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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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시아의 말에 레이안과 하운은 동시에 신음을 흘렸다. 그들의 눈이 리엘라가 바라보던 빈 보석함을 향했다.
에르첼라의 컬렉션이라 불리는 보석들은 제멋대로인 성격까지 그대로 원래의 주인을 닮았다. 대표적인 예로 리엘라가 데리고 온 목걸이가 있지 않던가. 하지만 목걸이는 지금 자리에 없는 다른 보석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레이안은 손으로 턱을 쓸어 만지며 탄식했다.
“에르첼라의 브로치가 돌아온 건가?”
“그런 것 같군요. 2주 후에 열리는 경매에 나올 모양이에요. 그 보석 성격에 순순히 사람 손에 들려 나오지는 않을 텐데 경매에 나오는 것을 보면… 그게 진짜 에르첼라의 브로치라면 사라졌던 사이에 힘을 잃었다는 소리겠네요.”
에르첼라의 브로치는 30년 전, 홀연히 사라졌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저 보석이 ‘또 놀러 나갔군’ 싶었을 뿐, 몇 달 지나면 언제 가출했냐는 듯 돌아오겠지 싶었는데 30년이 넘도록 에르첼라의 브로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밖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 동안 사라졌던 후의 기록을 보면 보석술사도 아닌 평범한 사람의 손에서 귀하게 대접받다가 적당한 도움 하나를 주고 돌아올 게 분명했다. 그게 이번에는 좀 길어지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소르디아가 확인을 했다고는 하지만 레플리카일 가능성이 있어요. 에르첼라의 보석들이 성격이 좀 보통이 아니어야지. 힘을 잃었다고 해도 순순히 경매에 끌려나올 보석이 아니예요.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야 하니 사람은 보내야겠고…. 샤를로테의 가넷도 언젠가 사람을 보내서 파괴시킬 생각이었으니 겸사겸사 처리하면 되겠어요.”
에르첼라의 보석이라면 주인이 있으니 장물이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을 선택하는 보석은 대륙공용법에 의해 다른 곳에서 발견 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덕분에 보석술사들은 그런 보석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꽤나 노력을 해야 했다. 주인이 마음에 안 들면 말을 안 듣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새 다른 보석술사의 손으로 도망갈 때도 있었으니까.
레티시아는 뭔가 더 해야 할 일이 있나 생각에 잠겼다. 그사이 하운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리엘라도 함께 가라고 하시는 겁니까?”
그 질문에 레티시아는 레이안의 손에 축 늘어져 들려 있는 목걸이를 보았다.
“목걸이도 함께 보낼 생각이니까요. 가운데 박혀 있는 포용의 페리도트가 다른 에르첼라 컬렉션의 보석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는 건 기억하고 있나요? 최근 리엘라 테니어가 있으면 목걸이가 저리 힘이 넘쳐 난리니 그녀와 목걸이를 함께 보내면 그것이 레플리카인지 아닌지 힘들게 확인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맞는 말이었다. 경매에 나온 것이 진품이라면 분명 목걸이가 부르는 소리에 반응 할 테니까.
“…그래서 에르첼라의 목걸이를 외부로 보내시겠다는 겁니까?”
예전 같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에르첼라의 보석 반출을 허가하지 않았을 레티시아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외부인에게 왕의 보물을 들려 보내겠다는 소리를 하다니.
“하운 대공, 에르첼라의 컬렉션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기억하고 있나요?”
“…드래곤 로드를 상대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리 아름답게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에르첼라의 보석들은 무기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무기.
“그래요. 그리고 모든 콜렉션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지요.”
레티시아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워졌다.
“나는 지금 마지막 보석이 나타난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
즉, 드래곤을 상대한 일이 생겨날 것 같다는 소리였다. 셀비아스를 잡아먹은 그것을. 잠시 침묵이 흐르고 하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즉시 가야 합니까?”
“아뇨. 경매는 2주 후에 열릴 겁니다. 그사이에 셀비아스의 소멸에 대해 좀 더 확실하게 정보를 모으고 가도 좋아요. 그리고 이번 소르디아의 경매에는 휴즐 광산에서 채굴되어 현재 세공 중에 있다는 다이아몬드가 나온다고 합니다. 대공은 카르디아를 대표하여 그것의 힘을 확인하고 카르디아에 도움이 되는 능력인지를 판단한 후 구입해서 돌아오도록 해요.”
“2주 후라….”
하운은 잠시 머릿속으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셀비아스의 일도 심각한 사항이긴 하지만 그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2주 후에 소르디아의 경매가 열린다면 적어도 나흘 전에는 도착해야 했고 수도에서 소르디아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은 사흘.
그렇다면 소르디아로 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대강 일주일 정도다.
하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너무 많은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레이안과 레티시아에게 말했다.
“소르디아로 가기 전까지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싶습니다.”
“다른 일? 뭘 하려고 그러는데?”
평소라면 군말 없이 명령에 따르겠다고 할 하운이었다. 그런 하운이 다른 일을 하겠다 하자 레이안은 별 일도 다 있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호슨 공작의 세 번째 방을 열고 가겠습니다.”
“그걸 굳이 지금 열어야 해? 다녀와서 열어도 되잖아?”
“그것이….”
하운은 잠시 망설이더니 문을 바라보았다.
“잠시 리엘라와 이야기 좀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그 벽 너머에 있는 것이 호슨 공작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리엘라의 동의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하운은 보석의 방으로 되돌아 와 레이안과 레티시아에게 말했다.
“감사관의 권한으로 고인의 유언을 무시해야 할 일이 있는데 허가 좀 부탁드립니다. 이유는….”
***
여섯 시간 후, 하운은 끝없이 늘어 있는 비석들을 보고 있었다.
어둠이 깔린 묘지의 모습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카락이 쭈뼛 설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정말… 하실 거예요?”
하운의 뒤에서 리엘라가 두려움이 섞인 얼굴로 그에게 물어보았다. 하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라면 한마디 했을 네아 역시 조용히 입을 다문 채 묘지를 바라보았다.
국왕 부부와 이야기를 하던 하운이 갑자기 튀어나와 리엘라에게 “호슨 공작의 무덤을 열어 봐야겠어.”라고 말했다. 가출한 에르첼라의 목걸이를 돌려주러 온 것뿐인데 그사이에 안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길래 이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당황해하는 리엘라에게 하운은 자신이 너무나 앞뒤 설명 없이 할 말만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레티시아가 내린 명령을 말해 주었다. 자신이 에르첼라의 목걸이를 데리고 소르디아로 가야 한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리엘라에게 하운이 더욱 정신이 날아갈 소리를 했다.
“소르디아로 가기까지 일주일이 남았어. 그 전에 벽 너머의 것이 무엇인지 확인을 하고 싶어.”
그건 리엘라도 동의하는 바였다. 그래서 같은 생각이라고 했더니 하운은 다시 보석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잠시 후 다시 나와서 하는 말이 지금부터 호슨 공작의 무덤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바로 가지는 않았다. 일단 저택으로 돌아와 변호사들을 부른 다음 지금부터 호슨 공작의 무덤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 하운을 바라보던 크레이튼은 그의 손에 들린 국왕의 서명이 있는 문서를 보고는 “어쩔 수 없군요.”라며 물러서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국가비상사태에나 볼 수 있다는 최고등급의 면책문서였으니까. 대신 크레이튼은 동행을 요구했다.
결국 호슨 공작이 묻힌 무덤에는 하운과 리엘라를 비롯해 네아, 루시안, 하르메아 그리고 크레이튼이 오게 되었다.
“허, 참… 대공께서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로….”
갑자기 밤에 묘지에 오게 된 크레이튼은 연신 알 수 없다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을 조용히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크레이튼에게 사실 벽 너머에 호슨 공작님이 살아 계시는 것 같다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이미 참배 시간은 훨씬 지나 있었기에 묘지 앞의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둘러보니 묘지 관리인들이 기거하는 작은 집 하나가 근처에 보였다. 하운은 그곳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곧 안에서 나이 지긋한 남자가 램프를 들고 나왔다.
“누구십니까? 오늘은 참배 시간이 지났으니….”
“국왕의 명령서다. 지금 당장 문을 열도록.”
“네?”
남자는 하운이 내민 종이를 받아 들더니 눈을 비볐다. 그러다 잠시 후 펄쩍 뛸 듯이 놀라며 자세를 바로 하고 말했다.
“하, 하운 대공님… 무, 무슨 일로 여기에… 그리고 뒤에 계신 분들은….”
묘지기가 바라보자 리엘라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리엘라 테니어라고 합니다. 너무 늦은 시각에 찾아와서 죄송….”
“리, 리엘라 테니어?”
리엘라의 이름을 들은 묘지기는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덜덜 떨기 시작했다. 당연히 모두가 무척이나 수상하다는 눈으로 묘지기를 바라보았다.
“여, 여기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호슨 공작님을 찾아뵙기 위해 왔어요. 공작님의 무덤이 어디인지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
리엘라의 말에 묘지기는 이제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그런 그에게 하운이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삽도 준비해 주게.”
“삽은 무, 무엇을 하시려고….”
“일단 있으면 꺼내 와서 안내부터 해 주었으면 하는데.”
“알겠… 습니다.”
묘지기는 마치 목이 졸린 사람과 같은 표정이 되더니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지 한참 후, 네아가 말했다.
“수상한데.”
그러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상하다. 행동이며 말까지 전부 다 수상하다.
“관리를 소홀히 한 걸까요?”
리엘라는 철문 너머에 있는 묘지를 보았다. 유언 때문에 찾아오지 못했던 묘지다. 보석술사들이 묻히는 곳으로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했고 하루에 한 번씩은 자신과 정원사들이 번갈아 가며 호슨 공작의 무덤에 놓아 달라 꽃을 보냈었다. 네아에게 따로 부탁해 묘지기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보내 달라 부탁하기도 했었고.
‘유언에 어긋난다 해도 더 신경을 썼어야 했어.’
지금 묘지기의 태도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호슨 공작의 무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때 루시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삽 하나 들고 나오는 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립니까?”
그 순간 하운과 네아의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온 힘을 다해 집 문을 걷어찼다. 무지막지한 힘에 문은 열리는 것이 아니라 뜯겨 나갔다.
“어디 있어!”
집 안으로 들어간 네아는 소리치며 묘지기를 찾았다. 하지만 집 안 어디에도 그의 흔적은 없었다. 하운은 곧바로 자신이 갖고 있는 보석 중 정찰의 재스퍼를 꺼냈다. 그가 보석을 사용하자 옆에 있던 루시안이 “그거 국왕의 보석 아닙니까?”라며 경악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하운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곧 보석은 묘지기가 도망간 지하의 문을 찾아냈다. 네아는 쭉 이어진 길을 보더니 말했다.
“이쪽은 내가 추적할 테니 빨리 공작님의 무덤을 찾아!”
“알았다. 맡기지.”
네아가 묘지기를 쫓으면 금방 잡아 올 터였다. 그 일에 굳이 여러 사람은 필요치 않으리라.
“나도 갈래!”
하르메아가 재미있는 일을 찾았다는 듯 눈을 빛내자 하운은 한숨을 쉬며 손을 내저었다. 어서 따라 가라는 소리였다. 네아에 이어 하르메아까지 떠나자 하운은 지하에 있던 삽을 들어 루시안과 크레이튼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우린 위로 올라가서 호슨 공작의 무덤을 찾은 다음에….”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관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