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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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리엘라는 자신의 귀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왜 우리 아가씨의 자격을 취소한다는 거지요? 누구 마음대로?”
하지만 저보다 더욱 놀라며 따지듯 물어보는 네아의 모습에 제대로 들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엘라는 당장이라도 로렌스의 멱살을 잡을 것 같은 네아를 말리며 숨을 골랐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듣고 싶은데요.”
“그, 그게….”
씩씩거리는 네아의 기세에 눌려 로렌스가 뒷걸음질했다.
“무슨 일이지?”
거기에다가 뒤따라 나온 하운까지 날카로운 눈을 하고 나타나자 로렌스는 히끅거리며 숨을 삼켰다. 리엘라가 언성을 높이자마자 하운이 당장에 날카롭게 변했다. 이제는 나름대로 그에게 익숙해진 저택의 하인들마저 어깨를 움츠리며 뒤로 물러났다.
리엘라는 하운과 네아의 기세에 짓눌려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로렌스를 보았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설명을 듣기 전에 놀라 돌아가 버릴 기세였다.
“일단 네아, 손님께 드릴 차 좀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하운 님은 돌아가 계시고요.”
“하지만….”
같이 가는 게 좋지 않겠냐 말하려던 하운은 리엘라의 태도를 보고서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럼 이쪽으로.”
“아, 네.”
리엘라가 앞장서서 안내하자 로렌스는 살았다는 듯 재빨리 그녀를 뒤따라 걸어갔다. 복도 너머로 사라진 리엘라과 로렌스를 보던 하운와 네아는 곧바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운, 너 뭐 짐작 가는 거 없어?”
“네가 그런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정말로 모르는 일인가 보군.”
즉, 호슨 공작이 꾸민 일도 왕궁과 관련된 일도 아니라는 소리였다. 두 사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로 리엘라가 참가 자격을 취소당하게 된 거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셨는데….”
네아는 지난 몇 달간 동안 리엘라가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꽃 가게에서부터 계속 연습한 데다가 왕궁에서 일할 때도 저택으로 돌아오면 자기 전에 간단한 장식들은 만들고 잤다. 그럴 여유도 없는 날에는 관련 책이라도 꼭 살핀 후 잠들었고. 한동안 어떤 걸 해야 하나 고민하며 끙끙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왕궁에 다녀온 다음에 드디어 할 것을 결정하고 맹렬하게 연습했는데 취소라니? 취소라니!
“이건 말도 안 돼!”
하운은 분에 차 씩씩거리는 네아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는 여전히 예전의 모습인데 리엘라의 일만 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여전히 잘 숨기고 있다 해도 본성은 드래고니안이다. 하운은 처음 보았던 네아의 모습을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잡아간 양의 사체를 으적거리면서 씹고 있던 모습을.
호슨 공작의 곁에서는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삼킨 헬리오도르가 네아의 본성을 잘 눌러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슨 공작이 죽었으니 헬리오도르의 힘은 사라졌고 지금은 오직 네아의 의지로 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네아의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하운은 유심히 그녀를 살폈다.
‘지금까지는 전혀 문제없는 것 같지만….’
덕분에 어느새 자신도 네아에 대한 경계가 점점 풀어지고 있었다. 아니, 그 정도다 못해 네아라면 리엘라를 믿고 맡겼지 않던가. 이래도 괜찮은 것일까 고민하는 사이 네아는 어느새 대화를 훔쳐 듣기 위해 리엘라가 간 곳의 옆방으로 향했다.
***
“여기도 참 오랜만에 오는군요. 아주 오래전, 호슨 공작님께서 살아 계시고 제가 처음 행사 관리국에 입사했을 때 인사드리러 한 번 왔었는데 말입니다.”
로렌스는 방 여기저기로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누가 보아도 어떻게든 본론을 피하기 위해 말을 돌리고 있음을 알았다. 리엘라는 손톱 위를 꾹 누르며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내어 물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로렌스는 말을 돌리려는 필사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깨닫고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럴 리가요. 저희들은 언제나 당신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 말에 리엘라는 일단 안도했다. 자신이 잘못 한 건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참가 취소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어떻게 나온 거지?
“큰 도움을 주고 계신다는 것은 행사 관리국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호슨 공작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저희들은 정말로 막막했거든요. 한 번 열리고 끝나는 축제와는 달리 꽃 축제는 1년 내내 한 번의 축제를 위해 광대한 정원을 가꿔야 하니까요. 다른 축제들에 비하면 들어가는 돈과 시간도 엄청나고…. 입장료도 거의 무료나 마찬가지인 탓에 사실 수익을 내는 행사도 아닙니다. 호슨 공작님이 아니셨다면 축제의 규모는 아주 작아지고 참가비도 비쌌을 겁니다.”
그 사실은 리엘라도 잘 알고 있었다. 왕실의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꽃 축제는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인력이 들어가는 행사였다. 그래서 호슨 공작이 지원을 하기 전에는 한 번 가는데 정말로 큰마음을 먹고 돈을 모아야 할 정도로 비싼 행사였다고.
“그래서… 새로이 이어받으시는 분은 지원을 중단하거나 하더라도 예산이 많이 삭감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각별히 신경을 써 주셨지요.”
“…….”
딱히 더 챙기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변호사들에게 설명을 듣다가 좋아하는 것이 나오기에 예산이 어떻게 배정되는지 자세히 물어본 것뿐인데 그게 아무래도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여진 모양이다.
로렌스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리엘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축제 관리국과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참가를 취소당해야 하는 건가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려고 했는데 나오는 목소리는 형편없이 갈라졌다.
“그게… 신경 써 주실 수 있는 위치라는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네?”
“얼마 전부터 축제 관리국에 익명의 투서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하나 같이 비슷했지요. 후원자인 리엘라 테니어가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일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행사비 대부분을 내고 있으니 좋은 상을 받아갈 것이라는 게 당연하다고 하더군요.”
“……!”
그 말에 리엘라는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았다.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저희에게 아무런 요구 없이 후원만 해 주시는 것은 누구보다도 저희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인 것 같더군요.”
“…….”
“처음에는 정중하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우려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그런 일은 없고 레이디 리엘라께서는 꽃 축제에 후원만 하실 뿐 심사나 운영에는 조금도 관여하지 않는다고요. 그래도 항의 투서는 끊이질 않았습니다. 누가 보아도 악의적이길래 이번에는 사무적으로 접수하겠다는 답장만 보냈지요. 그랬더니 이제는 참가자들에게 익명으로 편지를 보냈던 모양입니다. 어제만 해도 스무 명의 참가자가 찾아와서 이의를 제기했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일이 너무 커져서 저희도 오래된 규정집을 찾아봤는데….”
“…뭐라고 되어 있던가요?”
“규정에 따르면 전체 운영금의 5%이상을 후원하는 자의 친인척, 또는 관계자에 대해서는 대회 출전이 금지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
그 말에 리엘라는 할 말을 잃었다. 5%만 넘어도 출전 금지인데 5%가 뭔가. 지금 대회 운영금은 거의 99%가 자신의 이름으로 지원되고 있다.
“그래도… 전해 듣지 못했는데….”
머릿속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매달리는 말을 하고 말았다.
“저희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 했는데 투서를 보낸 쪽이 손을 썼는지 이미 말이 다 퍼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식을 들은 멜라니아 로헴이 직접 찾아와서 크게 항의하다 돌아갔거든요.”
“멜라니아 로헴이?”
클로에와 더불어 수도에서 손꼽히는 플로리스트이며 그녀 역시 매년 꽃 축제에 꼬박꼬박 참가했었다. 취향은 아니어도 그녀가 꽃을 다루는 솜씨만큼은 부정 할 수가 없어 리엘라도 매년 몇 시간씩 기다리면서 봐야 하냐며 툴툴대는 리나를 달래며 작품을 보러 가지 않았던가.
그리고 멜라니아 로헴은 불같은 성격과 그녀의 성격과 꼭 닮은 추종자들을 몰고 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런 그녀였으니 축제 관리국에 얌전히 다녀갔을 리는 없었다.
“이대로 계속 진행하면 축제 참가 거부 운동을 하겠다고…. 자신들은 규정대로 요구하는 것뿐이라고….”
제 잘못이 아님에도 로렌스는 연신 리엘라의 눈치를 살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리엘라는 생각에 잠겼다.
‘축제에 참가하지 못 한다고?’
계속 기다려 왔던 축제였다. 가게를 내고 어느 정도 영업을 해야지만 겨우 대회의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자격을 갖추고 나서도 계속 추첨에서 탈락해 관람만 하며 언젠가는 꼭 참가하겠다 다짐했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그 기회를 얻었는데 이런 이유로 자격이 박탈되다니.
‘게다가….’
규정대로라면 이제 자신은 평생 대회 참가를 할 수 없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상속을 포기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사라졌다. 이미 상속 절차는 보석의 방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끝나가는 상태이며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게다가 변호사들이 말하지 않았던가. 제가 상속을 거부하면 공작의 유산 배분이 매우 복잡하게 진행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그들의 생계를 생각하면 축제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속 거부를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목이 메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플로리스트 일을 시작하면서 언젠가 꼭 참가하겠다는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축제였다. 그 기회를 손에 넣었는데 이대로 보내야 하다니. 그것도 영영.
아침까지만 해도 즐거웠던 기분이 끝없는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로렌스는 연신 정말 죄송하다 말하며 돌아갔다. 네아는 씁쓸한 얼굴로 그를 돌려보냈다. 두 사람이 이야기했던 방으로 돌아가자 앞에는 하운이 서 있었다.
“너…!”
네아가 큰 목소리로 말하려는 순간 하운이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하운의 행동에 네아는 입을 다물고 살금살금 방 앞으로 다가갔다.
“흐윽….”
문 너머로 숨죽여 우는 리엘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로렌스를 배웅하지 않는 것을 보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울고 있을 줄이야. 하운과 네아가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방 너머에서 억지로 눌러 참는 듯한 울음소리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