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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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
“아가씨!”
바위가 복도를 구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부서질 정도로 흔들리며 노크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급한 네아의 목소리에 리엘라와 리나는 놀라 문을 바라보았다.
“네아, 무슨 일….”
벌컥!
리엘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하운의 뒷덜미를 붙잡고 끌고 온 듯한 네아가 서 있었다.
“세상에, 아가씨! 아가씨께서 대회에 참… 읍! 으읍!”
흥분된 얼굴로 빠르게 말하던 네아의 입이 하운의 손에 틀어막혔다.
“내가 말할 거다. 넌 끼어들지 마.”
리엘라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두 사람이 저렇게 투덕거리나 싶어 당황하며 바라보았다. 하운이 네아를 힘으로 누르다시피 진정시키고 네아가 혀를 차며 물러서자 하운은 리엘라의 앞으로 가서 곧바로 말했다.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어.”
갑작스러운 하운의 말에 리엘라는 잠시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니? 누가? 무슨 대회를? 잠시 얼떨떨하게 있던 리엘라의 눈이 커졌다.
“설마 제가요? 카르디아 꽃 축제에?”
리엘라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금 하운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처음에는 장난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가 이런 장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이 일이 장난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만약 누가 이렇게 말 한 다음 농담이었다고 말하면 망설이지 않고 벽난로 옆에 있을 빗자루를 집어 들어 사정없이 후려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해요? 무슨 수로?”
하운의 말에 놀란 리엘라가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매달렸다. 어서 설명해 달라는 듯 달라붙는 리엘라에 놀란 것은 하운이었다.
위급할 때 몇 번 제가 리엘라를 끌어안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리엘라가 먼저 다가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 그게… 그러니까….”
제 팔을 끌어안은 감촉에 놀라 하운은 얼굴이 붉어진 채 말을 더듬었다. 그런 하운을 보던 리엘라의 시선이 옆을 향했다. 그곳에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는 듯 턱을 괸 채 바라보고 있는 리나와 빨리 설명이나 하라는 듯한 표정의 네아가 서 있었다.
리나의 시선이 리엘라를 한번 흘깃, 그 다음에는 하운을 한번 흘깃 보았다. 그러더니 리나는 다 알겠다는 듯한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에 리엘라는 식은땀이 흘렀다. 웃고 있는데 왜 이렇게 무섭지?
‘그러고 보니 리나에게 말 못 했어!’
하운과의 일을 편지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이야기가 길어지는 데다가 적기도 애매했기에 저택에 놀러 오면 말하려고 했었는데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충격이 너무 컸고, 리나가 오자마자 그림을 꺼내며 추천해 달라고 한 탓에 하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게 말이야… 너 오면 내가 말 하려고 했었는데….”
리엘라가 잡았던 하운의 팔을 재빨리 놓고 어쩔 줄 몰라 하자 리나는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제 옆에 있던 네아를 잡아끌었다.
“어머, 그러고 보니 멜다 부인에게 저번 레시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었네에. 그러니까 네아 씨가 저 좀 멜다 부인에게 데려다주셔야겠다. 그렇죠?”
“아니, 그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네아가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 다시 큰 목소리로 말하자 이번에는 리나가 네아의 입을 틀어막은 채 그녀를 질질 잡아끌며 속삭였다.
“사람이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지금은 우리가 없어야 할 때라고요.”
리나는 네아를 힘으로 질질 끌며 문을 열었다.
“나 천천히 올 거니까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그리고 돌아온 다음에는….”
잠시 리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리엘라 너, 아주 길게 설명해야 할 거야. 특히 꽃 축제 마지막 날에 다른 일정이 있다고 한 것을 말이야.”
“……!”
리나의 말에 리엘라는 식은땀이 흘렀다. 꽃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모두가 아름답게 꾸미고 함께 온 사람과 행사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먹고 마시고 춤을 추며 논다. 그렇기에 올해는 하운과 함께 있기 위해서 리나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날에는 다른 일이 있다고 말했다. 별말 안 하길래 신경 쓰지 않나보다 싶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아 버린 모양이었다.
리엘라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자 리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좀 있다가 보자.”
리나는 설명을 들어야 한다는 네아를 질질 끌고 나간 다음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리엘라는 어쩐지 멜다 부인이랑 리나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네아를 다루는 방법이.
다시 방이 조용해지고 나서야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리엘라였다.
“어, 어떻게 된 건가요? 제가 어떻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거죠?”
“그게… 참가는 할 수 있지만 원래 취소되었던 개인 참가가 아니야.”
“그렇다면….”
하루 종일 저택에서 보이지 않았던 하운이다. 그렇다면 그가 갈 곳은 뻔했다.
“설마 왕궁의…?”
“응. 왕궁 소속으로 등록하고 오는 길이야. 클로에가 당장 와 달라고 하던데?”
그의 대답에 리엘라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매년 왕궁에서도 꽃 축제에 참가한다. 수도에 있는 본궁은 물론이고 저 멀리 지방에 있는 별궁의 정원 관리사들도 팀을 이루어 온다. 올해 호슨 공작이 세상을 떠난 후 공작저의 정원사들은 불참을 선언했지만 어지간한 이름 있는 가문의 정원사들 역시 그 가문의 이름을 걸고 여러 명이 팀을 이루어 참가했다.
개인 참가와 달리 친선의 의미가 강하기에 대회라고는 해도 등수를 매기지는 않는 대회. 그것에 참가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분명 규정에는….”
“괜찮아. 내가 다 확인했어. 단체전은 등수를 매기지 않기에 축제에서 참여할 수 없는 행사에서 빠져 있었어. 그리고 왕궁 소속으로 참석하기 위해서는 왕실 원예 협회의 회원임과 동시에 10일 이상 왕궁에서 일한 기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군. 그러니까 당신은 아무런 문제 없이 참가할 수 있어.”
들뜬 하운의 목소리에 리엘라가 물었다.
“설마… 왕궁에 가신 게 그 일 때문이었나요?”
“당연하지. 그거 말고 왕궁에 찾아갈 일이 뭐가 있겠어?”
“…….”
단호한 하운의 말에 리엘라는 말을 잃었다.
‘보석의 방 일로 가셨다고 생각했는데.’
참가를 취소당하고 나서 자신은 다 포기하고 틀어박혀 있는 동안 하운은 직접 뛰며 규정을 찾아가며 어떻게든 참석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고마워요.”
갑자기 다시 찾아온 기회에 리엘라의 얼굴이 환해졌다. 여전히 퉁퉁 부어 있는 눈인데도 왜 평소보다 더 예뻐 보이는지 몰라, 하운은 한참이나 아무 말도 못 하고 리엘라를 바라보았다.
***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푹 숙이는 리엘라의 모습에 클로에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연신 인사를 하는 리엘라의 얼굴은 흥분으로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것만 봐도 얼마나 신나서 이곳으로 달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저번에 왕실 원예 협회 회원증을 받아서 다행이에요.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추가 인원으로 등록할 수 있었으니까. 일단 시간이 없으니까 바로 일을 시작할까요?”
“네!”
리엘라는 클로에가 건네주는 출입증을 받아 재빨리 목에 걸었다.
“참가자 신분증은 처음 받아 봐요.”
북쪽에서만 자라는 향기가 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출입증의 밑에는 참가자임을 증명하는 흰 장미가 그려져 있었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일반 참가자인 주황색 데이지가 그려진 출입증을 받았었다. 처음으로 받아 보는 장미 그림에 리엘라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드디어 받았다….”
언젠가 꼭 받아 보고 싶었지만 이제 받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지금 제 손에 들려 있었다. 벅차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리엘라는 입구로 다가가 자랑스럽게 출입증을 문지기에게 보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조심해서 걸고 다닌 다음에 어디 하나 상한 곳 없이 집으로 가져가 액자에 넣어 보관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출입증이 아니라 보물을 모시는 듯 조심스럽게 행동하자 클로에가 말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관리할 필요 없어요. 행사 끝날 때쯤 되면 그거 엉망이 될 걸요? 전 작년 참가증은 세 번이나 물에 빠트리는 바람에 얼룩이 장난 아니에요.”
그녀가 다 무의미한 일이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못 받을 테니까 최대한 잘 보관해서 기념품으로 삼고 싶은걸요.”
“내년에? 내년에 왜 참석 못 해요?”
클로에가 이해 안 된다는 듯 리엘라를 바라보았다.
“내년에도 왕궁 소속으로 들어올 수는 없잖아요. 올해는 그래도 일은 했기에 가능했지만….”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말하려던 클로에는 갑자기 눈이 가늘어지더니 입을 다물었다.
‘대공님이 아직 말 안 했나 보네?’
어제 찾아온 하운은 올해 왕궁 소속으로 리엘라를 넣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럼 앞으로 계속 리엘라의 자리를 마련해 두면 되냐는 클로에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한 번만 기념 삼아 참가하는 것인가 보다 싶었는데 이어지는 하운의 말이 클로에를 아연하게 만들었다.
“내년부터 카르디아 꽃 축제는 호슨 공작이 아닌 내가 전액을 후원하게 되었어. 그러니 리엘라는 별문제 없이 참가 자격을 얻을 수 있겠지.”
“미친… 아니, 아닙니다.”
클로에는 서둘러 입을 다물며 꽃 축제 예산이 얼마인지를 짐작해 보았다. 1주일간 이어지는 축제다. 하지만 축제가 열리는 이 땅과, 1년 내내 행사 개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급여, 그리고 행사 자체에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상상도 하지 못할 어마 무시한 액수다.
‘분명 작년에는 전부 해서 1500만 길더 정도였다고 들었는데….’
정원 관리부에서 가장 높은 급여를 받는 모리스 경이 1년에 모든 경비를 포함해 1만 길더를 받는다. 그런데 1500만 길더. 그것을 내년부터 계속 내겠다고?
클로에는 질렸다는 눈으로 하운을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호슨 공작의 유산이 너무도 엄청나 잊고 있었지만 하운 역시 재력으로는 어디 가서도 서러울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그런 엄청난 액수를 직접 가지라 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참가 자격을 위해 쓰겠다니.
‘미쳤어, 미쳤어.’
클로에는 어제 세상 누구보다도 진지한 얼굴이었던 하운을 떠올리며 리엘라를 데리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
같은 시각, 왕궁의 보석술사들은 임의로 세 번째 문이라 부르고 있는 부서지지 않는 벽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 일에 가장 열심이어야 할 하운이 없기 때문에 그들만 앉아 계속해서 회의를 하는 도중 누군가 창밖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저게… 뭡니까?”
“뭐가… 어?”
방 안에 있던 보석술사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도의 끝, 저 멀리에서 왕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녹색의 빛이 있었다. 햇살 아래 반짝거리는 거대한 녹색의 빛 덩어리는 누가 보아도 범상치 않은 것이었다. 그 색도, 크기도, 속도도.
보석술사들은 자신이 저 빛을 어디에서 봤던가 생각하다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설마 하르메아?”
그것은 대륙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어린 드래곤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