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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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의 저택은 소르디아 중심부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었다. 덕분에 중심지의 저택에 비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적었고, 특히나 밤이 되면 사람들이 얼씬도 하지 않는 곳이었다.
카지가 불법적인 일에 발을 걸치고 있다는 것과 그렇기에 늦은 밤에 그의 저택을 드나드는 자들이 대부분 그쪽과 관계된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늘도 카지의 저택은 조용했다.
카지는 자신의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그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좋아질 예정이었다.
‘앞으로 사흘.’
사흘만 지나면 라자르 컷은 그의 소유가 된다. 네멘테스 그 애송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라자르 컷은 지켜 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 엄청난 돈을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소르디아에 그만한 돈을 대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니, 한 명 있긴 하지만 네멘테스에게 줄 리 없는 사람이다.
‘그 계집애.’
카지는 플라워 컷에서 만났던 리엘라 테니어를 떠올렸다. 호슨 공작의 상속인이라길래 얼마나 대단한 인간인가 싶어 일부러 직접 만나러 갔었다. 나름대로 긴장을 하고 갔건만 나온 것은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앳된 얼굴의 여자였다. 어리숙해 보이는 것이 카지가 제일 만만하게 여기는 상대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목소리를 높이며 윽박질렀더니 리엘라 테니어는 더 따지지 않을 테니 부하를 데리고 돌아가라 했다. 하지만….
‘웃고 있었단 말이지.’
겁에 질려 물러설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좀 더 몰아붙여 볼까 했지만 그래 봤자 제게 이득인 것도 없고 호슨 공작을 따라다녔던 하녀가 강해 보여 그쯤 해서 정리하고 돌아왔다.
카지는 턱을 쓰다듬으며 그날 봤던 플라워 컷을 떠올렸다. 네멘테스의 라자르 컷을 갖게 되었건만 욕심은 채워지지 않았다.
만약 제가 플라워 컷까지 손에 넣게 된다면…?
상상을 했을 뿐인데도 카지는 몸이 떨릴 정도의 짜릿함을 느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직도 자신을 무시하는 자들을 고개 숙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 것이다.
‘어차피 리엘라 테니어는 카르디아로 돌아갈 테니까.’
돌아간 후에는 소르디아의 일에 빠르게 반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소르디아 의회에 좀 더 제 편을 만들어서 적당한 핑계로 플라워 컷을 압수해 제 것으로 만들면….
카지가 미래를 상상하며 행복해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밑에 온 녀석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돌아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 말에 카지는 시계를 보았다. 그들이 온 지 두 시간이 넘었다.
“그래. 인내심이 바닥날 때도 되었지.”
카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왔다. 나오면서 문을 단단히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부러 많은 돈을 들여 소르디아의 보석술사들에게 의뢰했다. 보통 이런 잠금 장치는 보석술사들이 힘을 사용해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이것은 보석술사가 아닌 자신에게도 반응하도록 만든 잠금장치였다. 그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것을 만든 보석술사는 지금쯤 소르디아 근처의 계곡 어딘가에 영원히 잠들어 있을 것이었다.
카지는 콧노래까지 불러 가며 지하로 향했다. 저택 곳곳에 날카로운 인상의 경비원들이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네멘테스의 세력을 공격하면서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였다. 날이 서 있는 긴장감을 마음에 들어 하며 카지는 지하 복도 끝의 문을 열었다.
“이런, 많이 기다리게 했군.”
카지가 사과의 말도 없이 안으로 들어가자 서 있던 남자들이 동시에 카지를 노려보았다. 그들은 네멘테스의 세공소에서 오팔 원석을 훔친 자들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훔쳤던 자를 죽이고 그 오팔을 빼앗은 자들이었다.
“어쩔 수 없었네. 중요한 손님이 와 계셨거든.”
카지가 천연덕스럽게 내뱉은 거짓말에 남자들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니, 놀랍군.”
빈정대고 있지만 그들은 초조함을 숨기지 못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카지는 마음속으로 웃었다. 일부러 저들을 창문이 없는 지하로 데려가라 한 다음 그곳에서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동안 자신은 네멘테스의 세공소에서 가져온 값비싼 보석들을 감상했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저들은 실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기다린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에 평정을 잃었을 것이고 그것을 이용해 카지는 좀 더 편하게 거래를 자신에게 도움 되는 쪽으로 끌어낼 생각이었다.
“자네들이 가져온 게 뭐 대단한 것이라고. 아주 귀찮을 것을 가져왔을 뿐이지.”
마음과 전혀 다른 말이 카지의 입에서 기름칠을 한 것처럼 술술 흘러나왔다. 카지의 말에 오팔을 들고 온 남자들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귀찮은 거라니. 이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거야?”
“알고 있지. 알고 있고말고. 그래서 귀찮다고 한 거야. 차라리 적당한 보석이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고 살짝 커팅만 다시 해서 팔아도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어. 그런데 그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것이라며? 그러면 이걸 어떻게 되팔 수 있겠나? 나오는 순간 네멘테스는 물론 소르디아 의회까지 달려올 건데.”
“하지만…!”
“이미 발칵 뒤집어졌으니 이 모습 그대로 소르디아 밖으로 유출도 힘들어. 그럼 남은 방법은 그걸 잘 조각내서 팔아야 하는 건데, 안에 있는 블랙 오팔이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최대한 값어치를 살려 세공하는 게 쉽겠냐고.”
“…….”
카지의 말에 남자들은 침묵했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후 그들 중 가방을 들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보석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야. 그사이 우리도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면서 이 보석에 대해서 알아봤어.”
보통 새로이 발견된 보석들은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아이디얼 컷에 있는 보석술사들에게 부탁해 그 힘이 어떤 것이며, 어느 정도 강력한지 감정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훔쳐 왔기에 그들은 정식으로 힘을 알아볼 수 없어서 불법적인 루트를 이용해 뒷골목에서 일하는 보석술사에게 힘을 알아봐 달라 부탁했다.
그들이 부탁한 보석술사는 과거 아이디얼 컷에서도 일한 실력 있는 자였다. 그러니 별문제 없이 힘의 종류와 그 강력함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보석술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이건 제 능력으로 파악하기 힘든 것이라 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무척이나 많은 힘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세공이 완벽하게 끝나면 대륙의 보석 역사를 새로이 쓸 정도는 될 것이라고 했다.
“오팔이야. 그것도 화이트 오팔과 블랙 오팔이 같이 있지. 카지, 자네도 창세 신화 정도는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빛이 이 세계에 떨어진 순간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보석이 오팔이야. 이건 태초의 가장 강력했던 힘 그 자체인 보석이라구.”
남자의 말에 카지는 피식 웃었다.
“알 게 뭔가. 나는 그런 이야기에는 관심 없어. 내가 관심 있는 것은 그걸로 얼마나 벌 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 그러니 이제 더 긴말하지 않겠네. 1천만 길더. 그 이상 받으려 하면 나는 사지 않겠네.”
“뭐?”
남자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웃기지 마! 이건 아무리 적게 받아도 1억 길더는 받을 수 있는 보석이야! 당신도 편지에 그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적지 않았나?”
그래서 카지에게로 온 것이었다. 소르디아 안에서 그 이상을 줄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소르디아 밖으로 이것을 가져가야 하는데 보석의 도난에 소르디아는 빠르게 움직였고 사실상 원석을 그대로 유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 되었다. 조각내어 가져갈까도 했지만 원형을 유지하는 게 더 이득이 될 것 같아 그대로 갖고 있다가 카지에게 온 것인데 뭐라고? 1천만?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남자들은 허리춤의 검에 손을 뻗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웃고 있던 카지의 얼굴을 본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그래. 장물을 굳이 돈 주고 살 필요가 뭐가 있겠나. 게다가 남들 눈을 피해 들어왔을 테니 자네들이 여기에 온 것을 제대로 본 사람도 없을 거고….”
카지는 턱을 쓰다듬으며 그들이 들고 있는 가방을 바라보았다.
“…들어온 자가 없으니 나간 자도 없는 게 당연한 일이야.”
다만 주인 잃은 가방은 이곳에 남을 것이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방 안에 흘렀다. 오팔을 들고 온 자들이 천천히 검을 꺼내 들었다. 카지의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님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하 복도를 누군가 시끄럽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팔을 가져온 자들은 카지의 병사들이 더 달려오는 것인가 싶어 긴장한 채 문을 노려보았다.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이 열리며 나타난 것은 현관을 관리하는 하인이었다.
“주인어른! 큰일 났습니다!”
“뭐?”
카지는 오팔을 가져온 남자들을 노려보았다. 이것들이 사람들을 끌고 온 건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 안의 상황을 모를 텐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카지는 하인을 향해 소리쳤다.
“어떤 놈들이야!”
***
퍽! 퍼버벅!
시원한 타격음이 카지의 저택 정원에 울려 퍼졌다. 리엘라는 거의 날듯이 움직이고 있는 누얀과 네아를 바라보았다. 사람인지 새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두 사람의 발은 땅을 거의 밟지 않고 있었다. 가끔 밟는 것도 죄다 쓰러진 카지의 경비병들이었다.
리엘라는 제 옆에 서 있는 하운을 보았다. 카지의 저택으로 들어가면 하운이 제일 활약할 줄 알았는데 그는 의외로 싸움은 네아와 누얀에게 맡겨 둔 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그나마 맞서던 경비병들도 죄다 쓰러지고 이제 남은 건 겁에 질린 하인들뿐이었다. 그들은 차분하게 걸어오는 네아와 누얀을 보더니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저희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리엘라의 뒤에 서 있던 이네나가 소리쳤다.
“아무 짓도 안 하긴! 저번에 우리 옆 세공소 뒤집어엎은 사람인 거 내가 기억하고 있거든!”
그 말에 엎드려 빌던 하인의 어깨가 움찔한 것을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때 저택 안에서 카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급하게 뛰어나온 그는 엎드려 있는 하인들에게 소리쳤다.
“너희들은 침입자도 막지 못하고!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그의 목소리에 리엘라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예요.”
“…허어. 호슨 공작의 후계자가 민간인의 집에 침입하다니. 처벌받을 각오는 되어 있겠지.”
리엘라를 알아본 카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리엘라는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말했다.
“처벌받을 건 당신이지. 침입이라고?”
지금까지 했던 존댓말을 거둔 채 리엘라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나는 내 보석을 찾으러 왔어.”