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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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멘테스가 사기를 당하다니? 그 말에 리엘라는 잠시 가슴이 뜨끔했다. 제가 속인 것이 있으니까. 하지만 카지 영감이라는 이름이 나온 덕분에 제가 아님을 알고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을 들은 누얀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부엌에 나타난 바퀴벌레를 보는 듯한 경멸과 혐오, 공포가 죄다 담긴 얼굴이었다. 리엘라는 슬쩍 그녀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카지 영감이란 사람이 누구인데 그래요?”
“소르디아의 쓰레기요. 아주 목숨이 질긴 노인네죠.”
“…네?”
망설임 없는 거친 언사에 놀란 것은 리엘라였다. 누얀도 가끔 네아처럼 거침없는 행동을 할 때가 있었지만 언제나 점잖은 말을 사용했다. 그런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정도의 사람이라니?
“원래 소르디아에서 사채업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계약서를 교묘하게 쓰거나 돈이 급한 자들에게 말도 안 되는 높은 이자를 붙여서 모든 걸 다 뜯어내는 사람으로 유명했어요. 큰돈이 모이자 당연히 보석에도 손을 댔고… 그 사람에게 걸려서 목숨처럼 아끼던 보석을 잃고 폐인이 된 보석술사들 숫자가 셀 수가 없을 정도죠. 그래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카지와 거래하지 않아요. 그래도 세상에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고, 여긴 보석을 가진 보석술사들이나 보석상들이 많으니… 아직 그가 잘 버티고 있지요.”
하운은 누얀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네나를 보았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싶군. 오팔 원석을 잃어버린 경위와 그것 때문에 카지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원래대로라면 이런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 하지만 정신이 없는 이네나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
네멘테스는 오는 길 내내 이네나의 상태를 살피더니 라자르 컷으로 돌아오자마자 의사를 불렀다. 동시에 치유의 능력이 있는 보석과 보석술사도. 울며불며 저에게 매달리는 이네나를 치료한 다음 겨우 진정시키고 나서야 네멘테스는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 입수된 오팔 원석은 꽤 상급 기밀에 속했기에 소수의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이네나는 당연히 그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세공사의 길을 걷고 있는 이네나는 거대한 오팔 원석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들떴다.
“오빠, 남은 조각 중에 하나만 나 주면 안 돼?”
“마음대로 해. 하지만 너무 큰 건 안 되는 거 알지?”
“물론이지!”
이네나와 네멘테스는 꽤나 사이 좋은 오누이였다. 싸우기에는 너무 나이 차가 컸고, 네멘테스는 외동으로 살다 갑자기 생긴 여동생을 제 딸처럼 귀여워했다. 이네나 역시 그런 네멘테스를 잘 따랐고.
이네나는 네멘테스의 팔을 붙잡고 고맙다고 연신 흔들어 댄 다음 세공소로 갔다. 그곳에는 비서가 불러온 가문의 세공사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전부 다 오래 봐 온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다들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이네나 역시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세공 작업을 옆에서 바라보았다.
그들 중 가장 노련한 자가 조심스레 연마석이 돌아가고 있는 기계에 오팔 원석을 가져다 대었다. 쉴 새 없이 원석 위로 물이 떨어지는 가운데 원석과 연마석이 마찰하는 소리가 작업실 안을 울렸다. 원석이 연마석에 몇 번 닿았다 떨어지자 겉에 붙어 있던 잡석이 떨어져 나갔다. 이네나는 떨어진 잡석을 집었다. 한쪽 면에 오팔의 반짝임이 보였다.
“세상에, 품질 끝내주는데요?”
드러난 부분을 보며 세공사들과 감정사들이 감탄하는 사이, 이네나는 열심히 오팔 원석을 스케치하면서 안쪽을 향해 빛을 비춰 보았다.
“이네나 님, 뭐 특별한 점이라도 있는 것 같습니까?”
가문의 세공사들은 네멘테스를 섬기는 것만큼 이네나를 아끼고 예뻐했다. 가만히 있어도 오빠 밑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어린 아가씨가 일을 하고 싶다며 자신들을 졸졸 따라다니고 열심히 배우기까지 하니 귀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네나에게 보석을 가르치던 세공사가 물어보자 이네나가 조금 머뭇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이거 분명 화이트 오팔인데….”
“그런데요?”
“안에 다른 게 있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안쪽에 잡석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 말에 사람들의 어깨가 축 내려갔다. 물론 이 안이 전부 오팔이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안을 잡석이 채우고 있다면 기대한 만큼의 가치를 갖지 못할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몰라 기대했는데 속은 가치가 없는 잡석이라니.
“아니, 잡석이 아니라….”
이네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원석을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세공하는 사람에게 반대편 끝부분의 잡석도 떼어 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다음 다시 원석을 살펴본 이네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안에도 오팔은 맞는 것 같아. 그런데….”
“그런데…?”
“빛을 보니까 다른 오팔도 있는 것 같아서….”
“다른 오팔이라면?”
“…블랙 오팔.”
이네나의 말에 갑자기 방 안에 침묵이 깔렸다. 만약 이네나의 말이 진짜라면.
누군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분명 예전에 기록이 있긴 했지?”
그들은 몇백 년 전 소르디아에서 거래되었던 오팔을 떠올렸다. 동그란 큰 화이트 오팔 안에 아이 주먹만 한 블루 오팔이 들어 있던 원석은 마치 계란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 당시 소르디아는 물론 대륙의 모든 보석술사들이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지금 이 크기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원석이다. 그런데 이 크기의 화이트 오팔 안에 블랙 오팔이 있다고? 그것도 이렇게 겹쳐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굳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즐거운, 화제가 될 만한 오팔 원석이었는데 어쩌면 이것은 대륙 역사상 전무후무한 보석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일단 확인해 봅시다.”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원석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이네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맙소사, 당장 네멘테스 님께 연락해야 합니다. 이건 정말이지 역사에 길이 남을 보석이 될 겁니다. 이토록 파이어가 확실한 최고급의 화이트 오팔 속에 블랙 오팔이 담겨 있다니. 안에 있는 블랙 오팔은 어쩌면 창세 시대 보석의 순수한 힘을 그대로 갖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보석이 탄생하는 건데….”
말을 하던 세공사가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인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사건에 감격한 것이다.
“일단 작업을 멈추고 네멘테스 님의 연락을 기다립시다.”
“오빠는 오늘 아이디얼 컷 경매에 갔어.”
“그럼 좀 오래 걸리시겠군요. 일단 우리는 커팅 방법과 각도에 대해서 의논을 해야겠어요.”
기계가 멈추고 사람들의 손이 멈췄다. 모두가 흥분에 들떠 옆에 있는 회의실로 이동하던 중, 이네나는 작업실에 노트를 두고 온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혼자 세공실로 돌아왔다가 보고 말았다. 오래 함께 일했던 세공사가 캐비닛 안에 넣어 둔 오팔 원석을 들고 있는 것을. 천으로 둘둘 감아 품에 넣고 있는 걸 보니 훔쳐 가려 하는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이네나는 곧바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건장한 성인 남성이었기에 이네나는 그를 이길 수 없었다. 머리를 맞은 이네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남자는 세공소를 벗어나 버렸고, 사람들이 사태를 파악했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 후 이네나는 곧바로 경매장으로 가 네멘테스를 찾았다. 그리고 그가 라자르 컷으로 돌아왔을 때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오팔 원석을 가져갔던 자가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당연히 원석은 사라진 채였다.
이런 일일수록 재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더더욱 미궁으로 빠진다. 그래서 네멘테스는 수사를 맡기는 것보다 더욱 확실한 방법을 찾았다. 바로 추적의 힘을 가진 보석을 사용하는 것. 다행히 이네나가 가지려고 주워 놨던 원석의 부분이 있었기에 추적에는 문제가 없을 터였다.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추적의 힘을 가진 보석이 현재 전부 다른 곳에 가 있다는 것.
보석에 대한 범죄는 대륙 어디에서나 일어났다. 그래서 소르디아에 있는 추적의 힘을 가진 보석은 타국에 출장을 나가 일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 하필이면 지금 추적의 보석 중에 소르디아에 남은 것이 없었다. 단 하나, 카지가 소유하고 있는 보석을 제외하고.
다른 추적의 보석들은 소르디아 의회의 소유였기에 일정한 의뢰금을 내면 쓸 수 있지만 카지의 것은 그렇지 않았다.
네멘테스가 찾아가자 카지는 그가 절박한 것을 알아차리고 말도 안 되는 거금을 불렀다. 1억 길더. 그러잖아도 7천만 길더 때문에 머리가 아픈 네멘테스였다. 1억 길더라는 거금을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오팔 원석을 찾을 수만 있다면….
‘이네나의 말대로 이중 구조로 되어 있는 오팔이라면 그 이상을 받을 수 있어.’
1억 길더가 뭔가. 3억, 4억도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전설이 될 보석의 몸값으로 그 정도는 싼 편이다.
그래서 네멘테스는 카지와의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말았다. 어서 보석을 달라고 하자 카지는 제 호위병들을 부른 다음 나무 상자를 건네라 명령했다. 가문의 보석술사가 그 나무 상자를 열었을 때 그는 당황했다.
그 안에는 추적의 보석이 들어 있었다. 단지 모든 힘을 써 버린 채 잠들어 있는 보석이.
“이게 무슨 짓인가, 카지!”
“무슨 문제라도 있소? 분명 난 당신이 서명한 계약서대로 보석을 건넸을 뿐이야.”
그 말에 네멘테스는 계약서를 보았다. 확실히 카지의 말대로다. 그는 보석을 건네겠다고 했지만, 그 어디에도 힘이 남아 있는 보석이라는 말이 없었다. 너무 급한 나머지 평소만큼 계약서를 꼼꼼히 보지 않은 네멘테스의 실수였다.
“이거, 만약 갚지 못하게 되면 이 라자르 컷이라도 받아가야지. 그러잖아도 살고 있는 집이 좁았는데 잘 되었구만.”
카지는 킬킬거리며 돌아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네나는 패닉에 빠진 네멘테스를 뒤로하고 이 낙찰 증명서를 들고 플라워 컷에 찾아온 것이다.
***
“…그렇게 된 거예요.”
이네나가 고개를 푹 숙이자 네아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우리에게 다 말해 버리면 손해인 거 아냐? 그쪽이 절박한 거 알았으니 우리도 얼마든지 값을 올려 부를 수 있는데.”
“어, 어…?”
네아의 말에 이네나가 입을 떡 벌렸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때 현관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말리는 하인들을 밀치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네멘테스였다.
“이네나! 뭐 하는 짓이야!”
그는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있는 이네나를 보고 놀라 달려와 그녀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네나는 그런 네멘테스를 뿌리치고 리엘라와 하운의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다음 빌었다.
“부탁드려요! 제발, 저 보석들을 사 주세요! 당신들이 찾고 있던 보석들이잖아요!”
“…….”
“…….”
이네나의 울부짖음에 리엘라와 하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게 자신들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며, 너희들을 속인 거라고 이 분위기에서 어떻게 말하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