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s out I was a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20
5장 신입 연습생 리쿠르트(1)
올해 신입 연습생 1차 선발은 온라인 심사로 진행된다. 자유곡 하나를 선택해서 영상으로 촬영해 응모하는 것이다.
모집 공고를 올렸더니 신인개발팀 전화에는 불이 나버렸다.
“영상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핸드폰 있으시죠? 영상 퀄리티는 중요하게 생각 안 하니까 핸드폰으로 찍어서 보내주세요. 예? 핸드폰이 없어요? 아, 그럼…… 부모님 폰으로 한번 해보세요. 예? 엄마한테 혼난다고요? 그러면…….”
어린아이가 걸어온 전화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기도 하고
“스물여섯 살이세요? 그럼 괜찮습니다. 저희는 만 25세로 제한을 두고 있거든요. 아, 만으로 스물여섯이라구요? 그래도 뭐…… 일단 보내주세요.”
이런 전화는 거의 한 시간에 하나꼴로 걸려왔고
“아뇨. 그건 안 됩니다. 1차 심사는 온라인으로만 받아요. 현장 심사는 2차에서 합니다. 네? 지금 회사 앞이라고요? 아니, 그래도 안 되는데…… 올라오시겠다고요? 이러시면 안 돼요.”
이런 사람도 하루에 한 명 꼴로 있었다.
하루 치 영상들이 정리되면 그대로 나에게 전송되었다. 1차 오디션의 심사위원은 두 명. 나하고 신인개발팀장이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사이 좋게 나란히 앉아, 보내온 영상들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 제천에 살고 있는 김하나라고 합니다. 열다섯 살이구요, 노래에 자신이 있고 춤도 조금 출 줄 압니다. 노래를 시작한 건 열한 살 때 엄마 따라서 음악 학원에 갔다가…….
“아이고, 이거 어째 길이가 26분이나 되는 게 이상하더라니.”
24분의 토크와 2분의 노래를 담아서 보내온 아이가 있었고
-너! 너! 너! 나를 안 뽑으면 니 인생 x망, 나를 못 알아본 너네 회사도 x망, 내가 없는 대한민국 음악계는 x망!
심각하게 도전적인 랩을 보내온 아이도 있었다.
“어? 어? 얘 봐라.”
“안 돼요. 꺼요! 꺼!”
섹시 댄스를 추다가 옷을 훌러덩 벗어버린 아이 때문에 얼굴이 벌게지기도 했다.
“얘는 괜찮죠?”
“2차에서 한 번 보죠.”
“네. 29번, 얘는 1차 합격.”
그래도 재능과 노력을 영상에 고스란히 담아 보내준 아이들의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오오!”
“잘하네요.”
“눈에 확 띄는데요.”
“이력서 보니까 GJ 엔터에서 연습생 생활을 좀 했다고 나오네요?”
“그래요?”
이 친구도 합격. 세밀하게 트레이닝을 받은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휴우. 고생하셨습니다.”
“김 팀장도요.”
하루의 영상을 다 보고 나면 언제나 늦은 밤이었다.
이렇게 1차 영상 오디션을 한 달 동안 하고, 여기에서 합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몬스터 뮤직의 연습실에서 2차 현장 심사를 가지기로 했다.
앞으로 몬스터 뮤직을 이끌고 갈 인재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실용음악학원에서 강사를 하다가 그 학원이 망해 버렸을 때, 그게 속이 상해 술이 마셨던 것은 두고 온 제자들 때문이었다.
마땅한 장소만 있다면 그 애들을 따로 불러서 계속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아이가 있었는데.
[지민아. 잘 지내니?]톡을 하나 보내놓고 계속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1은 금세 사라졌다.
[어? 선생님?] [우와! 선생님이 저한테 톡 보내주셨다.] [선생님 진짜 반가워요. 보고 싶었어요ㅜㅜ]대화방이 지민이의 메시지로 줄줄 이어지고 있었다.
여전하구나.
예전에 지민이랑 톡을 할 때는 맨날 잔소리를 들었었다. 타이핑 느린 걸 보면 진짜 아재 같다면서.
[학교 잘 다니고 있어?] [그럼요.] [저 그런데 선생님 TV에서 봤어요.] [진짜 멋있어지셨어요.]TV에서 봐? 뭘 본 거지.
[노래는 계속 배우고 있니?] [아뇨ㅜㅜ] [학원 없어지고 나서 노래 안 해요.] [딴 데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학원비 비싸다고 안 된대요.]노래를 안 해? 그 뒤로 반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동안 전혀 안 했다는 건가?
[내가 소개해 준 곳 안 가봤어?] [엄마가 안 된다는 데가 거기예요.] [학원비 너무 비싸다고.]맙소사. 계속 노래를 하고 있기를 바랐는데.
[그럼 너 혹시 오디션 볼 생각 있니?] [오디션이요?] [우리 회사에서 지금 연습생 뽑고 있어.]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봤다.
지민이는 가수가 꿈이었다. 그리고 부모님 또한 딸이 가수 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학원에서 노래 배우는 것을 지원해 줬던 것이다.
[헉! 진짜요?]나에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였다. 계속 키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아이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보고 싶었다. 학원에서 일을 할 때와 지금의 내 귀는 너무나 달라졌기에, 새로운 감각으로 이 아이의 재능을 느껴보고 싶었다.
[우리 회사 이름이 뭐냐면] [알아요! 몬스터 뮤직] [그래. 생각 있다면 지원해 봐.] [그럼 선생님한테 다시 배울 수 있는 거죠?] [그래.]사실 내 위치 정도면 굳이 공채 모집을 통하지 않고도 연습생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 그동안 이 회사에서 내 위치는 그 정도까지 올라가 버렸다.
지민이를 데리고 와서 연습생들 사이에 넣는 일 정도는 내 권한으로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오디션을 보게 하고 싶었다.
예전의 내가 만들어놓은 목소리가 어느 정도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그때 감탄했던 재능이 지금은 어떻게 보일지. 그것을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해 보면서.
[이따가 엄마 오시면 말해볼게요!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 *
그 뒤로 재촉하는 게 버릇이 되어버렸다.
“팀장님. 리스트 먼저 주세요.”
“잠깐만요. 영상 좀 정리하구요.”
“아뇨. 그전에 리스트 좀.”
지민이가 지원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지원자 리스트를 먼저 확인하곤 했다.
그렇다고 지민이에게 또 연락해서, 부모님한테 말씀드린다는 건 어떻게 됐니? 하고 재촉하듯이 물어볼 수도 없고.
“자기소개서하고 같이 뽑아 드려요?”
“리스트만 먼저 주세요. 오늘은 어떤 사람들이 지원했나 대충 훑어보게요.”
그렇게 주어진 종이 한 장을, 나는 무슨 합격자 명단이라도 대하듯이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을 찾아보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나름대로 연습도 좀 해보고, 그런 다음에 영상을 찍었다면 오늘 즈음 도착했을 텐데.
그런 마음으로 손가락을 짚어가며 지원자 이름을 쭉 내려보았는데
[이지민. 만 15세. 경기도 광명시.]있었다!
“본부장님. 왜요?”
“네?”
“왜 그렇게 웃으세요?”
“아뇨, 그냥…… 가수 되고 싶어 하는 애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어서.”
“수상한데요?”
“뭐가요?”
“수상해요. 수상해.”
그렇게 그날의 영상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 * *
이날 따라 유난히 실력자들이 많이 지원했다. 곧 있으면 지민이의 영상을 본다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강한 몰입을 안겨주는 지원자도 있었다.
“이 사람 건 돌려서 다시 보죠.”
“애매하세요? 전 보자마자 합격이었는데.”
“그래서 한 번 더 보려구요.”
화면 구도까지 신경 쓴 흔적이 보일 정도로 괜찮은 영상이었다. 노래와 안무 실력 또한 월등히 뛰어났다.
이 사람도 체크. 나중에 현장에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지민이였는데.
“하하! 이런 애들 꼭 한 명씩 있다니까요.”
“…….”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요즘 애들 참 엉뚱해요.”
“…….”
신인개발팀장은 내 속도 모르고 옆에서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지민이라고 합니다. 중학교 3학년이구요, 다음 달이면 고등학교에 올라갑니다.
또박또박 자기소개는 잘했는데.
그 목소리에 에코가 잔뜩 입혀져서 울리고 있었다.
배경으로는 붉은빛, 파란빛, 초록빛이 정신 사나울 정도로 이리저리 회전하고 있었고.
“맙소사. 노래방에서 찍었을 줄이야.”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장래희망은 가수구요, 꼭 합격해서 몬스터 뮤직을 빛내는 훌륭한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얘도 투머치토커네. 그냥 넘길까요?”
“안 돼요. 노래는 들어봐야죠.”
“이렇게 보내온 애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서.”
“성의를 생각해서 노래는 들어봐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노래 안 듣고 넘긴 영상 있었어요?”
“본부장님, 갑자기 왜 짜증을…….”
-노래는 학원에서 3년 정도 배웠구요, 몬스터 뮤직의 본부장으로 계신 우리 박영민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아아…….”
“본부장님 제자였군요.”
“그게 말이죠.”
“난 또, 갑자기 왜 짜증을 내시나 했네.”
“짜증이라뇨. 저는 그냥.”
“괜찮아요. 낙하산으로 꽂아 넣는 것도 아니고 정식 절차를 밟게 하시는 거니 뭐.”
한숨만 푹푹 나왔다.
-그럼 노래 시작하겠습니다. 축제라는 곡을 불러보겠습니다.
그러더니 지민이는 고개를 숙인 채 노래방 리모컨을 꾹꾹 눌러 댔다.
전주가 시작되자 영상의 배경이 어두워졌다. 색색의 불빛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며 지민이의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두 손, 그리고 이제는 어렴풋이 형상만 남아버린 캄캄한 얼굴,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축제라는 곡은 나하고 함께 맞춰본 곡이었다. 학원에서 내가 얘를 가르쳤던 시절에.
그러니 더욱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학원에서 보컬 강사였던 내가 감탄했던 목소리를, 몬스터 뮤직에서 A&R 본부장이 된 내가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우와!”
“…….”
“본부장님 제자 맞네요. 엄청난데요 이거?”
리드미컬한 펑키 리듬에 지민이의 목소리가 얹혀졌다.
축제라는 곡은 결코 쉬운 곡이 아니었다. 미친듯한 고음역이 필요한 곡은 아니었지만, 배킹트랙과 엇갈려 들어가는 보컬 라인의 리듬을 완벽하게 마스터해야만 맛을 낼 수 있는 곡이었다.
지민이는 여전했다. 노래방 사운드에서 그 목소리를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지만 이런 조악한 환경에서도 지민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그대로 느껴졌다.
공간감이 가득한 입체적인 목소리. 어린 나이답지 않게 매혹적인 발성.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곡을 장악하는 것도.
“와! 이 정도면 거의 다은이 수준 아니에요?”
“에이, 그건 아닙니다.”
다은이하고 비교할 순 없었다. 학원을 그만두고 몬스터에 들어와서, 다은이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그때를 잊을 수 없었다.
다른 차원의 보컬을 접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바로 직전까지 가르쳤던 지민이와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니까.
“제가 듣기에는 다은이 수준인데요.”
“노래방이잖아요. 에코 저렇게 입혀지면 실력 이상으로 포장이 되는 거죠.”
“어휴, 그래도.”
하지만 이대로 계속 발전한다면…… 어쩌면 그런 수준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부족한 제 노래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이 곡은 박영민 선생님께서 예전에 이런 말씀을 해주신 곡이에요. 저하고 잘 어울리는 곡이고 언젠가는 제가……
“노래 끝난 것 같으니까 넘길게요.”
“잠깐만요.”
“예?”
“들어봐야죠. 뭐라고 하잖아요.”
-뽑아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진짜 열심히 할 거예요.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만들어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가지런히 앞머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통통한 볼. 오랜만이었다. 예전에는 눈 앞에 두고 열심히 가르쳤었는데.
“지민이는 제가 평가 안 할게요. 아무래도 사심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까 제 점수는 공정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잘 생각하셨어요.”
“1차 오디션은 팀장님이 혼자 결정해 주세요. 그리고 2차 때도 저는 점수를 매기지 않을게요.”
“예?”
“현장 오디션 말이에요. 저는 다른 참가자들만 평가하겠습니다.”
“2차라뇨. 제가 1차는 그냥 붙여줄 것처럼 말씀하시네.”
“아…….”
“농담이에요.”
신인개발팀장은 놀리듯이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웃었다.
“이렇게 잘하는 애를 여기서 어떻게 떨어뜨려요.”
영상 속의 지민이는 아직도 떠들고 있었다. 24분 토크에 이어서 투머치토크 부문은 2등.
“얘 안무도 곧잘 해요. 연습하는 것 봤는데 금방 따서 소화해 내더라구요.”
“본부장님 애제자였는데 어련하시겠어요.”
* * *
내가 계획하고 있는 퍼즐에 지민이라는 조각은 꼭 필요했다. 단순히 옛 제자라서가 아니라 구상하고 있는 그림에 이 아이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조각이 하나 있어야 하는데.
“팀장님. 활동한 적이 있는 가수라면 1차 오디션은 프리패스겠죠? 아니, 프리패스는 아니더라도 활동했던 영상으로 대체할 순 있지 않을까요?”
“그렇죠. 연습생 계약이 아니라면 곧바로 전속 계약을 맺을 수도 있구요.”
그렇다면…… 아직 가능성은 있었다.
“본부장님께서 눈여겨보신 가수가 있는 건가요?”
“있습니다. 그래서 물어본 거죠.”
전부터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스카우트하시면 되겠네요. 누군가요?”
“스카우트보다는…… 연습생으로 데려오고 싶어요. 아직은 완성되지 않아서, 제가 좀 더 가르쳐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메인보컬감으로.
그러니까 몬스터 뮤직의 다음 걸그룹 메인보컬.
“누군데요?”
“다른 팀 보컬이에요. 계약 문제가 걸려 있어서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긴 합니다.”
성격 참 쌀쌀맞은 아이였다. 다른 회사 제작자가 명함을 건네고 있는데 도도한 그 태도가 참.
그래도 가창력만큼은 꼭 가져보고 싶은 아이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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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이돌구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이돌구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0-11-04
정가 : 3,200원
제 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31길 38-9, 401호
ISBN 979-11-293-67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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