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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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려 버리란 하운의 말에 하르메아는 기쁜 듯이 날개를 쭉 폈다.
몇백이 넘는 사람들이 서 있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었음에도 하르메아의 날개는 벽의 끝에서 끝까지 닿았다.
하운은 물론 루시안과 네아는 곧바로 보호의 힘을 가진 보석을 사용했다. 바로 옆에 있는 드래곤의 기운에 보석들 역시 잔뜩 긴장을 한 것이 느껴졌다. 각기 다른 보석의 빛이 모두를 감쌌다.
캬아아아아!
오랜만에 본체로 돌아간 덕분일까. 하르메아의 본능이 빠르게 깨어나면서 어린 짐승의 눈빛이 거칠게 번뜩였다. 그동안 리엘라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응석을 부리던 하르메아의 모습이 사라지자 남는 것은 드래곤이었다.
리엘라가 큰 울음소리에 귀를 막자 하운은 그녀의 앞을 막아서듯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리엘라는 그 어떤 보석들보다 그의 행동에 더욱 든든함을 느꼈다. 하운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 리엘라가 슬쩍 그의 손을 잡았다.
“……!”
저를 붙잡는 리엘라의 손을 느낀 하운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리엘라는 아무 일도 없는 척을 하며 슬쩍 하운의 손에 작은 천으로 된 주머니를 쥐여 주었다. 하운은 열어 보지 않았음에도 제 손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빛나는 꽃의 꽃잎임이 분명했다.
리엘라는 잡았던 하운의 손을 놓고 앞에 있는 벽을 노려보았다. 호슨 공작에게 선물했던 화분에는 마지막 꽃 한 송이가 남아 있었다. 공작에게 선물했던 것이고, 하운에게도 이미 줄 만큼 준 데다가 그는 제가 선물했던 엘피안 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한 송이 남은 꽃은 그대로 시들 때까지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호슨 공작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방에서 나오기 전, 리엘라는 그 생각을 고쳤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꽃잎을 떼어 냈다.
‘이 정도는 생각하셨겠죠?’
도대체 어디까지 생각해 두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의 일에 손을 써 둔 호슨 공작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제 꽃잎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것쯤은 호슨 공작도 전부 예상하고 있었을 터였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공작의 뜻이 어떠하든 이 모든 행동은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정도는 호슨 공작도 각오하겠지.
그사이 하르메아는 크게 입을 벌렸다.
인간의 모습일 때는 브레스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강아지풀로 제 코를 간질이며 재채기를 했던 하르메아는 이제 자유자재로 브레스를 썼다.
벌린 입 안, 날카로운 이빨들 너머 목 안쪽에서 녹색의 빛이 생겨났다. 눈이 멀 정도의 강한 빛이 하르메아의 입 안에서 크기를 키워 갔다. 몸을 떨던 하르메아가 벽을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그 순간 녹색의 빛이 뿜어져 나와 그대로 벽을 때렸다.
“……!”
거대한 충격과 함께 그 여파가 주변을 덮쳤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리엘라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벽이 녹아내릴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녹아내리기 이전에 벽이 무너져 내린 모양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위력에 리엘라는 놀라 입을 다물었다.
바닥이 흔들렸고,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질 거라 예상했기에 안에 있는 보석은 전부 이동시켜 두었고, 물건들 역시 전부 치워 뒀으며 유리창도 떼어 낼 수 있는 것은 전부 떼어 내 지하로 보냈는데 아직도 부서질 게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하운과 네아가 불러낸 보석의 힘이 리엘라가 있는 쪽으로 날아가는 벽의 파편과 흙먼지를 전부 막아 냈다. 덕분에 네 사람은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잘 보이지 않는군요.”
옆에 서 있던 루시안이 방 안을 가득 채운 흙먼지를 보고 혀를 찼다. 그가 툴툴거리며 손을 내젓자 바람이 불어와 방 안에 가득했던 흙먼지를 밀어냈다. 그러자 벽의 모습이 드러났다.
“와….”
리엘라는 순수하게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무슨 짓을 해도 굳건하던 벽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벽의 위쪽은 하르메아의 브레스가 닿아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지금까지 이것을 부수기 위해 했던 노력은 다 무엇이었나 싶을 정도로.
“우와! 봤어? 봤어?”
이 상황에 가장 놀란 것은 브레스를 쓴 하르메아 본인이었다.
“리엘라, 봤어? 나 브레스 썼어! 내가 부쉈다!”
그동안 고생했던 것이 꽤 억울했던 모양인지 하르메아는 신이 나 발을 굴렀다. 그때마다 바닥이 콰직콰직 부서지는 소리가 나자 네아의 표정이 굳었다. 아무래도 벽이고 뭐고 하르메아가 공작저를 박살 내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신난 하르메아의 모습에 리엘라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몸이 커져도, 무시무시한 브레스를 써도 하르메아는 하르메아구나….
날아간 벽이 천장과 이어져 있던 부분이라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는 벽 너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보고 올게!”
하르메아도 궁금했는지 쿵쿵거리며 벽으로 다가가 목을 쭉 뻗어 안을 보려고 했다. 그 순간 무너진 벽 너머에서 갑자기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하르메아! 물러나요!”
“어? 어?”
놀란 리엘라가 소리치기도 전에 검은 안개는 빠르게 벽을 넘어와 하르메아의 목을 휘감았다. 처음에는 검은 안개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것은 새카만 점액질의 물체로 변해 있었다.
“이거 뭐야? 놔!”
놀란 하르메아가 날개를 퍼덕이며 앞발로 그것을 잡아 뜯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르메아의 발이 닿은 순간 끈적하게 녹아내리며 그의 몸에 달라붙었다.
“아야! 이거 아파!”
놀란 하르메아가 몸을 흔들며 검은 덩어리를 털어내 보려 했지만, 그것은 마치 풀로 붙여 놓은 듯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에 하운과 루시안은 동시에 혀를 찼다.
“멍청하긴. 다가오면 피할 생각을 했어야지.”
“이래서 실전 경험이 중요하지요.”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것을 보는 눈빛으로 하르메아를 흘겨보던 두 사람이 움직였다. 하운은 재빨리 벽으로 달려갔다. 그의 손이 움직이자 붉은색의 빛이 벽 너머에 있는 검은색의 덩어리를 후려갈겼다. 동시에 루시안은 하르메아에게 다가갔다. 하운의 손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붉은색의 빛이 하르메아를 휘감자 타오르는 소리가 나며 하르메아의 몸에 붙어 있던 검은 덩어리가 사라졌다.
“사라졌다!”
“감탄하지 말고 공격이나 도와주십시오!”
“알았어!”
다시금 검은 것이 하르메아를 붙잡으려고 다가왔지만 두 번이나 당할 바보는 아니었다. 하르메아는 벽을 넘어오고 있는 검은 덩어리를 향해 다시 브레스를 내뿜었다. 하운 역시 하르메아의 공격에 힘을 더했다. 그리고 루시안이 뒤에서 두 사람이 놓친 검은 것을 처리하고 있었고.
네아는 그들의 뒤, 정확히는 리엘라의 앞에 서서 제가 가진 모든 보호 계열 보석을 허공에 띄워 둔 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중이었다.
‘대단하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리엘라는 놀라고 있었다. 문외한인 자신이 보아도 네 명의 움직임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하운과 하르메아가 강력한 공격을 날리면 루시안은 그 주변을 정리한다. 그리고 네아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전투의 여파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고, 그러다 가끔 멀리 튀어 꿈틀거리는 검을 것을 불로 태워 정리하기도 했다.
넷의 완벽한 합동에 리엘라는 두려움도 잊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게 보석술사들의 싸움이구나.’
살아 있는 것처럼 벽을 넘어오는 검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넷이 싸우는 모습에 어느새 잊혔다. 모두가 저것을 이길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싸웠을까. 갑자기 검은 것이 재빨리 벽 너머로 물러났다. 더 이상 싸워 봤자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처럼.
“거기 서!”
제가 이겼다는 생각에 하르메아가 흥분하며 벽으로 다가가려 하자 하운이 보석의 힘으로 하르메아의 목을 붙잡았다. 캑캑거리던 하르메아가 짜증 난다는 듯 꼬리로 바닥을 탕탕 치며 소리쳤다.
“왜 말려! 잡아야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알려 줘야 하는 건지. 메아닌 산맥에 다른 드래곤이나 강한 몬스터가 없었던 게 다행인 줄 알아라. 그렇지 않았다면 넌 벌써 죽었을 것 같으니.”
하운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하르메아를 바라보았다. 적이 물러서는 것 같으니 좋다고 쪼르르 따라가는 꼴이라니. 메아닌 산맥에서 못해도 300년은 살았을 텐데 정말로 뒹굴뒹굴하기만 하면서 살았던 모양이었다. 이대로라면 하르메아가 아무리 강대한 드래곤이라 한들 다른 강한 존재를 만나면 꼼짝없이 소멸기에 들어갈 것이다.
순간 하운의 머릿속에 이빨 자국이 가득했던 셀비아스의 사체가 생각났다. 만약 셀비아스를 잡아먹은 것이 하르메아를 노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어린 드래곤은 반항은커녕 제가 어떻게 소멸되는지도 모른 채 순식간에 당했겠지.
하운은 잠시 고민해야 했다. 지금 하르메아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인간과 친근하게 지내는 드래곤이다. 특히나 리엘라에게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어 댄다. 그렇다 해도 결국은 드래곤이다. 어린 지금은 어떠할지 몰라도 하르메아가 성장한 후에 만약 다른 드래곤들처럼 인간을 증오하는 본성을 깨달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운의 속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하르메아가 소리쳤다.
“야! 저기서 또 이상한 게 나와!”
“…이런.”
검은 안개가 물러갔나 싶었더니 이제는 벽 너머에서 거미의 다리 같은 것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네이판타의 보석이 안에 있긴 있는 모양이군.”
호슨 공작은 네이판타의 레어에 있는 것들을 가져올 때, 왕궁에 보고서를 보냈다. 네이판타의 보석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한 내용이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그 문서에서 분명 마물을 불러내는 힘이 있는 보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 하운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이것저것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싸우는 법은 모르지만 하르메아는 중요한 전력이다. 그렇다면….
“오늘 각오해라, 좀 많은 걸 배우게 될 테니.”
하운은 벽을 넘어오는 거미를 향해 보석의 힘을 개방했다.
***
벽 너머에서 기어 나온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형태도, 힘도 무척이나 다양해 하운과 루시안, 하르메아는 쉬지 않고 그것들을 상대해야 했다.
네아라고 해서 계속 리엘라만 지키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가끔 보석의 힘이 잘 통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그런 경우에 네아는 하르메아와 함께 나서서 주먹으로 그것들을 때려눕히곤 했다.
“하아, 하아… 대강 끝났나?”
제힘도 이기지 못하고 폭주하는 보석 하나를 힘으로 제압해 강제로 잠들게 하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이제는 정말로 벽 너머에서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는 것처럼. 모두는 긴장한 채 침을 삼켰다.
벽의 너머에서 호슨 공작의 목소리로 말하던 것. 그리고 사라진 호슨 공작의 시체. 이제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긴장으로 갈라지는 목소리를 내며 하운은 하르메아에게 눈짓했다. 하르메아는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다시 브레스를 쓸 준비를 했다. 이제 남아 있는 벽은 전부 무너질 것이다.
그때였다.
쩌적.
갑자기 남은 벽에 금이 가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스스로 무너져 내린 벽에 당황하며 모두가 그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흙먼지 너머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뚜벅. 스윽. 뚜벅. 스윽.
걸음 소리와 지팡이가 끌리는 소리.
“…….”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루시안은 보석의 힘으로 먼지를 날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한 곳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곧 소리의 주인이 먼지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다들 오랜만이군.”
거기서 나온 것은 호슨 공작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