됐던 존재였기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애초에 본인도 전쟁에는 별다른 역할이 없어서 사라 큰 족의 마을을 지키는데 힘을 쓰고 있었다고 했기에 이런 장면에서 사용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진짜 같은 환상이네…”
의문이 다소 해결되어 복잡한 머릿속이 깨끗해진 나는 시원스럽게 감탄의 말을 내뱉는다. 마침 기습을 끝내 도망가는 마수들이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가까이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거리에서는 진
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다만 라인펠트의 설명이라면 저것은 가짜다. 진짜는… 응? 진짜는 그럼 어디에 있는 거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건가? 아니 그렇게 되면 쫓아오는 마수들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진짜 같은 환상이라고 해도 부딪치면 들통나버린다. 게다가… 처음 기습을 감행했을 때 짐승들은 바닥에서 솟아올라왔다.
만약 그것이 환상이었다면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물리적으로 부딪쳐버려 들켜버린다. 즉 환상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정리하기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진짜는 어디 있는 거야..?”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물었다.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머리를 써봤자 얻는 것은 두통 이외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여기입니다.”
그렇게 말한 라인펠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아래..?”
“네 정확히는 지면 아래입니다.”
지면의 아래라면 땅속?
“혹시 안쪽에 굴을 판 거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굴에 들어가 몸을 숨겼던 것이 떠올랐다. 만신창이의 몸으로 적을 상대하는 것이 용의치 않아 대책으로서 땅굴에 숨어있던 그때의 일이다.
“맞습니다.”
“언제 그런 걸…”
굴을 파 안에 숨는다. 그것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아니.. 환상으로 은폐해 놓는 것 자체는 상당한 일이지만 그래도 굴 하나 파는 데의 시간이나 노력을 생각하면 거기까지 어렵거나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짐승들의 수를 생각하면 이야기는 다르다. 다수의 짐승들이 숨기 위해서는 보통의 크기로는 어림도 없
다. 나 한 몸 숨길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모르긴 몰라도 한두 시간 판다고 해서.. 그것도 눈치채지 않게 세공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내가 그 망할 관리자와 물속에서 투닥투닥 거리던 시간 안에 끝낼만한 작업은 아니다.
“별일 아닙니다. 이것도 조금 많은 돈을 사용해서 가능했던 것뿐입니다.”
“아…”
단번에 납득했다. 돈.. 즉 정령석을 이용해 작업했다는 말이다.
과연 저 작업에는 얼마나 많은 정령석이 들어갔을까? 모르긴 몰라도 열댓 개로는 끝나지 않았을 것 같다. 분명 들으면 억! 소리가 나는 금액일 것이다. 역시 자본의 힘은 굉장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진짜 대단한 것은 저 굴속에 들어가 있는 짐승들일 것이다. 물론 라인펠트의 행동력과 자본력 그리고 전쟁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정령사의 능력을 십분 발휘시킨 그 능력이나 발상은 정말 굉장하다고 느끼지만…
그것을 몸소 실행하고 있는 짐승들도 대단하다. 아무리 지능이 높다고 해도 그들은 인간과 다르다. 육체 능력이야 확실히 높지만 저런 식으로 빠릿하게 통솔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은 사실 인간도 마찬가지로 한발 잘못 디디면 마수들이 우글거리는 중심에 떨어지는 압박감에 실수를 할 확률도 높다. 그러나 현재 별다른 오류 없이 짐승들은 잘 통솔되고 있다. 꼬리를 잡힐 일도 없이 환상이라는 이름의 방패를 사용해 티 나지 않게 땅굴 속에 숨어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 기습을 거는… 게릴라 전술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비록 방화했을 때와 비교하면 마수들의 숫자를 줄여가는 속도가 적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마수들의 집중력은 확실하게 분산되고 있다. 짐승들을 잡으려는 집단과 오직 금속의 벽을 향해 오는 집단병력이 분산된 만큼 아직까지 벽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었고 안쪽에서 원거리 공격을 하는 아군의 숫자는 줄어드는 일 없이 잘 보존되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의 중심에 있는 것은 틀림없이 ‘아린’이다. 짐승과 회화가 가능한… 인간은 아닌 다른 종의 여성만약 그것이 없었더라면 진즉이 꼬리를 밟혀 전멸당했을지도
모른다.
“굉장한데..”
자연스레 감탄의 말이 흘러나온다.
“그렇죠. 굉장하죠.”
그 말에 동의하듯 라인펠트가 전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그 능력은 확실히 굉장합니다.”
싫은 소리를 토해내지만 표정에 그런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너희들 혹시 친한 거 아니야..?”
어떻게 봐도 서로 물어뜯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모습이다.
“아니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사이에 둔 라이벌과 그런 친밀한 관계가 될 리 없지 않습니까?”
“…………………”
폭력적일 정도의 정론에 찍소리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전장의 상황은 다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구정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일이 바빠지네요.
빨리 지나갔으면..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