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ck Driver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468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처우가 정해진 직후 녀석은 웃었다. 반 실성한 상태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잔혹하고 이지적인 광기를 머금은 섬뜩한 웃음소리였다. 불안 가득한 한줄기의 예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
그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인지 승리에 취해있던 전원이
불안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관리자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그래! 그러면 되는 거다! 이대로 살아도 남는 것은 굴욕뿐.. 생을 포기해도 가는 곳은 지독한 무의 공간! 그렇다면 차라리…”
녀석이 붉은색 눈동자가 출렁이듯 움직이며 나를.. 우리를 그 소름 끼치는 안구 안쪽에 담는다. 그리고는…
“내 영혼과 네놈들을.. 이 자리에서 지워버리면 될 일이 아닌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무덤덤한 소리를 내뱉는 관리자
그러나 감정을 억제한 것처럼 들리면서도 그 안에는 다양한 마이너스적 감정이 내포되어 있는다는 것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분노 증오 살의 적의 등 우리에게 해를 준다는 감정들을 응축 시킨듯한 말그 직후 강한 지진이 우리를 덮쳤다. 격렬한 진동에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소리와 비명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고 그것은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윽..!”
세차게 엉덩방아를 찐 것도 모자라 지속되는 진동에 본의 아닌 매타작 상태로 엉덩이에 불이 날것 같았다. 그러나 흔들리는 지면에서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세우려던 순간 지진은 멈추었다. 그 대신…
“뭐, 뭐야!?”
관리자의 두 동강 난 시체가 빛에 휩싸였다. 단지 그것은 새하얗지도 노랗지도 빨갛지도 않았다. 새까만 색..
분명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임에도 발광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어둠에 침식되어가는 듯한 그림자 같은 색이었다. 새까만 빛에 휩싸였던 관리자의 육체가 사라지는 대신 한 중앙에 검은색의 구체가 모인다. 마수가 죽을 때와 비슷한 광경이었지만 남은 것은 농구공 정도 크기의 검은색 구체뿐그리고 그 구체는 지면에서 천천히 부유하며 석양에 의해 붉게 물든 하늘의 위로 올라갔다. 이 자리에 있던 전원이 이상 사태에 의해 발생한 현상을 빠짐없이 멍한 얼굴로 올려다봤다.
“설마…!”
만 명이 넘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침묵의 공간을 깬 것은 숨을 삼키는 소유의 소리였다. 저 현상에.. 검은색 구체에 무엇인가 짐작이 있는듯한 태도하지만 소유에게 저 정체불명의 물체에 대한 확인을 하는 것보다 먼저 하늘 위에 떠오른 구체에서 소리가 들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으면 인정하마. 나의 패배다. 어이가 없을 정도의 패배지만 네놈들에 의해 나는 졌다. 인정하마! 이 세계의 관리자인 나를 거스르는 반역자들아! 너희는 승리했다!”
구체에서 들려오는 관리자의 목소리는 분하다는 듯 소리쳤다.
“이 세계는 구해졌다! 더 이상 네놈들의 심장에 칼을 들이미는 적은 없다! 훌륭하다 반역자들이여!”
승자에 대한 칭찬의 말틀림없이 나를 우리를 인간을.. 자신의 계략을 꺾어 누르고 승리를 거머쥔 자들을 치하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기쁘다거나 뿌듯하다거나 하는 감정은 일체 들지 않았다. 녀석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추가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불안
감끝이 보이지 않는 깊고 어두운 불안감만이 마음속을 지배한다. 만약 저 망할 관리자가 좀 더 괜찮은 성격이었다면 솔직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본질은 지겨울 만큼 경험하고 있다. 그런 존재가 솔직하게 자신을 이긴 자들에게 저딴 말을 할까? 마지막 가는 길 마음을 고쳐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딴 일은 없다.
본질 따위 그렇게 휙휙 바뀌지 않는 법이다. 관리자 녀석은 내가 여태껏 만난 놈들 중 탑 5에 들 정도로 개 같은 놈이다. 그런 놈이 저 딴말을 하고 앉아있으니 소리 없는 불안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네놈들은 구원된 세계에 살아갈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왜냐하면.. 네놈들은 여기서 나와 함께 소멸될 테니까!!”
그럭저럭 차분했던 목소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격렬한 말이 하늘 위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고 동시에 검은색 구체에
서 알 수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말로는 설명할 수도 없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지금 저 구체는 위험하다는 것을… 잘은 모르겠지만 위험한 냄새가 기운이 풀풀 풍겨오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전원에게도 해당되는 것인지 구체를 올려다보며 몸을 파르르 떨거나 식은땀을 대량으로 흘려내며 반응하고 있었다. 그중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소유와 멜 두 사람
다른 사람들의 배 이상의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얼굴색도 지면에 뿌려진 흙을 연상시키는 색을 띄운 채 몸을 떨고 있었다.
“미쳤어…”
떨리는 목소리로 소유는 중얼거렸다. 그 직후
“도망가..! 전원 여기서 도망가!!!”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외쳤다.
“왜, 왜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물으려고 했지만 그것은 다짜고짜 품에 안긴 멜에 의해 중단된다.
“사, 삼촌..! 도망가야 돼! 얼른 여기서 도망가야 돼!”
멜의 반응 역시 소유와 마찬가지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은 얼굴한시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떨고 있다.
“뭐야? 저 자식이 도대체 뭘 한…”
“자폭이야!”
“자폭..? 설마 그때의 재림이냐!”
오른팔과 왼쪽 눈을 가져간.. 떠오르고 싶지 않은 기억이 소생한다. 얼마나 큰 폭발이었는지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반경 수 킬로미터가 날아가 버릴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 정도가 아니야! 그때 규모의 8배라고! 저 미친 변태 새끼의 혼 안에는 8개나 더 섞여 있다고!”
“뭣..!?”
그 말에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8배반 병신을 만들었던 폭발보다 8배나 강하다는 말에 냉정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쏴라! 뭐든 좋다! 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쏴라!”
냉정을 잃고 굳어져버린 나 대신… 근처에서 경청하고 있던 라인펠트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 같은 범인과는 멘탈의 강함 자체가 다른 것인지 그 말을 듣고도 즉각 반응했다.
물론 라인펠트만큼 강하지 않은 사람들은 곧바로 명령을 실행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기다림 끝에 누군가가 화살을 하늘 위의 구체를 향해 발사했다. 그것을 신호로 하듯 여러 가지 물건들이 구체를 향해 날아가 부딪쳤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물건들은 검은색 구체를 쑥하고 통과해 아무것도 없는 반대편을 향해 날아갈 뿐이었다.
“영체한테 저딴 게 통할 리 없잖아!”
“그렇다면…!”
소유의 말에 라인펠트는 즉각 반응해 새로운 명령을 내린다. 정령석의 힘으로 움직이는 각종 도구들을 이용해 떠오른 구체를 공격했다. 그러나…
“마찬가지잖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영체이니 같은 계통의 힘을 이용하면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정령석에 의해 타오르는 불꽃도 얼음도 화살과 마찬가지로
검은색 구체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고 통과됐다.
“지금의 나는 순수한 영체! 세계에 붙잡혀 있는 이상 어떤 힘이든.. 어떤 존재든.. 지금의 나를 막을 수 없다! 그것이 비록 신이라도…! 이 세계의 틀에 있는 이상 그 누구라도 이 현상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자! 나와 같이 얌전하게 소멸되는 것이 좋다! 반역자들아! 1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것을 전달한 이는 남지 않을 테지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소리 높여 우리를 비웃는 관리자그와 함께 녀석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기운이 한층 더 강화된다. 그것은 흡사 제한시간이 점점 가까워져 있는 것을 알리는 것
처럼 느껴졌다.
“큭….! 철수를…”
라인펠트가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며 철수를 명령하려 했지만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말을 삼켰다.
녀석이 말한 게 사실이라면 1시간 동안 폭발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순간이동이라도 가능하면 모를까. 1시간 안에 몇십 킬로미터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우리의 트럭이라면 범위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정령 전차는 물론이고 두 다리로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무리다.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트럭에 태우고 빠져나간다면 소수의 인간들을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그것도 불가능하다. 방금 전의 싸움으로 인해 소유도 멜도 모든 힘을 탕진해 의수를 트럭으로 바꾸는 만큼의 영력도 남아 있지 않다. 그리고.. 비록 트럭으로 변한다고 해도 소수의 인간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현실을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았다. 즉 이대로 1시간 뒤에는 사이좋게 1만 명이 되는 인간들이
폭발에 의해 소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최악… 저 망할 새끼가 최악의 존재라는 것은 싫을 만큼 알고 있었지만 설마 최후에 최후까지 이런 짓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진짜.. 엿 같네.”
하늘 위를 올려다본다. 지칠 때로 지쳐 축 처진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새까만 하늘과 동화되 듯 보이는 구체를 시야에 담는다. 역시 내 인생길은 평탄하지 않다.
빌어처먹을 가시밭길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최후의 순간에 원하지도 않는 역경을 선사해주다니 정말 최악의 기분이다. 살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는데.. 더러운 땅바닥을 벌레처럼 기면서까지 살아남았는데 노력이 무색해 질 정도로 결말은 최악이다.
“………………..”
주변을 돌아본다. 이 상황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가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개 중에는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가는 인간들도 다수 보인다.
“하아…”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여성들을 보고 한숨을 흘린다. 분한 듯 슬픈 듯 화가 난 듯 표정은 각자가 달랐지만 다들 자신의 배를 소중하게 감싸고 있다.
“할 수밖에 없나.”
그녀들에게서 눈을 돌려 재차 하늘을 바라본다.
이미 붉게 진 하늘은 그 어디에도 없고 점점 어둠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죽고 싶지 않다. 이대로 도망가고 싶다. 위협 속에서 몇 번이나 내면에 떠올린 약한 말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선택지를 한 적은 없다. 애초에 도망가도 살 수 있을 확률이 극도로 낮았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싸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금은 다르다.
도망가면 나는 살 수 있다. 멜과 소유도 살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살 수 없다. 죽을 수밖에 없다. 라인펠트도 아린도 세리아도 얀도 그 외의 많은 사람들도 내가 도망가면 죽는다. 살기 위해 타인을 잘라버리고 도망가느냐타인을 살리기 위해 나를 희생하는가
나의 앞에 있는 두 가지의 선택지어떤 의미로 최초 그리고 최후라고 할 수 있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그러나… 이미 선택은 끝났다. 그녀들을 본 직후 이미 정해졌다. 그렇기에 나는 천천히 하늘 위에서 시선을 떼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너희들은 얼른 도망가.”
비록 그 대가로서 나의 목숨을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됐지만… 그 어떤 때보다 밝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그들에게 말했
다. ============================ 작품 후기 ============================내일 드디어 대망의 완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