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s out I was a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30
5장 몬스터 뮤직의 연습생들(1)
성덕. 성공한 덕후라는 뜻이다.
덕질을 하다가 성공했다는 말까지 들을 수 있는 사람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거나 덕질하는 대상과 보다 가까운 인연이 되는 등등.
예를 들면 이런 것도 포함된다.
-형.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형의 팬이었어요. 집에 가면 형 브로마이드로 제 방을 도배해 놨다고요.
-그러다가 너도 가수가 된 거야?
-네.
-너 그러면 내 콘서트에서 나랑 같이 노래 부를래? 게스트로 와줘.
그래서 오랫동안 덕질해왔던 우상과 같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팬, 이 또한 성덕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런 예는 가까운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비츠걸스의 연화가 완벽한 무대와 비주얼 쇼크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때, 아무런 저항 없이 거기에 사로잡혀 준 재벌가의 따님, 은설이도 그런 케이스였다.
연화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것이 은설이의 인생을 바꾸었다. 결국 연화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에 오디션을 봐서 연습생이 되었다.
이 정도면 성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회사에서 선후배로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 아마 본인에게 물어봐도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았다.
“은설아. 너는 얼굴도 참 예쁘장하고, 몸매도 늘씬하게 잘 빠져 있는 것이 장점이야.”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 김진희의 딸이기도 했다. 어머니로부터 아름다운 외모를 물려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야. 네가 가진 건 딱 그것밖에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하지만 그런 성덕은 이날, 가슴을 쿡쿡 찔러오는 모진 말들을 간신히 견뎌내고 있었다.
월말 평가.
드디어 그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너 연습을 하기는 하는 거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내 눈에는 나아지는 게 보이지 않는 거지?”
이렇게 날카로운 말로 딜을 넣고 있는 사람은 안무 트레이너.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 열심히 하고 있어. 여기 있는 애들 전부 다. 물어보면 열심히 안 한다는 애가 없어. 그런데 그 모양이야. 왜 그런지 아니? 네 딴에는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 거지만, 사실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그런 거야.”
“죄송합니다.”
“대충대충 해서 적당히 넘어가길 바란다면 그만둬. 너 그만둔다고 여기서 말리는 사람 아무도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놀랐을 것이다. 은설이의 표정에서 그런 감정이 여과 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툭 건드리면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번 평가는 지난번과는 달랐다. 작정했다는 듯이 따가운 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그 춤을 완전하게 자기 걸로 만들어야 하는 것. 이게 첫 번째 단계야. 자다가 일어나서도 완벽하게 그 동작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몸에 익히고 있어야 하는 거야. 그다음으로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련되게 다듬어서 선을 이쁘게 뽑아내야 하는 일. 이게 두 번째 단계야. 그런데 넌 첫 번째 단계도 아직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
은설이는 죄를 지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열심히 했어? 뭘 열심히 했는데? 아직 동작을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하는데 뭘 열심히 했다는 거야? 나 한 명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수많은 대중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매일 레슨을 해주는 선생님의 위치로 애들을 대하다가 이렇게 한 달에 한 번, 평가자의 위치로 바꾸어서 모진 말들을 쏟아내는 것도 사실은 할 짓이 못 된다.
억지로 이러고 있는 것이다.
자기 분풀이를 연습생들에게 퍼부어 대는 것이 아니라, 애들을 재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화려하고 근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가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보통 멘탈로 해낼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잘한다, 잘한다 칭찬만 해주며 온실 속의 화초로 키운다면, 그렇게 험악한 연예계에서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수준이면 절대 무대에 올려보낼 수 없어.”
안무 트레이너는 ‘절대’라는 말을 힘주어 강조했다.
사실 이 순간 쏟아내는 말은 월말 평가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끼리 상의를 끝낸 것이었다. 은설이한테는 이번에 강하게 나가자고.
감히 이 귀하신 따님을 함부로 대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 아이가 정말로 가수를 꿈꾼다면 온실 속에서 자라왔던 것을 잊어버리고 독하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자신의 우상과 같은 회사에 함께 있다는 사실에 취하지 말고 자기 자신도 그와 같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이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도 강하게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 너는 축복 받은 외모를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거 하나만으로 가수가 되고 싶다면 여기서 나가서 다른 회사 들어가. 외모 하나 뛰어나다고 무대에서 대충대충 해도 넘어가 주는 회사가 있기는 있어. 하지만 몬스터 뮤직은 실력 없으면 데뷔 못 하는 곳이야. 알겠니?”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만 들어가.”
은설이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로 대기하고 있는 연습생들의 대열로 들어갔다.
따가운 말들에 충격을 받았는지 꾹 다물고 있는 턱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안무 트레이너는 내 쪽을 흘깃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해 주었다.
* * *
월말 평가가 끝난 후 우리끼리 모였을 때 다시 그 얘기가 나왔다.
안무 트레이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은설이도 가능성은 있어요. 사실 팔다리 길고 균형이 잘 잡혀 있는 몸매는 그것만으로도 가산점이 붙잖아요. 피지컬이 안 되는 애가 아무리 연습해도 해낼 수 없는 걸, 그런 애들은 가벼운 동작 하나로 쉽게 보여줄 수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은설이도 욕심을 내서 키워보고 싶기는 한데…….”
칭찬으로 시작한 말은 다시 냉정한 평가로 이어졌다.
“제2의 연화로 키우려고 하신다면 전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은설이가 열여덟 살인데, 연화가 저 나이 때는 정말 대단했어요. 왜 얘를 아직 데뷔시키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요.”
“저도 연화 포지션에 넣으려는 건 아닙니다.”
“비츠걸스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겁니다. 비츠걸스에서 안무가 제일 떨어지는 애가 다은인데, 나머지 셋이 워낙 잘하니까 떨어져 보이는 거지 은설이하고 비교하면 비교한다는 그 자체가 실례일 정도로 차이가 커요. 다은이는 케이팝 보이스 말고 아이돌 선발하는 프로그램에서도 4등을 한 적이 있잖아요. 거기서도 안무가지고는 지적 하나 받지 않고 클리어했던 아이예요.”
문제는 나 또한 보컬에 있어서 같은 걸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은설이는 비주얼만 뛰어날 뿐, 비츠걸스의 후속 걸그룹이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실력이 부족한 편이었다.
“그런데 지민이 걔는 보면 볼수록 물건이네요. 어디서 그런 애들 데려오셨어요?”
“전에 제가 학원에서 애들 가르칠 때 제자였죠. 그런데 저도 걔가 그렇게 춤을 잘 추는지는 몰랐어요.”
정말로 몰랐었다. 허리가 그렇게 활처럼 확 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어깨와 팔이 완전히 따로 놀며 곡예에 가까운 동작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도.
“걔는 천재예요. 제가 아이들 춤 가르치면서 그렇게 빠르게 안무를 흡수하고, 자기 색깔까지 입혀서 보여줄 수 있는 애는 처음 봤어요. 설마 이것도 될까? 하고 의심을 하면 바로 옆에서 그걸 해내고 있는 겁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재능이에요.”
아까 평가 중에도 그랬다. 매일 레슨 때마다 보고 있었지만 평가를 받는 자리에서 유난히 빛나는 지민이의 동작에, 안무 선생님은 감탄을 연발했다.
“비주얼도 괜찮잖아요. 춤출 때는 그렇게나 근사한 얼굴을 만들어내는 애가, 칭찬 한마디에 배시시 웃는 걸 보면 귀여워 죽겠어요.”
지민이는 이 선생님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것 같았다.
어쨌든 안무 트레이너의 평가에 의하면 연습생들의 댄스 실력은 이렇게 점수를 매길 수 있었다.
신채아 : B
이지민 : S
유은설 : D
심예음 : 평가 대상 아님
이건 실제로 이번 월말 평가 점수표에 기입된 내용이었다.
내가 평가한 보컬 점수는
신채아 : S
이지민 : B
유은설 : C
심예음 : B
“비츠걸스 애들이 연습생일 때는 어땠었죠?”
안무 트레이너에게 물었더니 그녀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두 명은 S, 두 명은 A였죠. 그런데 지금 기준으로 하면 달라져요. 지금은 애들 수준이 그때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라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있거든요. 지금 기준이라면 비츠걸스는 네 명 모두 S죠.”
사실 보컬 또한 다를 바 없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
* * *
“가끔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게 돼서, 회사에 남아 있으면 어김없이 연화도 연습실에 있는 거야. 처음 봤을 때는 신기할 정도였지. 그냥 늦게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연습이 끝날 때까지 계속 집중을 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거야. 정말 대단했어.”
은설이를 맞은 편에 앉혀두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어떤 동작 하나가 잘못됐다고 지적을 받으면, 예를 들어서 팔 각도가 내려가는 게 잘못된 거라고 지적을 받으면, 그게 될 때까지 계속 연습을 하는 거야. 아니, 되고 나서도 몸에 익을 때까지 쉬지 않고 반복해. 노래에 있어서도 음정이 불안해지는 파트를 지적받으면, 미친 사람처럼 그 부분만 반복하면서 바르게 잡힐 때까지 연습하는 거야. 저러다가 성대에 무리가 오는 게 아닐까 해서 옆에서 계속 지켜본 적도 있었다니까.”
내가 무슨 얘길 하려는 건지 알고 있는지 은설이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그런 식으로 매일 해온 거야. 열 살 때부터 지금까지. 연화처럼 되고 싶다면, 그런 모습을 닮고 싶다면 네 모든 걸 포기하고 여기에만 매달려야 돼.”
“네.”
“B조로 내려가자. 전에 말했듯이 A조는 팀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는 반이니까, 아직 은설이에게는 버거운 것 같아. B조에서 실력을 늘리도록 열심히 해보고, 그럴 만한 수준이 되었다고 보이면 다시 A조로 올려줄게.”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 넣은 듯 꾹 깨물고는, 은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가 시큰한지 자꾸만 코를 찡그렸다.
월말 평가가 잔인한 건 이렇게 때문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강등, 최악의 경우는 회사에서 퇴출당하기도 한다.
은설이가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자, 지켜보고 있었던 신인개발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저는 쟤 놓치고 싶지 않아요. 방금 보셨어요? 눈물이 쏟아질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야 하나, 제 가슴까지 아파 온다니까요. 지금까지 우리 애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엄마 닮았나 보죠. 김진희 씨가 그런 연기 잘하셨잖아요.”
아무 대사 없이 그저 슬픈 얼굴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 보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배우였다.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였으니.
“연기 쪽으로 키워야 되나.”
“본인이 가수하고 싶다잖아요. 연기자 할 거였으면 엄마 통해서 다른 회사 알아봤겠죠.”
“하긴…….”
그러면서 나는 회사 공유 폴더로 들어가서 오늘 있었던 월말 평가 영상을 모니터에 띄워보았다.
정면으로 바라보는 모습만이 담겨 있었고 영상의 음질 또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려주지 못했지만 거기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우리 비츠걸스 네 명은 정말 대단해요. 저는 이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맡은 연습생이 다은이었고, 그다음으로 비츠걸스 데뷔조였기 때문에 그런 것에 무감각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쌓아 올려야 하는 애들을 보고 나니까 다르게 느껴지네요. 정말 대단한 재능들이구나 하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그렇죠. 아이돌을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는 우리 회사가 성공을 자신했었잖아요.”
“저는 요즘 상상을 많이 해보거든요. 똑같은 노래를 두고, 이 노래를 비츠걸스가 불렀을 때와 지금 연습생 애들이 부르는 걸 상상해 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차이가 너무 커서 가끔은 절망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때부터 그런 상상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 곡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 한참 고민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이쪽으로 줄지, 저쪽으로 줄지.
“이니셜D라는 만화 보신 적이 있으세요?”
“뭔지 알아요. 레이싱 만화죠?”
“거기 보면 이런 게 나와요. 주인공 타쿠미가 같은 코스를 두 대의 자동차로 연습을 해요. 아버지의 차, 그리고 자신의 차로요. 아버지의 임프레자는 성능이 너무 좋아서 같은 라인으로 달려도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라인을 자신의 86으로 달리면 그 속도를 못 내는 거예요. 그래서 절망감을 느끼는 거죠. 레이싱에는 86을 가지고 나가야 하거든요. 말하자면 이런 느낌입니다.”
그런 얘길 했더니 신인개발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비유는 하지 마세요. 큰일 납니다. 사람을 차에 비유했다고, 그리고 탄다 라는 개념을 사람한테 사용했다고요.”
“아, 예. 그냥 우리끼리 있을 때 하는 얘기죠.”
* * *
이날 김민태는 회사의 가수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팀장을 모시고 다녔다. 관리하는 가수들은 스케줄이 없는 날이었고, 대신 3팀에게는 영업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너는 운전을 정말 편안하게 한다니까. 가만히 눈 감고 있으면 비행기 타고 있는 같다. 하도 부드러워서.”
“고맙습니다.”
늦은 밤. 퇴근길이었다.
“팀장님. 그러면 우리가 저메인 존스라는 그 사람의 매니저가 될 수도 있는 건가요?”
“우리가? 왜?”
“저희 본부장님이 프로듀싱을 하신다고 하잖아요.”
“우리하곤 상관없지. 본부장님이 앨범 제작에 관여하시는 거지, 매니지먼트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거야.”
그러면서 정 팀장은 신입 사원을 위해서 지금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저메인이 원하는 것은 오직 박영민의 프로듀싱일 뿐이지만, 박영민 본부장은 회사에 전속 계약된 사람이기 때문에 프리랜서처럼 그와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몬스터 뮤직이 저메인의 레이블과 공동 작업을 하는 식으로 박영민 본부장을 그쪽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대단한 일인 건 맞죠?”
“그렇지. 그 앨범이 실패하더라도 본부장님 이력에는 계속 따라다닐 테니까. 아니, 그런데…… 본부장님의 능력이라면 실패하는 일은 없을 거야. 워낙 감각이 대단하신 분이라서.”
“맞아요.”
“우리나라 영화가 칸하고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하는 세상이니…… 혹시 모르지. 우리 본부장님도…….”
정 팀장은 계속 말을 하고 싶었지만, 괜히 앞서가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입을 닫았다.
“그런데 팀장님.”
“왜?”
“팀장님이 허락하신다면 제가 승연 씨 데리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으면 하는데요.”
“오디션? 무슨 오디션?”
“드라마나 영화 쪽으로요.”
갑작스러운 얘기에 정 팀장은 자세까지 바로잡으며 김민태에게 물었다. 왜?
“제가 볼 때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승연 씨는 표정이 정말 다양하고 자기가 표현하려는 감정을 얼굴에 그대로 나타낼 줄 알거든요. 그러니까…… 방송에서 말입니다. TV에서 보여지는 모습이요.”
“그래서?”
“그게…… 참 매력적이에요. 과장도 없고 꾸밈도 없고…… 연기자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야, 그런데 승연이는 한 번도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어. 네 눈에 그렇게 보인다고 해서 그게 바로 되겠어?”
“그래도 시도해 보고 싶어서요. 허락만 해주신다면 제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김민태로서는 어렵게 꺼낸 얘기였다. 전부터 이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일이 잘 풀렸고 팀장의 표정도 좋아 보였다. 이때다 싶어서 과감하게 말을 해본 것이었다.
“제가 영화를 정말 좋아합니다. 시간만 나면 영화를 봐요. 요즘에는 바빠서 거의 못 보지만…… 그래도 보는 눈은 있다고 자부합니다. 승연 씨에게는 가능성이 있어요. 감정을 만들어서 그걸 눈으로 표현할 줄 알고, 대사를 처리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요.”
“대사? 걔가 그런 적이 있었어?”
“방송 나갔을 때요. 대본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하는 건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대본이라는 걸 잊어버릴 정도였거든요.”
“너 그런 것도 확인하고 있었냐?”
이쯤 되니 정 팀장도, 신입 사원의 제안이 가볍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팀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함부로 할 수가 없어. 팀 스케줄이 있는데 촬영 있다고 빠지면 곤란해지니까. 하여튼 그건 본부장님께 말씀드려 볼게. 기다리고 있어 봐.”
“예. 고맙습니다.”
데뷔 2년 차 걸그룹 멤버가 이런 식으로 개별 활동을? 정 팀장은 사실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민태는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열렸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는 운전기사로 남고 싶지 않았다. 자기 손으로 스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액셀을 밟고 있는 발에도 힘이 들어갔는지 몬스터 뮤직 매니지먼트 3팀의 승합차는 유난히 빠른 속도로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알고 보니 천재 뮤지션
5권
이돌구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이돌구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0-11-04
정가 : 3,200원
제 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31길 38-9, 401호
ISBN 979-11-293-67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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