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y Begging RAW novel - Chapter (220)
내게 빌어봐 <220화>(220/240)
<220화>
남자는 손도 대지 않은 젖꼭지가 홀로 빳빳하게 서는 모습을 턱까지 괴고 구경하다 웃었다. 그는 여유롭기만 한데 저 혼자 벗고 헐떡이는 꼴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자 찬물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그레이스가 그를 밀어내며 몸을 일으키던 때였다.
“아흣….”
남자가 제 앞에 들이민 꼴이 된 젖꼭지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덥석 베어 물었다. 곧 정신이 다시 몽롱해졌다. 습하고 뜨거운 입 속 깊숙이 빨려 들어간 살점을 혀끝이 치대고 간질일 때마다 몸을 지탱한 그레이스의 팔이 조금씩 무너지더니 결국엔 저도 모르는 사이 다시 침대에 눕혀져 남자의 밑에 깔렸다.
쪽. 살을 빨아 먹는 난잡한 소리를 내며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에야 정신을 조금이나마 차렸다. 남자는 젖은 입술 사이로 숨을 크게 들이켜더니 고개를 숙였다. 숨을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다시 가슴을 빨려는 줄 안 그레이스의 심장이 철렁했다.
그러나 그는 그레이스의 가슴이 뛰는 곳에 귀를 맞댔을 뿐이었다. 제 박동이 남자의 귓속을 울리는 게 제게도 느껴질 정도라 거북스러워졌다.
“흥분돼? 나도.”
남자가 벌써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짓는 것이 그레이스는 불만이었다. 애가 탈 정도로 느릿한 애무는 급한 불을 꺼 주긴커녕 더욱 지피기만 했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다 못해 마음마저 날카로워지려 할 때였다.
“아, 하윽!”
“왜 벌써 가? 아직 한 것도 없는데.”
분하게도 사실이라 그레이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여태 몸을 맞대고 간지러울 정도로 부드럽게 만지작거리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손이 아래에 닿는 순간 방아쇠라도 당겨진 것처럼 가 버렸다.
“아, 아흡….”
단단한 손마디가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몸을 깃털처럼 스칠 때마다 칼날이 부딪쳐 불꽃을 튀기는 것만 같았다. 그 미약한 손길에도 몸을 파득 떨며 흥분하는 자신이 도마 위의 물고기가 된 기분이었다.
만지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레이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별것 아닌 손길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저 남자의 정복욕을 자극할 게 분명했다.
싸움을 걸자마자 질 순 없다.
숨결부터, 손길, 심지어는 옷자락까지. 남자의 무엇이든 제 몸에 스칠 때마다 격하게 이는 흥분을 조용히 억누르는 사이 그의 머리가 점점 아래로 향했다.
“하읏!”
그레이스의 허벅지를 위로 들어 좌우로 벌린 남자가 그 사이에 얼굴을 묻는 순간, 물론 그 모든 노력은 부질없어졌다.
“아, 으응….”
부드러운 혀가 음부를 길게 핥아 올렸다. 결벽증이 심한 남자가 어째서 애액으로 흠뻑 젖은 다리 사이에 거리낌 없이 입을 대는지, 그때도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단 생각을 몽롱한 머리로 하며 그레이스는 질척한 혀 놀림을 따라 몸을 뒤틀었다.
키스할 때처럼 음부를 섬세하게 빨며 음핵까지 올라온 남자가 돌연 피식 웃었다. 절정의 여진 탓에 아직도 떨고 있는 돌기에 뜨거운 숨이 스치자 그레이스는 그가 왜 웃는지를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할딱였다.
남자가 웃은 이유를 깨달은 건 그의 입술이 아침과 달리 매끈해진 살을 지분거리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때의 수치스러운 실수가 생각난 그레이스가 다리를 오므리며 발로 그의 어깨를 밀어내는 찰나였다.
“아!”
위로 밀려 올라간 허리를 끈적한 손이 덥석 쥐고 당겼다. 살 틈을 입술이 비집고 들어와 음핵을 무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으, 흡….”
혀가 감각점이 몰린 돌기를 유연하고 능숙하게 쳐올리고 굴려 대자 그레이스는 이를 악물었다. 제게 화가 나고 남자에게 화가 났다.
이 남자가 잘한다는 건 분하지만 인정해야만 했다. 그건 굳이 다른 남자와 비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 분하게도 여전히 잘했다.
“흣, 아, 으응…. 하, 이 빌어, 먹을….”
결국 그레이스는 이성을 놓아 버리고 침대 시트를 대신 움켜쥐었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가 버리는 그 순간에도 안달이 날 대로 나 남자의 입으로 제 음부를 들이밀기까지 했다.
“하아… 하아….”
남자는 그녀의 음부를 숭배라도 하듯이 끝부터 끝까지 정중히 입을 맞추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자기야….”
“하아….”
“개자식, 개새끼, 미치광이, 변태. 이 중에서 뭘 말하려던 거야?”
그는 그레이스가 끝맺지 못한 말을 멋대로 추측해 보더니 타액과 애액으로 젖은 입술을 핥았다.
“다 틀렸어.”
말이든 애무든, 혀 쓰는 일 하나는 얄밉도록 잘해. 그레이스는 조금 전 저를 본능만 남은 짐승으로 만들었던 혀를 노려보며 숨을 할딱였다.
그제야 남자가 잠옷 셔츠 단추로 손을 가져갔다. 옷을 하나씩 벗는 손은 예전처럼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잘 단련되어 음영이 짙게 지는 팔뚝과 상체, 그리고 탄탄한 허벅지 사이에서 우뚝 치솟은 굵은 성기까지.
남자의 나신은 그레이스의 기억 그대로였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겉보기에는 예전과 비슷했다. 지금 제 심장을 거칠게 뛰게 만드는 감정 또한 예전과 같을까. 그녀는 달라야만 했으나 저 남자는 달라지지 않았어야 한다. 그레이스는 제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것이 익숙한 괴물이길 바랐다.
“그레이스….”
조금은 긴장한 얼굴을 한 채 손으로 제 성기를 문지르던 남자가 그녀에게 입술을 포개자 그레이스는 상냥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아이 둘을 안은 여자를 놓친 머저리가 되고 싶지 않다면 사정은 밖에 하는 게 좋을 거야.”
입꼬리를 지분대던 입술이 뚝 멈추더니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언짢은 얼굴이었다. 그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를 두고 그레이스가 한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내가 왜 또다시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세상에, 원숭이도 학습 능력은 있다더니. 너도 드디어 깨달은 거야?”
저를 붙잡아 두는 족쇄가 되지 못하니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인 줄로만 알았으나 그 또한 착각이었다.
“네가 하루하루 말라비틀어져 가던 그 지옥을 내가 다시 겪고 싶어 할 리가 있냐는 거야. 내가 아무리 미쳤어도 그 정도로 미치진 않았어.”
남자는 넌더리가 난다는 태도로 협탁의 서랍을 거칠게 열더니 손바닥만 한 철제 상자를 꺼내 열었다.
“아이는 하나면 돼.”
그가 상자에서 꺼낸 건 동그랗게 말린 콘돔이었다.
“그나저나 사랑하는 딸의 아빠에게 원숭이라니…. 대가리는 닭인 돼지 새끼인데 개새끼이자 알고 보니 원숭이라. 괴물이 따로 없군.”
남자가 불만스러운 투로 중얼거리며 성기에 손수 피임 기구를 씌우는 걸 보면서도 그레이스는 제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아이는 하나면 된다는 말을 들은 제 귀도 믿을 수가 없다.
엘리를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또 가지려 할 줄 알았다. 게다가 아기였을 적 엘리를 보지 못한 걸 내내 아쉬워하던 남자이니 다른 아이로 대리 만족이라도 하려 할 거라고 생각했다.
당신, 누구야?
제 눈앞의 낯선 인간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쯤에서 관둘까.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망설이던 때에 준비를 마친 남자가 몸을 겹쳐 왔다. 그는 그레이스에게 키스를 하더니 입술을 맞댄 채 속삭였다.
“넣을게.”
그 순간 그레이스는 저도 몰랐던 습관대로 시트를 틀어쥐었다. 남자가 부스럭 소리가 나는 쪽으로 문득 시선을 돌리더니 짧은 한숨을 내쉬며 그레이스의 손을 감싸 쥐었다.
“괴물도 학습 능력이 있어. 거칠게 하지 않아.”
그는 그레이스의 손을 떼어 내 손가락을 하나씩 얽었다. 곧바로 다리 사이를 성기 끝이 지그시 누르더니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켜는 순간….
“아!”
묵직한 것이 살 틈을 가르고 박혔다.
“아파?”
그레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도 아니니 아플 리가. 그러나 오랜만인 탓인지 처음만큼이나 이 남자의 몸은 버거웠다.
성기가 천천히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굵고 단단한 살이 몸을 활짝 열어젖히자마자 빠듯하게 채우는 느낌에 놀란 그레이스는 남자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왜 이렇게, 읏, 좁아. 흐를 만큼 젖었는데.”
그 말대로 성기에 밀린 애액이 밖으로 흘러넘치다 못해 음부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남자가 귓가에 달래듯이 속삭이는 말을 따라 숨을 들이켜고 내쉬다 정신을 차려 보니 성기가 끝까지 박혀 있었다. 그는 벌써 파들파들 떨리는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게 하더니 그레이스의 머리를 애틋하게 쓰다듬었다.
“긴장 풀어.”
그러는 남자도 그레이스 못지않게 긴장한 듯했다. 아직 별달리 움직이지도 않았건만 숨이 찬 사람처럼 가슴팍이 크게 부풀고 꺼졌다. 저와 몸을 겹친 그녀를 내려다보며 흥분을 삼키는지 목울대가 눈에 띄게 들썩이자 그레이스는 모른 척 아래에 힘을 주었다.
“읏….”
성기를 고작 살짝 조였을 뿐인데 남자는 미간을 구기며 신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