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s out I was a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25
5장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1)
최인환 선배는 용인에 살고 있었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시가지에서는 꽤 벗어난 곳이었다.
통화를 할 때에도 최인환 선배는 자신 없는 말투였다.
-와서 자고 가도 돼. 그런데 집이 좁아서 불편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부우 녀석과 나는 한동안 고민을 했다.
“술 사 가지고 가서 집에서 마시는 건 무리겠지?”
“괜히 그 형을 힘들게 하는 걸 수도 있어.”
일단 최인환 선배의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은 정했는데,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 형하고 애기를 데리고 시내로 나와서 저녁을 같이 먹는 거야. 밥을 먹으면서 반주로 한잔하는 거지. 고기 같은 거 먹으면서.”
“우리 술 마시고 있는 동안 애기가 지루해할 텐데?”
“간단하게 마시는 거지.”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형하고는 할 이야기가 많았다. 지난 이야기, 얼마 전 OST 싱글이 잘 풀린 이야기,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도.
느긋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얼마 전 반가운 사람들을 만난 것도 빨리 전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다.
“번화가로 가면 그런 거 있지 않을까? 키즈 카페하고 같이 있는 음식점.”
“거기 가서 뭐하게?”
“애기가 심심하진 않을 거 아냐.”
“그런 데서 애기 혼자 놀 수도 있는 거야? 친구랑 같이 가야 되는 거 아닌가?”
“애기들은 금방 친해져서 같이 놀걸.”
애를 키워본 적이 없는 우리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집으로 가자.”
“괜찮을까?”
“형이 그렇게 하자고 한 거잖아. 좁아도 그 정도는 괜찮은 곳이겠지.”
우리가 아는 최인환 선배라면 그다지 깔끔한 스타일이 아니었으니 집안은 너저분할 것 같았고, 좁다는 말이 유난히 뇌리에 남아서 부정적인 쪽으로만 상상되었다.
들어가서 내색하지 말아야지. ‘맙소사,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거예요?’ 하는 표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최인환 선배에 관해 돌아다니던 소문. ‘폐인처럼 살고 있다.’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해서 그곳에 도착했는데.
“아니, 잠깐만요. 여기가 형 집이라구요?”
“어.”
“이거 전부 다요?”
“그래.”
“좁다면서요?”
“넓진 않잖아.”
근사한 단독 주택이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넓은 정원이 있고, 언뜻 봐도 어지간한 아파트보다는 훨씬 넓어 보이는 주택이 보기 좋게 자리하고 있었다.
깔끔했다. 정원은 잘 손질되어 있었고, 실내도 깨끗했다.
그 누구도 이 모습을 보고서 ‘폐인처럼 살고 있다’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와…… 여기서 고기 구워 먹어도 되겠네요.”
“그릴도 있어.”
“오! 그러면 고기 좀 사올까요?”
“애가 고기를 안 먹어.”
“아, 예.”
“애 재우고 우리끼리 먹을 순 있겠지만.”
한적하게 살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어쩐지 최인환 선배와 잘 어울리는 집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곳에서 네 식구가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둘만 남았지만.
* * *
다은이가 출연하게 된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세 명이었다.
국민 엠씨라고 불리는 사람이 중심이었고, 가수와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그리고 예능 출연이 얼마 되지 않은 배우, 이렇게 세 명이 진행을 맡고 있었다. 여기에 매주 새로운 게스트가 나타나서 프로그램의 목소리를 맡아주었다.
세 명의 진행자 중 배우가 맡은 역할이라면, 방문하게 되는 가정집의 일반인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었다. 애교가 많은 젊은 여성이었기에 그런 역할에는 잘 어울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 다은이가 들어갔다.
“다은이 잘하네.”
“괜찮아.”
우리는 인환이 형이 해준 저녁으로 배를 채운 뒤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이번 회차에서는 나도 출연한다고 했더니 특히 인환이 형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몇 주 동안은 헤맬 줄 알았는데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었어.”
다은이는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었다.
특별히 인상적인 멘트를 하진 않았지만, 잘 웃고 잘 떠들고, 마치 몇 년 동안 저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다른 진행자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스케줄이 있어서 여기서 가 봐야겠습니다.
-이렇게 가시면 우리는 어쩌라고?
진행자 중에서 기타 연주 포지션을 맡고 있었던 사람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그럼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기타 잘 치는 언니가 있는데 불러볼까요?
-누군데요? 지금 올 수 있어요?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이때 승연이는 카메라 뒤에서 실실 웃으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도 그 뒤에 있었고.
그런 뒤 기타를 등에 메고 있는 승연이가 투입되었다. ‘비츠걸스의 서브 보컬’이라는 자막이 등장씬에 씌워졌다.
“와…… 삼촌들은 저 언니들이랑 맨날 보는 거예요?”
인환이 형의 딸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쟤가 나한테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진짜요?”
“내가 노래를 가르쳤다니까.”
“우와.”
‘왜 갑자기 우리 집에 이상한 아저씨들이 들어온 거지?’ 하고 불편한 듯 나를 바라보던 아이의 시선이, 호의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수는 비츠걸스 좋아하니?”
“예!”
“벌써 그런 걸 알아?”
“예? 왜 몰라요?”
“저 언니들이 무슨 노래 하는 줄도 알아?”
“알죠.”
그러면서 지수는 인마이드림의 후렴을 부르는 것이었다. 간단한 손동작으로 안무까지 흉내 내면서.
“너 여덟 살이라면서?”
“왜요? 다 아는데.”
인혁이하고 나는, 이럴 줄 알았으면 사인이라도 받아올 걸 그랬다는 얘기를 했다.
“하여튼 이래서 음악 잘 만들어야 돼. 요즘에는 애들도 다 본다니까.”
그러는 동안 승연이가 포함된 진행자들은 어느새 낡은 다세대 주택 안으로 들어가 아이를 만나고 있었다.
카메라는 허름한 집안 내부를 잡고 있었고, 아이는 부끄러운 듯이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아이의 어려운 사정이 소개되었다.
엄마는 몇 년 전 암으로 투병하다가 사망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집안이었는데 그때 병원비로 나간 돈 때문에 더욱 힘들어졌다고 한다.
아이의 아버지는 돈을 벌겠다며 타지로 나갔고, 아이는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아버지는 일 년에 서너 번 이곳을 찾아왔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는지 계속 보내왔던 생활비도 언젠가부턴 끊겼다고 한다.
그래서 폐지와 빈 병 따위를 주워다 팔며 간신히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어떡해. 친구랑 한창 놀 때인데.
다은이가 안타깝다는 듯이 눈을 구기며 말했다.
-괜찮아요. 저희 반에 저랑 비슷한 애가 한 명 더 있어요.
그러다가 버스킹을 하고 있는 밴드와 만나 영상에 찍히게 되었고, 아이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노래 잘하는 초딩으로 알려졌지만, 누군가 댓글을 통해 이 아이의 사정을 전했던 것이다.
유튜브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있었고, 어린아이를 향해서도 모욕적인 악플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분노한 나머지 순수한 아이를 건드리지 말라고 누군가 장문의 댓글을 달았던 것이다.
할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는 학생이고, 그럼에도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성격이 밝은 아이라고. 그렇게 악플을 달고 있는 사람 중에 이 아이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어쩌면 숨기고 싶은 사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로서는 그런 게 세상에 알려지는 게 싫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방송국에서는 섭외 요청이 들어갔고, 이 프로그램에 나오기로 결정이 된 것이었다.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와 다은이가 노래를 들려주었고, 그 아이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승연이의 기타 소리도 조금의 어긋남 없이 그들의 목소리를 받쳐주었다.
한 편의 근사한 콘서트였다.
-가수요? 아뇨. 저는 가수가 되고 싶진 않아요.
-음악을 하고 싶다면서?
-저는 가수보단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작곡가?
-예. 그런 거. 작곡도 하고 제작도 하고 그러는 거요.
-프로듀서를 말하는구나.
아이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꿈을 말했다. 커서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고.
그러자 진행자들끼리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지 말고 여기 비츠걸스 두 분이 계시잖아요. 이번 앨범 만들어준 프로듀서하고 연락되시죠?
-저희 선생님이요?
-여기로 모실 수 있을까요? 바쁘시려나.
-전화는 해볼 수 있어요.
-프로듀서가 꿈이라고 하니까 지금 그 일을 하시는 분이 오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러면서 내가 호출되었고, 잠시 후 내 모습이 TV에 나타났다.
[박영민 프로듀서. 비츠걸스, 황유미 등의 앨범을 제작.]현관에서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장면이 갑자기 멈추더니, 그런 자막과 함께 비장한 음악이 깔리고 있었다.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나타났다는 듯이.
“오! 영민이.”
“영민이 나왔다.”
“와…… 삼촌도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이분이 지금 제일 핫한 프로듀서야. 비츠걸스도 이분이 만들어내셨다고. 인마이드림 알지? 그것도 이 사람이 작곡한 거야.
청중들의 ‘오오!’ 하는 소리가 효과음처럼 배경에 깔렸다.
-저 혼자 만든 건 아니구요, 여러 명이 같이 작업한 겁니다.
-그래도 앨범의 감독 같은 역할을 하셨잖아요. 그리고 참, 요즘 음원 차트 보면 맨날 몬스터 뮤직이 1위하거든? 그게 다 이분이 해내신 거야.
아이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며 나를 향하고 있었다.
“오! 영민이 웬일이냐. 전하곤 다르게 뻣뻣하게 굳어 있지 않네.”
“하다 보니까 익숙해졌어.”
그리고 아이의 음악을 들어보는 장면이 스치듯이 지나갔고 나는 거기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소리를 다루는 감각이 뛰어납니다. 프로듀서가 되려면 소리에 관한 작은 차이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아이는 그런 걸 교육받지 않았는데도 그냥 되네요.
마치 대사를 읽듯이 연기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가장 놀라고 있는 사람은 인혁이었다.
“전에도 저렇게 좀 하지 그랬어.”
“어휴, 그건 다시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아.”
“왜?”
“스탭들 다 지켜보고 있지, 반사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 말 한마디 하기 무섭더라고. 그런데 저때는 6㎜ 카메라 하나 따라온 게 전부라서 좀 자연스러웠지.”
방이 비좁아서 세트를 제대로 꾸밀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연출이 이루어진 듯했다.
그리고 인환이 형은 내가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그렇게나 신기한지 실실 웃으면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중에 꼭 좋은 프로듀서가 되길 바란다. 아저씨가 계속 응원하고 있을게.
그럭저럭 연출은 잘 이루어진 듯했다.
* * *
배달시킨 치킨을 쉬지 않고 뜯어 댔던 인환이 형의 딸은, 입가에 튀김 가루를 묻힌 채로 잠들어버렸다.
거실 바닥에 누워 버린 애기를, 인환이 형은 툭툭 건드려서 깨운 뒤 간신히 자기 방으로 들여보냈다.
“애가 밝아요. 잘 웃고, 말도 잘하네요.”
“맞아. 쟤가 나보다 더 밝아.”
“다행이네요.”
“자기한테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으니까.”
밤은 점점 깊어졌다. 인혁이와 나는 여기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다음 날 아침에 돌아가기로 했다.
“형, 이제 일 얘기 좀 하죠.”
“일 얘기?”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일에 대해서 의논할 게 있어서.
나는 USB 메모리를 꺼낸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걸 연결해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것이 어디 있나 해서.
“내가 그런 식으로는 음악을 안 들어서.”
하지만 마땅히 연결할 곳이 없었다. PC가 있었지만 연결된 스피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음질로는 듣기가 싫었다.
여기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 낡은 미니 오디오 하나뿐이었다. USB 포트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기기였다.
하는 수 없이 휴대폰에 이어폰을 연결했다. 그나마 이렇게 듣는 것이 나을 듯했다.
“형, 이거 좀 들어주세요. 이번에 부르게 되실 곡이에요.”
“그래?”
부우 녀석이 옆에서 “뭔데? 나도 들어보자.” 하고 말을 했지만 이어폰은 하나뿐이었다.
“음…….”
인환이 형은 눈을 꾹 감은 채로 음악을 감상했다. 내가 만든 곡을.
발라드곡이었다. 투명한 피아노 사운드로 단조롭게 시작하여 풍성한 스트링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보컬의 멜로디가 뚜렷하게 살아 있고,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후렴으로 만들었다.
다음 드라마는 로맨스 쪽으로 간다고 하기에, 감정선을 잘 살릴 수 있는 사운드로 편곡했다.
“이야…… 이거.”
“어때요?”
“한 번 더 들어볼게.”
다시 한번 눈을 감고서 음악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동안 부우와 나는 건배를 하며 남은 맥주를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이걸 나보고 부르라고?”
“왜요? 안 좋으세요?”
“곡이 좋고 안 좋고는 네가 판단할 문제고…… 그것보다 이 가이드.”
내가 만든 곡이니 가이드는 내 목소리로 입혀졌다.
“가이드를 이렇게 넣어놓고 나보고 부르라고 하면 안 되지.”
“……?”
“영민이 네가 부른 거지?”
“예.”
“목소리는 여전하네. 이거 아무리 잘해도 가이드를 못 따라가겠는데.”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부우 녀석은 내 핸드폰을 빼앗아가서 곡을 듣기 시작했다.
볼살이 아래로 축 처질 정도로 녀석은 심각한 얼굴을 하며 곡을 들었다.
“이거 네가 만든 거야?”
“어.”
“정인이가 만든 걸 네가 건드린 게 아니고?”
“이번에는 나 혼자 해봤어.”
“이 새끼…….”
녀석은 튀김 기름이 묻은 손으로 내 핸드폰 액정을 두드리며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이 새끼 진짜.”
두툼한 주먹으로 내 팔을 툭 때리는 것이었다.
“어때?”
“재수 없게 잘 만들었는데?”
“괜찮냐?”
이번에는 퍽 소리가 날 정도로 더욱 강하게 내 어깨를 때리면서.
“네가 곡까지 이렇게 쓰면 안 되지.”
“왜?”
“이거 이 상태에서 가사만 붙여도 팔린다. 분명히 먹혀.”
내 감각이 합격점을 주었으니 김인혁 이 녀석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아무튼 인환이 형, 이번에 이 곡을 부르실 겁니다.”
“그래. 고맙다.”
“이번엔 확실하게 날아올라 보죠. 내년 즈음에는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가수가 되어 있을 거예요.”
“뭐? 내가?”
“제가 그렇게 만들어드릴게요.”
인환이 형은 손을 저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확실했다. 이 곡이 가지고 있는 힘이 그랬다.
To Be Continued
알고 보니 천재 뮤지션
4권
이돌구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이돌구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0-11-04
정가 : 3,200원
제 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31길 38-9, 401호
ISBN 979-11-293-67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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