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y Begging RAW novel - Chapter (217)
내게 빌어봐 <217화>(217/240)
<2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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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기분 좋았어?”
얇은 블루머의 한가운데가 젖어 분홍빛 속살이 어렴풋이 비쳤다. 그레이스는 립스틱이 엉망으로 번진 입술 사이로 숨만 할딱일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우리 자기, 몸만은 솔직하단 말이지.”
“아흣….”
젖은 곳을 손끝으로 누르자 여자가 발작적으로 몸을 들썩였다. 천 너머로 말랑한 살이 느껴지자 또 소유욕이 치밀었다. 손을 떼어도 천은 속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손으로 당겨 떼어 낸 천은 조금 전보다 흥건히 젖어 애액이 묻어날 정도였다.
“이건 어차피 벗어야겠군.”
레온은 블루머 양쪽을 쥐고 당겼다. 우두둑, 솔기가 뜯어지는 소리가 나자 여자가 눈을 번쩍 뜨더니 그를 쏘아보았다.
“걱정 마. 사 줄게.”
레온은 눈매를 휘어 웃으며 찢어진 블루머 속으로 손을 넣었다. 미끈미끈하게 젖은 살을 가르던 손가락이 안으로 쑥 미끄러져 들어가는 순간 여자의 엉덩이가 위로 들썩였다.
“헉, 아, 아흑, 흡….”
끝없이 이어지는 질퍽한 소리와 익숙한 교성을 귀에 담고, 그리웠던 젖은 내음을 폐부에 담았다. 레온은 허벅지 안쪽에 뺨을 맞대어 점점 고조되는 떨림마저 음미했다. 눈을 감은 채 속살 구석구석을 만지던 그는 뜨거운 숨을 감탄처럼 토해 냈다.
“내 기억 속 느낌 그대로군.”
“읍, 흐읍….”
“뜨겁고 끈적하고 부드럽고, 여기를 누르면….”
“하윽!”
“우리 자기 눈앞에서 천국의 문이 열리지.”
분하게도 그 말 그대로였다. 허공에 들린 발끝이 곱아들며 위태롭게 매달려 달랑거리던 하이힐이 결국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와 동시에 그레이스는 천국에 올랐다. 제 손으로 느끼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압도적인 쾌감에 취해 떠는 사이 남자는 스타킹만 남은 발끝에 입을 맞췄다.
“그리웠어? 나도 그리웠어.”
그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 속살에게 하는 말이었다. 남자는 그녀가 지금 저를 얼마나 세게 조이고 있는지 잘 느껴 보라는 듯 깊숙이 파묻힌 손가락을 안에서 까딱였다. 손끝이 짓궂게 감각점을 쳐올리자 그레이스는 또 자지러졌다.
그녀가 또 쾌감에 취해 넋을 놓은 사이 남자는 또 저다운 짓을 했다. 어제 출근길에는 목덜미에 남겼던 입술 자국을 오늘은 허벅지 안쪽에 남긴 것이다. 그는 제가 만족할 만큼 허벅지 안쪽을 얼룩덜룩하게 만들고서야 나른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레이스, 이번엔 입으로 해 줄까?”
그레이스의 시선은 달달 떨리는 제 허벅지를 움켜쥔 손의 손목시계로 향했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잖아. 그런데 출근이 무슨 의미가 있지? 사장은 내가 영영 안 오길 바랄지도 몰라. 아니야. 죄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순 없으니 적어도 내가 맡은 건 마무리하고….
“응, 자기야?”
갈등하는 중에 남자가 자꾸만 재촉하자 그레이스는 저도 모르게 버럭 짜증을 냈다.
“입 닥치고 빨기나 해.”
제 입에서 튀어나온 상스러운 소리에 놀란 그레이스는 경악했다. 남자 또한 잠시 놀란 얼굴로 눈만 깜빡이더니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입을 닥치면 어떻게 빨아?”
그가 저를 놀리기 시작하자 그레이스는 새빨갛게 익었을 게 분명한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다리를 오므렸다.
“됐어. 시간 없어. 출근해야 해.”
“오래 걸리지 않아.”
남자는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의 다리를 벌리며 달아오른 뺨에 입을 맞췄다.
“그레이스, 자기야.”
귓가에 그가 속삭이는 순간 그레이스는 흠칫했다.
“내 이름 그만 불러.”
“왜?”
남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내가 네 이름을 부르는 게 거슬려?”
“그래.”
언제부터 나를 이토록 다정한 목소리로 그레이스라고 불렀다고 이래? 2년여 전 여객선에서부터 그랬다. 늘 불렀던 것처럼 당당하게 불러 대는 게 거슬렸다.
“왜 거슬릴까. 왜 하필 내가 부르는 건 거슬리는 걸까.”
암시가 가득한 그 물음에 그레이스의 낯이 싸늘하게 굳었다.
“넌 내 이름 부를 자격 없어.”
그 순간엔 남자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네 전 약혼자는 있고?”
“그 자식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
남자가 눈을 질끈 감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널 탓할 일은 아니지만 난 네 이름을 부를 자격조차 없다고 하면 내가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알아? 물론 잘 아니까 하는 말이겠지. 난 평생 너만 바라봤는데 넌 다른 남자와 키스에, 연애에….”
그래서 내가 네게 미안해하기라도 해야 해? 그레이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것도 모자라 잘 생각까지 했다니.”
“누가 그래? 내가 잘 생각만 했다고.”
뻔뻔한 소리를 하는 걸 보니 누가 누구의 머리 위에 있는지 보여 줄 때였다.
“잤어. 이번 달에 잔 남자만 셋이네.”
번쩍 뜨인 남자의 눈에서 삽시간에 살기가 불타올랐다. 그녀의 다리 사이를 거쳐 간 다른 남자들을 상상하기라도 하는 건지 시선이 찢어진 블루머의 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름.”
“내가 미쳤다고 이름을 대겠어?”
“그럼 내가 한번 대 볼까?”
그는 그레이스의 오른손을 눈앞으로 들더니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이름을 읊었다.
“그레이스, 그레이스, 그레이스.”
“…….”
“자신과 이번 달에 세 번이나 하셨나? 내가 어지간히 그리웠나 보군.”
“그렇다고 해 줄게.”
그레이스는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속여야 하는 네가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남자가 손을 놓아주더니 화장대 양 끝을 두 손으로 짚고 그녀를 향해 위협적으로 몸을 기울이며 경고했다.
“장난은 정도껏 치는 게 좋을 거야. 난 마을을 한 시간 안에 잿더미로 만들 병력을 가진 사람이야. 네 짧은 생각 덕분에 무고한 남자들이 죽어 나가는 꼴을 보는 취미라도 있어, 자기야? 당장 오늘 영화사부터 잿더미로 만들어 볼까?”
코앞에서 캠든의 흡혈귀가 연푸른 광기를 번뜩였다.
그래, 네가 차라리 원래의 너다울 때가 편해.
그레이스는 남자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두 팔과 두 다리로 옭아매며 입매를 비틀었다.
“장난이라니. 침대에서, 차 뒷좌석에서, 그리고 우리 집 소파에서 남자들이 내게 해 준 말을 들려줘?”
“후회할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세상에, 애나. 조이는 기술이 환상적이야. 허리를 이렇게 흔드는 건 누구에게서 배웠어?”
남자가 턱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게 눈에 똑똑히 보이도록 이를 악물었다.
“고마워, 자기야. 다 네가 잘 가르쳐 준 덕분이야.”
꾹 다문 입매의 끝이 눈에 띄게 떨렸다. 그러나 이성을 잃고 목이라도 조를 거란 예상과 달리 남자는 그녀를 꽤나 침착하게 노려보기만 했다.
“그나저나 남이 쓰던 양말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말, 사실이 아니던데? 다들 네 자위용 양말에 환장하더라.”
그 순간 붉게 달아올라 있던 낯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미쳤군.”
남자는 눈을 질끈 감더니 중얼거렸다. 과거의 자신에게 하는 말인 듯했다.
“그레이스, 내가 그런 과격하고 저속한 소리로 널 모욕했던 이유는….”
“알아. 이미 들은 말 또 듣기 싫으니까 하지 마.”
그레이스는 듣기 귀찮다는 듯 심드렁하게 굴었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었는지는 그때에도 어렴풋이 짐작했다.
“남이 쓰던 당근도 아무도 원하지 않아.”
그레이스가 모욕을 되돌려 주자 남자는 웃으며 이런 말을 했었으니까.
“그럼 어쩔 수 없군. 평생 우리 둘이 붙어먹어야겠지.”
놀리듯 하는 말투였으나 분명 진심이었을 것이다. 남자가 또다시 진지하게 사과를 시작하자 불편해진 그레이스는 제 다리 사이를 눈짓했다.
“됐어. 지루한 소리 집어치우고 하던 일이나 해.”
그가 체념한 듯 한숨을 쉬더니 그레이스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그래서 내가 가르쳐 준 기술에 환장한 자기 애인들이 이걸 보고 뭐래?”
애액에 푹 젖어 기다란 손가락 끝에 감긴 다갈색 체모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레이스는 사색이 됐다. 만나는 남자가 있으면 저곳도 금발로 물들이거나 적어도 말끔하게 밀어 버려야 한다.
그제야 제가 다른 남자와 잔 적이 없다는 증거를 드러내 놓고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그레이스는 하얗게 질리자마자 순식간에 새빨갛게 익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남자는 입매가 일자가 되도록 입을 꾹 다물다 이를 악물기까지 하더니 결국 도저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속은 줄 알았어, 자기야?”
얼빠진 그녀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대고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던 남자가 물었다.
“처음부터 거짓말인 게 빤히 보이는데 네가 나를 괴롭히며 너무 즐거워하길래 속는 척했어. 보는 나는 민망하긴 했지만 우리 자기가 즐거웠으면 됐지.”
“꺼져!”
“그러니까 후회할 말은 하지 말랬잖아.”
“나가!”
제가 창피한 짓을 해 놓고 되레 화를 내며 밀어내는 여자를 끌어안고 레온은 키스를 퍼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